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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60화 (26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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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

한양.

발전을 거듭한 한양은 많은 것이 변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기차역.

“빨리빨리!”

“서둘러!”

“빨리 끝내면 밥 산다!”

기차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물류의 흐름은 어마어마했다. 항구는 물론 내륙에까지 이어진 철로를 통해 한양은 각지의 특산품을 빨아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양이 바로 신국 더 나아가 세계의 중심이기 때문이었다.

황궁은 물론 의회의 의원들 그리고 큰 회사의 주인들이 모인 곳이 바로 한양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으며 수많은 고급회관들이 널려있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물자가 필요했다.

땅값은 나날이 비싸지고 있었으나 철도의 발전으로 인력 수급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는 않았다.

기차에서 내려지는 것은 각지의 상품뿐만 아니라 우편물도 함께였다.

기차역 근처에는 전신국이 세워져 있었다.

역을 중심으로 편의 시설이 들어섰다. 상인들에게는 기차역 부근의 땅이야말로 노다지였다. 가장 빠르게 물류와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저녁은 뭡니까?”

“생선과 감자튀김 좋아?”

“너무 튀김만 먹는 거 아닙니까?”

“그럼 뭐 먹고 싶은데?”

“돼지고기 튀김이요!”

돈까스를 먹자는 소리가 나왔다.

“그건 튀긴 거 아니냐!”

“하하하하!”

노동자들은 임금도 후하게 받았다. 한양에서 일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식량 사정이 급격히 나아지자 이제는 먹는 것으로 사치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돼지고기는 신세계였다.

돼지는 잘 키우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로지 먹기 위한 가축이기 때문이었다. 먹는 것 이외에는 어디다 쓸 일이 없는 가축. 반면 소의 경우에는 일을 할 수도 있었다. 하다못해 수레라도 끌 수 있었다. 하지만 돼지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가축. 그렇기에 가축으로 키우는 것은 인기가 없었다. 신유성이 돼지고기를 즐겨먹기 전에는.

황제가 즐겨먹었다는 이유로 돼지의 가치는 올라갔다. 상류층에서는 돼지를 먹는 것이야말로 하나의 사치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먹기 위해 키우는 가축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돼지 키우는 열풍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를 먹지 않는 곳에서는 돼지 대신 닭을 먹기 시작했다. 닭 또한 인기 있는 고기였다.

어쨌거나 감자의 보급으로 식량 공급에 여유가 생기고 가축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단백질 공급 또한 늘어났다.

경제가 성장하며 소비 여력이 늘어났고 이는 먹는 것을 통해 사치를 부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황궁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요리들이 대중에게 전해지며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모두 경제가 활성화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유통의 발전에는 군부대의 보급과도 관계가 있었다.

신국 군대의 보급로를 따라 상인들이 움직였고 이것이 곧 유통 라인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전쟁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압니까?”

“저번에 광장에서 술 마시다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 예루살렘인가 하는 곳으로 간다던데?”

“예루살렘이 어딥니까?”

“나도 몰라. 저어기 먼데라고 하더라고.”

“페르시아보다 먼가요?”

“거기보단 멀지. 그래도 모스크바보다는 가깝나? 잘 모르겠네.”

“모스크바면 어휴. 아직 철도 공사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그곳이요?”

“그래. 그래도 돈 벌고 싶으면 철도 공사에 참여하던가. 돈은 여기보다 더 번다더라.”

“돈 많이 벌면 뭐합니까? 슈니첼 먹기도 힘든데.”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을 하다가 잠시 짬을 내 대화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폐하는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냥 황궁에 가만히 계셔도 될 텐데.”

“폐하 덕분에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 거 아니겠냐? 이제 다 쉬었으면 일하자고.”

노동자들은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이이는 바빴다. 엄청나게 바빴다.

“의회의 의원이 또 늘어났군.”

“회의 장소를 바꿔야 합니다.”

