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7화 (17/244)

00017  길드전 시작!  =========================================================================

* * *

정차장은 요즘 기분이 좋다.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는데 요즘들어 굉장히 친해졌다. 서로 말도 잘 통해서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 그건 전부 유토피아덕분이었다. 유토피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즐긴다. 공통의 화제가 있고 공유하는 취미가 있으면 거리감이 줄어들기 마련이고, 정차장은 자식들과의 관계를 무척이나 좁힐 수 있었다.

오늘은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TV를 시청했다. 유토피아 전용 게임채널인 유토TV를 틀어놓고서 요즘 세간의 관심인 현캐의 길드전을 감상했다.

정차장의 딸인 정은미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아빠. 저건 아무래도 너무 무모한 도전인 것 같아. "

" 응? "

" 저 Ray길드... 예전에 몹 잡는 거 봤는데 진짜 세던데... "

길드전은 일종의 오락성 이벤트고 그 이벤트를 좀 더 실감나고 재미있게 보기위해 길드원들의 H/P를 모두 공개한다. (M/P는 공개하지 않는다. H/P물약, M/P물약 모두가 사용불가다. H/P는 공개가 되고 M/P는 공개가 되지 않는 시점에서 길드전을 치르는 유저들은 일종의 심리전을 걸 수도 있다. M/P가 많이 남은 척하면서 허세를 부릴수도 있고, M/P가없는 척하면서 함정에 끌어들인 뒤 박살을 내버릴 수도 있다. )

Ray길드원들의 H/P가 깎이긴 깎였다. 그러나 그 깎이는 양은 매우 미비했다. 힐러들이 광역힐을 시전하자 오히려 H/P가 차기 시작했다.

" 저래서야... 총알 다 떨어지면 끝일텐데... "

정은미의 오빠인 정은현은 낄낄대고 웃었다.

" 그니까 왜 현캐를 해? 저런 쓰레기 캐릭을. 뷰~웅신들. "

"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이런 거까지 도전하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해. "

" 도전을 해도 될 게 있고 안될 게 있지. 저런 걸 힘 낭비라고 하는거야. 접근만 못하면 뭐하냐. 장담하는데 쟤넨 개발려. 총알 다 떨어지면 끝이지 뭐. 그리고 저게 다 돈이다 돈. 총잡이가 괜히 쓰레기 클래스가 아냐. "

정은미는 호크를 조금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도 그녀는 얼마 없는 호크 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호크가 어느정도로 무참하게 깨질지를 눈여겨 보는 반면, 그녀는 남몰래 호크를 응원했다.

커다란 총 -정은미의 눈으로 보면 포나 총이나 크기만 다를 뿐 어차피 거기서 거기였다- 을 짊어진 두 명이 앞으로 나서는게 보였다. 뭔지는 모르겠다. 그냥 거대한 총 같았다. 그래도 속으로나마 응원했다.

' 화이팅! 힘내! '

* * *

민혁이 외쳤다.

- 갈겨!!!

그리고 배틀 필드 내의 포병 둘이 앞으로 나서서 탄을 설정했다.

[ 플레임탄을 설정 하셨습니다.]

[ 플레임탄을 설정 하셨습니다.]

72mm 대구경 포탄이 날아들었다. 그 것도 건오퍼가 제공한 플레임탄이다. 두 발 모두 전면의 마검사들을 향해 떨어져내렸고.

쾅!!!

거대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땅이 움푹 패였다. 흙먼지가 피어 올랐다.

- 오오! 이럴수가! 총잡이의 호크!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공격!

- 재빠른 연사속도에 막혀 접근하지 못하던 마검사들! 지금은 흙먼지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 정말 대단합니다! 방금은 포병의 공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 설마 호크에는 소총수 뿐만 아니라 포병도 있었던 겁니까!

해설자들이 침을 튀겨가며 해설하고, 서서히 먼지가 걷혔다.

" 이런 젠장... "

" 이건... 아프잖아. "

포병의 포탄 공격은 그 데미지가 소총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H/P가 1/3이나 뭉텅 깎여져 나갔다. 그런데 그것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저런 큰 공격은 분명 딜레이가 있을 거다. 잠깐 숨 돌릴 틈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문제는 방금의 포탄공격으로 인해 장비가 많이 손상됐다는 거다.

