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신의 유희-270화 (270/271)

0270 / 0271 ----------------------------------------------

입성

빈이 함락되었다. 노부나가의 군대는 빈을 약탈했다.

“이 놈들 참 많이도 모아놨군.”

“그러게 말입니다.”

“자네들도 고르도록 하라.”

빈이 약탈당하며 당연히 사람들은 노예가 되었다.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도시였기 때문에 약탈할 것은 많았다. 노부나가의 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사기가 올라갔다.

“마음에 드는 여인이 없는 것입니까?”

“음.”

노부나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는 여인들이 있었다. 상인의 자식들 중에 미모가 괜찮은 이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귀족들 중에 미모가 뛰어난 이들이 좀 있었는데.......”

부하 하나가 은근히 부추긴 순간이었다.

“뭐라고 했나?”

“네? 아닙니다.”

말을 꺼낸 부하는 겁에 질렸다.

“뭐라고 했냐고 물었다!”

불 같이 성질을 내던 노부나가는 부하를 두드려 팼다.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뭐라고 했냐고! 왜 대답을 안 하나!”

윽박지르지만 얻어맞는 부하는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입을 연 순간 목이 베일 것 같아서였다.

“후우! 잘 들어라. 절대 귀족들. 합스부르크 여인에게 손대지 마라. 걸리면 내가 친히 머리를 떼어주겠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여자들에게 손을 대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놈들이 부활하게 놔둘 수는 없지.’

신유성으로부터 온 연락이 있었다. 함락 전까지 항복하지 않은 합스부르크와 귀족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노예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항복하고 어쩌고 해도 봐주지 말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합스부르크 가문이 부활할 여지를 아예 막으려는 것이었다.

노부나가도 이에 찬성했다. 신국의 힘은 이제 더 이상 복속하겠다고 하는 이들이 없어도 강력했다.

“그런데 이번에 귀족들을 전부 노예로 삼아버리면 다른 이들이 불안해하지 않을까요?”

“그럴 일 없다.”

합스부르크 가문을 먼저 배신하고 복속을 청했던 이들은 오히려 열렬히 찬성하고 있었다.

“그럼 명대로 하겠습니다.”

얻어터진 부하를 뒤로하고 노부나가는 밖으로 나갔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심장인 빈이 함락 되었다는 소식은 빠르게 유럽 전역에 퍼졌다. 이를 기점으로 하여 개신교와 손을 잡고 신국으로 전향한 귀족들은 일제히 일어났다.

신성로마제국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기습에 합스부르크 가문을 지지하던 가문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신국에 대항하기 위해 에스파냐로 향했기 때문에 남겨진 영지는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이후 사냥이 시작되었다.

“한 놈이라도 더 잡아야 한다! 쉴 수 없다!”

“알겠습니다!”

추격전이 벌어졌다. 에스파냐로 향하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지자들과 이들을 사냥하는 귀족들이 벌이는 추격전이었다.

신국에 복속한 귀족들의 입장에서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지자들이었다. 과거에는 동지였지만 이제는 죽여야만 하는 적이었다.

자비 따윌 베풀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과거를 그리워하며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지자들이 음지에서 다시 뭉치는 일이 벌어진다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악착 같이 사냥했다.

그 결과 도망친 귀족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도망친 이들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에스파냐로 숨은 정도였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펠리페 2세는 웃었다. 손에는 검을 들고 마구 휘둘렀다. 장식물들이 부서져 나갔다. 광기로 가득 찬 행동에 주변에 얼씬거리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신이시여!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절규를 토하지만 답은 없다.

“모두 당신을 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펠리페 2세는 더욱 극심하게 날뛰었다. 힘이 빠질 때까지. 그러다 지치자 눈물을 흘렸다.

“죄송합니다. 모두 욕심이었습니다.”

회개했다.

펠리페 2세도 알고 있었다. 세계를 향한 전쟁은 신앙심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신앙을 통해 통치하고자 했을 뿐이었다.

세계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싶어 했다. 이러한 합스부르크 가문의 야욕에 동의한 귀족들이 함께 했다.

“크.......”

홀로 회개를 마친 펠리페 2세는 술을 마셨다. 머리가 어지러워질 때까지. 모든 것을 잊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마시고 또 마셨다.

인사불성으로 취한 펠리페 2세는 알현실에 드러누웠다. 황제로서의 체통을 다 내던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러한 펠리페 2세를 바라보는 자가 있었다.

‘죽인다.’

남자는 펠리페 2세의 호위대였다. 호위대는 기본적으로 신분이 어느 정도 보장된 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자리, 황제를 배신할 염려가 가장 적은 집단이라고 봐야했다.

‘죽이면.......’

남자는 망설였다. 펠리페 2세를 죽이면 궁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은 어려웠다. 후일 추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아버지는 신국에 복속하기로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황제를 죽이고 일시에 모두 사로잡아 신국에 바친다는 이야기였다.

무척 위험한 일이었지만 이제 와서 신국에 복속한다고 말만 해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 끈질기게 길을 찾았고 개신교 세력 쪽에서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바로 펠리페 2세의 암살이었다.

펠리페 2세를 죽이고 남은 세력을 모조리 사로잡아 건넨다면 복속을 받아주기로 한 것이었다.

‘마리아.’

남자는 연인의 이름을 한 번 되새기고는 조심스럽게 펠리페 2세에게 다가갔다.

이어서 단검이 번뜩였다. 미미한 소리만 남기고 휘둘러진 단검이 펠리페 2세의 목을 그었다. 살이 갈라지며 피가 솟았다.

“커헉!”

