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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
잉글랜드.
엘리자베스 1세는 신국의 함대와 함께 돌아온 헨리 윌리암스 1세와 마주하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해보라.”
“거절당했습니다.”
부들부들. 엘리자베스 1세의 주먹이 떨렸다.
“이유는?”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사실대로 말한다면 상처가 더 벌어질 수 있었다. 거절당했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였지만 여기서 상처를 하나 더 안겨줄 수 없었다. 결국 헨리는 적당히 꾸몄다.
“아내가 많은 남자였습니다. 제가 본 것만 해도 20명이 넘었습니다. 신국의 황실은 황제가 여자를 여럿 거느리는 것을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날선 목소리가 재촉했다.
“사실 워낙 거대한 제국이다보니 별 흥미를 못 느끼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
엘리자베스 1세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했지만 한숨을 내쉬었다.
‘큰 것은 사실이니까.’
분노를 조절하며 이성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같이 온 배들은?”
“신국 함대의 일부입니다.”
“그렇군.”
런던에 들어온 전열함은 그 어느 배보다 거대했다. 이순신의 프리깃만해도 잉글랜드는 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하지만 그 프리깃조차 압도하는 전열함에는 기가 질렸다.
싸운다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절망이 느껴지는 배였다.
엘리자베스 1세는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이야기를 듣고 많이 궁금했다.
이어진 대화는 온통 신국 함대와 신유성에 대한 것들이었다.
알현을 끝낸 헨리는 다른 귀족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들과 함께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대단합니까?”
“합스부르크보다 더 강합니다.”
헨리는 후장식 권총을 떠올렸다. 전장식 총기밖에 모르던 헨리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이엇다. 후장식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빠른 시간 안에 여러 발을 쏘는 총들을 보면서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리고 안내를 받아 살펴본 공장 또한 엄청났다. 직물이 쏟아지는 공장의 생산력에 입이 쩍 벌어졌었다.
생산력으로는 신국을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합스부르크 가문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헨리는 신국의 신하가 된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제 집으로 가죠.”
“하하하! 이거 기대되는 군요.”
헨리는 신유성이 챙겨준 선물들을 사용할 셈이었다. 딱히 신국에 복속하도록 귀족들을 설득하란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친하게 지내는데 쓰라며 안겨준 선물들이 상당했다.
귀족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그래서 헨리는 적극적으로 기회를 이용하기로 했다.
‘신국의 신하라는 것을 밝힐 순 없지만 슬쩍 이야기를 흘리는 거야 뭐.’
세력을 만들어 의회에 입성한다.
거대한 제국의 경영에 뛰어들 생각에 헨리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잉글랜드 미녀 대회 2차 예선은 치열했다.
잉글랜드만이 아니라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웨일스에서도 모인 소녀들이 상당했다. 이들은 함께 지내며 생활하게 되었다.
“정말 힘들다.”
“그래도 할 만하잖아.”
앤 해서웨이는 곁에서 칭얼거리는 셰익스피어가 자매를 달랬다. 2차 예선은 합숙이었다. 조를 나누어 합숙하며 과제가 주어지면 수행을 하는 것이 일과였다. 수행 결과에 따라 심사가 진행된다는 이야기에 다들 승부욕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앤은 왜 그렇게 의욕이 없어? 이기고 싶은 거 아니야?”
“이기면 좋지만 그래도 남을 상처 입히고 싶지는 않아.”
많은 소녀들은 이기기 위해서 노력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앤은 그런 일을 당해도 항의하지도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셰익스피어가 자매는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앤을 보조할 뿐이었다.
“그래도 그 스코틀랜드년 확 때려주고 싶은데.”
“맞아! 때려줘야 해!”
셰익스피어가 자매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굉장히 사이가 안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라이벌 의식이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그런지 방해 공작이 심했다. 심지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로 진영이 나뉘어져 전쟁이라도 벌이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자들의 전쟁.
한 남자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치열했다. 그러는 사이 아일랜드나 웨일스쪽 소녀들이 어부지리를 노리자 서로 눈치를 보는 일도 생겼다.
“안 돼. 나중에 함께 폐하를 모시게 될지도 모르는데.”
“우린 안 될 거 같은데?”
“맞아. 점수 낮잖아.”
“그건 그러네.”
“그럼 때려주자!”
“그래도 안 돼.”
“왜?”
“스트랫퍼드 여자들이 사납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셰익스피어가 자매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노가 식었다.
“어쩔 수 없네.”
이후 세 소녀는 목욕탕이 비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탕은 그리 거대하지 않았다. 복잡한 것도 아니었다. 커다란 나무통에 들어가 몸을 씻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나무 욕조의 물은 향유를 섞어 향기가 대단했다.
“아! 좋다!”
물에 몸을 담근 소녀들은 모두 한결 같았다. 향긋한 냄새가 몸 안에 스며들길 바라며 몸을 씻었다.
2차 예선에 참여하고 나서 누린 호사는 상당했다. 비싼 향유를 사용한 물로 목욕을 매일 하는 것은 물론 고급 옷감으로 만든 드레스를 입기도 했다. 식사는 언제나 고급스러웠다. 급식도 훌륭하다고 생각했었지만 2차 예선에 참여한 소녀들은 두 번 다시 급식을 못 먹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황실에 가면 더한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이 불이 난 경쟁심에 부어진 기름이 되었다.
앤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즐기자.’
예선이 끝나면 다시는 못 느낄 호사에 많이 아쉽고 눈물이 살짝 나올 것 같았지만 그래도 꾹 참았다.
목욕을 즐긴 뒤 앤은 소녀들과 함께 욕실을 벗어나려 했다. 그때 다른 조 소녀들이 들어왔다.
