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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46화 (24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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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

함대의 속도는 가장 느린 배가 결정하게 된다. 아무리 빠른 배가 많아도 느린 배를 버리고 갈 것이 아닌 이상 결국 함대의 속도는 느린 배에 맞춰지게 된다.

에스파냐 함대의 이동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숫자가 많은 것도 있어 보급 문제로 천천히 움직이기도 했다.

그렇게 계속 움직이던 에스파냐 함대는 결국 플리머스 앞바다에서 신국 함대와 마주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플리머스에서 약 하루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만난 것이었다.

이순신의 함대는 에스파냐 함대가 접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순시선만 보내 어디 딴 데로 가는 놈이 없는지 감시할 뿐이었다.

넓은 바다였다. 걸릴 것은 별로 없었다. 바람도 잘 불었다.

“포격전으로 간다!”

이순신은 함대를 일자로 늘어서게 했다.

전열함과 프리깃이 적절히 배치된 상태에서 갤리온들이 늘어섰다. 다른 배들은 불러오지도 않았다. 백병전 따윈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았다.

40척에 달하는 이순신의 함대. 숫자로만 따지면 에스파냐 함대에 훨씬 뒤쳐진다.

“고작 저거?”

에스파냐 함대의 제독은 희망을 품었다. 신국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숫자가 적었다.

“무조건 돌격한다! 돌격해서 나포한다!”

포격전으로 가면 불리해진다. 대포의 성능이 이미 뒤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무엇보다 해전이 한 번 시작되면 명령을 내리는 것이 참 까다로워진다. 그렇기에 미리 명령을 내려두었다.

널리 퍼지며 신국 함대를 포위하듯 다가갔다. 한 곳에 뭉쳐봐야 신국 좋은 일만 하게 된다. 뭉쳐 있으면 빗나갔어야 할 포탄도 착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맹렬히 돌진해오는 에스파냐 함대를 보며 신국 해병들은 진한 미소를 머금었다.

“술은 다 깼지? 취한 놈 있냐?”

“없습니다!”

“피곤하면 오늘 불놀이 빠져도 된다!”

“죽어도 싫습니다!”

“그래? 그럼 가자! 놈들에게 신국의 불맛을 보여주자!”

“우와아아아아아!”

잉글리시 해병들의 사기는 드높았다. 다른 배에 탄 위그노 해병들도 사기가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위그노들은 학살이 일어난 것을 교황이 기뻐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에스파냐는 바로 신성 동맹의 주축이니 당연히 원수나 다름없었다.

100년 동안 전쟁을 치렀던 잉글리시와 프렌치가 신국의 해병으로서 일치단결하는 순간이었다.

100년 전쟁의 한도 뛰어넘게 한 신국과 에스파냐의 전쟁은 해전으로 더욱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에스파냐 함대는 맹렬히 돌격했다. 이순신의 북해 함대는 일단 대포를 쐈다.

먼저 날리는 선제공격. 선두에서 돌격하던 에스파냐 함선이 몇 방 맞고는 주춤했다.

육죽한 포탄의 에너지가 적중하자 속도가 확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스파냐 함대의 돌격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돌격할 땐 항상 어느 정도의 피해가 있을 것을 각오해야만 한다.

측면으로 일자로 선 신국 함대를 향해 에스파냐 함대는 맹렬히 돌격했다. 하지만 신국함대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두 함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포격을 날리고 있는 중이었다.

움직이는 라인을 따라 돌격을 하려니 에스파냐 함대는 조금씩 방향을 전환해야 했다.

갤리선들이 엄청나게 노를 저으며 다가가기 위해 발악하는 중이었다. 속도로 인해 거리는 쭉쭉 줄어들었다.

이대로 간다면 신국 함대는 그대로 에스파냐 함대에 둘러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에스파냐 측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전열함과 프리깃들이 계속해서 불을 뿜으며 포탄을 날려대고 있는 것이었다.

“뭐야 저게?”

“대체 무슨 일이야!”

“말도 안 돼!”

“신이시여!”

에스파냐 함대의 함장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전장식 대포는 발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신국 함대에서 거대한 선박들이 미친 듯이 포탄을 날려대니 위기감을 느꼈다.

한 번 착탄이 이뤄지자 연속해서 포탄이 날아오더니 금방 한 척을 침몰시키는 전열함은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전열함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다.

프리깃들이었다.

프리깃들은 전열을 이탈하더니 빠르게 에스파냐 함대의 측면으로 이동했다. 경악스러운 이동 속도였다.

그리고 프리깃들이 후장식 대포를 이용해 계속 포탄을 날렸다.

“돌격하라!”

에스파냐 함대는 혼란에 빠졌지만 먼저 내려진 명령은 돌격.

