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신의 유희-235화 (235/271)

0235 / 0271 ----------------------------------------------

광풍

타흐마프스 1세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이후 페르시아는 어이 없이 무너져 내렸다. 새롭게 왕을 내세운 뒤 뭉쳐서 싸워야 하지만 왕위를 놓고 다투는 후계자들 때문에 무너졌다.

전시에 왕위를 내주게 되면 그것으로 왕위는 영원히 멀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전쟁 중에 자신의 파벌의 안전을 도모하며 서로 다른 파벌에게 전투를 미룬 탓이었다.

뭉치지 못한 군대는 약하다.

신무기로 무장한 신국의 군대 앞에 페르시아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페르시아를 꿀꺽한 신유성은 아라비아 반도로 진격하도록했다.

“노예로 잡은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 아라비아 반도를 나에게 바치면 노예에서 풀어준다고 전해라.”

“폐하의 뜻대로 이뤄질 것입니다.”

신유성이 자비를 내렸다는 사실에 수많은 페르시아인들은 감동했다. 노예에서 풀려날 기회를 얻자 노예가 되었던 이들은 전투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사막에서의 전투는 어려울 것도 없었다. 전투보다 어려운 것이 보급이었는데 보급은 너무나 쉽게 이뤄졌다. 해안은 후지바야시 켄이 매일 같이 탈탈 털어서 완전히 비어 있었다.

페르시아를 일찌감치 정리해버린 신유성은 지도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이란을!’

페르시아를 온전히 손에 넣었다는 사실에 신유성은 기뻐했다.

‘얼른 유전을 개발하고 싶은데.’

하지만 시기 상조였다. 무엇보다 제대로 통제가 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복은 했지만 치안은 불안했다. 사람들이 겉으로는 복종한다고 해서 그게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복종이 아닌 경우는 흔하니까.

‘시간이 좀 걸리겠지.’

석유를 뽑아낸다고 해도 아직 기술 부족으로 완벽하게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신국의 과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지만 학회를 통해 제대로 정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아라비아 반도다. 일단 메카와 메디나를 집어 삼키면 미친 듯이 몰려오겠지.’

아라비아의 공략은 의외로 간단했다. 사막을 점령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사막 부족들이 이리 저리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사막의 지리를 잘 모르는 군대는 헤매게 된다.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대군이 방황하다가는 몰살당하기 딱 좋다.

하지만 사막 부족을 목표로 하지 않고 성지를 점령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성지를 되찾기 위해 발악을 하겠지. 하지만 항복하는 놈들에겐 성지의 출입을 허가해주면 된다.’

일정 지역을 점령하고 방어를 굳히는 것이야말로 신국의 특기였다.

‘홍해 쪽으로 가서 빨리 예루살렘으로 진격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하지만 신유성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오스만 제국을 좀 더 흔들 생각이었다. 최근 들어 유럽에서는 신국을 악마의 제국이라며 선동을 하고 있었다.

십자군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소리가 신성 동맹을 통해 나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암묵적으로 오스만 제국을 공격하는 일을 멈췄다는 것.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면 신성 동맹이 신국과 맞대결을 해야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신성 동맹은 오스만 제국을 방치했다. 신국과 싸우라고.

그렇지 않아도 오스만 제국은 신국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이유로 신유성도 오스만 제국을 표적으로 삼았다.

‘오스만 제국을 무너뜨리고 지중해로 간다!’

사막을 횡단할 생각은 없었다. 아프리카를 거쳐 빙 돌아서 지브롤터 해협으로 갈 생각도 없었다. 홍해로 들어가 이집트를 접수하면 바로 지중해와 접할 수 있었다.

‘수에즈 운하만 있었다면!’

운하가 있었다면 배를 타고 지중해로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운하가 없으니 배는 따로 움직여야만 했다.

지도를 보며 이런 저런 궁리를 하던 신유성은 출출함을 느꼈다.

“양고기를 먹겠다.”

각종 향신료로 양념을 해두었던 양고기가 구워져서 나왔다. 고기 부위는 갈비.

양갈비를 들고 뜯자 부드럽게 입안에서 분해되었다.

‘음, 맛있군.’

황실 요리는 모두 신유성의 입맛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은 곧 신국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에 따라 간을 다르게 하지만 기본적인 레시피는 결국 황실의 것이었다.

고기를 뚝딱 해치운 신유성은 운동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미녀들은?”

“준비 되었습니다.”

페르시아 미녀들이 준비 되었다. 복속했던 지방 권력자들은 미녀 대회란 것을 알게 되자 제발 페르시아의 여인들을 참가시켜달라며 애원했다.

