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신의 유희-249화 (249/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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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

맘루크는 끊임없이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 저항하는 집단이었다. 맘루크는 원래 이슬람교로 개종한 노예 부대를 의미했다. 하지만 전투력을 가진 집단이 오랫동안 존재하게 되자 이들은 하나의 세력으로서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며 이들은 결국 왕조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노예 부대로 시작한 조직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변질되어 하나의 세력이 되었고 결국 왕조가 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끝이 있었으니 하지만 오스만 제국에게 패배하고 1517년 오스만 제국령이 되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령이 되었다고 해서 맘루크의 영향력이 다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오스만 제국은 맘루크의 반란을 의식해 지속적으로 이들을 견제할 세력을 키우려 했다. 현재 이집트를 다스리고 있는 세력이 바로 오스만 제국의 세력이었다.

문제는 이 둘이 동시에 신국에 복속을 신청한 것이었다.

“문제로군.”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신유성은 골치가 아팠다.

어느 한쪽을 편들어주기 애매했다.

‘맘루크의 손을 들어주면 오스만 제국을 무너뜨리기 힘들다. 그렇다고 맘루크를 무시하면 이집트 쪽에선 두고두고 긴장해야 하고.’

맘루크를 찍어 누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복속을 신청한 대상을 찍어 누르고 학살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는 금기나 다름없었다.

복속을 신청한 다른 영주들이 불안해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그것은 안 될 일이지.’

황제가 되었다고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폭군이 되면 결국 돌아오는 것은 배신일 뿐. 절대적인 권력을 가졌다고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을 넘어 자신이 가진 권력 자체를 부수는 짓거릴 하면 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복속을 둘 다 안 받아줄 수도 없고. 하여간.’

신유성은 급속도로 세운 신국의 점령 속도를 늦추는 일을 할 순 없었다. 항복하는 자를 받아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른 정복 방법이었다. 배신자니 뭐니 하면서 처단하며 하나로 융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소화 안 되는 음식을 먹고 소화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짓이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집어 삼키고 완전히 소화시키려 하다보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소화를 제대로 못 시켜서 도로 토해내기도 한다.

살아서 세계를 손에 넣으려는 신유성은 절대 선택하지 않을 방법이었다. 나중에 다시 토해내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다 집어 삼키고 볼 일이었다.

“일단 기다리라 전해라. 생각해보겠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확보한 신유성은 일단 머리를 식히기 위해 움직였다.

그늘진 정원에서 양고기가 구워지고 있었다. 각종 향신료로 양념한 양고기는 익으면서 군침 돌게 만드는 향을 퍼트렸다. 가까운 곳에 있는 정자에는 신유성이 앉아 고기가 구워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신유성의 머리는 고기 생각으로 가득하지 않았다. 쉬려고 해도 골치 아픈 문제가 계속 떠올랐다.

“후우.......”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고기를 보았다. 맛있는 냄새이긴 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식욕이 별로였다.

“폐하, 근심이라도 있으십니까?”

곁에서 함께 기다리고 있던 체첵이 질문을 던졌다. 주녹정과 나츠는 피곤해서 쉬고 있었고 양 옆에는 체첵과 사르나이가 앉아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일이 좀 있어서 그런다.”

숨길 일은 아니기에 그대로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체첵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쉬운 문제는 아니군요.”

편을 잘못 들게 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차라리 어느 한 쪽이 아주 늦게 항복했다면 그것을 빌미로 불리한 조건을 수락하게 만들 수 있었으나 시기상 두 세력이 복속을 신청한 것은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골치 아프구나.”

“머리가 편해야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겠습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사르나이가 신유성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야릇한 손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신유성의 남근을 어루만졌다.

“그래야지.”

신유성은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자 사르나이는 뒤쪽에 손짓을 했다. 사르나이가 신유성에게서 떨어지자 미녀들이 신유성의 옷을 벗겼다. 그러자 체첵도 뒤로 손짓해 미녀들을 불렀다.

졸지에 미녀들에게 둘러싸인 신유성은 느긋하게 뒤로 누웠다. 양 손은 좌우에 앉은 두 미녀의 엉덩이를 잡는데 썼다. 다른 두 명의 미녀들은 신유성의 남근을 혀로 애무하기에 바빴다.

