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08화 (108/244)

00108  그 누가 10여명이라고 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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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라니까 주랑아. 이건 다 그 건방진 놈을 유인하기 위한 계책의 일부일 뿐이야. 결코 내가 여자 NPC들을 밝혀서 전부 여자로 채워넣은 게 아냐. 윤석이 말하자마자 주랑이 생긋 웃었다.

" 전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 "

으, 음. 그랬던가. 하고 윤석은 멋쩍게 웃었다. 확실히 주랑이 뭔가를 추궁했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애초에 그녀는 윤석을 추궁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주랑은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 그래도 전부 미인 NPC들 뿐이네요. 총 몇 명쯤 되요? "

" 글쎄... 정확하게는 모르겠고 관리 NPC들 총합이 대략... "

윤석이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윤석의 근거리에서 항상 시중을 드는 NPC인 유나가 공손한 어조로 조심스레 말했다.

" 정확하게 32명입니다. "

" 아. 그래. 32명. 내가 말하려고 그랬어. "

주랑은 유나를 한번 쳐다봤다. 단아한 자태로 다소곳하게 서있지만 청아하거나 부드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조금은 날카롭다고 느낄 법한 갸름한 턱과 어우러진 금테 안경은, 그녀를 어딘가 사무적이고 딱딱한 인상처럼 만들어주고 있었다. 인상자체는 그러한데, 몸가짐이 바르고 단정해서 흔히들 말하는 '차가운 도시 여자'같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예의 바르고 똑똑하지만 마냥 착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 반가워요. 세인트A.아리에나에요. "

주랑이 스스로의 이름을 말할 때, 윤석은 저도 모르게 으- 하고 어깨를 움츠렸다. 스스로의 이름을 저렇게 소개하는 것에 아무래도 익숙하지가 않다고나 할까. 로맨스판타지에 푹 빠진 여중생이나 여고생의 화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랄까. 여튼 윤석은 주랑의 닉네임이 그리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었다. (정작 자신의 닉네임은 생각도 못하고 말이다.)

유나는 배꼽인사로 굉장히 정중하게 인사했다.

" 먼발치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눈이 부시게 아름답군요. 사모님. "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라는 말은 여지껏 굉장히 많이 들어왔다. 그 말은 이제 익숙할 지경 -다만 윤석이 말 할때는 여전히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지만-이다. 그러나 지금 키포인트가 된 단어는 바로 '사모님'이었다.

" 집사장...님 이랄까... "

" 유나입니다. "

" 네, 유나씨. 칭찬 고마워요. 유나씨도 무척 아름다우세요. "

유나는 별다른 동요없이 감사합니다, 하고 공손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주랑은 한껏 들떠서 윤석의 귀에 속삭였다.

" 들었어요 오빠? 사모님이래요. "

주랑은 유나의 직책이 아마 '집사장'쯤 되는 NPC일 것이라 짐작했다.

' 저 NPC가 그렇게 알고 있다는 말은 다른 NPC들도 다 그렇게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

NPC들과 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워낙에 미인 NPC들이 득실득실하다보니 조금은 신경쓰였다.

" 그래. 네가 사모님이지. 뭘 당연한걸로 호들갑이야? "

몰라요, 평소에 못 듣던 말이라 기분이 좋아졌나봐요, 하고 주랑은 윤석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다가 윤석의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쪽. 소리가 났다.

" 그런데 그거 사실이에요? "

" 뭐? "

" 꼬리를 잡으려고 일부러 이렇게 미인 NPC들 많이 고용하고 일부러 엄청 비싼 집이랑 차랑 다 샀다는 거... "

" 주랑아. 거긴 틀린 말이 있어. "

윤석은 손가락을 까딱까딱 저었다. 그리고선 씨익 웃었다.

" 엄청 비싼 집이랑 차랑 안 샀는데? "

" 네? 샀잖아요. 이 집만 해도... "

" 엄청 비싼 건 아니지. 그냥 여태까지 저금 했던거 용돈삼아 질렀는데 뭐. "

여태까지 코드로 약 40조가량이 쌓여있었다. 이번에 그 중 10조 코드를 사용했다. 그리고 다시 10조코드를 들여 이곳 저곳에 초호화 리조트를 짓고 있는 중이다. 물론, 여기엔 다수정예회와의 계약도 포함되어 있었다. ( 유토피아는 게임이고, 윤석이 직접 리조트를 건설하거나 장사를 할 수는 없다. 모든 거래는 상인클래스를 통해 이뤄지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현실보다 훨씬 쉽고 간편하고 이뤄진다. 심지어 리조트 건설이 1주일이면 끝난다. 괜히 게임세상이 아니다.)

