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6화 (16/244)

00016  길드전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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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이름 Ray.

길드장 쥬죠.

길드전 참여인원 13명.

10명의 마검사와 3명의 힐러로 구성.

길드 이름 호크.

길드장 안졸리냐졸려.(대외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음.)

길드전 참여인원 13명.12명의 총잡이와 1명의 건오퍼로 구성. 대외적으로 13명의 총잡이로 구성되어있다고 발표 됨.

Ray같은 경우는 클래스를 속일래야 속일 수가 없다. 힐러는 사제복을 입어야만 하고 힐러 특유의 메이스를 들어야 한다. 척 봐도 보인다. 10명의 마검사. 3명의 힐러. 그리고 Ray는 구태여 클래스를 속일 생각도 없었다. 그들 같은 경우는 클래스를 속여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없는데다가 미노타우르스조차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현캐를 상대로 전력을 쏟아부을 생각도 없었으니까. 마음 편하게 길드전에 임했다.

그에 반해 호크의 길드원들은 모두 복장이 같다. 총잡이 특유의 디지털 군복을 입었다. 흰색과 회색, 검은색이 얼룩진 디지털 군복과 야상. 전투화를 신은 그들은 선글라스와 함께 방어능력이 거의 없는 자주색 베레모까지 썼다. 겉으로 보면 다 똑같아 보인다. 그래서 누가 누군지 제대로 구별이 안 된다.

길드전이 벌어지는 콜로세움 내에서 두 길드가 대치했다. 길드전이 시작되면 3분간 서로를 공격할 수  없다. 3분 동안 각자에게 맞는 진을 짜고 공격 준비를 해야만 한다.

민혁의 길드채팅이 들려왔다.

- 길장. 우리 목표는 뭐라고?

길드채팅은 같은 길드의 유저에게만 들린다.

- 힐러부터 족친다.

- 오오케이. 일단 시작하자마자 서브머신건 화망으로 갈겨. 아무도 접근 못 하게. 그리고 조준이 완료되는대로 스나이퍼 둘이서 힐러 한 마리씩. 제발 부탁이니까 한 방에 보내버려야된다!!!

이미 전략에 대해선 여러번 설명했다. 그러나 민혁은 여전히 안심이 되지 않는 듯 했다. S등급의 악세서리를 얻을 수 있다. 1위 길드가 그렇다. 사실 윤석도 1위는 힘들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래도 50위 안에만 들면 된다. 50위 안에만 들어도 B급 악세서리라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B급은 현금으로 5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어쨌든 승리를 따내기 위해선 다른 길드에서 이쪽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빠르게 속전속결로 길드전을 치뤄야 한다. 건 오퍼의 역할도 숨기고 총잡이들의 기술도 숨기는게 좋다.

길드전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해설자들도 고용되었다.

- 길드전 시작까지 1분 남았습니다! 모두 준비해 주세요!

- 많은 분들이 관심을 쏟고있는 이번 길드전! 곧 시작 됩니다! 두근두근 되는 군요! 판타리아의 마검사와 힐러의 조합을 과연 현캐의 총잡이들이 잡아낼 수 있을까요!

호크는 건오퍼인 윤석을 후방에 세우고 다른 총잡이들을 전진배치했다.

Ray는 호크를 굉장히 쉽게 봤다. 레벨 45의 미노타우르스를 잡는 것도 힘겨워하던 것을 봤었다. 그 정도 데미지면 무시할만하다고 생각했고.

- 길장.  쟤네 원거리 전투타입이잖아. 우리 무적타임때 거리 좁혀놔야하는 거 아니냐?

- 괜찮아. 쟤네 데미지 봤잖아. 무시해도 돼. 우린 이번 경기는 거저 먹는거라고.

- 하긴. 그건 그래?

- 자자. 모두 마음 편하게 가져. 솔직히 힐러도 뭐... 별로 필요 없을 거 같다. 이번판 그냥 행운판이니까 쉽게쉽게 가자고.

- 오케이! 겨우 현캐니까!

실제로 무시했다. 진을 짜지도 않았다. 3분의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는 듯 했다.

두 진영은 척 보기에도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한 쪽은 편하고 자유롭게 다른쪽을 응시했고, 한 쪽은 철저하게 진을 짜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 Ready! Start!

사회자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상대를 향한 공격제한이 해제되었다.

그와 동시에.

