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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
리스본의 요새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 아프리카.
후지바야시 켄의 함대는 드디어 모로코 지역에 나타났다.
“조금만 더 가면 리스본입니다!”
“그래.”
아프리카 해안에 항구를 하나씩 박으며 전진해온 후지바야시 켄이었다. 중간에 있었던 포르투갈을 비롯한 유럽 세력은 모조리 박살냈다. 그리고 항구에 있는 조선소에서 만들어진 소형 선박들을 이끌고 올라왔다.
소형 선박을 움직이는 것은 아프리카의 노예들이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서로 적대하는 관계에 놓인 경우가 많았다. 타 부족을 습격해 죽이거나 노예로 만들고 그 영역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 와중에 생긴 노예들은 포르투갈이 사들이고 있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 이유는 간단했다. 포르투갈의 해양왕 엔히크가 해양 원정을 떠났을 때 포르투갈에서는 비난이 심했었다.
돈도 안 되는 해양 원정을 떠났다는 것이 바로 이유였다.
이러한 비난을 잠재운 것이 바로 노예 거래였다.
엔히크는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에게서 노예를 사들였다. 유럽의 발달한 문명 덕분에 아프리카 원주민과의 거래는 그리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사들인 노예는 돈이 되었다. 덕분에 엔히크는 비난을 피할 수 있었고 계속해서 해양 원정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노예 거래가 황금 거래만큼이나 짭짤하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었다.
원래라면 삼각 무역을 통해 유럽의 부는 더욱 더 증가되었어야 했다. 유럽의 상품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바뀌고 아프리카의 노예가 바다 건너 아메리카에서 노동력으로 변해 광산이나 농장에 공급되고 이로 인해 얻은 귀금속을 비롯한 아메리카의 상품들이 다시 유럽으로 되돌아와 부를 뻥튀기처럼 부풀려주는 역할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삼각무역은 신국에 의해 이뤄질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노예들 덕분에 항구 건설이 쉬웠습니다.”
“그래, 일정이 앞당겨 진 것은 다행이지.”
후지바야시 켄은 노예 거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신국의 물품으로 노예를 마구잡이로 사들였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노예들은 모두 항구 건설에 투입했다.
노예들은 항구에서 생활하며 나름 풍족한 생활을 이어갔다. 전쟁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일만 제대로 하면 의식주가 모두 공급되었다. 휴식시간도 주어졌다. 무엇보다 열심히 일한 자들은 노예 신분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해군에 입대하면 바로 노예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이것이 후지바야시 켄이 엄청나게 해군을 늘린 비결이었다.
이렇게 해서 병력을 늘린 후지바야시 켄은 엄청난 속도로 아프리카 해안에 항구를 박으며 유럽 세력을 몰아냈다. 그리고 이제 리스본 입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빨리 가자. 보급만 하면 바로 알렉산드리아로 간다.”
후지바야시 켄의 마음은 이미 알렉산드리아에 가 있었다.
‘엉뚱한 놈들이 덤비기 전에 어서 가야한다! 가서 폐하를 기다려야 해!’
신유성의 열렬한 신도인 후지바야시 켄은 혹시나 유럽을 비롯한 어딘가의 해양 세력이 알렉산드리아를 습격할까봐 마음이 급했다.
며칠 후, 이순신은 대규모 함대와 마주해야 했다.
“오셨습니까?”
후지바야시 켄과 마주한 이순신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정말 엄청난 규모구나.’
함대의 질로 따지면 이순신이 더 나았다. 이순신 또한 후지바야시 켄의 함대와 맞서 싸운다고 해도 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육상 작전 수행 능력은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았다.
‘대체 몇 척이야?’
한 눈에 봐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많은 선박을 이끌고 있는 후지바야시 켄이었다.
검은 피부의 해병들이 바글바글한 소형 선박들이 바글바글했다.
“얼른 보급을! 알렉산드리아로 가야 한다!”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면 다른 세력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자네가 정리하면 될 일 아닌가?”
“지금 에스파냐로부터 리스본을 지켜야 하는 처지라 함대를 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 그럼 에스파냐가 신경 못 쓰게 해주지.”
후지바야시 켄은 보급을 끝내자 바로 움직였다.
신국 해군 총사령관의 함대는 에스파냐의 세비야를 목표로 나아갔다.
“신국 함대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세비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스파냐의 최고 항구 중 하나로서 항해 시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항구는 긴장에 휩싸였다.
신국 함대가 몰려오기 때문이었다.
“빨리 배들을 항구 밖으로!”
항구에 정박되었던 배들은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해전에서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해서 안 싸울 순 없었다.
“적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이대로 후퇴하는 편이!”