그렇게 해서 뽑은 2명의 페르시아 미녀는 각종 교육을 받은 끝에 신유성의 침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서 여인들이 엎드려서 엉덩이를 들고 흔들었다.

신유성을 맞이하는 인사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주녹정이 엉덩이라도 흔들어서 인사하라고 시킨 것이었다.

궁녀들 중에 페르시아어를 익힌 궁녀가 없었다면 페르시아 미녀들은 조선어를 배울 때까지 침실에 들어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환영의 뜻을 표하는 엉덩이들을 보며 신유성은 팔을 들었다. 그러자 궁녀들이 신유성의 옷을 벗겨주었다.

신유성은 페르시아 미녀들의 엉덩이를 향해 다가갔다.

페르시아에서 온 여인들은 연신 신음을 흘리며 신유성을 맞이했다. 두 여인은 차례로 신유성에게 순결을 잃으면서 아파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관계가 끝나자 다른 미녀들이 신유성의 곁으로 다가왔다.

신유성은 당연하다는 듯 미녀들의 엉덩이를 즐겼다. 하지만 그 중에 주녹정을 비롯한 여인들은 없었다.

예전에는 주녹정이나 나츠와 함께 동침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럴 수 없었다.

주녹정과 나츠 그리고 체첵과 사르나이가 임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독수공방을 하는 일은 없었다.

이젠 주변에 건드릴 수 있는 엉덩이가 넘쳐나고 있었으니까.

“폐하께서 오래 머물러 주셨으면.”

“이를 말인가? 황후께서 회임하셨으니 그냥 한 십년 정도 지내야 하시지 않겠나?”

신유성이 머무는 곳은 엄청나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저마다 신유성이 오래 머물기를 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신유성이 오래 머물러야 계속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유성 덕분에 물류가 집중되고 있었고 부동산은 물론 많은 것들이 발전하는 중이었다.

직물 공장은 물론 종이 공장도 세워졌다. 제철소와 조선소 등 중요한 시설도 차례차례 들어섰다. 항구는 더욱 거대해졌으며 상인들이 줄을 지어 모여들었다.

군대 보급품 주문도 멈추질 않았다. 신유성이 뿌려대는 돈은 끝이 없었다.

상인들에게 신유성은 그야말로 재신이었다.

때문에 떠나지 않길 원했다. 하지만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오래 머물기를 원하는 선에서 그쳐야만 했다.

“그런데 요즘 해군이 부쩍 늘어난 것 같지 않나?”

“늘어나면 좋지.”

상인들은 열심히 정보 교환을 하면서 돈벌이에 다시금 집중했다.

한편, 거리에서 잠시 이야기를 엿듣던 김시민과 곽재우는 다시금 거리를 둘러보기에 바빴다.

“참으로 세상은 넓구나.”

곽재우의 말에 김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국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두 사람은 결국 군인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세계에 대해 배우기는 했지만 직접 몸으로 겪어보니 충격이 상당했다.

“아직도 세상을 다 보진 못했죠.”

“그래, 더 봐야지.”

“얼른 돌아가죠. 슬슬 떠날 때가 되었으니까.”

“음, 잠깐만. 여기 먹을 것 좀 더 사고.”

곽재우는 먹을 것에 집착을 보였다. 그런 곽재우를 김시민은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옆에서 슬쩍 도우며 먹을 것을 더 샀다.

두 사람은 먹을 것을 산 뒤에 배에 올랐다. 배는 횽해로 향하는 육군을 실은 배였다.

앤의 아버지는 인근에 적당한 혼처가 있는지 수소문해보고 다녔다. 하지만 전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젠장, 우리 앤한테는 안 어울리는 놈들뿐이니.’

딸을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을 가진 앤의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오셨어요?”

집에 도착하니 앤이 나와 인사했다.

“그래, 별 일 없지?”

“없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아직.”

“기다려 주세요.”

앤은 바로 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열심히 집안일을 하는 앤을 보며 앤의 아버지는 좀 더 좋은 혼처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굳혔다.

다음 날, 앤의 아버지는 결국 목사를 찾아갔다. 상담을 위해서였다. 자신이 가진 인맥만으로 해결을 할 수 없으니 결국 목사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교회는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모이는 일종의 사교 장소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딸의 혼처를 찾는데 마땅한 사람을 찾기가 힘듭니다.”

“좋은 혼처를 찾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요. 최근에는 벌이가 시원치 않아 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늘어났으니 더 심할 겁니다.”

“네.”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 양을 키우는 사업이 점점 늘어나며 소작농들은 점점 갈 곳을 잃었다. 이들 때문에 런던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는 범죄율이 올라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먹고 살 길이 없으니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늘어난 것.

