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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진격
발트해에는 수맣은 선박들이 움직였다. 모두 신국의 선박들이었다.
“빨리빨리 하자고! 얼른 끝내고 주점 가서 한 잔 해야지!”
스톡홀름에는 수많은 신국의 보급선들이 모여들었다. 다케다 신겐은 요한 3세의 군대를 격파한 뒤 스톡홀름을 점령했다.
스톡홀름은 끝까지 저항했다. 하지만 화약을 이용한 무기 앞에 창과 칼을 든 군대는 무의미했다.
포격과 총격에 아비규환이 된 스톡홀름의 시민들은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노예로 전락했다.
이어서 다케다 신겐은 웁살라로 군을 움직인 상황이었다. 천천히 가도 되지만 다케다 신겐은 보급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움직였다.
때문에 보급이 뒤늦게 서둘러 온 것이었다.
이러한 다케다 신겐의 움직임에 웁살라에 있던 요한 3세는 최후의 수를 꺼내들었다.
“일단 피신해야 합니다.”
“그래,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저들에게 신국이 얼마나 악독한 자들인지 진실을 알려야 한다.”
입으로는 정의로운 말을 내뱉지만 속셈은 하나였다.
요한 3세와 귀족들은 웁살라의 시민들을 선동해 전투를 치를 생각이었다. 원한을 품게 하려는 것이었다.
원한을 품게 되면 점령당하더라도 복수의 기회를 찾을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해서였다.
“들어라! 지금 이곳으로 악마의 군대가 오고 있다! 이것은 신이 내린 시련! 이 시련을 이겨내야 우리는 그 분의 곁에 당당히 설 수 있다!”
웁살라의 교회에서 선동이 시작되었다. 독실한 신자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들이 열심히 활동하니 일반 시민들도 휩쓸렸다.
분위기란 무서운 것이었다. 불안해하던 이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싸우다 죽으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신국 원정군 때문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도망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 이때 불붙은 선동은 도망칠 곳을 알려주었다.
죽음으로써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무서운 상황도 죽으면 다 끝난다고.
죽음이 곧 도피처라는 소리였다. 존경하는 성직자들이 일제히 이와 같은 소리를 하니 시민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죽음을 받아들였다.
죽어서 천국에 가겠다는 것.
선동을 한 요한 3세는 귀족들과 몰래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이려 했다.
‘빌어먹을! 더러운 새끼!’
많은 귀족들이 요한 3세의 편을 들었지만 모든 귀족들이 요한 3세의 편인 것은 아니었다.
‘에리크보다 못난 놈.’
욕을 하던 귀족은 에리크 14세와 요한 3세를 비교했다. 에리크 14세는 유능한 군주이긴 했지만 의심이 많았다. 그리고 귀족들에 대한 의심이 심해서 가혹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요한 3세가 에리크 14세를 밀어내고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 자들을 가혹하게 대하니 결국 손발은 다른 머리를 찾은 것이었다.
‘뭐가 어째? 악마들? 진짜 악마 같은 놈들이 누구냐!’
귀족은 자식을 신국과의 전투에서 잃었다. 자식이야 다시 낳으면 된다고 하지만 자신의 일부를 잃은 것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신국에 원한을 품고 있었는데 요한 3세는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선량한 시민들을 방패로 내세운 채.
‘네 놈 뜻대로 되게 하진 않을 것이다.’
귀족은 신국도 싫었지만 요한 3세에게도 환멸을 느꼈다.
그래서 선동을 방해하기로 했다.
“스웨덴의 백성들이여 들어라! 지금 이 신성한 땅으로 들어온 자들은 분명 마귀와 같다! 하지만 아는 가? 우리를 죽음 속으로 몰아넣으려는 왕의 속셈을! 그는 지금 우리와 함께 서서 싸우려 하지 않고 도망치고 있다!”
“뭐?”
“저게 사실인가?”
웁살라의 시민들은 웅성거렸다. 광장에 나선 귀족이 시민들에게 한 연설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신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은 영광된 일! 하지만 더러운 협잡꾼의 혓바닥에 놀아난 죽음이 과연 존귀한 것인가?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대들을 충동질한 성직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은 없다! 국왕이 아끼던 성직자들은 이미 여기에 없지 않은가?”
몇몇 시민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확인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싸우는가? 우리의 평화를 위해 싸우려 했던 것 아닌가! 신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싸우려 했던 것 아닌가! 하지만 이건 무엇인가? 우리의 죽음으로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인가? 웁살라의 자랑스러운 시민들이여! 그대들은 이대로 군주에게 속아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무기를 들 것이다. 그리고 신이 내린 임무를 내버리고 도망친 군주를 잡을 것이다!”
