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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65화 (26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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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

신유성이 알렉산드리아에 입성했을 때, 에스파냐의 군대는 지중해 방면으로 신경이 쏠려 있었다.

“털어! 털어! 털어!”

“와하하하하하!”

아프리카 해병들은 신나게 에스파냐 해안을 유린했다. 이들을 바다에서 잡을 에스파냐의 함대는 없었다. 함대들은 후지바야시 켄이 알렉산드리아로 향한 뒤, 뒤에 남은 함대가 한번 해안을 휩쓴 탓이었다.

이후, 이순신 또한 프리깃으로 이뤄진 소규모 함대를 순시를 위해 보냈다.

지중해에서 유럽의 해상 세력들은 빠르게 사라졌다.

때문에 아프리카 해병들이 탄 작은 선박들은 별 다른 문제없이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작전에 따라 해안의 대도시를 한 번 털고 나면 부자가 되는 해병들이었다.

수많은 백인들을 노예로 만들고 그들의 부를 약탈하는 맛에 해병들의 사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힘들다고 뒤로 빠지는 아프리카 해병은 거의 없었다. 한 번 노예가 되었던 이들은 다시 한 번 전사의 긍지를 되찾았다.

신국과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야! 거기 총 관리 제대로 못해!”

그래서 규율에 대해선 엄격했다. 잔뜩 기합이 들어갔다. 권총은 힘없는 약자라도 강자를 한 방에 쓰러트릴 수 있게 해주는 마법 같은 무기다.

가까이 붙으면 적당히 조준하고 방아쇠만 당기면 된다.

거리가 멀면 안 맞을 확률이 높아지지만 가까이 붙으면 그런 문제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렇기에 총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으며 총기 관리에 한해서만큼은 엄격했다.

“에이! 나중에 할게요. 뭘 그렇게.”

하지만 세상 어디에나 바보는 있다. 뺀질거리는 놈도 있다.

“이 자식이!”

이어지는 구타. 노예를 함부로 하는 것은 봐줄 수 있지만 총을 함부로 하는 것은 못 봐준다.

마구잡이로 구타를 당하는 뺀질이를 옹호하는 이들은 없었다.

“야! 비켜봐! 나도 좀 때리게!”

오히려 때려주기 위해 끼어드는 사람만 있을 뿐.

‘미안. 그래도 니가 잘못한 거야.’

뺀질이와 친하게 지내던 해병은 은근슬쩍 고개를 돌리며 자리를 떴다.

다소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약탈은 계속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소문이 아프리카 해병들을 통해 아프리카 부족들에게 조금씩 전해졌다.

이미 신국에 복속을 신청한 아프리카 북부 지역에서는 대규모의 해병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나도! 나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코흘리개 꼬마에서.

“총이 있지 않나? 나도 총을 쏠 수 있어! 봐! 손가락 멀쩡해!”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까지.

아프리카 해병이 되기 위해 지원하고자 하는 이들이 세우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합니까?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가 갑자기 많아지면 도시에 좋지 않습니다.”

수용 능력이 없는 도시에 갑자기 사람이 몰리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

의식주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사람만 많게 되면 싸움이 벌어진다.

범죄가 증가한다.

세우타의 지휘를 맡은 지휘관으로서는 그냥 내버려둬도 사실 상관없는 일이었다. 범죄를 일으켜도 해군에 피해만 가지 않으면 큰 문제는 안 생긴다.

도시의 행정도 함께 해야 하지만 어차피 지휘관은 군인일 뿐. 자격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갑자기 밀려든 것에 대해 책임질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휘관은 욕심을 냈다.

‘일을 해결하면 공적이 되지.’

그렇다. 해결 못하면 발뺌하면 되지만 해결하면 공적이 된다.

‘성공하면 영지가 추가로 생길 수도 있다.’

“식량은? 전부 먹일 수 있나?”

“모여든 사람을 전부 먹인다면 한 달이 한계입니다.”

“추가 보급이 와도?”