“의회의 장소는 폐하가 정하시는 것이다. 자리를 더 좁혀.”

“지금도 꽉 줄인 겁니다. 이젠 줄서서 회의를 지켜볼 정도입니다. 이러다가는 노예선처럼 층을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새로 층을 만들자고.”

“그러다 무너지면요?”

“그거 계산 못하는 회사에 시공을 맞길 건가? 제국의 건축 기술이 그것밖에 안 되나?”

“알아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폐하가 돌아오실 때까지 의회의 장소를 바꿀 일은 없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의회 건물의 협소함이었다. 신유성이 처음에 만들 때는 무척이나 커서 사람들이 앉을 자리가 남았지만 이제는 좁았다.

아메리카에서 끊임없이 작은 영지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100명이 사는 영지라니.’

개척지로 인정 안 해줄 순 없었다. 개척이야 말로 신국의 성장 원동력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개척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사람들에게 요령이 생겼다는 것.

요령이 생기자 개척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호의적인 원주민의 족장과 결혼하고는 영지로 선언해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게 가장 빠른 개척 방법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있었다. 적대적인 원주민을 노예로 만들어 인구수만 채우기도 했다. 노예가 부족하면 다른 곳에서 사오기도 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영지를 개척한 영주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영주가 된 이들은 어김없이 대리인을 의회로 보내거나 본인이 찾아왔다.

거대한 아메리카에 비하면 100명이 사는 마을 같은 건 정말 손바닥만한 땅덩어리일 뿐이었다.

먼저 영지를 만든 이들은 마을을 만들어 다른 개척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돈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유통망의 일부가 되어 수익을 얻는 것이었다.

영주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의회의 의원들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의회가 생기며 할 일이 별로 없어질 거라던 총영주가 다시 할 일이 늘어나기도 했다.

‘행정 조직을 다시 짜야 하는데.’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영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행정 구역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이의 일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어떤 과도한 업무도 이이를 쓰러트리진 못했다.

‘과연 어떤 나라가 될까?’

계속해서 성장하는 신국의 모습에서 이이는 희열을 느꼈다. 신국은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중이었다. 의원들의 숫자가 이를 증명했다.

‘천하를 다 얻은 모습을 보게 될 날이 올 것인가?’

의회의 건물을 잠깐 떠올린 이이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천하에서 모인 영주들 혹은 영주들의 대리인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을 상상했다.

천하를 정복한 모습의 하나.

이이는 망고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일하자!’

당분을 보충한 이이는 다시 맹렬히 일하기 시작했다.

천하통일을 보기 위해서.

알렉산드로 슈이스키의 기병대는 결국 신성로마제국군을 따라 잡았다.

“놈들의 정찰대입니다!”

“죽여!”

명령은 간단했다.

“가자!”

기병대는 달렸다. 화들짝 놀란 로마군의 정찰대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신국 기병대를 뿌리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알렉산드로의 기병대는 상당수가 코사크 출신이었다. 말을 기가 막히게 다루며 사격 실력도 상당한 이들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엽총과 권총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다.

“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위험이 가까이 있으니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 허나 돕기 위한 원군은 없었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며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기병에 의해 정찰대는 쓰러졌다.

“뭐라고? 신국 기병이 나타나?”

“그렇습니다.”

정찰대가 대부분 학살당했지만 그렇다고 정보가 전해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소수의 생존자들이 복귀해 사실을 알린 것이다.

“전투 준비하라! 그리고 기병들은 놈들의 본대를 찾아라!”

바로 명령이 떨어졌다.

로마군은 바쁘게 움직이며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예상되는 지점을 향해 공격 준비를 했다. 신기전을 장전했으며 대포는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 외에도 병사들은 전투 전에 화약을 보급 받고 무기 점검에 들어갔다.

로마군의 기병들은 신국군의 본대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드디어 기병이다!”

로마군의 본진을 살피던 알렉산드로의 기병대는 눈을 번뜩였다.

