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04화 (104/244)

00104  그 누가 10여명이라고 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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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군 슐터와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1성장군 NPC는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윤석이 현실의 준장이고 슐터가 현실의 대장군이라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으나, 이 곳은 게임이다. 윤석은 다른 NPC들처럼 슐터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게다가 스킬포토를 노마진으로 판매하면서 얻게 된 슐터와의 친분은 실로 막강(?)한 것이어서, 윤석은 슐터와의 1:1 독대가 가능한 준장이었다.

" 오. 정말 훌륭하군. 정말 훌륭해. 내 군생활 30년동안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업적을 세운 군인을 보질 못했네. 정말 대단해! "

" 과찬이십니다. 슐터 장군님의 빛나는 업적에 비하면 이 정도는 태양 앞 반딧불이 정도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

윤석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슐터의 환심을 샀다. 슐터는 하하! 혓바닥에 로얄젤리라도 발라 놓은 건가! 라면서 호탕하게 웃어제꼈고 윤석은 공손하면서도 당당한 자세로 슐터 앞에 차렷자세를 취하고 섰다. 만약 여기서 슐터가, 자 그렇다면 내가 어떤 빛나는 업적을 세웠는지 한 번 얘기해보겠나? 라고 묻는다면 윤석의 군생활은 꼬인다고 볼 수 있겠다. 어차피 윤석은 슐터의 업적따윈 전혀 관심도 없었고 당연히 슐터가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 단 하나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다행히 그런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다.

" 그런데 대장군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 할 말이 있다? "

윤석의 아부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건지 슐터는 껄껄 웃다가 흡족한 표정으로 윤석을 쳐다봤다.

" 말해보게. 안준장. "

" 제가 판타리아와 중원의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와중에... 쓰레기들 중에서도 상쓰레기를 발견했습니다. 그 쓰레기들은 시급히 청소가 필요하며 이대로 두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고 말 것입니다. "

슐터는 쿡쿡 웃었다.

" 자네가 릴케(*독일의 유명한 시인.1875~1926 )라도 되나? 상당히 아름다운 어휘를 구사하는군."

릴케?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 윤석은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상대가 대장군이라 미소를 지어보였다. 슐터는 어깨를 으쓱하고서 말했다.

" 계속 말해보게. "

" 그 쓰레기들은 서로 등급을 붙여가며 마도사라든가 강호라든가 하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가장 먼저 처리해야할 특급 쓰레기라고 생각 됩니다. "

" 그러니까 그 개잡놈들을 앞장서서 처리하겠다 이건가? "

" 그렇습니다. "

쓰레기에 등급이 있다면 마도사와 강호. 그러니까 마탑소속 마법사와 9대문파, 5대세가에 속한 중원인은 '특급 쓰레기'정도가 되겠다. 일단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것들이 그랬다. (현재 소문으로는 마탑과 문파에 버금가는 어떤 세력들도 조직되어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이를테면 신비집단같은. )

" 흐음... "

슐터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윤석은 차렷자세를 유지한 채 그 앞에 서서 명령을 기다렸다.

' 노란머리의 말이 사실인가... '

사실은 퀘스트를 명목으로 판캐와 무캐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려고 했다. 이미 퀘스트 조건을 클리어한지는 오래됐다. 판캐 20명, 무캐 20명 죽이는 것 정도야 순식간이다. 하루에 천명씩 사살해왔다. 일주일에 거의 만명에 달하는 무캐와 판캐가 자신의 손에 절단나고 있는 상황이다. 중원과 판타리아에서 '재앙'이라고 불린다는 것도 안다.

퀘스트를 깬지는 오래 되었으나 새로운 퀘스트를 받지 않고 계속 휩쓸고 다녔다. 그게 나름 재미도 있고 수입도 제법 쏠쏠했다. 퀘스트가 없어도 판캐와 무캐를 휩쓸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퀘스트를 명목으로 하는 것과 그냥 쓸고 다니는 것에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이재운이 자신의 정체를 간파했다는 건 어느정도 식견이 있는 사람이면 호크전의 히든클래스가 유토매니아의 사장이라는 걸 어림짐작하고 있을테고 그러면 아무래도 행동에 제한이 생기게 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노란머리의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새로운 퀘스트. 그걸 받을 때가 된 것 같다. 노란머리의 말이 맞았다.

슐터가 말했다.

" 좋아. 내 자네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지. "

* * *

노란머리의 말은 사실이었다.

타대륙의 캐릭터들을 죽이는 건 마탑. 9대문파. 5대세가. 그리고 군의 공통 퀘스트인 듯 싶었다.

그리고 여지껏 신경쓰지 않았던 공적치. 이 공적치라는 것은 다음 퀘스트를 연계하는 중요한 수치라고 했다. 게다가 이 공적치는 '마도사' 혹은 '강호'를 죽였을 때에 획기적으로 높아지게 되는데 이게 계급을 높일 수 있는 일종의 계급 경험치란다.

그건 유크리하 빙탑소속의 최설아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맞아. 나는 우린 마도사의 등급을 날개라고 하는데... 나는 한장짜리야. 두장짜리 마도사도 있긴 있는데 대부분은 한장이라고 보면 돼. 공적치 쌓는게 너무 힘들어서... "

" 공부는 안하고 게임만 하냐? 뭐 그렇게 아는게 많아? "

" 나만 아는 거 아니다 뭐! 다들 비밀로 하고는 있지만 마탑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애기라고! 왜 나만 갖고 그래? 치사빵꾸 똥빵꾸다! "

다소 버릇없어 보이지만서도 그 모습이 밉지않아, 윤석은 피식 웃고는 설아의 머리를 한대 콩 쥐어박았다.

