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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이스탄불에서 하루 떨어진 곳에선 한창 요새 건설이 이뤄지고 있었다.
“빨리 지어라!”
한 쪽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전투라고 해도 거의 일방적이었다. 신국의 포병이 계속 대포를 쏘는 중이었다.
오스만 제국군의 포병은 열심히 전진하려 했으나 신국 포병의 견제를 뚫을 순 없었다. 사정거리를 확실히 계산해서 포를 쏘기 때문이었다. 오스만 제국군 입장에서는 요새가 지어지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요새가 지어지면 결국 바로 목 앞에 검을 대고 있는 꼴이니까. 하루만 더 가면 이스탄불이니 어떻게 해서든 몰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요새를 만들고 대포로 견제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이스탄불은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대도시가 고립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외부로부터의 물류 이동이 없는 대도시는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스스로 식량을 생산하질 못하기 때문이었다. 흑해에서 어선으로 생선을 좀 잡는다고 대도시를 먹여 살릴 순 없었다. 다른 방향으로는 아직 길이 열려 있었지만 그리스가 신국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오스만 제국으로서는 언제 막혀도 이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절망이 오스만 제국군 사이에 퍼지려 했지만 지휘부에서는 계속 일을 시키며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참으로 아름답구나.”
셀림 2세는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높디높은 탑에 오른 셀림 2세는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활기가 많이 죽었지만 거대한 이스탄불의 생명력은 아직도 꿈틀거렸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
오스만 제국의 심장이었던 도시.
영광과 번영의 상징이었던 도시.
그러나 이젠 아니었다.
‘끝이구나.’
셀림 2세는 수상한 조짐을 느꼈다. 이스탄불을 방어해야 할 병력의 지휘관들이 바로 원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예니체리들의 분위기도 이상했다.
‘그래 끝이라 이거지.’
그리 출중한 능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위대한 술탄의 자식이며 술탄의 업적과 정치를 보고 자랐으며 술탄의 자리에 오른 셀림 2세였다.
사람들의 분위기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각지에서 들어오는 소식은 절망적일뿐이었다. 오스만 제국은 무너지고 있었다. 신성로마제국에 유린되기도 했고 신국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아직 중립을 표방하며 꿈쩍도 않는 곳도 있었으나 이들의 행위는 결국 오스만 제국의 멸망에 일조할 뿐이었다. 자신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병력을 보내지 않고 싸우지도 않았으니까.
‘아조프. 그곳이 원인이었나. 아니, 지금 그걸 따져봐야 무슨 소용일까?’
잠시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게 된 원인을 생각하던 셀림 2세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와서 다시 되돌릴 순 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이 끝이었다.
치욕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끝내야 할 시간인가?’
셀림 2세는 난간을 넘어섰다.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뛰었지만 몸은 추락했다.
날개 없는 존재의 비행은 참혹했다.
셀림 2세의 자살로 인해 이스탄불은 혼란에 휩싸였다. 이때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바로 예니체리들이었다.
술탄이 없어진 순간 가장 가까이에서 경호하던 예니체리들은 술탄의 일가족을 모두 생포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제국은 이제 끝났소.”
셀림 2세의 아내는 더 말을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분노와 공포가 마구 엉켰다. 이후 예니체리들은 술탄의 명령을 빙자해 수비하던 지휘관들을 모두 궁으로 불러들여 생포하려 했다.
하지만 일이 틀어졌다.
셀림 2세의 자살이 이미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개자식들이 어디서 수작인가? 가서 친다!”
적을 눈앞에 두고 내전이 벌어졌다.
니키타 로마노프는 정찰을 통해 일이 벌어졌음을 알았지만 공격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적은 더 약해질 것이다.”
니키타는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한편, 제다에 있는 신유성은 게임 만들기에 푹 빠져 있었다.
세계를 정복하며 수많은 이들에게 피를 흘리게 하고 있었으나 제다에 있는 신유성은 유희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오늘은 이걸로 하지. 자, 여기 대본이 있다.”