사기꾼도 많이 늘어났다.

“최근 들어 신국과 교류가 많아졌으니 차라리 신국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예전에 잉글랜드를 떠났던 사람들이 신국 사람이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신국은 믿을만한 나라지요. 신국의 상인들을 수행하는 수행원으로 돌아왔다고 하는데 돈을 물 쓰듯 쓴다고 합니다.”

“그게 더 의심스럽습니다.”

“사람은 오래 얼굴을 마주해도 알기 힘든 존재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가 아니겠습니까?”

“음.”

앤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는 남자를 원했다. 장래가 밝으면 더더욱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신국 사람은 딱 좋은 혼처로 보였다.

최근 들어서 잉글랜드와 신국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기에 신국에 대한 인상은 매우 좋은 편이었다.

“얼마 전에 스트랫퍼드에 땅을 산 드레이크씨가 알려준 바에 의하면 곧 신국 사람들이 몰려올 거라고 하더군요.”

“아!”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명성은 앤의 아버지도 들어보았다.

엄청난 양의 보물을 가지고 돌아온 대해적이었다.

해적이 돈을 엄청나게 벌어 스트랫퍼드에 땅을 샀을 땐 다들 깜짝 놀랐다. 은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남는 돈을 조금 투자하는 거라고 했다.

“드레이크씨가 산 땅에 임시 주거지가 지어지면 신국 사람이 많이 올 테니 그때 한 번 그쪽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으음 일단 알겠습니다.”

목사의 이야기에 앤의 아버지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교회를 나섰다.

한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두 누나와 함께 햄을 몰래 잘라 먹었다.

“그만 먹어 돼지야.”

“돼지가 누굴 보고 돼지래?”

둘째 누나와 윌리엄은 싸웠다. 공범이 된 윌리엄은 이제 경쟁적으로 햄을 먹어댔다. 햄의 짭짤한 맛은 중독성이 있었다.

결국 햄은 몽땅 다 사라졌다. 마지막 조각은 큰 누나의 입으로 사라졌다.

“어쩌지?”

햄 덩어리가 사라진 뒤에야 세 사람은 걱정이 생겼다.

“개가 물어갔다고 하자.”

“그럴까?”

“아니야. 그냥 모른척 하는 게 최고야.”

두 누나가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 윌리엄은 뒤로 빠졌다. 그리고는 집을 빠져나갔다.

‘알아서들 하시라고.’

윌리엄은 골치 아픈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장남이라서 혜택을 받는 것이 있으니 혼날 상황이 되더라도 그냥 두 누나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이었다. 존 셰익스피어는 윌리엄에게 살짝 무른 면이 있었다.

신나게 밖에서 뛰어논 윌리엄은 저녁 때가 되자 조심스럽게 집으로 돌아왔다. 예상대로 두 누나는 엄청나게 혼나는 중이었다.

밥도 못 먹었다.

윌리엄은 그런 누나들을 외면하고 차려진 밥을 입에 넣었다.

밤이 되자 윌리엄의 두 누나는 윌리엄의 방으로 쳐들어왔다.

“나쁜 자식. 혼자만 빠져나가?”

장남이라고 별로 혼나지도 않고 대접을 받는 것에 질투를 느낀 둘째 누나가 복수를 위해 꼬집었다. 윌리엄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곁에 선 큰 누나는 웃으며 내려다 볼 뿐이었다.

하지만 응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멈췄다.

“자, 그럼 이제 시키는 대로 해.”

큰 누나는 소꿉놀이를 시작했다. 아니, 소꿉놀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연극이었다.

“니가 왕자님이야. 대사 잘 외웠지?”

“응.”

잠시 뒤, 큰 누나는 윌리엄을 애처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우린 이뤄질 수 없어요.”

“줄리에트. 사랑합니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손을 잡힌 큰 누나는 상상에 빠져 있었다. 멋진 남자와의 로맨스가 머릿속에서 떠다녔다. 그러나 상상은 언제나 상상일 뿐 깨어보면 허망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현실에 구현해보고자 이렇게 작은 연극을 하는 것이었다.

윌리엄은 대사 하나 틀리지 않고 어울려주었다.

‘어휴. 내가 얼른 크던가 해야지.’

아직 9살이기에 두 누나의 힘에 반항할 수 없는 윌리엄이었다.

“사랑하오.”

“왕자님!”

연극의 끝은 큰 누나와 윌리엄의 가벼운 입맞춤으로 끝났다. 그러나 모두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내 차례야.”

둘째 누나의 차례가 남아 있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렇게 두 누나의 욕망에 어울려주다 늦게 잠들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