어떻게 해서든 배가 뒤엉키는 상황으로 끌고 가야만 했다. 백병전이 이뤄져야 해병 숫자의 우위를 이용해 배를 나포할 수 있었다.

에스파냐가 믿을만한 전술은 이것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순신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남자가 아니었다.

“거리를 더 벌린다.”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한 척씩 착실하게 침몰시켰다. 도중에 잠깐 전열함과 프리깃의 포격이 멈추긴 했다.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이 쏜 탓이었다.

어쨌거나 해전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에스파냐 함대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독하게 뒤를 쫓아 남김없이 침몰시켜버렸다.

1575년.

새해가 되었다. 겨울이어야 하지만 제다의 날씨는 화창했다. 워낙 더욱 나라였기에 겨울이 되었지만 별로 춥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름 때보다는 확실히 기온이 내려간 상황이기에 많은 이들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신유성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좋군.’

제다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공장이 세워지고 수많은 상인들이 방문했다. 황제인 신유성은 소비의 왕이었다.

신국 최고의 고객.

물건 값은 언제나 후하게 쳐주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드는 것은 엄청나게 사주었다. 더구나 신유성의 칭찬을 한 번이라도 듣게 되면 수많은 영주들이 쓰길 원했다. 그래서 손해가 나더라도 신유성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본전을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신유성이 있는 곳은 언제가 경제가 성장했다. 이 때문에 제다의 백성들은 신유성을 찬양했다. 성지순례 덕분에 중요성이 매우 높은 제다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욱 발전한 덕분에 모두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사막 부족들은 더 이상 사막을 헤매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신유성 덕분에 일자리가 넘쳤고 이들을 위해 숙식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장사를 하려면 제다가 가장 좋았다. 오직 양치기들이나 여기저기 풀을 찾아 떠돌 뿐이었다.

상업을 통해 확실히 얻는 것이 많아지자 사막 부족들은 점점 제다로 모여들었다.

‘통신도 좋고.’

하지만 신유성을 가장 기쁘게 한 것은 바로 전신국이었다. 배를 타고 한양에서 날아온 소식은 신유성의 가슴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선만 깔면 이제 어디로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세계 정치계에 혁명을 일으킬 기술이 탄생한 것이었다.

신유성은 바로 제다에 전신국을 세우고 이를 활용했다. 제다에서 메카 외부까지 이어지는 철도 공사에 이어 전선공사까지 시작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완성되는 날에는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킬 것들이었다.

현재 한양에서 공사가 끝난 철도역은 매일 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되었다. 사람을 실어 나르는 것은 물론 매일 같이 개량되는 기관차는 더 많은 화물을 이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차로 물건을 나르는 것보다 기차로 한 번 옮기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기차역에서 건물까지는 마차로 날라야 하지만 도시에서 도시로 물류를 이동시킬 때는 기차가 훨씬 나았다. 인건비도 별로 안 들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신국 또한 호평일색이었다.

이젠 과거로 돌아가라고 하면 못 돌아가겠다고 말할 사람들이 널려있었다. 그만큼 새로운 기술들은 단숨에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좋구나 좋아,’

좋은 소식은 또 있었다. 메디나를 별로 힘들이지 않고 점령한 것도 컸다. 덕분에 아라비아 반도는 전부 신국의 손에 넘어왔다고 봐도 좋은 상황.

여기에 나가오 가케토라는 이집트를 향해 진군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기술이 발전하고 세계 정복이 착착 진행 되니 신유성의 엉덩이가 절로 실룩거렸다.

‘어디 오늘은 뭘 먹어볼까?’

신유성은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해물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잡히는 해산물은 다양했다. 골뱅이도 있었다. 도미도 거대했다. 황제인 신유성을 위해 아침에 잡은 것을 바로 가져온 것이었다.

싱싱하긴 했다. 하지만 회로 먹을 순 없었다.

회는 상하니까.

신유성은 생선튀김을 만들었다. 이것을 케첩에 찍어 먹었다. 조개들은 구워 먹었다. 골뱅이도 익혀서 초장에 찍어먹었다.

요리를 해서 먹고 남은 것은 전부 국을 끓이거나 육수를 만드는 데 썼다. 가끔은 젓갈을 만들기도 했다.

배를 빵빵하게 채운 신유성은 문득 물놀이가 하고 싶어졌다.

달력의 날짜는 겨울이라고 하지만 아라비아 반도의 날씨는 어딘가의 여름 같을 뿐이었다.

“바다로 간다!”

얼마 전에 완성한 해변의 별장을 향해 신유성은 움직였다.