체첵과 사르나이는 조용히 신유성과 미녀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행여나 신유성이 즐기지 못한다면 다음 방법을 쓰기 위해서였다.

신유성은 편안히 감촉을 음미했다. 그러나 여인들의 육향 이외에도 섞여 들어오는 양고기 구워지는 냄새에 식욕이 또한 동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체첵과 사르나이는 얼른 다 익은 양고기를 가져오게 했다.

“아 하시지요.”

입을 벌리니 먹기 좋게 잘라진 고기가 입 안에 들어왔다. 우물우물 씹으니 적당히 간을 한 고기가 입안에서 잘게 부스러지며 안에 스며있던 육즙이 혀를 휩쓸었다.

꿀꺽 삼키고 다시 입을 벌리니 체첵에 이어 사르나이가 고기를 넣어주었다. 신유성은 고기를 우물거리면서도 손을 쉬지 않았다.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던 손은 어느새 은밀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은밀한 계곡을 점령당한 미녀들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그러면서도 신유성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편 신유성의 남근을 공략하는 미녀들의 애무는 더욱 더 진해졌다.

식사를 하던 도중 신유성은 결국 싸버렸다.

높이 솟았던 끈적끈적한 액체가 애무하던 미녀들의 얼굴에 그대로 떨어졌다. 두 미녀는 서로의 얼굴을 핥기에 바빴다.

“고기는 이제 그만.”

적당히 고기를 먹은 신유성은 몸을 일으켰다. 평소라면 여자들을 괴롭혔겠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직도 그 문제를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럴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래도 좀 더 마음을 편히 하시지요.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신하들이 뭔가 생각해내겠지요.”

“그래.”

신유성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될 때까지 쉬어도 좋은 방법을 떠올린 신하는 없었다.

신유성도 만족할만한 답은 떠올리지 못했다.

근심이 있으면 마음이 즐겁지 않다.

신나게 여인을 품는 일도 갑자기 시들해졌다. 기분 전환을 위해 술을 마셔보았지만 제대로 기분전환이 되어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숙취 때문에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결국 신유성은 먹는 것도 줄었다.

수련도 하지 않았다. 그 좋아하던 감자칩과 케첩도 먹는 둥 마는 둥이었다.

이쯤 되자 신하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러다가 폐하께서 쓰러지기라도 하신다면!”

“어서 빨리 방도를 생각해내란 말이오! 뭐 좋은 생각 없소? 아무 거나 좋으니 뭐라고 말들 좀 해보시오!”

신유성을 따라다니는 신하들은 심복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이들 중 어려서 신유성에 의해 거두어진 신하들이 있었다.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 결국 신유성을 가까이에서 모시면서 손과 발이 되어주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은 이들이었다.

신유성이 고뇌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이들은 답답해했다.

“그 놈들을 이간질해서 싸우게 하면 어떻겠소?”

“말이 되는 소릴 하시오! 폐하께서 고심하시는 이유를 알면서!”

이간질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이간질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수많은 영주들이 신유성을 의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신국이 조각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신국은 한 마디로 모래를 녹여 만든 거대한 유리창과 같았다. 신유성이란 불이 모래들을 녹여 하나로 만들었지만 아직은 유리일 뿐이었다. 모두 하나로 이어져있지만 충격을 받으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쪽을 편들 순 없는 것 아니겠소?”

“그렇지.”

“이거 참. 그 인간들은 서로 적당히 나눌 생각은 없답니까?”

“전혀 없다고 합니다.”

이집트를 적당히 반으로 뚝 잘라 나눠 가지겠다고 하면 편하게 해결할 수 있으나 양쪽 다 이집트 전역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인정해달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설득은 해보시고?”

“안 먹힙니다.”

“탐욕스러운 놈들.”

하지만 욕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탐욕이야말로 신유성의 무기였으니까. 탐욕 덕분에 배신을 하고 돌아서는 이들이 생긴다. 그리고 이런 이들을 이용해 신유성은 신국을 급속도로 성장시킨 것이었다.

“서로 싸우게 할 수도 없고. 양보도 하지 않고. 외통수입니다.”

“차라리 발을 빼고 싶군요.”

“모른 척한다면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질 수 있습니다. 오스만 제국과 에스파냐가 이를 알게 되면 신이 나서 떠들겠지요.”

“그것만은 피해야 합니다.”

