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4 마도사와 마탑 퀘스트. 그리고 준장과 군 퀘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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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였다.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유저라는 것만 구분이 됐다.
' 역시... 얼스의 군에 대응되는게 바로 12마탑이었어. '
그렇다면 저쪽도 퀘스트를 수행중 일거다. 현재 유저의 레벨이나 능력으로는 이 샐리스트 데져트에 올 필요가 없다. 아니, 오면 안 된다. 괜히 왔다가는 개죽음당하기 쉽상이다. 이러한 곳에 마도사 NPC들과 함께 유저가 섞여들어가 있다는 말은 윤석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 그런데...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단순히 멍청한 건가, 아니면 다른 작전이 있는건가? '
일반적으로 마법보다는 총기가 사정거리가 더 길다. 게다가 연사력도 좋다. 데미지야 마법쪽이 강하다지만 효율성으로 따져본다면 총기가 마법보다는 훨씬 좋다. 물론 NPC일 때의 이야기이고 총기를 지닌 NPC가 마법을 다루는 NPC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두어야 하겠지만.
' 저쪽은 분명 우리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그건 확실했다.
' 그런데 우리가 멀리서 사격을 실시할거라는 예상은 못했나? '
만약 그렇다면 저쪽의 지휘관은 엄청나게 무능하다는 뜻이 된다.(그게 아니라면 무슨 꿍꿍이가 있든가.) 현대의 군 클래스는 근거리전에서도 마법사소대보다는 강하다. 하지만 그게 원거리전에서 약하단 뜻은 아니다. 포병이 포를 사용함과 동시에 구카스텐이 배틀필드를 펼쳤고.
탕! 탕!
스나이퍼의 저격이 뒤를 이었다. 일단 명령을 내려놓긴 했다.
" 저쪽 여자는 살려둬. "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 뭐랄까. 낯이 익다고 해야하나. '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본 유저의 얼굴이 낯익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누구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유토피아는 얼굴을 어느정도 변화시키는게 가능하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당연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얼굴을 어느정도 변형 가능한 유토피아지만 여전히 추남추녀는 굉장히 많았으니까- 그녀는 무척 예뻤다.)
' 그냥 기분 탓인가. '
일단 누군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스나이퍼의 저격에 한 명의 마도사가 즉사했다.
" #%&[email protected]*^%! "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빌어먹을 얼스 놈들! 이를 악물었다. 마도사들이 마법을 준비했다. 스펠을 외웠다. 빙탑의 합동마법.
' 이게 우리 작전의 처음시작이 될 거야. '
마도사들을 지휘하는 윈텔이 눈을 감고서 스펠을 외웠다.
[ 나를 수호하는 마나의 힘을 빌어, 지금 내 앞에. 내게 적의를 품는 모든 것들을 물의 날카로움으로 꿰뚫어라. ]
유저들 앞에서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빙탑 특유의 마법. 히든클래스 혹은 마탑소속 마법사들은 마탑특유의 마법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게 널리 퍼지면 공략법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특히 마탑마법 같은 경우는 스펠이 긴 편이었다. 스펠을 모두 외운 윈텔이 마지막 시동어를 외웠다.
" 라일. 샤르티어. 아쿠하. 리톨! "
윈텔의 지팡이가 움직임과 동시에.
" 라일. 샤르티어. 아쿠하. 리톨! "
다른 마도사 넷이 한꺼번에 주문을 영창했고.
오아시스의 물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주 잠깐 진동하던 그 물은 하나의 기둥이 되어 하늘높이 치솟았다가, 마치 토네이도처럼. 혹은 갑자기 일어난 용오름 형상처럼 맹렬히 회전하며 얼스 군에게 접근했다.
" 라일. 샤르티어. 아쿠하. 리톨! "
또다른 마도사 셋이 지팡이를 움직였고. 그와 동시에.
꽈득. 꽈드드득!
무언가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물로 이루어진 토네이도가 응결되기 시작했다. 물속에 얼음이 조금씩 맺혔다. 마치 믹서기에 얼음을 넣고 세차게 회전시키는 것 같았다.
윤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림잡아도 높이가 30미터에 이르는 물기둥. 하늘에 닿을듯 높이 솟아 소용돌이 쳤다. 그냥 물기둥이 아니다. 물기둥 속에는 결정화된 얼음이 세차게 회전하고 있었다.
' 나는... 순식간에 녹는다. '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다른 군 NPC들이야 맞아도 괜찮다 치더라도 윤석은 아니다. 유저들의 마법공격에도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건오퍼다. 저건 아무래도 합동마법인 듯 싶었다. 마도사 NPC들이 힘을 보태 일구어낸 마법을 맞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생각한 윤석이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 마력탄을 설정하고 돌격! "
이미 마법은 시전됐다. 저걸 과학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시전자를 죽이거나 마력구동을 방해하면 마법은 없어진다. 현대의 군 NPC들이 윤석의 명령을 듣고서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명령은 윤석이, 그리고 세세한 명령은 구카스텐이 내렸다.
" 2시방향! 2시방향으로 움직여! "
아까 안전한 길의 위치는 파악해두었다. 그게 함정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 그 다음 1시로 움직여라! 그 길은 안전해! "
안전한 길이 하나 생겼다. 마나석은 마나장을 방출한다. 마력을 갖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 다른 종류의 마나석은 마나장의 충돌을 일으켜 마나석의 구동을 방해할 수 있다.
