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9 별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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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링. 직업퀘스트 발동. 퀘스트 조건을 만족하면 히든 클래스. 군인을 획득하게 됩니다. ]
윤석은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히든 클래스로 군인을 선택할 수 있단다.
' 판캐와 무캐도... 중복 클래스였던 건가. '
유토피아는 중복직업을 허용한다. 애초에 정해서 시작하는 클래스. 그러니까 기본 클래스를 두 가지 이상 가질 수는 없지만 그 외에 다른 클래스들을 보조클래스로 가질 수 있다. 이를테면 대장장이, 요리사, 보석 감별사 등.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클래스를 원래 클래스와 함께 키워나갈 수 있었는데, 유저들은 중복직업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클래스가 많아지면 키우기가 힘들어진다.
원래의 클래스가 힘을 위주로 스탯을 찍어야 하는 전사 클래스인데, 보조클래스가 인트를 필요로하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당연히 보조클래스를 키우지 않는다. 잘못 했다간 이도 저도 아닌 망캐가 될 수도 있으니까.
' 하지만... 난 달라. '
다른 클래스들은 그렇다. 그러나 건오퍼인 윤석은 다르다. 건오퍼는 기본적으로 총잡이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다른 총잡이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성장시켰다. 모든 스탯을 인트에 쏟아부었다. 그래서 윤석은 1:1로 맞붙으면 훨씬 저렙의 무캐도 못 이긴다. (심지어 윤석의 레벨은 80이 넘는데도)
안 그래도 능력치가 쓰레기인 총잡이 클래스인데 더더욱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다시 말해, 더이상 어떻게 나빠질래야 나빠질 수가 없는 캐릭터라는 뜻이다.
' 게다가... 9대문파. 5대세가. 12마탑... 모두가... '
그렇게 생각하니 또 하나의 길이 보이는 것 같다. 중원에서 가장 유명한 길드를 뽑아보자면 9대문파와 5대세가다. 그러나 그 길드들은 엄밀히 말해서 '길드'라고 보기에는 약간 무리수가 따랐다. 9대문파와 5대세가는 애초에 중원에 있는 문파와 세가였다. 어떠한 특별한 방법과 기연으로 인해 유저들이 그 곳에 들어가게 됐고 그 곳의 무공을 배워 그 곳에 속하게 된 거다.
보통의 길드는 유저들의 힘으로 만들어 시작하게 되지만 9대문파, 5대세가는 애초에 중원에 있던 일종의 시스템이었다.
판타리아의 12마탑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12마탑은 원래부터 판타리아에 있던 마탑이었다. 중원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특별한 방법으로 그 곳에 들어가게 된 유저들이 그 곳의 강력한 마법을 배우고 속하게 된 것이 바로 '12마탑 길드'였다. 역시 일반적인 길드와는 조금 달랐다.
' 그런 게... 현대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뜻이야. '
침을 꿀꺽 삼켰다. 동시 접속자 5억이 넘는 세계에서 9대문파, 5대세가, 12마탑길드가 괜히 유명해진 게 아니다. 그 길드의 유저들은 모두가 탑랭커, 혹은 네임드 유저다.
전체 이용자 20억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저들이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게 따지면.
' 9대문파. 5대세가. 12마탑... 에 비견되는 게 바로 얼스의 군이었어. 그게 확실해졌다. '
그랬다. 중원에도 있고 판타리아에도 있다. 그렇다면 얼스에도 있는 게 맞았다. 밸런스를 중시한 유토피아다. 무조건적인 메리트도 없고 무조건적인 페널티도 없는 세계.
' 역시 현대 전투클래스엔... 무조건적인 페널티만 있는 게 아니야. '
비율로 따지자면 거의 0프로나 다름없는 현대의 전투클래스 총잡이. 그 것만으로도 이 총잡이란 클래스가 얼마나 극악하기 그지없는 클래스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된다. 그렇다면 그 엄청난 페널티를 극복할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거고, 그 무언가를.
