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3 그 누가 10여명이라고 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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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알만한 사람은 다들 아는 얘기죠. 몇가지 상황만 간추려보자면 쉽습니다. 먼저, 자유무역지대에 세워진 유토매니아지부의 NPC들은 모두 얼스인들이죠. 그렇다면 유토매니아를 설립한 사람이 현캐라는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토매니아를 설립한 사람이 현캐라는 건 쉽게 밝혀졌죠. 자. 그 다음은 현캐 중에 그렇게 돈을 많이 끌어모을 수 있는 클래스가 어떤 클래스일까요.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상인 클래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자면 상인클래스와의 계약을 새로이 재정립하면서 현실 기준으로 한달 1조 5천억의 코드를 뛰어넘어 얼 10조 가까이 끌어올렸더군요. 이건 직접 발표하신 거니까 이견이 없으실 줄로 압니다. 자. 여기서 상인클래스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자신이 상인이면 상인과의 재계약을 통해...라는 조건은 성립되지 못했겠죠. 그렇다면 상인은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이번에 현캐 전투클래스가 늘어나게 된 계기를 살펴볼까요? 바로 '배틀필드'와 '탄생성'스킬포토죠. 싼 값에 탄들이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현캐들이 상당수 늘어났습니다. 그 스킬들은 알려지지 않은 히든 스킬입니다. 여기서 또다시 범위가 좁혀지죠. 현재 시중에 풀린 물건들은 길드전 당시 호크가 사용했던 스킬입니다. 그렇다면 그 히든 클래스는 호크의 일원이라는 얘기가 되고 전투클래스에 가까운 유저라는 겁니다.
유토매니아를 찾아온 현직 검사. 나이는 30대 중반처럼 보인다.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에 검은색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그는 스마트하면서도 샤프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눈이 약간 작아서 그런지 눈매가 날카로웠는데, 어찌보면 노려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
하지만 상대가 검사라고 해도 윤석은, 기세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재운의 말대로다. 이번에 다수정예회와의 거래를 일반거래로 돌리고, (김부장에겐 미안한 일이지만)군에 납품하는 스킬포토의 단가에 약간 수정을 가함으로써 현재 한달 10조가 넘는 코드가 쌓이고 있다. 이번에 유토매니아에서는 그 내역을 일부 공개함으로써 유토매니아의 수입원을 밝혔다.
유토매니아는 한달 10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코드가 쌓입니다. 저희는 한번 팔았던 물건을 다시 빼앗을 만큼 가난하지 않습니다. 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였다. 유토매니아의 수입을 공개하자 '유토매니아의 코드 부족설'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어쨌거나 여기까지는 신문을 읽을 수 있거나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아는 얘기다.
" 모든 정보를 종합해보죠. 호크에는 히든 클래스가 있다. 그 히든클래스는 스킬포토를 판다. 그런데 유토매니아는 스킬포토를 군에 납품하여 코드를 월 10조이상 따낸다. 그렇다면 결과는 간단하지 않겠습니까? "
재운은 분명 예의를 갖췄고 공손하게 얘기했다. 그런데 윤석은 내심 뜨끔했다. 뭐랄까. 말을 하는 것에 기세가 있다면 재운의 말투는 일종의 송곳 같은 느낌이랄까.
" 글쎄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요. "
" 그 스킬포토를 판매하는 사람과 히든클래스는 동일인이고, 결국 그건 김사장님으로 좁혀진다는 소리죠. 그리고 그 김사장님께선 길드전때 데리고 나왔던 NPC들로 판캐와 무캐를 학살하고 계시구요. "
윤석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재운을 똑바로 쳐다봤다. 재운의 기세가 자못 날카로웠으나 그렇다고 그 기세에 눌린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검사라면 이쪽은 유토매니아의 사장이다. 현금화의 문제는 차치하고서, 코드로 수익이 월 10조에 이른다. 현금으로 따져도 월 3000억이 넘는 거대기업주다. 전혀 꿀릴 게 없다.
재운이 먼저 어깨를 으쓱하면서 적의가 없다는 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 지금 김사장님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것에 추궁하고자 온 게 아닙니다. 오히려 유토피아 측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는 행동이라고 했는데 제가 나서서 뭘 하겠습니까? 다들 제가 검사라고해서 사람들 조사만 하러 다니는 줄 아시는데, 그럴때마다 제가 얼마나 억울한지요. "
재운은 별로 억울하지 않은듯 허허- 거리면서 웃었고, 샤프해 보이는 인상과는 다르게 조금 헤퍼보이는 그의 모습에 윤석도 긴장을 풀었다.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 지금 그 웃음은 연습한 겁니까? "
" 무슨 뜻이신지? "
" 인상과 안어울리게 대단히 헤퍼보이네요. "
" 칭찬입니까? "
" 칭찬입니다. "
별로 칭찬같지도 않은 칭찬을 들은 재운은 사실 연습한게 맞습니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아무래도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사표부터 쓰고 명함부터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
" 짤리시면 유토매니아에서 고용해드리죠. "
" 그래주시겠습니까? "
재운은 하하하! 웃었다. 그 때,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주랑이 커피와 다과를 준비해왔다.
" 차 드세요. "
윤석은 비서를 따로 고용하지 않았다. 어차피 회사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중요한 실무는 대부분 민혁이 처리하고, 그걸 김부장이 보좌한다. 주랑도 거기에 한 팔을 보태고 있고. 어쨌든 윤석에겐 비서가 따로 없었고 가끔씩 윤석이 회사에 출근하게 되면 비서의 역할을 주랑이 맡곤 했다.