웁살라의 시민들의 가슴에 또 다른 불이 붙기 시작했다.
“개죽인가? 자유인가? 선택하라!”
“자유! 자유! 자유! 자유!”
누군가 외치자 시민들은 모두 자유를 외쳤다.
“나를 따르라!”
귀족의 선동은 먹혀들었다. 그리고 웁살라를 떠났던 요한 3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요한 3세는 얼마 안가 성난 웁살라의 시민들에게 붙잡혀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목적을 이룬 귀족은 신국에 복속하기로 했다.
아들을 잃었지만 거대한 권력이 눈앞에 다가오자 눈을 질끈 감고 받아들인 것이었다.
덕분에 다케다 신겐은 빠르게 스웨덴을 정리해나갈 수 있었다.
페르시아.
타흐마스프 1세는 결국 마음을 정했다.
‘믿을 수 없다.’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나라를 포기하면 그 나라와 맞먹는 땅을 준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것을 그냥 믿을 순 없었다.
만약 나중에 약속을 안 지킨다면? 혹은 약속을 한 10년 후에 지킨다면?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세상이었다.
타국의 황제가 한 말을 그냥 믿고 따를 순 없었다.
그러니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국이 아무리 도발하더라도 공격하지 말라!”
하지만 싸울 수도 없었다.
‘오스만 제국과 손을 잡는 것이 더 낫겠군.’
사이가 무척이나 안 좋은 오스만 제국이었으나 신유성의 갑작스런 도발로 원한은 잠시 뒤로 할 때였다.
그래서 타흐마스프 1세는 오스만 제국으로 사신을 보냈다.
하지만 신유성이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성공했습니다.”
“잘 됐어. 어서 그를 영주로 임명하고 군대를 보내도록.”
“폐하의 뜻대로 이뤄질 것입니다.”
신페이의 눈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신유성은 간단한 명령을 내렸다. 페르시아와 접한 국경에 신국에 호의적인 권력자를 포섭하라는 것.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신국과 교역을 시작했을 때 엄청나게 이득을 보다가 갑자기 교역이 끊기자 답답함을 느낀 지방 권력자들은 널려 있었다.
이들 중 하나를 회유해 신국에 복속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신페이에게 명령을 내린 신유성은 지도를 바라보았다.
‘역시 멀어.’
페르시아를 거치지 않고 이스탄불을 치기 위해 움직이면 상당히 돌아가야 했다. 더구나 아라비아 반도를 빨리 손에 넣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렸다.
‘검은 황금의 땅.’
사막이라서 먹고 살기 힘든 저주 받은 땅이란 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곳이지만 지하자원은 엄청났다.
신유성 안의 탐욕은 페르시아와 아라비아 반도를 원했다. 다른 자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사막이라 다른 신하들은 별로 관심도 없는 땅이었다. 물론 의회의 의원이 되기 위해선 영주가 되어야 하기에 개척하라고 하면 들어가서 어떻게 해서든 버티려는 인간들이 나올 순 있었다.
하지만 아메리카가 아직 다 정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막에 관심을 둘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호주에서도 사막 지역은 배척당하는 편이었다.
‘페르시아. 어쩔 수 없다.’
친하게 지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서로가 대등할 때 얘기였다. 이대로 계속 페르시아와 친분을 유지하면 결국 페르시아는 발전할 것이고 나중에는 더 골치아파질 수 있었다.
그러니 위로 향하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었다.
‘원망하지 말라고.’
신유성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반칙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반칙을 응징할만한 존재가 없었다.
신유성은 이미 세계최고 강대국의 황제였다.
페르시아의 지방 권력자가 결국 신국에 복속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주변의 지방 권력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함께 신국에 투신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응징에 나선 이들이 있었다.
“이단자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말은 순화되었지만 방법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신의 전사들인 자신들의 손으로 이단자들을 처단하는 것이었다.
신페이의 군대가 아직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다.
사건이 여기저기서 터지자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각 지역에서 마을 간에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 신페이가 군대를 이끌고 나타났다.
“감히 신국의 백성들을 해하려 들다니 용서할 수 없다!”
유혈 사태가 벌어져서 피해를 입었던 복속하려던 이들은 당연히 환영했다.
“제발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이제 모든 것은 우리에게 맡겨라!”
