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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36화 (23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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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

완성된 프리깃을 시험한 이순신은 더 이상 발트해에 머무르지 않았다.

발트해는 캐럭을 비롯한 구형 함선들을 위주로 순시만 돌게 했다.

프리깃을 비롯한 갤리온들로만 이루어진 함대를 꾸린 이순신은 바로 북해로 돌입했다.

유틀란트 반도를 지나며 오슬로의 선박들을 꽁꽁 묶어버리고 수송선에 탔던 육군으로 점령해버렸다. 이후 이순신은 해협을 지나 북해로 나왔다.

“잉글랜드의 깃발을 달지 않은 배들은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

가차 없었다.

상선이건 군함이건 이순신의 함대에 걸리면 무조건 박살이었다.

“쏴!”

갤리온들은 상당히 뛰어난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순신이 만들도록 한 프리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전열함을 개조해 포문을 줄인 대신 속도를 높인 프리깃이었다.

화력에서는 갤리온을 뛰어넘었으며 기동성도 갤리온을 약간 상회했다.

이순신이 탄 프리깃은 도주하려는 적들을 끝까지 쫓아가 침몰시켰다.

아무도 도망칠 수 없었다.

“런던으로 간다.”

무려 50척에 달하는 배들을 침몰시킨 뒤에 이순신은 보급을 위해 런던으로 향했다.

런던은 대호황을 맞이했다. 셸란섬이 신국에 떨어진 뒤로 신국과의 교역이 눈에 띄게 늘어난 덕분이었다.

양모는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비싸게 불러도 신국은 사주었다. 그리고 신국에서 들어오는 강철 제품이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제품은 인기가 많았다. 색깔은 은을 닮았는데 녹슬지 않는 점이 큰 인기였다.

식칼부터 냄비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었다. 집집마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주방기구를 갖추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기에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여러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잉글랜드의 상인들은 환호했다.

신국과의 교역으로 부자가 된 자들이 속출했다. 특히 특산품인 위스키를 파는 상인들은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

“허허, 이거 위스키가 이렇게 잘 팔리다니.”

위스키 값이 고공행진을 했다. 신국과 교역을 하다 보니 신국의 배에 탄 선원들이 좋은 술이라면 비싼 돈을 내고도 사 마신 덕분이었다. 신국은 상인뿐만이 아니라 군인과 선원들도 돈이 많았다.

잉글랜드 사람들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도 신국 선원들은 싸구려 빵 사먹는 것처럼 쉽게 사 먹었다. 이 때문에 신국의 상인과 선원들만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주점이 생길 정도였다.

잉글랜든 사람들도 사용할 순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돈 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신국 사람들이나 부담 없이 쓰는 정도였다.

그러던 차에 이순신의 함대가 런던항에 들어섰다.

외국의 함대가 항구에 들어오는 것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런던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귀족들이 모두 원하는 일이었으니까.

“허억! 저것이 신국의 함선인가?”

“무시무시하군!”

항구 관리부터 수많은 이들이 함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갤리온에서는 살짝 놀라는 정도였지만 프리깃을 본 순간 기가 죽은 것이었다.

‘저런 배가 있으니 신국이 바다에서 강한 것이구나!’

‘얼른 저 배랑 비슷한 것을 만들어야 해!’

힘을 원하는 귀족들은 프리깃을 본 순간 반했다. 이제부터 벌어들인 돈을 프리깃 건조에 쏟아 부을 태세였다.

프리깃이 정박하자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함대의 제독인 이순신은 수많은 귀족들의 초대를 받았으나 이순신은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보급한 뒤 싸우러 가야한다.”

이순신의 관심사는 오직 적을 쳐부수는 것에 있었다. 귀족들을 만나 권력을 잡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권력을 사랑했다면 셸란섬의 영주가 된 순간 제독의 자리를 내놓고 한양의 의회에 입성하면 될 일이었다.

의회에 입성해서 파벌을 이루고 수장이 되는 편이 잉글랜드 귀족을 만나는 것보다 권력을 키우기 더 좋았다. 하지만 이순신은 권력 투쟁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적이란 존재를 모조리 때려눕힐 생각밖에 없었다.