이펙트를 해제한, 건 오퍼의 배틀필드가 펼쳐지고.

[ 노멀탄을 설정하셨습니다. ]

[ 노멀탄을 설정하셨습니다. ]

[ 마력탄을 설정하셨습니다. ]

[ 마력탄을 설정하셨습니다. ]

노멀탄 5명. 마력탄 5명이다. 각자 미리 입을 맞추어 놓은 상태로 화망사격을 펼쳤다. 총잡이 중 한 명인 구창민이 외쳤다.

" 갈겨!!! "

투다다다닷-!!!

투다다다다닷-!!!

요란한 총성이 울려퍼지고 매캐한 화약향이 콜로세움에 피어올랐다.

민혁이 다시 길드채팅으로 말했다.

- 창민 형님. 계속 육성으로 지시를 내려 주십쇼!

지시는 길드채팅으로 내리는게 가장 유리하다. 상대에게 들리지 않고 이 쪽에만 들리니까. 그러나 민혁은 창민에게 명령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이번 길드전에서의 길드장 역시 소총수인 구창민으로 되어있다. 호크는 각 길드전때마다 임시리더를 내세운다. 건오퍼의 존재. 진짜 리더를 숨기기위한 방책이었다.

구창민은 별로 의미가 없는 지시를 계속해서 내렸다.

" 왼쪽이 비었어! 왼쪽에 좀 더 세게 갈겨! "

물론 대외적인 명령일 뿐이다. 실질적인 지시는 길드장인 김윤석과 강민혁이 내렸다. 호크의 화망사격에 Ray의 길드원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길드채팅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 씨발 귀찮은 새끼들.

여전히 데미지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H/P손실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귀찮다. 앞으로 나가기가 힘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연사속도가 너무 빠르다.

- 오오! 현캐길드 호크가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상당히 분발하고 있습니다!

- 마검사 길드 Ray! 원거리 전투타입의 총잡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합니다!

- 이 것이 바로 원거리 전투타입의 장점이죠! 근접클래스가 가까이 붙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연사속도군요!

- 저게 다 돈이라는 사실을 아시면 까무러치실 겁니다. 한 발에 300원쯤 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저 정도로 쏟아부으려면 이번 길드전에서 100만원은 넘게 투자할 생각인가 본데요.

- 그러나 데미지는 먹혀들지 않습니다.

마검사는 대부분이 근접전투 클래스다. 주 공격이 검이고 마법은 보조하는 형식이다.

- 라피드로 거리를 좁혀!

라피드는 마검사들의 이동스킬로 순간적으로 이동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순식간에 5미터가량을 급속도로 접근하는 기술이다. 라피드를 통해 거리를 좁히려고 했다.

그러나.

- 라피드 발동이 어렵습니다!

- 젠장 귀찮은 새끼들!

- 발동이 안 되잖아!

무언가 수를 부린 것 같다. 스킬 발동이 제대로 안 된다. 바로 마력탄의 효과다. 마력탄은 데미지가 매우 약하다. 노멀탄도 데미지가 약한데 마력탄은 더욱 약하다. 현재 이쪽으로 아주 천천히 접근하고 있는 마검사들은 전사계열 클래스보다 맷집이 약하다. 그런데도 데미지가 별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그 건 마력탄과 노멀탄이 얼마나 약한 데미지를 가졌는지 나타내주는 지표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소총수의 역할은 데미지를 주는 게 아니다.

각종 특수효과를 가진 탄을 순식간에 쏟아부어 상대를 무력화 시키고 그 빠른 연사속도를 바탕으로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게 바로 소총수다.

그리고 아직까지 Ray는 그걸 잘 모른다.

현재 소총수들이 쏟아붓고 있는 탄은 바로 마력탄과 노멀탄. 노멀탄이 마검사들의 접근을 막고, 마력탄이 M/P 운용을 어렵게 만든다. 마력탄의 특수효과가 먹혀드는 확률이 대략 5퍼센트. 턱없이 낮은 수치다.

그러나 서브머신건의 연사속도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낮은 수치도 아니다. 자동소총이 10초간 300발을 발사한다. 그보다 연사속도가 빠른 서브머신건은 10초간 600발 가량을 발사한다. 1초에 60발이 쏟아진다는 뜻이다. 5퍼센트의 확률로 마나를 사용한 스킬사용을 방해한다는 것은 통계상 20발 중 1 발은 그 효과가 먹혀든다는 뜻이고, 5명의 소총수가 화망을 구축해 발사하는 총탄은 마검사들의 스킬 사용을 충분히 제약하고도 남았다. 1초에 300발이 넘게 쏟아지는 화망사격이었으니까.