" 다... 과시성 사업이라는 말도 있던데... "

" 맞아. 과시성 사업이야. 근데 어느정도 투자목적도 있어. 손해볼 장사는 안할거야. 유니온들이랑 거래조건도 월등하게 유리하고. "

윤석이 킥킥 웃었다. 현실에서 '절대갑'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무리수가 따를지도 모른다. 현실에선 돈만 있다고 모든게 해결되진 않으니까. 그 돈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능력. 이를테면 권력이나 명분같은 것이 없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건 순식간이다. 그러나 게임속에서는 '절대갑'이라고 말해도 좋을만큼 '안졸리냐졸려'는 크게 성장해있었다.

무력적인 면은 둘째치고, 거래를 따낼때는 그랬다. 유토매니아와 거래를 트고 싶어하는 유니온은 널리고 널렸다. 비상, 1004, 삼국지 등 이미 유명한 거대유니온은 물론이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중소 유니온까지. 유토피아 유저들 중에선 명실공히 최고의 자산가와 연을 맺으려는 유니온이 온갖 선물공세와 아부를 해왔다.

윤석은 그 유니온들중 가장 조건이 좋은 다수정예회를 골라 주 거래 유니온으로 삼았다. 다수정예회는 윤석 덕분에 얻게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조금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윤석과의 거래를 유치하려고 들었다.

" 너무... 편애하시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힘을 너무 한 쪽에만 몰아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박부장님이 다수정예회의 조합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좀 반발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내 돈 가지고, 내가 거래하겠다는데 왜 반발이 생기냐. 라고 따질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분명 욕하는 사람이 생긴다. 사회를 위하는 척하더니 결국은 인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인배라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를 일이다. 가진 자는 쉽사리 표적이 된다.

" 흐음... "

그것도 그런가...하고 윤석은 목을 긁적거렸다.

" 이제 막 시작한, 하지만 튼실한 중소유니온들을 물색해서 이권을 조금 나눠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

그리고 뒷 말은 삼켰다.

' 오빠는 항상 귀찮다고 대충대충 넘겨버리는 경향이 있잖아요. '

예전, 다수정예회와 처음 거래를 틀 때도 그랬고 차를 살 때도 그랬고 뭘 하든 꼼꼼하게 따지고 살펴보는 성격은 아니었다. 대충대충 이정도면 되지. 기본적으로 그런 마인드를 갖고있는 편이었다.

" 알았어. 네 말대로 하지 뭐. "

주랑은 혀를 조금 내밀고 민망한듯 배시시 웃었다.

" 제가 너무 주제 넘게 참견했어요? "

이토록 예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진짜로 잘못했다 하더라도 기분이 좋아질 판이다. 그런데 지금은 기분 나쁜 상태도 아니었고 주랑이 주제넘은 참견을 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 네가 안주인인데 주제 넘고 말고가 어딨어? "

그렇게 말해주시니까 기뻐요, 하고 주랑은 윤석의 볼에 또 키스했다. 윤석은 어쩌면 바보처럼 보일지도 모를법한 모습으로 실실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집사장 NPC인 유나는 재빨리 메모했다. 그녀는 이 집을 꾸려나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 제 0 행동강령. 이 집의 진정한 주인은 사모님이라는 것을 숙지할 것.

- 제 1 행동강령. 사모님의 심기를 절대 거스르지 말 것.

* * *

초호화 대저택. 수많은 미녀 NPC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것은 하나의 화제가 되었다. 그 곳에서 윤석은 '니똥굵다'라는 가명을 사용하면서, 천사의유혹과 악마의유혹을 공공연하게 구입했다. 그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얼스에 몇 대 있지도 않은 '윙카'를 타고서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했다. 생긴 것은 스포츠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양쪽에 에어윙이 달려 있어서 비행이 가능한 차세대 슈퍼머신이다. 구입가는 약 400억 코드. 화장실 한 번 갔다오면 생기는 돈으로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니똥굵다가 제2의 유토매니아를 꿈꾸고 있다는 소문도 은근히 퍼뜨렸다.