신국이 제대로 복속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면 오히려 오스만 제국과 에스파냐가 더욱 강하게 뭉칠 수 있었다.

신국에 항복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항복할 이유가 없었다. 오스만 제국과 에스파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러한 호재를 가만히 내버려둘 리도 없었다.

그러니 적을 이롭게 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

“난제로다!”

“문제로다!”

탄식이 줄을 이었다.

“흐음.”

며칠 동안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고 수련도 하지 않은 신유성은 몸이 무거워진 것을 느꼈다.

‘이거 너무 신경 안 썼군.’

이제는 직접 전쟁터를 누빌 일은 없었으나 신유성은 언제나 건강을 위해 운동했다. 한 번 게을러지기 시작하면 어찌 되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성인병으로 죽을 순 없지.’

황제는 편해지려고 하면 얼마든지 편해질 수 있었다. 운동은 하지 않고 맛난 음식을 매일 같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 방식은 건강에 몹시 해로운 것.

‘운동 좀 하자.’

운동 부족은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신유성은 억지로 밥을 먹고 간단하게 운동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공이나 좀 받아라.”

가볍게 즐기며 운동하기 위해 야구 글러브를 끼고 공을 들었다. 이어서 신유성은 가볍게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었다.

‘좋구나.’

오직 공만 바라보며 움직였다. 걱정을 억지로 밀어내며 공에 집중한 덕분에 점점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땀을 흘린 뒤에는 친위대에게 시합을 시켰다.

그러자 친위대와 제다 출신 야구 선수들이 시합을 하기 시작했다. 야구는 신유성 덕분에 빠르게 보급되어 제다에서도 팀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잘 하네.’

제다의 야구 선수들은 꽤 잘 했다. 배운지 얼마 되지 않으면서도 금방 야구에 적응한 것이었다.

‘아마 목숨 걸고 배웠겠지.’

신유성은 가끔 목숨 걸고 야구를 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기도 했다. 이들은 스스로 새로운 형태의 전사라는 자부심을 갖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신국 사람들은 이를 딱히 부정하지도 않았다.

‘야구 시합처럼 간단하게 승패가 정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일은 야구보다 훨씬 복잡했다.

‘그냥 확!’

다시 떠오르는 근심에 신유성은 슬쩍 화가 났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잘라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하늘로 치솟는 야구공이 보였다. 타자가 홈런을 때려낸 것이었다.

‘그냥 경합시키자.’

아무리 고민해도 더 좋은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신유성은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사신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맘루크의 사신과 오스만 제국 출신의 이집트 지배계층에서 보낸 사신은 눈싸움을 하며 이를 갈았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황제폐하 납시오!”

한 마디에 눈싸움은 멈췄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신유성의 등장을 기다렸다.

성큼성큼 걸어 자리에 앉은 신유성은 인사를 받아주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 그대들의 이야기를 잘 들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대들의 역사도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어느 한 쪽을 편들 수 있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신유성은 솔직하게 답했다. 양측 사신들은 약간 실망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딱 반으로 잘라서 나누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양측 다 원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대들은 경합을 해야 한다.”

신유성은 권유하지 않았다. 명령했다.

“그대들이 진정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내게 증명하라. 먼저 목표는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을 먼저 나에게 바치는 쪽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진 쪽은 내가 정해주는 곳으로 이주해야 할 것이다.”

양 측의 사신들은 두 말하지 않고 조건을 받아들였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양측에 내가 직접 무기를 제공할 것이다.”

무기까지 쥐어준다면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신국의 무기는 강력하기로 유명했다. 이 때문에 오스만 제국도 흔들리고 있었다. 신국의 무기를 쥐고도 적을 이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국 무기를 가진 사람이 부족하다는 뜻.

결국 결투를 하란 소리였지만 사신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쪽이 더 마음에 든 것이었다. 신유성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힘으로 권리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것이었다. 양 측이 감정이 좋지 않으니 찍어 누르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어쨌거나 사신들의 일을 알아서 해결하란 식으로 떠넘긴 신유성은 식욕을 되찾았다.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않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 대량의 음식을 해치우기도 하고 수련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미녀들의 엉덩이 속에 파묻혀 피로를 풀었다.

침실에서 음란한 소리와 함께 여인들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오자 밖에서 듣고 있던 주녹정과 나츠는 흐뭇하게 웃으며 방으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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