“앤! 저기 저 애랑 얘기해본 적 있어?”
“없는데 왜?”
“소문에 쟤는 말을 못한다고 하더라고. 말도 잘 못 알아듣고.”
“그래?”
“응. 그래서 많이 무시당한데.”
수다가 이어졌다. 앤도 지목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외모는 정말 아름다웠다. 금발에 하얀 피부 그리고 푸른 눈은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몸매도 상당했다. 마른 것 같지만 가슴과 엉덩이가 상당했다.
‘아름답네.’
벗은 몸을 보던 앤은 눈이 마주치자 어설프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금발 소녀도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폐하는 저런 애들도 좋아하는 걸까?”
“그럴지도 몰라.”
잠깐 다른 곳을 보는 동안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앤은 따라잡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어쩌면 특이한 취향이실지도?”
“그런가? 그럴수도 있을까?”
“그렇지 않을까?”
두 소녀의 상상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자 앤은 말렸다.
“폐하를 욕하지 마.”
“응. 미안.”
스트랫퍼드의 소녀들은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갔다.
“심사는 어떻습니까?”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곧 가려질 것 같군요.”
2차 예선의 심사를 맡은 이들은 참가한 소녀들의 서류를 다시 살폈다. 거기에는 인적 관계는 물론 온갖 평가가 적혀있었다.
“평판과 성격이 다른 사람들은 무조건 탈락입니다.”
“당연한 말씀을.”
여러 가지 과제에서 최고 득점을 올린 소녀들의 탈락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소녀들의 퇴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마지막 날까지 누가 승자인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심사 기준을 알이지 않으려는 속셈이었다.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역시 이런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죠.”
“당연한 말씀을.”
똑똑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중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은 문제가 된다.
멍청한 사람이 이중적이라면 금방 알아볼 수 있다. 큰 피해를 입기 전에 멀리 할 수 있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이 이중적일 경우에는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심사 위원들은 똑똑하고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여자들을 철저히 가려내라는 주녹정의 명령을 받았다.
“그나저나 스트랫퍼드의 소녀들이 참으로 인상적이군요. 경쟁심이 그다지 없어요.”
각종 평가가 이뤄지는 가운데 과제 점수가 하위권인 소녀들의 이야기도 나왔다.
“게으른 겁니까? 그건 곤란합니다.”
“그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심사위원들은 남자였다. 그래서 여자들의 생활을 직접 관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리투아니아 지역의 소녀들을 투입해 소녀들을 살폈다. 투입된 소녀들은 많은 돈을 지급받기로 약속된 소녀들이었다. 이들이 할 일은 그저 참가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직접 살피는 것이었다.
“그래요?”
“예,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는 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순한 성격이라고 합니다.”
“최고군요.”
심사위원들은 앤을 극찬했다.
“그 정도면 일단 최고점자는 정해졌군요.”
“나머지 2명은........”
심사는 계속 이어졌다.
런던, 항구.
“멋지군.”
전열함을 본 이순신은 감탄했다. 프리깃보다 훨씬 거대한 전열함은 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전열함을 타고 싸우면 그 어떤 적이라도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걸 내가 써도 되는 건가?”
“예, 폐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쪽 방면 해군을 지휘하시라고 하셨습니다.”
신유성의 신뢰를 느낀 이순신은 부르르 떨었다.
해군 총사령관으로는 후지바야시 켄이 있었다. 그런데 신유성은 이순신을 또 다른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신국의 영토가 넓어지니 효율적으로 바다를 관리하기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자리를 믿을만한 사람에게 내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이런 자리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충성심보다 야망이 큰 사람을 자리에 앉힐 수는 없었다. 잘못하면 군주의 목이 위험해지는 일이니까. 그러니 능력이 모자라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앉힌다.
배신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것이었다.
즉, 신유성이 이순신에게 총사령관의 자리를 내렸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신뢰를 보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았건만.’
피로 이어진 것도 아닌데 믿어주니 이순신으로서는 감사할 뿐이었다.
“폐하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정리를 해야겠군.”
이순신은 함대를 이끌고 낭트로 향했다.
펠리페 2세는 함대를 모으고 또 모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프랑스의 기즈대공과 연락을 하며 잉글랜드 침략을 준비했다.
신국이 잉글랜드와 손잡고 북해를 장악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놈들이 없는 곳은 어디냐!”
화가 치밀었다. 신대륙의 은이 들어오지 않자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신하들의 불만이 팽배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불신이 퍼지고 있음을 확인한 펠리페 2세는 더더욱 성전을 부르짖었다.
“오늘은 또 어떤 놈이 문제지?”
그리고 자신에게 기어오를 것 같은 귀족들을 트집을 잡아 처형했다.
세력을 은근히 모으거나 명령에 은근히 비협조적인 인사들을 주로 표적으로 삼았다.
공포 정치를 시작한 것이었다.
귀족들은 펠리페 2세를 쳐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함부로 그럴 순 없었다. 펠리페 2세를 죽인다고 황제의 자리가 굴러들어오는 것은 아니었다.
합스부르크가는 거대했다.
펠리페 2세 하나 죽는다고 무너질 정도로 기반이 약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반란을 일으킨다면 합스부르크가를 지지하는 귀족들이 벌떼처럼 달려들 터였다.
귀족들의 지지 없이 반란은 성공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불만이 있어도 눈치를 보며 은근히 동조자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펠리페 2세는 귀족들이 뭉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열심히 트집을 잡는 중이었다.
“빌어먹을 놈들! 내가 누군지 알고!”
펠리페 2세는 점점 광기에 휩싸였다. 그리고 하나의 소식을 듣는 순간 뚜껑이 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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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