이번에 만드는 게임은 오직 신유성만을 위한 게임이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물론 참여하는 캐릭터를 맡은 이들도 모두 여자 일색이었다.
게임을 위해 만든 저택은 하나의 거대한 무대였다.
신유성은 미녀들에게 역할을 안겨두었다. 현재 신유성이 기획하는 게임은 간단했다.
“선배! 선배는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건데?”
“아잉. 이러지 마. 응?”
여기 저기 자신의 대사를 연습하는 미녀들을 보며 신유성은 기대를 품었다.
신유성이 기획한 게임은 바로 미녀연애시뮬레이션.
다른 게임들은 복잡해서 만들기 어려웠지만 미연시는 반대였다.
“아, 암퇘지에게 부디 성은을 내려주세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부끄러운 대사에도 불구하고 신유성은 미소 지었다.
‘간만에 재미 좀 보겠군.’
미연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미연시를 할 시간에 현실에서 애인과 노는 편이 훨씬 즐거웠으니까. 하지만 게임을 아무리 만들려고 해도 잘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국 미연시에 손을 대게 된 것이었다.
미녀들과 궁녀들은 미연시를 하나의 연극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준비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궁녀의 알림에 따라 신유성은 옷을 입고 준비에 들어갔다. 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하고 저택을 돌아다니며 게임을 했다.
“선배! 선배!”
앤 해서웨이는 연극에 충실했다. 엉덩이를 마구 흔들며 안으로 파고드는 신유성의 남근을 느꼈다.
쾌락의 정점에 이르자 신유성은 사정했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하나의 캐릭터를 완벽히 공략하며 게임은 끝났다. 신유성이 직접 쓴 대본이니 공략이 어려울 리는 없었다.
저택의 여기저기서 은밀하게 사랑을 나눈 앤 해서웨이는 볼이 붉어졌다.
‘아, 정말 좋았어.’
게임이 모두 끝나고 휴식 시간이 되자 앤은 셰익스피어가 자매들에게 게임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 나도 하고 싶어!”
“폐하를 위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때?”
“으음? 하지만 좋은 생각이 안 떠오르는데?”
“그럼 집에다 얘기해보자. 아버지가 도와주실 거야.”
셰익스피어가 자매들은 집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훗날 편지를 받은 존 셰익스피어는 새로운 연극을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서 극단을 초빙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극단과 접촉하게 된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재능을 보이며 하나의 연극 대본을 써서 보내게 된다.
미연시를 한 번 한 신유성은 흐뭇하게 웃었다. 여자를 그냥 안는 것도 즐겁지만 게임을 하면서 안으니 더욱 자극적이었다.
“즐거우셨나요?”
“그래.”
주녹정은 눈을 반짝였다. 다른 여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유성이 즐겁게 즐겼다고 하니 더욱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었다. 그냥 침실에 미녀를 들이미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보였다.
주녹정과 여인들은 신유성을 더욱 즐겁게 하기 위해 게임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신유성은 살짝 미소 지었다.
‘어디 날 놀라게 할 게임을 만들어보라고.’
직접 만든 게임을 하는 것은 공략을 다 알기에 즐겁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이 기대되는 것이었다.
한껏 즐거움을 만끽한 신유성은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잉글랜드에 대대적으로 공장을 짓도록 한다.”
잉글랜드를 비롯한 브리튼섬 전체가 복속했다. 이것은 꽤 좋은 일이었다.
‘크롬웰이 잘 해주었군.’
헨리 윌리암스 크롬웰의 활약으로 전쟁 없이 손에 넣은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상당했다.
사람을 죽이는 군대에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투자한 금액에 따라 브리튼은 신국의 것이 되었다.
돈 낭비라고 할 수 있었으나 신유성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아직도 돈은 썩어 넘치도록 많았으니까.
잉글랜드에 탄약 공장을 짓도록 명령을 내린 신유성은 다음 보고를 듣고는 고민했다.
“예루살렘으로 진격을 시작했다고?”
“그렇습니다.”