" 감사합니다. 눈이 부신 미인께서 손수 타주신 커피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군요. "
주랑이 방긋 웃었다.
" 둘 중 하나는 제 사랑이 듬뿍 담긴 커피라 맛이 특별할거에요. "
그 말에 재운은 졌다는 듯, 하하 웃었다. 하나가 사랑이 듬뿍 담긴 커피라면 하나는 그냥 그런 커피라는 뜻이 된다. 재운은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 그렇군요. 오늘은 유달리 커피맛이 쓰겠습니다. "
주랑은 방긋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윤석은 그런 주랑에게 오른손을 들어올리고 손가락을 접었다 펴면서 윙크를 무려 세 번이나 했다. 주랑은 언제나처럼 예쁘게 웃어주어 윤석의 행동에 대답해주었다. 주랑이 다 나가기도 전에 윤석은 주랑더러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다.
" 예쁘죠? "
"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이시군요. "
" 좀 많이 번쩍 뜨이셨을 겁니다. 찢어지셨다면 수술비는 제가 지원해드리죠. "
" 치료비가 꽤 나오겠는데요. "
재운은 엄살을 부리며 눈두덩이를 몇 번 비볐고 윤석은 피식 웃고 커피를 마셨다. 재운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맛은 제법 괜찮았다. 재운은 사람의 표정을 살피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했다. 그건 그의 검사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 거의 뭐... 천생연분수준이군. '
처음 보는 사람이 봐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표정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거야 김사장의 사생활이니 이쯤 하기로 하고, 재운은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 오빠사랑님에게 연락 받으셨을거라 짐작됩니다. "
" 오빠사랑이요? "
그게 누구지. 오빠사랑. 윤석은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내 한 사람을 떠올렸다.
" 혹시... "
" 예 맞습니다. 동생분이신 김수희. 저희 샤무길드 소속이며 화염계 마법사이기도 한... "
" 그 녀석 닉네임이 오빠사랑입니까? "
설마 몰랐던 건가 싶어 의아한 눈으로 윤석을 쳐다봤다. 윤석이 피식 웃고 말했다.
" 저한테는 오빠찬양이라고 하던데요. "
" 아... 그렇습니까. "
이런. 실수군. 재운은 실수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어이없는 실수를 해버렸다. 그는 수희의 실제 닉네임을 안다. 실제 닉네임은 '오빠주거'다. 입을 맞추는 과정에서 조금 삐그덕 거린 것 같다. 정황상 아마도 아주 오래전에 '오빠찬양'이라고 했을거라 짐작했다.
' 그러게 왜 아이디를 그런 걸로 만들어서. '
재운은 저도 모르게 한 번 피식 웃었다. 재운이 파악한 윤석의 성격상, 이건 딱히 크게 문제삼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은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 어쨌든... 제가 건의하고 싶은 것은 바로 샤무와 김사장님이 연합전선을 펼치는 거죠. "
" 그 얘기는 수희로부터 이미 들었습니다. 그런데 연합전선을 펼친다고해서 제게 돌아올 이득이 그리 커보이지는 않는군요. "
" 그래서 직접 찾아 뵙겠다고 한 겁니다. 김사장님께서 지금 놓치고 있는 부분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요. "
" 놓친 부분... 말입니까? "
이재운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들어나보자, 하는 심정으로 대충 듣던 윤석은 어느덧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재운이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흐음...신음성을 흘리기까지 했다.
"... 그렇다는 겁니다. 먼저 신뢰를 얻기 위해... 한 번 마도사를 끌어내보겠습니다. "
" 그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는 하군요. "
" 김사장님께도 윈. 제게도 윈. 서로에게 윈이 되지 않겠습니까? "
재운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자신쪽에서도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 확실히... 저쪽에도 분명 이득이겠지. '
현대의 군 NPC는 현재 유토피아 내에서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한다. 윤석은 그 NPC들을 무려 12명이나 거느리고 있다. 앞으로 규모가 더 큰 퀘스트를 받으면 12명이 아닌 수십명, 수백명을 거느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NPC의 힘을 등에 업을 수 있다는 건 저쪽에 분명 이득이다.
' 그리고... 나한테도 상당한 이득이 될거야. '
윤석이 씨익 웃고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 일단은... 말씀하신대로 한 번 유인해보시죠. 그 말이 맞다면 고려해보겠습니다. "
재운이 윤석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 물론입니다. 사장님께도 분명 큰 이득이 될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 미치지 않고서야 일개 검사나부랭이가 유토매니아의 사장에게 사기를 치겠습니까? 그랬다가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힘들텐데요. "
농담하지 말라면서 윤석은 크게 웃었다. 하지만 재운은 안다. 진짜로 사기치려고 했다가는 큰 일 난다. 집안 자체가 폭삭 망할 수도 있다. 유토매니아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 아이고 죄송합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겠지요. "
마침, 그 날은 단 한명에게 70억의 코드가 팔려나간 날이었다. 그 날 유토매니아는 하루동안 순수익 100억을 달성했다.
재운이 일어섰다.
" 어쨌든... 연락 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넷상에서 보도록 하지요. "
그리고 그가 말한 '조만간'은 조만간이 아니었다.
바로 다음날이었다. 샤무의 길드장 '노란머리'와얼스의 준장 '안졸리냐졸려'가 통합서버에서 만났다. 그리고 대략적인 작전을 짜고서 바로 서버로 이동했다.
그리고 '노란머리'가 말한대로, 윤석은 일단 슐터를 찾아갔다.
" 대장군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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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의 진짜 닉네임은 언제 밝혀질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