스트랫퍼드의 소녀들은 제다에 도착한 뒤에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본선 진출자는 신유성의 여자나 다름없었다.

우승자를 가리는 것은 신유성의 침실에 드는 순서를 정하기 위한 것일 뿐.

매일 같이 혼나는 나날이 이어졌다.

예법을 틀리면 가차 없었다. 지켜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리고 실수를 하지 않아도 구박을 받았다. 미녀들은 결국 주녹정을 비롯한 후궁들의 아랫사람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위계질서를 잡기 위해 처음부터 기를 죽이는 것이었다.

황실 여인들의 위계질서가 흔들리면 결국 황실의 미래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멀쩡히 황태자가 있어도 황제의 변덕으로 나중에 얻은 여인의 아들을 황제로 삼겠다고 하면 모든 것이 뒤집어지는 것이었다.

기존의 질서가 한 번에 뒤집히는 것이니 신하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신유성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회를 만든 것도 모자라 주녹정의 권력을 강화했다.

일찌감치 신혁을 후계자로 내정한 것이었다.

보통 황제라면 죽기 전까지 후계자 선정을 미룰 수도 있었다. 황자들을 중심으로 파벌을 만든 세력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기 위해서. 어느 한쪽의 편을 너무 일찍 들어준다면 결국 황제의 권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다음 황제가 정해졌으니 현재의 황제보다는 다음 황제에게 더 잘 보이려는 자들이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유성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무려 ‘신’으로 추앙 받는 신유성이었다.

노골적으로 신이라고 하며 모시는 짓은 하지 않지만 수많은 이들이 이미 신유성을 신처럼 여기고 있었다.

“폐하는 우리들의 빛이고 희망이십니다. 다들 폐하께 감사해야 합니다!”

앤 해서웨이와 셰익스피어가의 자매들은 연신 눈물을 짜내면서도 열심히 교육을 받았다. 그러면서 매일 같이 신유성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특히 가장 빨리 적응을 한 것은 바로 앤 해서웨이였다.

앤은 신유성을 신으로 모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위대하신 황제폐하시여. 부디 소녀에게 기회를 주소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받는 교육이었지만 앤은 비교적 무난하게 통과했다. 그리고 가끔 흘리는 눈물은 서러워서 흘리는 눈물은 아니었다. 자신이 부족해서 신유성을 제대로 모시지 못할 것에 안타까워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래서 앤은 매일 같이 노력했다.

황실 예법을 쉬는 시간에도 반복했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놀이를 모두 마다하고 배운 것을 계속해서 복습했다.

다들 몇 번 해보고 좀 안다 싶으면 넘어가는 것들도 앤은 계속 반복했다.

‘생각해선 안 돼. 몸이 그냥 반응할 때까지 해야 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예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었다. 반복 훈련이란 것은 매우 지루하고 힘든 일이었으나 앤은 반복을 거듭했다.

자신이 그리 뛰어난 여자는 아니라는 것을 2차 예선에서 확실히 느낀 탓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주녹정과 나츠에게도 전해졌다.

“이번에는 꽤 열심히 하는 아이가 있다고 하네요.”

“그런가? 그대가 데려갈 건가?”

“그래도 될까요?”

나츠의 질문에 주녹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궁녀하나가 다가와 신유성의 소식을 전했다.

“해변의 별장으로 간다면 미녀들이 많이 필요하겠군.”

“이 참에 미녀 대회를 별장에서 열면 어떨까요?”

“그것도 좋겠지.”

주녹정은 미녀 대회를 아예 별장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가볍에 엉덩이를 즐기는 엉덩이 파티 정도를 생각하고 움직이려던 신유성은 졸지에 미녀 대회를 지켜보게 생겼다.

물론 소식을 들은 신유성은 기분 나빠하거나 하지 않았다.

‘엉덩이 대회로 만들어볼까?’

바닷가에 늘어선 나신의 미녀들을 감상할 생각을 하니 거시기가 뻐근해졌다.

“허락한다! 하지만 준비하는 동안 나는 좀 즐겨야겠다.”

대회를 기다리지 않고 욕정을 풀겠다고 선언한 것이었으나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

신유성은 기존의 미녀 대회 본선 진출자들을 대거 불렀다.

“벗어라!”

여인들이 옷을 벗었지만 벗은 모습을 볼 남자는 근처에 없었다.

여자들로만 구성된 친위대가 이미 인근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바다에서 망원경으로 살피지 않는 이상 절대 여자들의 몸을 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여자들은 부담 없이 나신을 드러냈다.

황제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신유성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 요염한 자세를 취했다.

“돌아서 엉덩이를 흔들어!”

출렁이는 엉덩이들. 뜨거운 태양. 바닷바람. 신유성은 흥분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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