“사냥할 시간이다. 사냥감에게 물려 죽는 놈은 없길 바란다!”

“가자!”

넓게 퍼져서 달려드는 이들은 너무나 허술해 보였다. 이를 본 로마군은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나 넓게 퍼져 있어서 거리를 좁혀 각개격파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왜 저렇게 퍼져있는 거지?’

알 수가 없었으나 확실한 것은 하나. 적이 빈틈을 보였다고 생각한 로마군은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이것이 함정임을 알지 못했다.

신국 기병대는 포위당할 것 같은 순간 양손에 권총을 쥐었다. 방아쇠가 연속으로 당겨지며 로마군 기병들의 말이 쓰러졌다.

스쳐지나가면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

“뭐야? 무슨 일이야?”

“놈이 뭔가 했습니다!”

“뭔데?”

“총을! 작은 핸드건이 불을 뿜는 걸 봤습니다!”

“뭐?”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멀리 떨어져 거리를 벌린 신국 기병이 권총을 재장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게 뭐야?”

이상했다. 핸드건이라고 해도 전장식 밖에 모르던 이들에게 신국 기병대가 가진 육혈포는 정말 이상한 물건이었다.

순식간에 재장전을 끝낸 신국 기병들은 다시 달려들었다.

“놈이 온다! 투창 준비!”

하지만 투창을 준비하는 것을 본 신국 기병들은 방향을 바꾸었다. 권총을 집어넣고 엽총을 꺼냈다. 그리고는 멀리서 총을 쐈다.

산탄이 퍼지면서 날아와 말을 때렸다.

놀란 말들이 이리저리 날뛰었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로마군 기병들은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신국 기병대에 의해 쓰러졌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로마군 기병들은 후퇴했다.

“뭐야?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이게 무슨!”

신성로마제국군의 지휘관은 치를 떨었다. 신국의 기술력은 인정했다. 그래서 신기전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대포의 성능을 올리기 위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기 개발에 있어선 언제나 뒤쳐졌다.

앞서가는 신국의 무기들은 계속해서 혁명을 일으켰다.

권총의 등장으로 기병대의 전투 방식이 달라졌다. 똑같이 권총을 가졌다면 전투 방식은 또 달라지겠지만 로마군의 기병대를 상대로는 대충 돌격해도 돌파가 가능할 정도였다.

무려 네 자루나 되는 권총을 차고 돌진하는 신국 기병들은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기병은 대기하라! 그리고 적 기병의 기습에 대비해 방벽을 만든다!”

총기에 의한 전투를 예상한 지휘관은 방패를 비롯해 엄폐물을 늘릴 것을 명령했다.

“놈들이 웅크렸습니다.”

“피해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알렉산드로는 혀를 찼다. 얼마 되지도 않는 피해였지만 못 마땅했던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이제부터 교대로 적의 주변을 돌면서 총격을 가한다.”

“가까이 접근하면 적의 신기전과 총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그건 안 되지.”

알렉산드로는 결정을 바꾸었다. 공을 세우고 싶은 마음에 공격을 계속 진행하려 했지만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은 좋지 않았다.

“여기서 물이 있는 곳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지?”

“약 반나절 정도 걸립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적이 물을 손에 넣지 못하게 만든다. 적을 직접 공격하는 일은 피하도록.”

알렉산드로는 물 보급을 막기로 결정했다.

이동하다가 신국 기병대에 발목이 잡힌 신성로마제국군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투를 준비했다. 지휘관의 명령 덕분에 알렉산드로는 공격을 하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안게 되었다.

바로 물 보급이 힘들게 된 것이었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로마군의 지휘관은 시간이 지나도 공격이 오지 않자 신국군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싸울 수밖에 없는 건가?’

물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가 습격을 당해 후퇴하는 일이 몇 번 반복된 뒤, 로마군은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국 기병대는 로마군의 움직임에 맞춰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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