몇 번 정도 시도해보면 또 모르겠으나 지금 Ray 모두가 너무 당황했다. 허접한 총알인줄만 알았는데 예상과 너무 다르다.

- 라피드 사용이 전혀 안 돼!

- 거리를 못 좁힌다!

Ray의 길드원들이 당황했다. 당황하면 될 일도 안되기 마련이다.

- 모두 당황하지마. 어차피 데미지는 별로 안 크잖아. 힐러진들. 어차피 데미지 별로 없으니까 광역힐시전해서 전부다 피 조금씩 채워줘. 그것 만으로 충분해!

Ray의 길드창이 소란스러워졌다. 뒤로 빠져있던 힐러 세 명이 광역 힐진을 펼쳤다. 회복속도와 회복량은 적지만 한꺼번에 여러명에게 힐을 시전할 수 있는 스킬이다.

소총수에게 입었던 미약한 데미지가 조금씩 차올랐고.

- 미노타우르스도 잡기 힘들어하던 놈들이야. 이대로 조금씩 전진해.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광역힐로 인해 H/P가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맞다보니 총잡이들의 데미지는 별 거 아니었다. 힐보다 H/P회복속도가 느린 광역힐로도 체력이 회복되는 것을 보면 정말로 별 것 아닌 수준이었다.

해설자들이 침을 튀겨가며 해설했다.

- 호크! 계속해서 총을 발사합니다! 그러나 데미지는 별로 크지 않은 모양! 열심히 쏘는 것에 비해 그 성과는 미비하군요!

- 예... 아쉽게도 그렇군요. 분발을 하고는 있으나 데미지 자체가 너무 약한데요!

- 흥미진진합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아직까진 현캐의 우세! 그러나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Ray에게 승기를 빼앗길 것 같은데요! 오히려 H/P가 다시 차고 있습니다. 아... 지금까지 쏟아부은 총알이 아까워지는데요!

현캐의 길드전을 구경하러온 많은 사람들도 낄낄 웃었다. 약해도 너무 약하다. 저렇게 총알을 쏟아붓고 필사적으로 발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Ray 길드원들의 H/P가 계속해서 차오르고 있다. 한 발에 300원. 그 돈을 바닥에 내버리고 있다고만 생각이 든다.

" 뭐하냐 현캐들!! 힘 좀 내봐라! 현캐 유일 전투길드잖냐! "

" 그래도 장하다 장해! 좀 더 열심히 쏴 봐! "

" 저게 다 돈이잖아! 아 아깝다! 그 돈으로 현질해도 되겠다! "

킥킥 웃으면서 호크를 비웃었다. 그래도 참가신청을 한 게 어디랴 싶다. 현캐주제에 참가신청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장하다는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 때.

- 오오케이! 이쪽 준비 완료!

- 이쪽도 완료!

포병들이 발사준비를 완료했고. 실질적으로 작전을 지휘하는 민혁이 그럼 갈겨! 하고 외쳤다.

- 오케이! 발사 3초전!

관중들의 비웃음 속에 포병 둘이 72mm 대구경 포탄을 발포했다. 일반 포탄도 아니다. 특수효과가 포함된, 건오퍼가 제공한 특수탄인 플레임이다.

- 길장! 저기 포 꺼내드는데!

- 포병 데미지는 좀 세다던데 괜찮을까요?

- 괜찮아! 그래봤자 어차피 현캐들이야!

어차피 지금은 몸을 피하기도 어렵다. 계속해서 총알이 박혀드는 까닭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고 맞아봤자 별로 데미지를 입을 것 같지도 않다.

- 플레임 발사!!!

건 오퍼가 특수 제작한 탄환. 플레임 두 발이 마검사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 작품 후기 ============================

대학로에서 (셰익스피어의 명작인) '오셀로' 연극을 보고 왔는데 으... 보는 내내 스트레스.

어찌 그리 상황이 답답하게 돌아가는지. 하지만 마지막엔 감동의 눈물을 흘렸더랬죠. 재밌습니다. 시간 되시는 분은 한 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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