아주 든든한 모습. 그 속에 숨겨져 있던 계산을 알았다면 모두 눈을 찌푸렸겠지만 진실을 아는 자들은 소수의 지휘관을 빼고는 없었다. 그리고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자랑할 생각도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폐하의 뜻을 이루어야 한다!’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을 하는 맹목적인 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신유성의 뜻을 이루면 신국은 더욱 번성한다. 이 한 가지 사실에 의해 신유성에게 대한 신앙을 품은 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페르시아와 전쟁이 벌어졌다.
타흐마스프 1세는 너무 놀랐다. 그리고 심장마비로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신유성의 군대는 파죽지세로 페르시아를 몰아쳤다.
복속을 신청한 이들은 더 좋은 땅으로 떠나게 해주었고 반항하는 이들은 모조리 노예가 되었다.
노예가 된 이들은 광산과 철도 공사 등 온갖 힘든 일에 투입되어 영혼까지 갈려나가다 죽음을 맞이했다.
척계광의 원정군은 오래 전에 북해도를 떠났다. 그래서 해안을 따라 베링해를 건넌 뒤에 북아메리카 서부지역 해안을 타고 내려가 남아메리카 서부지역 해안을 거쳤다. 이후 남아메리카 최남단을 돌아 다시 동부 해안을 따라 북상했다.
이 과정만 해도 엄청났다.
척계광의 원정군은 숫자가 꽤 되었기 때문이 이렇게 움직이는 것만 해도 세월을 많이 잡아먹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는 일은 아니었다.
강력한 군대가 해안 순례를 하자 근처의 원주민들은 알아서 신국에 복속을 신청했다. 가끔 시비가 붙은 부족들은 쓸려 나갔다.
척계광은 덤비는 자들에게 자비를 보이지 않았다. 어설프게 착한 척을 하다가는 싸움이 더 길어질 뿐이기 때문이었다.
‘하룻강아지들은 한 번 눌러놔야지.’
척계광으로 인해 개척 사업은 엄청나게 활발해졌다. 내륙은 아직 손을 대지 못했지만 해안은 척계광의 원정군을 따라 움직인 이들이 영지로 만들어버렸다.
오랜 항해 끝에 척계광은 겨우 카리브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어쩌시렵니까? 바로 동쪽으로 갑니까?”
“흠, 에스파냐를 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산후안에서 좀 더 배를 만들도록 하지. 적당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해안을 따라 움직여 신대륙의 해안을 완전히 아국의 것으로 확실히 해야 한다. 몰래 넘어와서 사는 인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척계광은 서두르지 않았다.
‘신대륙 정복 따위로는 공을 세웠다고 말할 수도 없다.’
척계광은 더 큰 공을 세우길 원했다. 최근 들어서 이러한 욕망은 더욱 강해졌다. 노부나가가 엄청난 공을 세우고 있다니 마음이 살짝 급해진 것이었다.
하지만 급해진 마음과는 달리 척계광은 일을 서두르지 않았다. 어설프게 일을 서두르다가 원정군이 피해를 입으면 더 느려지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공을 세우더라도 입은 피해로 인해 공적이 폄하될 수도 있었다.
‘남만은 내 손으로!’
척계광은 숙적이라 할 수 있는 에스파냐를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셸란섬.
드레이크의 지속적인 약탈로 인해 많이 약해진 셸란섬의 군대는 보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끈질기게 버티게 해준 것은 바로 신을 향한 사랑이었다.
가슴에 품은 신앙심은 죽음의 공포를 잊게 해주었다.
신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야말로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 여겼기에 기쁜 마음으로 죽음의 전투에 뛰어드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노력이 꼭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쏴!”
대포가 불을 뿜고 신기전이 무수히 하늘을 날았다. 반항하는 자들에게 원하는 죽음을 내리는 무자비한 철퇴.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이순신은 전장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죽어가면서도 무기를 버리지 않는 이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어설픈 감정을 품지는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전장에서 구른 이순신에게 상대는 적일뿐이었다.
결국 셸란섬은 신국의 손에 떨어졌다. 이순신은 뒷정리를 예비군에게 맡기고는 바로 유틀란트 반도로 향했다.
셸란섬을 먹긴 했지만 덴마크는 아직도 건재했으니까.
덴마크는 결국 얼마 가지 않아 무너졌다. 그리고 이순신에게는 셸란섬이 영지로 주어졌다.
발트함대의 제독인 이순신의 공적을 인정한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