이집트의 맘루크군과 오스만 반군이 예루살렘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리스본을 점령한 것과 그리스의 아테네를 손에 넣은 것 그리고 이스탄불 코앞에 요새를 짓기 시작한 이야기는 거리가 있어 아직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흐음.......”
신유성은 고민했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때문이었다.
‘여길 개발하면 좀 더 빨라질 텐데.’
제다는 이제 어느 정도 발전한 상태였다. 제다를 중심으로 아라비아 반도는 철저하게 통제가 가능했다.
제다 덕분에 사막 부족들은 풍요를 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메카까지 이어지는 철도는 끊임없이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하는데 쓰였다. 구경하기 힘든 열대 과일들을 사막에서 받아먹을 수 있는 상황이 열린 것이었다.
달콤한 과즙으로 가득한 망고와 수박을 먹어본 사막 부족은 철도를 찬양했다. 어쨌거나 이제 제다는 어느 정도 발전한 상황.
‘아이들이 문제인데.’
하지만 다 함께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이들 때문이었다. 주녹정과 나츠 그리고 체첵과 사르나이는 아이를 출산했다. 때문에 이들이 움직이면 아이들도 함께 여행을 해야했다.
‘어렵지.’
아무리 편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어린 아기에게는 힘든 여정이 될 수 있었다.
고민이 깊어지자 신유성은 회의를 멈췄다.
바삭한 감자칩을 씹으며 신유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함께 식사하던 나츠는 무엇인가 불안해졌다.
‘폐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신유성의 표정을 살피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 나츠는 무엇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알렉산드리아는 나 혼자 가겠다.”
“폐하!”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함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비록 황궁만큼은 아니지만 신유성의 곁에 있을 수 있기에 신유성의 여인들은 항상 행복했다.
황제와 가까이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던 것이었다.
“힘들겠지만 이해하리라 믿는다.”
“폐하.......”
나츠는 울먹였지만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했다. 신유성이 하는 일을 막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결국 신유성은 주녹정을 비롯한 여인들은 제다에 남겨두고 몇몇 미녀만 대동하고 알렉산드리아로 향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지역.
에스파냐와 반목을 하던 지역들은 전쟁을 하기에 이르렀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배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합심해 지배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더구나 이들은 몰래 신국과 내통을 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배를 거부하고자 하는 이들은 은밀히 밀무역을 하고 정보를 제공해주며 힘을 기르고 있었다.
“형제들. 이제 때가 되었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막시밀리안 2세가 죽었다는 소식에 네덜란드 지역의 독립 세력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전쟁을 통해 계속 투쟁하고 있었어야 했으나 중간에 끼어든 신국 때문에 모든 것이 변했다.
“합스부르크를 몰아냅시다!”
“몰아냅시다!”
준비가 끝나자 이들은 네덜란드 지역을 단숨에 장악했다. 그리고는 신국에 복속을 청했다. 이 때문에 오다 노부나가는 난감해졌다.
‘이것 참.’
막시밀리안 2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다 노부나가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황제가 죽고 어수선한 상황이니 치고 들어가기 딱 좋아 보였다. 단숨에 오스트리아까지 진군하지는 못해도 중요한 지역을 삼킬 수는 있어 보였다.
그런데 네덜란드 지역에서 복속을 청해왔다.
원래 진격하려던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엉뚱한 곳이었다.
‘복속을 신청했으니 지켜줘야 하는데.’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에스파냐든 어디든 전쟁에 휩쓸리게 될 위험이 컸다. 복속을 청한 지역이 홀로 싸우게 내버려둔다면 앞으로 복속을 신청하는 자들이 줄어들 위험이 있었다. 아울러 적과 경계를 마주한 지역에서 불온한 생각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날 수도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노부나가는 군의 일부를 네덜란드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보냈다. 그리고 런던으로 연락을 넣어 임시 거주지에서 훈련 받던 위그노 병사들을 보내라고 했다. 더불어 흑색 화약을 사용하는 무기 생산을 더욱 늘리는 것과 동시에 보급을 두 배나 늘려서 신청했다.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병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비할 곳이 갑자기 늘어나 진격의 때를 맞추지 못한 노부나가는 초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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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