이순신은 런던에 있는 은행 지부를 찾아갔다. 신대륙에서 넘어온 배들 중 상당수는 은행 직원에게 은을 넘겼다. 그러면 은행 장부에 운송비를 포함한 돈이 입금되었다. 이렇게 들어온 은은 은행 구좌를 가진 이들이 런던에서 돈을 쓸 때 쓸 수 있도록 사용되었다.

은행은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은행 지부가 셸란섬에 있긴 했지만 런던에 임시로라도 지부가 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때문에 은행 직원이 런던항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보급이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직접 처리하도록 하죠. 또 다른 것은 필요 없으십니까?”

“없다.”

이순신은 바로 나갔다. 그리고는 기함인 프리깃에 다시 타고는 출항할 때까지 배에서 내리질 않았다. 과거 인도 지역에서 있었던 암살 사태 때문에 이순신은 방심을 풀지 않는 것이었다.

한편, 해병들은 주점에서 신나게 돈을 썼다.

“위스키! 생명수답구나!”

“크아! 한 병 더!”

“그냥 마시는 것도 재미없으니 이렇게 마시자!”

누군가 위스키와 보드카를 섞었다. 혹은 거품이 가득한 흑맥주에 위스키를 섞기도 했다.

낄낄거리며 주정뱅이가 된 해병들은 신나게 마시고 떠들었다.

주변에는 다른 손님들도 있었으나 아무도 해병들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신국의 해병들이 어떠한 일을 하고 런던에 도착했는지 주점 안에 이미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냥 다 박살냈다는데?”

“어휴 이 기세라면 남쪽까지도 그냥 내려가겠어.”

“다 제독의 능력이라고 하더라고. 해전의 귀신이라고 하던데?”

해병들과 이순신에 대한 소문이 파다했다.

“에스파냐라고 하면 일단 박살낸다더라.”

“좋지 뭐! 신국이여 영원하라! 크크크크.”

잉글랜드의 에스파냐에 대한 원한은 보통이 아니었다. 종교적 문제 때문에 탄압을 받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치적인 문제와 엮여서 생긴 일이라고 하지만 탄압의 대상이 된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종교 탄압일 뿐이었다.

때린 놈은 잊고 지낼 수 있을지 몰라도 맞은 사람의 원한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

에스파냐에 대한 원한은 쉽게 지워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사회의 근간을 이루던 문화인 종교적인 일로 문제가 생겼으니 갈등의 골은 더욱 깊었다.

때문에 잉글랜드 사람들, 잉글리쉬들은 신국을 반겼다. 에스파냐라는 숨 막히도록 거대한 적국에 대항할 수 있는 신국이 자신들과 같은 편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퍼지자 수많은 이들이 해병들과 어울리며 놀았다. 그리고 신국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왔고 신유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리고 하나의 소문이 광풍을 일으켰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요즘 신국의 황실에서는 황후가 직접 미녀를 뽑는 행사를 연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뽑힌 미녀들은 황제와 동침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허허허.”

이야기를 들은 잉글랜드 귀족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황제와 동침이라고?’

“그게 사실인가? 잘못된 소문은 아니고?”

“신국에 복속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미 많은 여인들이 신국의 황제와 동침했다는 소문입니다.”

미녀 대회의 일은 숨긴다고 해서 숨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신유성도 딱히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장려한 측면이 있었다.

각 지역의 여인들과 관계를 맺을 때마다 해당 지역의 사람들이 신유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자신들에게도 피가 연결된 황족이 생긴다는 안정감이었다.

잉글랜드 귀족은 점점 흥분했다.

‘그렇다면 나의 딸들도?’

귀족은 순간 자신들의 딸들이 신국의 황제와 이어지는 것을 상상했다. 이어지기만 하면 모르긴 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권력을 쥘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녀 대회에 대해 좀 더 알아내! 어서!”

“네!”

귀족들은 미녀 대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졸지에 해병들에게 비싼 위스키를 사주겠다는 부자들이 줄을 섰다. 해병들은 넙죽넙죽 술을 받아 마시며 미녀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해서웨이 집안의 앤 해서웨이는 갑자기 흥분해서 돌아온 아버지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제가 되겠어요?”

“그래도 모르는 일 아니냐? 한 번 해보자! 어때서 그래?”

“아버지.......”

황제의 여인이 되는 것이 그리 쉬울 리가 없다고 앤은 생각했다.