' 그 무언가를 내가 가지게 된 거야. '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 오빠. 어디 아파요? "
아닌데... 여긴 게임이라 아플 수가 없는데... 하고 민서. 즉 맛팬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계약서를 살펴보던 윤석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침을 꿀꺽 삼키고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고 킥킥 웃기도 하고. 하여튼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 아니면 역시 제 계약서가 너무 훌륭해요? "
맛팬의 계약서는 엉망이었다. 그러나 이 곳이 게임이라는 게 중요했다. 대충대충 써도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이 필요로 하는 것을 끄집어내어 유저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유저는 프로그램이 끄집어낸 것을 선택 혹은 거부하게 된다.
그게 바로 유토피아의 장점이다. 필요한 것은 유토피아가 알아서 제공하고, 유저는 그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
" 그래. 네 계약서가 훌륭해. "
"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역시 전 장사체질이라니까요? "
그리고선,
" 세상이 제 재능을 알아주지 못해서 무척이나 슬퍼요. "
하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참고로 그녀가 작성했던 계약서는 다음과 같았다.
< 계약서 >
군은 '안졸리냐졸려'를 고용할 수 있당. ^^ 직급은 아마 대령이나 준장정도면(이거 맞나?; ^^) 괜찮을 꺼 같다. 안졸리냐졸려가 고용된 동안 스킬포토는 무상으로 제공한다. ㅎㅎ대신 안졸리냐졸려는 군으로써의 힘을 쪼끔 사용할 수 있다. 매우 훌륭한 계약조건이다. 그치?
맛팬이 처음 작성했던 계약서를 떠올린 그는 피식 웃고 말았다.
' 어찌됐든... 퀘스트 클리어 조건은...거저먹기야. '
스킬포토는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판타리아나 중원과는 그 세계적 배경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까 퀘스트 조건을 맞추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사실 아직 '군인'이란 클래스가 어떤 클래스인지 아는 건 제대로 없다. 아직까지 아무도 획득하지 못했던 클래스다. 결국 남은 건 윤석의 선택 뿐이었다.
' 난... 한다. '
확실한 게 하나 있었다. 중원의 9대 문파 5대세가, 판타리아의 12마탑. 그 곳에 소속된 유저들은 모두가 이미 널리 알려진 네임드 유저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군인도.
' 군인만의 메리트가 있어. 확실히. '
그리고.
' 그것도 현대 전투클래스의 엄청난 페널티를 감당한 것에 대한 메리트가! '
* * *
연습실에서 크로키를 연습하던 민서가 물었다.
" 수희야. 너희 오빠 뭐 하는 사람이야? "
" 우리 오빠? "
우리 오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최근에 뭔가 분명히 뭔가... 뭔가... 하긴 했다던데... 음.
고개를 갸웃했다.
" 그냥... 백수? 게임 폐인? "
무슨 부자가 됐다고 난리를 치긴 쳤었는데 딱히 뭔가 별다른 것을 한 적이 없었다.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면 차도 사고 집도 사고 뭔가를 할 줄 알았는데, 끽해야 용돈 얼마 쥐어주는 것과.
" 음... 아빠를 되게 좋은 병실로 옮기긴 했는데... "
그것만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고 말하기엔 좀 어폐가 있어 보이고, 그렇다고 오빠가 뭘 하는지 확실히 알지는 못했다.
" 하여튼 뭐 대단한 사람은 아닐걸? 그건 확실해. "
확신하는 듯한 수희의 말에 민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 너 다수정예회 알지? "
" 응. 너희 아빠가 운영하는 유니온이라며? "
" 응 맞아. "
" 근데 왜? "
" 흠... 아냐 아무것도. "
이상하네. 다수정예회가 갑자기 이렇게 엄청 발전한 건 분명히 윤석오빠와의 거래를 하고 난 다음이었는데...민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 사실은 오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거 아냐? "
그 말에 수희는 발끈했다.
" 나 오빠 엄청 잘 알아. "
" 그래? "
" 나이 많은 주제에 동생 놀리는걸 즐기고 협박하는 거 좋아하는 소인배고 똑똑한 척 하지만 사실 머리는 나쁜 편이고... 그리고... "
" 그리고? "
" 그리고... "
민서는 쿡쿡 웃었다. 무슨 말을 할 지 대충 알 것 같다. 얼굴이 조금 빨개진 게 보인다. 많이 민망해하는 것 같았다.
" 그, 그래도 나름 많이 챙겨주고 신경써주고 그래. "
" 음, 그래? "
" 이, 일단은 오빠니까 뭐... "
민서는 기지개를 쭉 폈다. 어깨에서 으드득 소리가 났다. 아이구... 삭신이야... 하고 운동부족을 표현한 뒤 다시 쿡쿡 웃었다.