“다음 보급은 한 달하고도 보름은 더 있어야 합니다.”

“약탈품은?”

“약탈한 식량 포함입니다.”

사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휘관의 부관은 질문을 받으며 자신의 상관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상인들에게 사들인다면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다만 비용이 문제입니다.”

“비용?”

“그렇습니다.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면 상인들이 가격을 가지고 장난 칠 겁니다.”

“세우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식품상을 불러오도록.”

부관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지휘관은 부관이 나간 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눈치가 좋아. 계속 끌어줘야겠어.’

상관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니 옆에 두고 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었다.

어쨌거나 세우타의 지휘관은 식품상과 만나 흥정을 했다. 일을 돕는다면 약탈품 처분을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식품상은 당연히 달려들었다. 그리고 지휘관은 엄청난 수의 예비병을 두게 되었다.

노인도, 소년도 모조리 받아들여 예비병으로 둔 뒤 온갖 잡일을 떠맡긴 것이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무릎을 탁 쳤다.

‘지금이 바로 기회다!’

혼돈이 신성로마제국을 휩쓸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남쪽의 에스파냐 또한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아프리카 해병들을 이용한 약탈 작전은 유럽의 해안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프랑스도 별 힘을 못 쓰고 있고.’

유럽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상황이었다. 유럽을 일통했다고 자부하던 합스부르크의 지배력은 쉬지 않고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새로운 황제는 군사적으로 무능했다.

‘밀면 쓰러진다.’

이제 거칠 것이 없다고 노부나가는 판단했다. 원정을 나갔던 신성로마제국군은 알렉산드로 슈이스키에 의해 박살이 났다.

“오늘을 기다렸다!”

노부나가의 명령에 신국 원정군은 일제히 공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공격하는 군대에는 프로이센과 북유럽 출신 귀족들이 뒤섞여 있었다.

노부나가가 신성로마제국을 공격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에스파냐에 전해졌다.

“뭐라고? 이놈들이!”

펠리페 2세는 똥줄이 탔다. 포르투갈을 정리하려고 한 순간 아프리카 해병들이 나타나 해안을 초토화 시키며 잡음이 늘어났다. 그리고 군대의 의견이 둘로 갈라졌다.

포르투갈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아프리카 해병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포르투갈 공격을 주장하는 이들은 내륙에 영지를 가진 영주들이었고 아프리카 해병들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해안에 영지를 가진 영주들이었다.

“우리는 십자군이다! 제국을 도와야 한다!”

하지만 펠리페 2세의 선택은 신성로마제국이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빈을 점령당한다면 가문이 와해될 수 있었다.

분열은 피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한 선택이지만 귀족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상황을 이해 못해서가 아니었다.

“포르투갈을 먼저 쳐야 합니다! 승리를 얻으면 십자군의 사기는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포르투갈 공격을 주장하는 이들은 승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허나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승리를 한다고 해도 해안을 계속 약탈당한다면 기세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 상황을 못 본 척 한다면 나중에 문제가 됩니다!”

“적의 주력을 먼저 격파한다.”

펠리페 2세는 고집을 부렸다.

결국 포르투갈을 공격하려던 십자군은 뒤로 물러섰다. 제대로 공격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일이 이렇게 풀리자 포르투갈에서는 문제가 발생했다.

“하하하하! 역시 신국에 붙은 것이 정의요! 신은 신국과 함께 한다는 뜻 아니겠소!”

“그렇습니다!”

신국에 붙은 포르투갈 귀족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울러 이들과 함께 했던 영지민들 또한 표정이 밝아졌다.

“이제 고향에 돌아갈 수 있어!”

“그런데 남았던 놈들은 어쩌지?”

십자군이 온다는데도 그대로 고향에 남은 이들에 대한 감정이 미묘해졌다. 아니, 미묘해지도록 선동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놈들이야 누가 영주가 되도 상관할 놈들이 아니지. 그러니까 우리처럼 운명을 함께한 이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는 건 불공평해.”

“맞아!”