‘나 같은 시골 여자를 황제가 좋아할 리가 없어.’

해봐야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앤은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설득하는 아버지 때문이었다.

“요즘 같은 때에 좋은 혼처를 구하기도 힘들다. 일단 예선에 서류신청만 해도 된다니까. 응? 소문이 크게 날 것도 없고.”

“알았어요. 아버지 뜻대로 하세요.”

결국 착한 앤은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미녀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스트랫퍼드에 한두 집이 아니었다.

존 셰익스피어의 집.

“이제부터 햄은 금지다.”

“살도 좀 빼고. 아름답고 정숙한 여자가 되어야지.”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존 셰익스피어는 큰 딸과 둘째 딸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런던에서 온 상인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존은 미녀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두 딸의 눈빛이 몽롱하게 풀어졌다.

“정말인가요? 정말 신국의 황제 폐하를 만날 수도 있다는 건가요?”

스트랫퍼드에도 퍼진 신국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환상을 안겨주었다. 특히 드레이크가 땅을 산 뒤 가끔 들리는 신국 상인은 엄청나게 돈을 뿌려댔다. 지역 경제가 엄청나게 활성화되자 신국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거리가 넘쳐흐르고 먹고 살 길이 열렸으니까.

그렇기에 신국의 황제가 가진 부에 대한 이야기가 전설처럼 퍼지고 있었다.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금화로 가득한 보물 창고를 가진 제국의 황제라는 이야기가.

아주 오래 전에 브리튼 섬을 강타했던 멀린과 아더왕 이야기처럼 신유성의 이야기는 최고의 인기를 끄는 소재였다.

“그래, 지금 다른 집 여자애들도 신청한다고 난리다. 일단 예선만 통과하면 돼. 예선만 통과하면 본선에서는 침실에 들어가는 순서를 정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아아! 제가 될까요?”

큰 딸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

“해봐야 알지!”

“할게요! 하겠어요!”

존의 두 딸은 바로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부터 먹는 것은 조심하고. 너무 먹어서 뚱뚱해지면 안 예쁘지 않냐?”

“그래도 뚱뚱한 여인을 좋아하실 수도 있지 않나요? 전에 봤던 베카는 뚱뚱했는데 피터씨가 좋다고 따라다녔잖아요.”

“그건 그녀석이 특이한 거고. 어쨌거나 이제부턴 조심해야 한다. 아파도 안 되고. 그리고 조선어 공부도 좀 하고!”

“아.......”

공부하라는 말에 기운이 쏙 빠지는 두 딸을 보며 존은 한숨을 내쉬었다.

“열심히 해야 한다. 나중에 신국 사람하고 결혼하려면 조선어 정도는 해야지!”

“네, 알겠어요.”

존은 황제와 연결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신국 상인과 혼인을 시킬 결심을 했다. 그러다 문득 장남인 윌리엄을 떠올렸다.

“윌리엄! 너도 공부하는 거다!”

“네.”

한쪽에서 가만히 구경하던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졸지에 조선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미녀 대회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자 런던에 있던 이순신은 임시로 참가 신청자의 서류를 맡아두는 업무를 하게 되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신국 은행 직원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은행 직원은 단순히 은행 업무만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북해도에서 교육 받은 요원이기도 했다. 런던에 은행 직원으로 파견되어 업무를 보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일이었다.

은행 직원으로서 하는 일이 많다보니 결국 어쩔 수 없이 힘을 빌려야 했다. 그리고 때 마침 런던에 들린 이순신이 있기에 도움을 요청했다.

“폐하를 위한 일이다.”

이순신은 군말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바다에 나가 적을 때려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녀 대회 신청자의 서류를 보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심사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나?”

“심사를 하실 분들이야 곧 오시겠지요. 하지만 일단 심성이 어떤지는 살펴봐야 아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건 너무 많군.”

“그래서 문제입니다.”

하루가 지나면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덕분에 잉글랜드에서는 잠시지만 종이 값이 폭등하기도 했다.

“이게 끝이 아닐 것 같습니다.”

“으음. 방법을 생각해야 하겠군.”

“그렇습니다.”

잉글랜드는 물론 소문을 들은 스코틀랜드에서도 신청서가 날아오고 있는 판이었다. 되든 안 되든 일단 신청하고 보는 사람이 어마어마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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