' 미끼를 물 때가 됐는데... '

누군가 자신의 뒷조사를 하고 있는 건 안다. 그 놈이 용의주도한건지, 아니면 그가 부리는 사람들이 똑똑한건지 좀처럼 꼬리를 밟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잡는 건 시간문제라고 봤다. 가장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비장한 최후'를 꼽고 있지만 확실한 건 아니다.

' 하여튼 후환을 남겨서 좋을 게 없어. '

수희를 느끼한 눈으로 쳐다봤다거나 하룻밤 상대로 생각했다거나 하는 것 역시 이유에 포함됐고, 유토매니아를 모함했다는 것도 이유에 포함됐다. 민혁이 말하길, " 넌 백퍼 수희 때문에 이 지랄 하는거지. " 라고 했다만 단순히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 놈이 비열한 방법까지 사용해가면서 유토매니아를 모함했고 또 어떤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전에 잡아 족치는 게 나을 것 같다.

유저들과 NPC들이 저만치 아래서, 하늘을 달리고 있는 윙카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 와... 저게 윙카야? "

" 저거 얼스에도 몇 대 없다는데... "

" 저게 400억이래. "

" 400억? 저 차 한대가 집 몇 채 값이라고? 헐... "

주랑은 하늘을 달리는 이 윙카가 익숙치 않은지 안전벨트를 꼭 맸다. 평소 드라이빙을 할 때 주위 풍경을 감상하는게 그녀의 버릇이었지만 윙카에 탔을 때는 그러지 못했다.

" 오빠. 이거 분명히 그 사람 잡으려고 놓은 함정인거죠? "

" 물론이지. 난 겨우 이런걸로 부를 과시할 생각이 전혀 없어. "

" 근데 왜 자꾸 헤벌쭉 헤벌쭉 웃어요? "

" 내가? "

" 오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어요. "

주랑의 말에 윤석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치고 말았다.

" 아니... 그래도 딱히 과시할 생각은 없어. "

" 좀 과시해도 괜찮아요. 그것가지고 잔소리할 생각 없어요. "

" 응? "

" 오빠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 됐으니까 대단한 사람에 걸맞는 소비는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어떻게 보든지 오빠의 입장에선 과소비가 아니잖아요. 과시를 위한 과소비는 좀 그렇지만... 적정수준에서 즐길 수 있는 금액의 소비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오빠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소비니까요. "

윙카에 어느정도 익숙해진건지 주랑은 시트에서 몸을 떼고서 창 아래를 쳐다봤다. 저만치 아래에는 NPC라 짐작되는 아이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 아래서 보일리는 없지만 주랑도 위에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이들을 향해 밝게 웃어주었다.

윤석은 밝게 웃는 주랑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석양에 물들고, 석양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에 물든 주랑의 모습을 보니 괜스레 어깨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속마음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 내가 이 정도야. "

" 네? "

윤석은 거울을 한 번 꺼내주고 싶었다. 지금 주랑의 모습이 얼마만큼 예쁜지 한 번 스스로 보게해주고 싶었다. 물론 현실의 모습과는 약간 다르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미모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윤석에겐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예뻤다.

거울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윤석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 딴 건 모르겠고 이주랑씨를 가진 남자라고. 이건 전세계 만민이 공통적으로 부러워할 사항이라니까? "

그 말에 주랑도 방긋 웃었다.

" 딴 건 모르지만 김윤석씨를 가진 여자에요. 이건 전세계 만민이 공통적으로 부러워할 사항이라니까요? "

윤석은 그 말에 차마 동의를 하지는 못하고 윙카를 운전했다. 일부러 사람들 눈에 띄이는 곳으로 운전하며 하늘을 나는 윙카의 위용을 자랑하는 중이었다.

' 생각보다... 미끼 무는게 느리군. '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드디어 누군가 미끼를 덥썩 물었다.

============================ 작품 후기 ============================

" 딴 건 모르지만 김윤석씨를 가진 여자에요. 이건 전세계 만민이 공통적으로 부러워할 사항이라니까요? "

글쎄다... 김윤석을 가진건 별로... 콩깍지 대박이구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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