목을 부여잡은 펠리페 2세는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피 끓는 소리는 날 뿐이었다.

남자는 다시 단검을 목에 찔렀다. 신경을 완전히 끊어버리자 펠리페 2세의 몸이 늘어졌다.

‘죽였다!’

황제를 죽인 남자는 서둘러 궁을 빠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궁에 소란이 일었다. 그리고 배신한 귀족들이 날뛰었다.

에스파냐의 몰락이었다.

“그런가?”

모든 보고를 받은 신유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싸울 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직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오지도 많았고 합스부르크의 잔당들이 다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시간 문제였다.

“잠시 쉬겠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

신유성은 조용히 정원으로 향했다.

“혼자 있고 싶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물러났다.

가만히 정원에 앉아 햇빛을 즐겼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이 무엇을 해냈는지 자각하게 되었다.

“했다.”

세계 정복을 했다.

“훗.”

웃음이 입을 비집고 나왔다.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해냈다.

더 이상 싸울 적은 없었다. 이제 뒷정리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했다! 내가 했다! 모두 이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쥔 신유성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참을 수 없는 기쁨이 가슴에 차올랐다.

“됐다아아아아아아아!”

드디어 세계의 정복자가 되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멸망은 금방 알려졌다. 신유성이 사람을 시켜 일부러 퍼트린 것이었다. 개신교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유럽에 알렸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합스부르크의 잔당들을 고립 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응!”

신유성은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실내에는 수많은 여인들이 옷을 벗고 신유성을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황제의 품에 안기기 위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찰지구나!”

엉덩이를 때리며 신유성은 소리를 질렀다.

“아응!”

여인은 황홀한 신음을 연신 토해내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칭찬 받은 엉덩이를 더욱 흔들었다. 열기는 극에 달하며 신유성은 폭발했다.

정사가 끝난 뒤에는 휴식을 가졌다. 그리고 신유성은 몸을 일으켰다.

“다들 그대로 대기하라. 잠시 나갔다 올 테니.”

회의를 하다말고 정사를 치르러 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신유성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흐뭇하게 웃었다.

신유성이 현재 안고 있는 여자들은 유럽 각지의 여인들이었다. 오직 미모와 심성만을 보고 뽑은 이들로 철저히 검증을 한 미녀대회를 통과한 이들이었다.

이들과 신유성의 정사가 알려지자 개신교를 비롯해 유럽 출신 귀족들은 안심했다. 그리고 미녀들의 가족들을 돌보며 어떻게 해서든 연줄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넘치는 권력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있으니 그 줄기를 따라 사람들이 움직였다.

“첫 선거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나?”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답했다. 뒤를 이어 이이가 보고했다.

“짝이 없는 여인들이 넘쳐납니다. 이들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허한다. 치안 병력을 통해 여인들을 보호하게 하는 한 편 이들의 혼인을 주선하도록 하라.”

신유성은 아직도 알렉산드리아에 머물렀다. 그래서 한양에서 이이가 찾아왔다.

의회는 한양에 아직도 있지만 중요한 일이 있어 이이가 알렉산드리아까지 온 것이었다. 이이 이외에도 많은 중신들이 찾아왔다.

“개척은?”

“아직 많이 남은 상태입니다.”

전쟁이 끝났다. 그렇기에 이제는 개척시대였다. 전쟁을 통해 공을 세워 영주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었다.

많은 이들이 군을 떠났다. 영주가 되지 못한 이들이었다.

신유성은 원정군을 황실 친위대와 연방군으로 나누었다. 전쟁이 끝났지만 군대를 해산할 순 없었다.

“군대는 계속 유지한다. 정예들로만 구성하도록 한다.”

군대가 없으면 반란이 일어나도 조속히 대처하기가 어려웠다. 반란 세력이 후장식 총기를 손에 넣은 뒤에 반란을 일으키면 문제가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었다.

반란이 있을 때마다 군대를 소집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란이 일어나는 즉시 토벌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병력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었다.

어차피 재정은 남아도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모든 해적 활동을 금한다. 사략 허가를 모두 회수한다. 이에 불응하는 자들은 역적에 준하는 수준으로 벌한다!”

해적들 덕분에 신국은 많은 재미를 보았다. 하지만 이제 해적은 필요 없어졌다. 털어야 할 적이 없으니까.

이제부터 해적들이 활동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신국의 선박을 먹이로 자라는 것 뿐.

그렇기에 해악이 되었다.

사냥이 끝났으니 해적은 필요 없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해적 출신들은 별로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아니, 가질 수 없었다.

같은 해적 출신 해군들이 해적 사냥에 나서며 해적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게 되었다. 해적 출신 해군들이 해적을 잡아 공을 세우려고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닌 탓이었다.

위로 향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정말 별로 없기 때문에 경쟁은 엄청나게 치열해졌다.

이제는 같은 편이 경쟁 상대였다. 그렇기에 사회에는 파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종, 언어, 종교 등 여러 기준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뭉치고 흩어졌다.

“총선 기간 동안 모든 영주들은 선거 지원에 힘쓰도록. 이는 국가의 대사이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신유성은 의회 확장을 선언했다.

영주들만이 의회의 의원이 되는 것에서 더 확장한 것. 그렇지 않아도 전쟁을 끝으로 영주가 될 기회가 없어지게 되니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다.

성장 동력이 떨어지려는 찰나였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새로이 의회의 의원을 늘린다고 하지 아직 출세의 기회가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비록 기간이 정해진 한정된 권력이지만 의원으로 있는 동안에는 영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정복은 끝났지만 사람들의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