그건 마법 역시 마찬가지다. 마법은 마나장이 훨씬 강하다. 그러니까 저 물기둥이 생성되어 이쪽으로 날아드는 구간. 그 주변 구간은 함정이 없는, 안전한 구간이란 뜻이 된다.
물기둥을 향해 달려들라는 그 어처구니없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얼스의 군 NPC들은 일절 망설임이 없었다. 마도사가 발현한 마법이 이쪽을 향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군인들은 총을 움켜쥔 채 그 쪽을 향해 달려갔다.
후방으로 빠진 윤석이 외쳤다.
" 사정권에 도달하자마자 마력탄 갈겨!! "
결국.
시간 싸움이다. 저 마법의 위력이 어느정도 되는지는 모른다. 군 NPC들 역시 기본적인 '육체 능력'은 타대륙의 NPC들보다는 떨어진다. 그 모자라는 부분을 과학기술로 채워넣은 부류다. 그러니까 저 마법에 일시에 몰살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정권에 도착했다. 물기둥과의 남은 거리는 불과 3미터 가량.
" 발사! "
군 NPC들이 각자의 배틀필드를 펼치고 마력탄을 설정해서 난사하기 시작했다.
투다다닷──!!!
총성이 터져나오고 매캐한 화약내가 뿜어져 나오고.
으아아아앗!! 뒤져라 이 찌질이 새끼들아!!
거대 마법을 마주한 군 NPC들은 해일 앞에 선 자그마한 벌레처럼 서서 이를 악물고 총탄을 발사했다.
물기둥과의 남은 거리는 2미터.
그나마 다행인건 물기둥의 전진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만은 않다는 것. 마도사들도 이를 악물었다. 이상하다. 자꾸만 마나의 흐름이 끊긴다. 자꾸만 속도가 느려진다. 하지만 그들은 이름 드높은 빙탑의 마도사다. 정신을 집중했다.
지팡이가 푸른빛으로 빛났다. 자꾸만 끊기려는 마나의 흐름에 집중했다.
물기둥과의 남은 거리는 1미터.
이젠 물방울이 마구 튄다. 얼음알갱이같은 것들이 얼굴에 튀고 몸을 적셨다.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이라면 이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느껴 주저앉고 오줌을 지릴 만큼. 눈 앞에 마주한 거대한 물의 소용돌이는 압도적인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밑에서부터 솟구치는, 수천억 따위로는 감히 표현조차 할 수 없는 무수한 물방울이 소용돌이치고.
얼스의 군인들은 그 해일 앞에 이를 악물고.
" 라프티아. 차. 카르하! "
합동마법에 힘을 보태지 않은 다른 마도사들이 또다른 마법을 발현했다.
쏴아아아──!!
소용돌이치는 물기둥 앞에 비하면 너무나 연약해보이는, 물로 이루어진 2미터짜리 창이 날아들고.
크으윽!
군 NPC 하나가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 뒤져라 이 개새끼들아!!!"
각자의 배틀필드에 저장된 마력탄을 끄집어내 발사하면서.
으아아악!
마도사가 하나씩 쓰러지는 모습을, 시뻘개진 눈으로 노려봤다. 마력탄이다. 마법사의 마나 운용을 어렵게 만든다. 그 확률은 비록 3프로에 그칠지라도, 10초에 600발을 발사하는 소총수들이 쉴새없이 발사하는 그 공격에.
윤석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됐어! '
물기둥의 전진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마력탄이 제대로 먹혀드는 것 같다.
앞으로의 거리는 약 0.5 미터.
물방울이 마구 튀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다. 그리고 그 곳에 닿으면 저 물기둥에 비해 너무나 작은 체구의 인간은 빨려올라가 갈가리 찢겨지고 말거다. 물론 진짜로 그렇지는 않겠지만 정말로 그런 기분이 든다. 현실보다 더욱 현실같은 가상현실 유토피아다. 그 곳에서 마주친 거대마법은 충분히 압도적이었다.
흐아아아앗!
소총수들이 죽음을 각오하고서 총을 난사했다.
물기둥과의 거리가 거의 사라지고.
으아, 으아아악!
군 NPC 하나가 물기둥에 빨려올라감과 동시에.
" 전원 돌격! "
윤석이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쿵! 소리와 함께 방금 빨려올라갔던 중사 하나가 땅으로 떨어져내렸다. 그 충격이 꽤나 컸는지 바닥에 누워 한참을 쿨럭거렸다. 쿨럭거릴 때마다 그의 몸이 고무줄 튕기듯 땅에서 튕겨졌다.
마법에 피해를 입기 직전에 마도사들을 제거했다. 4명은 뒤에서 엄호사격을, 4명은 앞으로 전진했다.
" 포병. 준비 완료 됐습니다. "
" 저격. 준비 완료 됐습니다. "
포병과 스나이퍼 역시 준비가 완료됐다. 윤석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이겼...다. '
현실감이 넘쳐서 도무지 게임같지가 않다. 문득, 훌리건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축구에 미친 나머지 행패를 부려대는. 축구에 미쳐서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지고 싶지 않다는 승부욕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단순히 게임 한 판 지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절대로 지면 안 되는. 절대로 질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저도 모르게 몸이 긴장했는지 연심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
그 때.
아까 눈여겨 보았던 유저 마도사. 윈텔이 소리쳤다. 일부러 마법을 느리게 접근시켰다. 저쪽이 더 가까이 올 수 있도록.
" 드디어 걸려들었어! 발동 시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