십자군이 리스본으로 진격해왔다면, 그래서 리스본이 함락 당했다면 영지를 떠난 이들의 운명은 절망으로 물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파고든 이들은 남은 이들보다 자신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포르투갈 출신 귀족들도 받아들였다.

“함께 했던 이들에게는 세금 혜택을 주겠다!”

“우와아아아아아!”

문제는 이러한 결정에 남아있던 이들이 불만을 품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그냥 같은 처지였던 고향 사람들이 갑자기 상전이 된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으니까.

마치 타국에 의해 점령된 것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자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처사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사고를 쳤다.

“이런 대접 받고 살 이유가 없지! 이교도를 신봉하는 이들은 악마나 다름없어! 난 십자군이 되겠어!”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에스파냐로 넘어가려다 붙잡힌 것이었다. 국경을 감시하던 이들에게 발각된 이들은 처음에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심문이 계속되자 결국 사실을 말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포르투갈 지역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에스파냐를 공격해 무너트리려던 척계광은 순간에 발목을 잡힌 것이었다.

“젠장. 일이 이렇게 꼬이다니.”

오다 노부나가가 신성로마제국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척계광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지바야시 켄의 합류로 인해 에스파냐의 대군이 주춤했다. 여기에 노부나가가 신성로마제국으로 쳐들어가며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펠리페 2세가 상당수의 병력을 신성로마제국으로 빼냈기 때문이었다.

공격하려면 지금이었다.

적의 세력이 분산되고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각개격파를 해야만 했다. 병법의 기초 중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절호의 기회가 왔어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변수 때문이었다.

포르투갈 사람들 간에 생긴 반목으로 인해 일부 포르투갈 젊은이들이 십자군에 가담하려 했었다는 사실은 긴장하게 만들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진격했을 경우 뒤가 위험하다.’

차별로 인해 벌어진 문제였다.

차별이 계속된다면 불만은 팽배해진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적을 도우려는 자들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척계광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후방에서 갑자기 일어난 사건으로 군을 되돌려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싹 죽일 수도 없고.’

문제는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 행여나 일이 잘못 풀려서 신국 전체의 문제로 번지게 되면 신유성을 볼 면목이 없게 된다.

‘폐하께 자문을 구하기도 그렇고.’

신유성의 도움을 받는다면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공을 세워도 결국 영광은 신유성이 가져가게 된다. 척계광이 전쟁에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명성이었다. 더 큰 명성을 얻어 명나라를 배신한 배신자라는 오명을 가리고 싶었다.

‘어떻게 한다?’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부관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한 부관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세우타처럼 하는 것은 어떨까요?”

“음, 이 경우에는 문제가 조금 다르다.”

세우타처럼 모든 이들을 병사로 징집하긴 어려웠다. 포르투갈인들 사이에 있는 감정의 장벽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한쪽을 편들어 줄 것이 아니라면 아예 분리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봅니다. 어차피 자신의 터전에 남았던 이들 중 모병에 응하는 이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이니까요.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하죠.”

“흐음.”

그다지 마음에 드는 방법은 아니었다. 척계광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국의 백성이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하면 될 겁니다. 그들을 선봉으로 세우는 겁니다.”

“선봉이라.”

한 마디로 죽을 자리에 밀어 넣겠다는 소리였다.

척계광의 고민은 길어졌다.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하지만 마냥 좋은 방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인내심도 없었다. 노부나가에게 먹음직한 공적을 빼앗기기 싫었던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척계광은 결국 모병을 하기로 결정했다.

모병이 결정되었다. 말은 모병이었지만 사실상 징병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안 가면 안 되나?”

“안 가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지?”

자신의 터전에 그대로 남았던 포르투갈인들은 결국 대부분 모병에 응했다. 불이익에 대한 분위기가 점점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다 죽으면 어쩌지?”

“그래도 신국이 강하잖아. 믿어봐야지.”

모병에 응한 이들 또한 자신들이 위험한 곳에 가게 될 것이란 것을 직감했다. 이들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신국의 전력이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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