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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34화 (234/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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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

웁살라.

스웨덴의 수도로 요한 3세가 버리고 도망치려 한 도시에 다케다 신겐은 머물렀다. 건강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으음.”

‘여기까진가?’

왕궁에 들어선 다케다 신겐은 왕좌에 앉아보았다.

부하들의 도움으로 힘겹게 자리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홀에는 부하들이 모여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남들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앉은 기분은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좋구나.”

다케다 신겐은 눈을 감았다.

며칠 후, 신겐은 잠든 자리에서 눈을 뜨지 못했다.

신겐은 죽었지만 원정군에 별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보고를 받은 노부나가는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대책을 세워두었기 때문이었다.

‘서쪽의 바다.’

노부나가는 리투아니아를 벗어나 유틀란트 반도에 도착했다. 저항하는 덴마크군을 싹 잡아서 죽이고 덴마크인들을 노예로 삼았다.

‘하지만 완전한 서쪽은 아니다.’

신국의 서진은 완벽했다. 노부나가는 대륙을 가로질러 서쪽의 바다를 보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발트해는 진정한 서쪽의 끝이라 할 수 없었다.

‘포르투갈.’

포르투갈까지 점령해야 서쪽의 끝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포르투갈 아래로는 거대한 아프리카가 있었으나 그쪽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노부나가는 만족하지 않았다.

셸란섬의 영주가 된 이순신은 변함없이 업무에 충실했다. 수많은 미녀들을 안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여자와 술은 찾지 않았다.

“배가 만들어졌다고?”

“그렇습니다.”

프리깃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전쟁 도중 사로잡은 노예들 중 목수와 조선공들은 따로 조선소에 보내 배를 만들게 했다. 그 결과 프리깃을 빨리 완성할 수 있었다.

“시범 운행을 해야겠다.”

이순신은 바로 프리깃을 불러들였다.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더 넓은 바다로 나가야 했다. 넓은 바다를 지키려면 더 뛰어난 배가 많이 필요했다.

‘폐하의 말씀대로 전쟁을 없애야 한다.’

전쟁을 없애기 위해 전쟁을 한다. 억지력을 가지고 모든 적대 세력을 쳐부순다. 그럼 싸울 대상이 없으니 싸우지 못한다.

굉장히 폭력적인 방법이었다. 독재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순신은 이를 믿었다. 수많은 이들이 신유성의 사고방식에 공감했다.

어찌 되었든 세상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은 진정한 천하통일을 이룩하겠다는 뜻.

아무도 해내지 못한 천하통일에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잉글랜드, 런던.

신국의 상선이 런던에 들어섰다. 잉글랜드와 좋은 관계를 맺고 교역을 개방한 탓이었다.

이번에 런던에 들어선 신국의 상선은 아메리카의 은광에서 나온 은을 가져온 배였다. 원래라면 에스파냐로 가야 할 것이 잉글랜드로 온 것이었다.

“이 가게는 무엇을 취급합니까?”

“양모를 취급합니다.”

“다 얼맙니까?”

“네?”

“이 가게 물건 다 얼마냐고요. 다 사겠습니다.”

신국의 상인은 물건을 싹쓸이 했다. 그래도 돈이 남을 정도였다. 엄청난 기세로 교역소에 있는 물건들을 싹쓸이 해버리자 잉글랜드 상인들은 신국 상인들에게 달라붙었다.

“언제 또 오십니까?”

“그거야 가봐야 알죠.”

“그렇습니까?”

신국의 상인은 물건을 싹쓸이해도 아직도 어마어마한 양의 은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선소에 대량의 선박을 수주했다.

“조선소가 부족하면 투자 하겠습니다. 얼마면 됩니까?”

대형 조선소를 4개나 짓게 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땅을 임대하고 임시 거처를 짓는 공사를 했다.

“여기에 위그노들이 잠시 살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잉글랜드 귀족들은 당연히 허락했다. 임대료가 엄청나게 짭짤했으니까. 숲을 알아서 정리해주고 그곳에서 잠시 지내다가 떠난다면 지주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였다. 숲이 정리된 자리를 목초지로 만들면 양을 키울 수 있었으니까.

상인은 그래도 남는 돈으로 해적들을 고용했다.