- 장비가 맛이 갔어!

- 빌어먹을! 포탄의 효과인 것 같은데.

플레임은 건 오퍼가 제공하는 특수탄이다. 일반적인 포탄과는 다르다. 장비를 손상시키는 특수효과를 내포하고 있다. 플레임에 얻어맞은 마검사들의 방어구가 상태이상을 일으켰다. 방어력이 50퍼센트 넘게 깎여나갔다.

그것 뿐만 아니다. 포병의 공격은 그 자체로도 꽤나 강력한 한 방, 한 방을 선사하지만 -물론 솔로플레이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포 쏘기도 전에 맞아죽기 쉽상이다.- 더 큰 효과는 바로 스턴효과 ( * 움직임을 제약하는 효과 ) 다.포병의 공격은 소총수의 총알보다도 더욱 효과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제약할 수 있다.

Ray 길드장 쥬죠가 외쳤다.

" 힐! 힐! 정신 똑바로 차리고 힐 줘야된다! 스턴 걸렸다! 힐 줘! "

" 방어구 맛이 갔어! 힐! 힐! "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런데.

" 뭐야! 힐진 다 어디갔어!!! "

힐러 3명이 모두 죽었다. 싸늘한 시체로 변한 상태다. 아주 잠깐 콜로세움이 조용해졌다. 이건 도저히 믿을 수 없다. 포탄 공격은 물론 생각외로 무척 강했다. 게다가 광역공격이었다. 그러나 그 여파가 뒤쪽의 힐러진에게까지 향할리 없다.

- 씨발! 힐러들 언제 죽었어!

그리고 이내.

와아아아!!!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이건 말도 안 된다. 현캐길드가 판캐길드를 상대로 한 방을 먹였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다. 포병이 포를 발사했고 그 것에 마검사들은 크게 데미지를 입었다. 마검사는 방어력이 뛰어난 클래스는 아니었으니까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저 뒤쪽에 떨어져 있던 힐러가 죽은 건 너무 의외다.

- 폭발의 여파가 저쪽까지 퍼진걸까요! 아니면 호크에 또다른 비장의 수가... 아! 아아.. 혹시!

- 호, 혹시!

- 호, 혹시! 스, 스나이퍼가 있는 겁니까!!!

- 그러고보니 처음엔 분명 13명이었는데 지금은 11명이군요!!! 두, 두명이 사라졌습니다!

- 설마 그 말도 안되는 클래스인 스나이퍼가 정말로 호크 내에 존재하고 있던 겁니까! 애초에 스나이퍼를 키우는 유저가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 그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됩니다! 스나이퍼입니다! 은신한 채 총을 쏜다는 스나이퍼! 정말로 있었군요! 그 말도 안되는 클래스를 키우는 유저가!

- 아! 저기 구석에서 나타났네요! 예! 스나이퍼입니다! 스나이퍼는 공격하는 순간 은신이 풀리게 되죠!

포병의 화려한 공격으로 신경을 분산시키고 그 틈에 스나이퍼가 힐러진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워낙에 맷집이 약한 힐러이고, 일격필살이 가능한 스나이퍼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 오케이! 원샷 투킬!

- 오케이! 원샷 투킬!

스나이퍼 둘의 길드채팅이 들려왔다. 두 명의 스나이퍼가 두 발의 탄환으로 세 명의 힐러를 죽였다. 힐러 셋이 한 곳에 모여 있기에 가능했다. 두 명의 미간을 정확하게 관통시켰고 머리를 뚫고 나간 두 발의 총알이 나머지 한 힐러를 죽였다.

포병보다도 탄 딜레이가 훨씬 길고, 광역 공격도 가능하지 않으며 일정거리 이상 멀어져야만 겨우 공격이 가능하기까지 한데다가 한 번 공격이 실패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최악의 클래스 스나이퍼.

그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민혁이 총신을 불끈 쥐었다. 그는 현캐따윈 절대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 오케이! 잘 했어! 이제 힐러는 없고!

길드장 윤석이 외쳤다. 그도 마음이 급하다. 급할 땐 무조건 반말이고, 그건 길드원 서로간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사항이다. 길드전 시에는 서로간에 반말을 해도 괜찮다.