" 되게 사이 좋은가봐. 부럽다. "
" 딱히 그런 건 아냐. 그냥 평범한 사이야. "
"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 부터가 엄청 사이 좋다는 거라고. 남남처럼 지내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
" 그런가...? "
사실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여태까지 오빠와 정말로 크게 싸운적이 고등학교 이후로는 딱 한 번 밖에 없었으니까.
' 싸운 것도 아니었지만... '
얼굴이 좀 더 빨개졌다. 6년전에 울고불고 난리를 쳤던 게 기억났다.
" 그런 의미에서! "
민서가 벌떡 일어섰다. 수희의 손목을 잡고 일어섰다.
" 밥 좀 사달라고 하자. 배고파. "
" 밥? "
" 응. 밥. "
" 내가 사달라고하면 또 약점 잡을 게 분명한데. "
뭔가 꼬투리를 잡을 게 분명하다, 생각한 수희가 인상을 조금 찡그리자 민서가 수희의 어깨를 탁탁 쳤다.
" 거 봐. 사이 엄청 좋네. 보통은 아예 안 나와. 귀찮아서. 애초에 무조건 나온다는 걸 깔고 들어가는 너! 같은 여동생의 입장으로써 너무 부럽다! "
우리 오빠란 사람은... 한숨을 푹 내쉰 민서는 이내 생긋 웃었다. 그런데 미술실 문이 열렸다.
" 수희야. 민서야. 오빠가 밥 사줄까? "
수희와 민서의 눈이 문 쪽으로 향했다.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있는 하늘에선 여기까지 도망쳐온 주황빛 햇살이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려는지 미술실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있었다. 그 햇살그림자가 문 쪽에 선 남자의 얼굴을 덮었고, 덕분에 주황빛으로 물든 남자는 매력적인 미소를 띄우면서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수희가 속삭였다.
' 저... 느끼남 싫은데... '
민서도 속삭였다.
' 그래도 공짜밥이잖아. '
' 그냥 울 오빠 부르자. '
' 오시려면 오래 걸릴 거 아냐. 저 오빠 되게 부잣집 아들이래 돈 많대. 뜯어먹자. '
남자가 안 쪽으로 걸어들어왔다.
" 무슨 얘기를 그렇게 속닥거리니? "
민서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 아무것도 아니에요! "
수희와 팔짱을 꼈다.
" 뭐 먹으러 갈까요? 잘 먹겠습니다! "
그녀는 부잣집 딸내미지만 얻어먹는 것에는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설정집 일부 뜰에 공개했습니다.
스킬포토 가격 관련 설정이랑 다수정예회 수익 분배 관련 대략적인 설정 써놓은 거 사진파일 뜰에 올려놨으니까 보실 분은 보세요ㅋ
가격설정에 대한 대략적인이유가 나와있는 설정집인데요. 소설쓰면서 설정집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ㅡㅡㅋ (저 글씨 잘쓰는데 설정집은 그냥 대충대충 날려쓴거에요 믿어주세요 ㅡㅡㅋ!! )
이거 보시고 나서도 영 공감이 안 된다, 난 좀 더 자세할 설명과 구체적인 수치를 원한다 하시는 분들은, 가슴 아프지만 선삭하세요. 어쩔 수 없죠 뭐. 전 소설쓸때 이 정도 설정만 짜고 가거든요. 그런 수치들에 연연하다보면 정작 제가 원하는 스토리진행이 늦어져서요.
선삭하실 때 이왕이면 "선삭합니다" "이만 하차" 라는 코멘트는 자제해주시길... 어차피 통계에 다 나옵니다.
그리고 스킬포토 찍어내는건... 돈만 주면 얍! 하면 뿅! 나타나는... ㅋㅋ
맞추셨네요. 뭐 거의 그런 설정입니다. 여기는 게임속이에요. 현실이 아닙니다. 판타리아는 수제 작업, 현대는 대량 광속 복사. 이런 느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정관련' 후기 남깁니다.
NPC의 길드전 참여와 관련된 설정은 후에 나옵니다.
다수정예회와의 거래 건 (수수료 문제 등)도 차근차근 단계 밟아서 풀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