“프랑스의 위그노를 임시 거주지에 데려올 겁니다. 약탈은 안 됩니다. 여러분에게 사람의 수만큼 돈을 드리죠. 단,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불평이 나오면 거래는 취소입니다.”

본격적으로 위그노를 빼돌리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 것이었다.

잉글랜드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지 않아.’

귀족들을 다루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이유는 오직 하나, 신국 때문이었다.

신국과 좋은 관계를 맺은 뒤 신국의 상인이 들락거렸다. 그럴 때마다 신국은 엄청난 양의 재화를 풀고 상품을 사주었다. 땅도 임대했다.

땅을 잃은 농민들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신국에서 데려간 것이었다. 귀족들은 좋아했다. 돈을 더 벌 수 있으니까.

‘멍청한 것들.’

하지만 여왕은 자신의 권력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좋지 않은 미래를 예감했다.

‘어떻게 하지?’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프랑스에 기댈 수도 없었고 에스파냐에 다시 손을 내밀수도 없었다. 만약 신국을 몰아내기 위해 에스파냐와 손을 잡으려 한다면 이번에는 귀족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반란을 일으키겠지.’

엘리자베스 1세는 자신이 외통수에 몰렸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엘리자베스 1세보다 더 큰 부를 가진 존재가 나타나 돈을 뿌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나?”

결국 엘리자베스 1세는 청혼을 하기로 했다. 목표는 물론 신유성이었다.

여왕의 결정에 귀족들은 당연히 환호했다.

잉글랜드, 스트랫퍼드.

“여보 나왔어!”

존 셰익스피어는 집에 들어서며 외쳤다.

“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일찍?”

“하하하! 내가 말이지!”

존 셰익스피어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피혁가공업과 농사를 동시에 하고 있었던 존에게 갑자기 의뢰가 밀려들어왔다.

더 많은 가죽을 생산할 수 없냐는 의뢰였다. 런던에서 일어난 싹쓸이 사태 때문에 물품이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창고에 쌓아두었던 물건들은 단숨에 다 팔려나갔다. 상인들이 찾아와 경쟁적으로 물건값을 올려서 사갈 정도였다.

기분 좋게 물건을 다 팔아버린 존 셰익스피어는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

“정말 다행이네요.”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존 셰익스피어는 은근한 목소리로 아내에게 속삭였다.

“아예 신국으로 넘어가는 게 더 좋을 거 같아.”

“예?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게 말이지.”

잉글랜드의 농민들 사이에서 묘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소작농이던 자들이 땅을 잃고 떠돌다가 어느 날 사라진다는 것. 여기까지는 괴담 수준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신국의 상인을 수행하는 수행원이 되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그 상인 밑에서 일하는데 신국에 다 자기 땅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신국에 넘어가기만 하면 돈을 크게 만질 수 있다나봐.”

“소문만 믿고 어떻게 그래요? 안돼요.”

존의 아내는 단호했다. 존도 이성적으로는 아내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 마음은 모험을 시도해보지 않겠느냐고 충동질이었다.

“절대로 안돼요.”

못을 박아버리는 아내의 말에 존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가지고 온 거대한 햄을 잘라 맥주와 함께 먹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제 9살이 되었을 뿐이었다. 아직 어린나이였다. 밖에서 좀 놀다 돌아온 윌리엄은 존이 사온 햄덩어리에 달라붙은 두 누이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몰래 먹으려면 적당히 좀 먹어. 돼지들아.”

“이게?”

“너도 먹어.”

윌리엄의 바로 위 누나는 성질을 냈지만 큰 누나는 햄을 억지로 윌리엄의 입에 쑤셔 넣었다.

“이제 너도 공범. 닥치고 있어.”

입을 우물거리던 윌리엄은 고개를 흔들며 방으로 돌아갔다.

윌리엄의 집안은 유복했다. 중산계층인 존 셰익스피어 덕분이었다. 땅을 가지고 있으며 피혁가공업까지 하는 기술이 있어 돈을 꽤 잘 벌었다.

‘아, 가죽 만지기는 별론데.’

하지만 윌리엄은 가죽을 만지고 싶지 않았다. 농사도 싫었다.

‘일하고 싶지 않다.’