“후퇴? 후퇴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신국의 함대를 한 번만 막는다고 끝인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신국 군함은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상황이었다. 함선 생산력에서 이미 신국에 밀리는 에스파냐는 앞으로 아무리 기를 쓴다고 해도 신국의 해상 전력을 앞서가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후퇴하지 않는다! 이교도에게 신의 가르침을 내려야 하지 않겠나!”
에스파냐 함대의 사령관은 신앙심을 빌미로 후퇴하고자 하는 이들의 의견을 막아버렸다.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전투에서 등을 보인다는 것은 더할 나위없는 불명예였다. 귀족들의 배신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 유럽에서 벌어지자 펠리페 2세는 귀족들의 가족을 모두 볼모로 잡았다. 그리고 십자군을 만들었다.
평소라면 반항이라도 해보겠지만 신국이란 거대한 해일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신국과 싸우지 않겠다고 하는 자는 모두 이단으로 취급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싸울 수밖에 없었고 싸우겠다고 한 이상 볼모를 요구하는 펠리페 2세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교황청에서도 펠리페 2세의 행동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서 귀족들은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배신을 하려던 이들은 이미 숙청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살기 위해선 신국을 물리쳐야만 했다.
“단 한 번! 단 한 번의 승리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신국에게 패배를 안겨주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품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었다. 때문에 오직 승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 믿으며 그 어떤 희생이라도 하겠다는 각오로 맞서려는 것이었다.
“가자! 싸우자! 이기자!”
“우아아아아아아!”
선동에 병사들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공포를 잊기 위한 발악이었다.
“놈들이 나왔습니다.”
“전열함 돌격!”
후지바야시 켄은 전열함부터 돌진시켰다. 용맹하게 적진 한 가운데로 파고든 전열함은 연속해서 포를 쏴댔다.
“장전 서둘러!”
“쏴!”
“장전하는 대로 쏴!”
물 반 적함 반.
쏘면 쏘는 대로 족족 명중되는 상황이라 포병들은 쉴 틈이 없었다. 후장식 대포라 장전이 편해졌다고 하지만 전투는 절대 편할 수 없었다. 빨리 쏘는 만큼 더 빨리 많이 장전해야 하니까.
포탄을 나르는 포병들은 이를 악물었다.
‘이것만 해내면 돼!’
포탄을 한 발이 생존 가능성을 더 높인다. 그렇기에 포병들은 이를 악물고 포탄을 장전했다.
“쏴!”
연속해서 들리는 굉음에 몸이 떨렸다. 귀마개를 하고서도 귀가 먹먹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훈련하면서 익히 보아왔던 입모양을 읽기도 하고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을 감안해 보여주는 손짓을 보고 명령을 이행했다.
모두 평소에 훈련을 받았기에 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었다.
전열함은 맹렬히 돌진하며 포탄을 쏟아냈다.
에스파냐 함대는 전열함을 막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아예 길목을 막았다.
앞을 막은 배는 충격에 옆구리에 큰 구멍이 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침수. 하지만 덕분에 전열함의 발목은 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려던 백병전은 이어지지 않았다.
“쏴!”
갑판에 오른 전열함의 해병들은 올라오려던 자들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권총과 엽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총을 쏴대니 아무도 전열함의 갑판에 오르지 못했다.
수백이 넘는 해병들이 갑판을 지키고 사격을 하니 오히려 접근했던 배들의 에스파냐 해병들이 전멸하기도 했다.
한편, 전열함에 함대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동안 프리깃들은 좌우로 퍼져 포격을 날렸다. 기동력과 우수한 대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공격에 에스파냐 함대는 속수무책이었다.
원래는 프리깃만으로도 끝낼 수 있었으나 전투가 길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후지바야시 켄에 의해 과격한 전투가 벌어진 것이었다.
에스파냐 함대의 전열은 흐트러졌다. 그리고 검은 악몽이 들이닥쳤다.
“나포하면 돈을 준다! 돈으로 자유를 살 수 있다! 빨리 제대하고 싶으면 나포해라!”
“우와아아아아아아!”
노예로 팔려왔던 아프리카 해병들은 선장의 선언에 사기가 치솟았다. 노예로 팔려왔지만 자유로운 삶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신국의 노예로 살며 생활이 엄청나게 좋아진 것을 알게 된 아프리카 출신들은 자유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영주가 되고 싶기도 했고 개척이란 것을 해서 자신들을 노예로 만든 부족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기도 했다.
수많은 염원을 가득 실은 소형 선박들이 전열함이 만든 구멍을 통해 에스파냐 함대에 접근했다.
간단하게 포격을 날리고 에스파냐 함선에 달라붙은 소형 함선들에서 아프리카 해병들이 쏟아졌다.