" 너랑 나랑 나이차이가 거의 10살이거든. 맞먹지 마라. "

꿀밤을 얻어맞은 그녀는 힝...하고 인상을 찡그렸지만 더이상 대들지는 못했다.

" 우리 언니 진짜 안만나볼거야? "

" 저번에 병원에서 한 번 봤어. "

" 언제? "

" 몰라. 한달 쯤 된 거 같은데. "

" 아. 우리엄마 죽은 날? "

아. 그 때 오빠도 병원에 있었구나. 설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의자를 밀고 벌떡 일어섰다.

" 맞다. 오빠. 나 진짜진짜 중요한 일이 생겼거든. 나 갈게! "

" 급한 일이면 태워줄... "

말하기도 전에 설아는 이미 책가방을 들고서 저만치 뛰어간 이후였다. 윤석은 볼을 살살 긁었다.

' 나 참... '

사실 따지고보면 설아에게 이런 내용(공적치와 관련한)을 물어보려고 했다면 그냥 전화로 했어도 충분하다. 그런데 굳이 시간을 내서 만났다.

' 설하... 때문인가... '

밤 12시까지 기다렸다던 첫사랑. 그 날 아파서 끙끙 앓아누웠다던 여자다. 그리고 설아는 그녀의 동생이기도 했고. 윤석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냥 귀여운 동생 보는 느낌이라 기분전환겸 나왔다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 확신을 주기 위해 혼자서 중얼거렸다.

" 결혼은 언제 해야하나... "

근사한 프로포즈를 생각하고 있기는 한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벤트업체에 그냥 돈주고 맡겨버리자니 별로 성의도 없어 보이고.

주랑이랑 결혼을 할거라는 생각엔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주랑에게만 충실할 자신도 있었다.

' 프로포즈 문제도 그렇고... '

김윤석이란 사람으로 살아감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높아짐에따라, 그리고 건오퍼로 유토피아를 플레이함에 따라 신경써야할 것들이 몇가지 생겼다.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1. 주랑과의 결혼 문제.

2. 정부와의 세금 협상 문제.

3. 샤무와의 연합전선 구축.

4. .유토매니아를 모략(?)한 인물 찾아내기.

5. 코드를 활용한, 게임 내에서의 유토매니아 홍보방법.

' 일단 대략적인 것들이 이정도인가.. '

물론 여기에 가상현실세계를 접목한 성형외과 체인점설립도 생각하고 있다. 또 군에 납품하는 스킬포토의 가격을 올리게 됨에 따라 이득이 천문학적으로 늘었고 그에따라 유저들에게는 좀 더 싼 값에 스킬포토를 공급할까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지금이야 어떨지 몰라도 1년 후, 2년 후 혹은 몇년 후가 되면 유저의 힘이 실로 막강해질테니까. 그때를 위한 투자를 감행할까도 생각중이다. NPC보다 강한 현대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되면, 그 땐 건오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거다.

물론 좋게만 생각한 예상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때를 위한 투자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 중이었다.

" 아.. 할 게 뭐 이렇게 많냐? "

"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은 많은 것을 고려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잖아요. "

" 어라. 언제 들어왔어? "

" 방금요. 오빠 저녁 좀 해주려구요. 와. 근데 집이 정말 좋네요. "

" 어. 네 방도 있는데 보여줄까? "

윤석은 피식 웃었다.

" 난 다른건 필요 없고 너만 있으면 되는데. "

아주 거짓말은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100퍼센트 진심도 아니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단지 사랑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 사랑해. "

이러나저러나 주랑은 그 난데없는  고백에 얼굴을 붉혔다.

" 저도 사랑해요. "

윤석이 씨익 웃었다.

" 물침대도 있는데... "

" 수, 수희 언제 올지 모르잖아요. "

" 괜찮아. 집이 넓어서. "

주랑은 모, 몰라요. 하고 고개를 살짝 돌리고 땅을 쳐다봤다. 얼굴도, 목도 조금 붉어져 있었다. 그러더니 윤석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말했다.

" 오, 오늘은 가, 가, 가터벨... "

주랑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예전에 윤석이 지나가는 말로, 가터벨트는 남자의 성적 환타지를 자극한단 말이야. 와 쟤네 아이돌들 뭐냐. 왜 저렇게 섹시하냐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윤석은 기억도 못했지만 그건 주랑에게 이렇게 들렸다. '가터 벨트는 무지하게 섹시하니까 한번 착용해볼래? '. 윤석이 실제로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직접 가터벨트 입어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랑에겐 그렇게 들렸다.

윤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 응? "

" 모, 몰라요. 이, 이런거 하게 될 줄 몰랐는데 다 오빠때문이에요. 책임져요. "

윤석이 주랑을 읏차! 안아들었다. 음흉하게 흐흐- 웃으면서 말했다.

" 알았어 책임질게. 몇 번 책임질까? "

그러면서 셔츠위로 봉긋 솟은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킥킥 웃었다.

" 아, 아파요. 살살 주물러 주세요. "

윤석은 그 말에 대답하지는 않았다. 걸음을 옮겼다.

" 자! 물침대로 가실까. "

윤석의 귀에 주랑의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두 번만요. 오빠 힘드니까... "

윤석은 '물론 힘들지 않다면 더 해도 괜찮아요.' 라는 환청을 들은 것만 같았다.

============================ 작품 후기 ============================

이러니저러니해도 잘 어울리는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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