이제 9살이라고 하지만 집안일을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었다. 슬슬 진로를 정해야 할 때가 되자 모친에 의해 부친이 일하는 곳에 가서 일을 구경하기라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지내며 일을 배우고 거래를 배우며 자라면 자연스럽게 뒤를 잇는 것이었다.

더구나 윌리엄은 장남이었다.

위에 있는 두 누나는 결혼하면 집을 나가게 되지만 윌리엄은 집안의 가장이 되는 것이었다.

‘학교에 가고 싶은데.’

몸을 쓰는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가죽 처리하는 곳의 냄새는 불쾌했다. 농사일은 힘들었다. 어쩌다 한 번 도와주는 것이라면 할 수 있겠지만 평생 그 일을 해야 할 생각을 하니 앞이 막막했다.

어린 윌리엄은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해.’

방구석에 잠시 얌전히 앉아있던 윌리엄은 저녁 먹으란 소리에 일어났다.

“아름답군.”

런던에 도착한 드레이크는 스트랫퍼드에 들렸다. 막대한 보물을 가지고 돌아온 드레이크 해적단은 환대를 받았다. 세금으로 엄청나게 뜯기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세금으로 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신국의 은행에 보관되어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해적들은 신국의 은행에 저금을 했다. 세금으로 잉글랜드에 뜯기기 싫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배에는 부피가 큰 밀과 같은 것들을 잔뜩 실었다. 물론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보물도 좀 실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런던에 도착한 드레이크는 바로 신국의 상인을 찾아갔다.

“잉글랜드의 땅을 사겠습니다. 돈을 빌려주시죠.”

“물론입니다.”

명목상으로는 돈을 빌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사실은 신국의 은행에 있는 돈을 상인에게 이체하는 것이었다.

신국의 은행에 있는 돈을 쓰기 위한 방법이었다.

상인은 어음을 받고 보물을 내주었다. 드레이크는 이미 신용이 확실한 남자라는 것은 잉글랜드에 온 신국 상인들 사이에 끼어 있는 은행 직원이 확인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디에 땅을 사실 예정입니까?”

드레이크는 도버에 땅을 사고 싶었다. 도버는 굉장히 중요한 항구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버의 땅을 무작정 사다보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상인의 조언에 일단 여기 저기 땅을 사두라는 말을 들었다.

“런던 북부에도 땅을 좀 가지면 어떻겠습니까? 그곳에 소작농들이 잠시 지낼 곳이 필요하거든요. 임대료는 드리죠.”

“그런 것이라면 당연히 해드려야죠.”

드레이크는 런던 북부에 있는 스트랫퍼드에 땅을 조금 샀다. 이후 도버로 향해 땅을 마구 사들였다. 드레이크의 부하들과 해적들도 경쟁적으로 도버를 비롯해 여기 저기 땅을 사기 시작했다.

지주가 아니라서 땅에서 쫓겨났던 자들의 땅 욕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스트랫퍼드에 때 아닌 건설 호황이 불었다.

드레이크가 땅을 산 이후 불어 닥친 광풍이었다. 스트랫퍼드의 서쪽에 살던 해서웨이 집안에도 영향을 미친 광풍이었다.

“해적이 지주라.”

“아버지.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아, 그래. 알았다.”

앤은 아버지가 드레이크라 불린 해적을 부러워하는 것을 보며 말렸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해적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가겠다고 할 것 같아서였다.

“식사 하셔야죠.”

“알았다.”

17살이 된 앤은 모친을 대신해 집안을 챙기고 있었다. 살림을 하며 동생들을 돌보았다. 가끔 청혼하는 남자들이 있긴 했지만 앤은 동생들을 챙겨야 한다며 이를 거절했다.

앤은 착실한 여자였다.

앤의 아버지는 식사를 준비하는 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집안에 보내야 할 텐데.’

좋은 집안과 연결되는 것은 여러모로 중요했다. 금전적으로 곤란을 겪지 않는 삶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라 여겼다. 주변을 둘러보면 돈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는 이들이 흔했으니까.

‘신국의 상인과 이어지면 딱 좋겠는데.’

앤의 아버지는 앤을 더 좋은 집안에 보내기 위해 알아보기로 했다.

물론 앤이 좋은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게 되면 앤만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앤의 가족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런던에 언제 한 번 갔다 와야겠어.’

앤의 아버지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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