갑판에 오른 아프리카 해병들은 검과 권총만 달랑 들었을 뿐이었다. 권총으로 사격을 가해 최대한 많이 쓰러트린 다음에는 검으로 적을 무조건 베어 넘겼다.
“죽어!”
아프리카 해병들이 권총을 쓰자 에스파냐 함대의 해병들은 기를 펴지 못했다. 몸통을 보호하기 위한 흉갑을 입고 있긴 했지만 신국이 개발한 권총의 총탄은 에스파냐 해병의 흉갑을 관통했다.
전장식 화승총의 총탄은 막아낼 수 있는 흉갑이었지만 신국의 총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배에 오른 뒤 연속해서 총질을 하며 적을 쓰러트린 아프리카 해병들은 검 하나에 몸을 의지해 날뛰었다.
에스파냐 해병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고 독기를 품기는 했지만 야생에서 다져진 독기로 똘똘 뭉친 아프리카 해병들이 난전에서는 한수 위였다. 더구나 숫자에서도 압도하는 아프리카 해병들이었다.
“크헉!”
“신이시여!”
에스파냐 해병들은 피를 뿜으며 쓰러져갔다. 갑판은 붉게 물들어 원래부터 붉은색 목재로 갑판을 만들었다고 착각할 정도가 되었다.
비명과 고함 속에 이어진 투쟁의 승자는 검은 피부를 가진 아프리카 해병들이었다. 이들은 에스파냐의 함선에 달라붙어 배를 하나둘 나포했다. 아프리카 해병들의 피해도 상당했지만 에스파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결국 해전은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신국의 승리로 끝났다.
“빠르게 정리한 뒤 상륙한다!”
상륙 지점은 항구에서 벗어난 곳이었다.
땅에 내려선 아프리카 해병들은 자유롭게 약탈을 시도했다. 에스파냐의 해변은 쑥대밭이 되었다.
세비야는 아직까지는 안전했지만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잡으면 다 돈이다!”
아프리카 해병들은 에스파냐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교육받은 대로 종이로 된 것은 소중히 갈무리하고 보물들을 마구 약탈했다.
뒤늦게 항복하는 자들에게 자비는 없었다. 오직 싸우기 전에 항복한 이들에게만 자유와 함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주어졌다.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항복한 이들은 아프리카 해병들과 함께 신국의 병사가 되었다.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같은 배를 타야만 했다.
빠르게 해변을 정리하고 리스본에 다시 갔다 온 후지바야시 켄은 다시 한 번 세비야의 앞바다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때문에 포르투갈로 진입하기 위해 모이던 이들은 격렬한 토론을 거쳐야만 했다.
세비야를 구해야 한다는 사람들과 리스본을 쳐야 한다는 사람들로 나뉜 것이었다.
어쨌거나 후지바야시 켄의 움직임으로 인해 에스파냐의 리스본 공략은 주춤했다.
“지브롤터 해협으로 간다.”
리스본을 압박하던 에스파냐 군대의 일부가 세비야로 향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순신은 바로 함대를 움직였다.
지브롤터 해협. 지중해로 들어가는 입구를 정리하려는 것이었다.
이순신의 함대는 빠르게 나아갔다. 그리고 지브롤터 해협에 도착하자 바쁘게 움직이며 근처의 항구를 방문해주었다.
얌전한 아가씨처럼 곱게 하는 방문이 아니었다.
“항복할 것인가? 아니면 노예가 될 것인가?”
세우타를 방문한 이순신은 경고를 보냈다. 세우타는 포르투갈 왕실에 충성하던 사람이 있던 다스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포르투갈 멸망 이후 에스파냐에 복속했다. 복수심 때문이었다. 허나, 복수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죽어라!”
이순신이 보낸 사신은 목이 떨어졌다. 이를 확인한 이순신은 차분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사신의 목을 벤 저들에게 자비를 보이지 마라.”
이후 무자비한 포격이 시작되었다. 이순신은 차근차근 항구의 방어 시설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선박들을 고스란히 나포하며 항구로 진입했다.
이후 벌어진 약탈에서 포르투갈 출신은 물론 도시를 지배하던 상류 계층 중에 살아남은 자는 오직 여자와 아이들뿐이었다. 죽은 자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노예가 되는 순간을 보지는 못했다.
세우타를 점령한 이순신의 보고에 후지바야시 켄은 거점 항구를 세우타로 정하고 입항했다. 이후 이순신은 함대를 거느리고 다시 리스본으로 향했다.
지브롤터 해협이 막은 순간, 지중해를 제외한 지역의 해역에는 신국을 적대하는 해양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적국의 항구가 존재하긴 했으나 선박이 만들어지는 순간 신국의 함대가 나타나 박살내거나 나포하기 때문에 신국의 적국 선박은 오로지 지중해 안에서만 항해하는 것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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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