- 탄 바꿔! 탄이야 만들면 그만이니까.

- 모두 탄을 바꿔! 대 접근전캐릭 전용!

[ 마비탄을 설정하셨습니다. ]

[ 마비탄을 설정하셨습니다. ]

[ 마비탄을 설정하셨습니다. ]

마비탄 역시 마비되는 확률이 매우 낮다. 겨우 3프로다. 그러나 서브머신건의 연사속도와 10명의 총잡이가 쏘아대는 총알의 양을 생각하면 그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윤석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생각대로 되어가고 있다.

' 좋았어. '

일부러 처음부터 마비탄을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마비탄을 사용했으면 다음 길드전 상대에게 정보를 너무 많이 줘버린다.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약하는 탄이 바로 마비탄이다.마법사들의 석화만큼 뛰어난 효과를 자랑한다. 일부러 포병의 스턴효과가 먹히고 난 다음 마비탄을 설정했다.

- 이럴수가! Ray의 마검사들! 움직임이 더욱 둔해졌습니다! 아니!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군요! 데미지가 계속해서 누적된 것 같습니다!

마비탄을 설정해서 사용한 거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데미지가 누적되어서, 그리고 포병의 스턴효과때문에 움직임이 더욱 둔화된 것 처럼만 보였다.

- 그렇군요! 장비의 내구도도 많이 하락한 듯 보입니다! 힐러의 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총잡이들의 총알이! 아까는 그렇게도 소용없어보이던 총알들이! 빗발치니다! 이럴수가! 이건 반란입니다! 총잡이들의 반란! H/P가 훨씬 빠르게 깎여 나갑니다!

투다다다닷──!!!

소총수들의 서브머신건이 불을 뿜고.

쾅!!!

움직이지 못하게 된 마검사들의 머리 위로 다시금 72mm포탄 플레임이 떨어져내렸다.

- 이런 씨팔!

- 현캐따위 한테 진다는 게 말이...

하나 둘씩 쓰러져갔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마검사의 수는 5명. 그런데 윤석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 젠장! 서둘러! 스나이퍼! 제발 빨리 좀! 곧 배틀필드 풀린다!

마나 절대량이 높아졌고 각종 악세서리로 마나의 소모량을 10퍼센트나 낮춰놓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배틀필드를 무한정 펼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한번 해제되면 쿨타임이 10분이다.

[ 배틀필드 해제시까지 5초 남았습니다. ]

남은 마검사는 5명.

- 여분 총알 갖고 있는 사람!

- 200발.

- 80발.

- 42발.

[ 배틀필드 해제시까지 4초 남았습니다. ]

남은 마검사는 여전히 5명. 남은 H/P는 1/3 가량.

- 젠장! 턱없이 적잖아!!!

알림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이제 M/P가 바닥을 보인다.

[ 배틀필드 해제시까지 3초 남았습니다. ]

- 스나이퍼! 부탁이니까 2명만 어떻게 해봐! 포병! 포병아직 멀었어? 3초 남았다고!

시간이 없다. 배틀필드가 해제되면 겨우 500발 남짓한 총알로 남은 마검사와 싸워야 한다. 게다가 마비탄도 아니고 화망사격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순삭(* 순간삭제의 줄임말) '이다. 총알 없는 총잡이는 훨씬 더 저렙의 판캐나 무캐도 못 이긴다.

괜히 쓰레기 클래스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스나이퍼이자 후방에서 길드챗으로 호크의 작전을 지휘하던 강민혁이 숨을 들이마셨다.

- 알아! 안다고! 조준 중이니까 기다려!

포병도 곧 발사를 할 수 있다. 정말로 곧이다. 포병도 준비가 거의 다 되었고, 스나이퍼도 준비가 다 되었다. 문제는 곧 배틀필드가 해제 된다는 거고, 그렇게 되면 마검사들의 움직임을 제약할 수 없다.

[ 배틀필드 해제시까지 1초 남았습니다. ]

해설자들도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다.

- 이상합니다! 승리가 확실시되던 호크! 무언가 다급해하는 듯 보입니다!

- 첫 승리에 너무 고무되어서 그런 걸까요? 어째서인지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윤석의 귓가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 배틀필드가 해제되었습니다. ]

============================ 작품 후기 ============================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 ^^ 새해에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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