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17화 (117/244)

00117  마도사연합의 반격  =========================================================================

* * *

은현은 깜짝 놀랐다. 방금 형님! 형님!하면서 친한척을 하기는 했다만 저쪽은 감히 '형님'이란 단어로 축약할 수 없는, 이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지도층이다. 이미 온갖 선행으로 사회적 약자들은 물론이고 중산층으로부터도 큰 지지를 얻고 있는 사람이고,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라는 표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한 유토매니아의 김윤석사장이 아니던가.

전화를 끝마치고 제자리에서 방방뛰며 오 예! 라든가 이런 쉣 더 퍽! 이라든가 되도않는 이상한 감탄사를 자꾸만 남발하는 오빠를 보며 은미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 오빠. 아유 크레이지? "

정말 진심이었는데, 은현은 그런 것 따윈 별로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빠로써의 자존심을 세우던 평소의 반응과는 달리,

" 예쓰! 아임 크레이지! "

라는 얼토당토않은 발음으로 영어를 자꾸만 써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도대체 무슨 일이야? "

" 너 그거 알아? "

" 뭐? "

" 그것도 몰라? "

" 그니까 뭐? "

은현이 검지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었다.

" 하긴. 아둔한 네가 알 리가 없지. "

" 아! 그니까 뭐! "

은미가 신경질을 내자 은현은 풉, 웃고는 자랑스레 말했다.

" 너 내 사업파트너가 누군지 알아? "

" 오빠 학생이잖아. 사업은 무슨. "

사업을 하긴 한다. 사실 일반적인 사업은 아니고,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면서 얻는 수익을 현금으로 전환해서 한달 100만원 정도 가계에 보탬을 주고 있다. 사실 예전엔 300만원가까이 벌곤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했다. 더욱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전 현금화 시키는 것이 300만코드에 이르렀다면 지금은 고작 100만코드밖에 되지 않는 뜻이고, 다른 말로하면 그가 그만큼 유토피아 내에서 코드를 많이 소모하고 있다는 뜻이다.

" 그러니까 네가 동생이고 내가 오빠라는거야. "

"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야? "

예전부터 정상이 아닌 건 알았는데, 오늘은 더욱 더 확실히 알았다.

" 확실히 미쳤어. "

" 내 정체를 알고 나서도 그런 말이 나올까? "

은미는 은현의 정체를 안다. 아빠의 아들이자, 엄마의 아들이자 자신의 오빠이기도 하며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는 히든클래스 불기둥승부사. 그리고 대학생.

" 오빠 정체는 엄청 흔해. 그냥 흔해빠진 돌맹이보다 더 흔해빠진 그냥 오빠잖아. "

" 내 사업파트너를 아직도 모른다니. 정말 멍청하구나 동생아. "

그는 매우 자신만만한 태도로 어깨를 쭉펴고 말했다.

" 너 김사장님 알지? "

김사장님, 이라고만 언급하면 척 알아야 한다는 듯 아예 이름은 빼고 말했다.

" 김사장님이 누구야? 울 아빠 회사 사장님? "

" 아니. 너 김사장님 몰라? "

그냥 '김윤석 사장님'이라고 말하면 될 걸, 일부러 말 안하고 계속 김사장님이라 했다. 은미는 벌떡 일어섰다. 저 잘난척 하는 모양새도 그렇고 하여튼 아니꼽다. 그리고 그렇게 궁금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오빠가 평소보다 좀 더 미친상태구나, 하고 등을 돌리려는데.

" 유토매니아의 김윤석 사장님. 형님께서 나한테 사업제안을 하나 해왔단 말이지. "

그리고선 에헴, 하고 일부러 헛기침했다. 그 잘난체하는 모습이 아니꼽긴 아니꼬운데 그건 그거고 놀란 건 놀란 거다.

" 헐? 진짜? 그 사람이 왜? 그런 사람이 왜 오빠한테 사업제안을 해? 헐! "

걸어나가던 은미는 은현에게 달려와 은현의 멱살을 붙잡았다. 그녀가 시사, 사회, 경제등 연예를 제외한 다른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김윤석'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다. 한국 최고의 부자들 중 한 명이 아니던가. 걸어다니는 일인 기업. 유토매니아의 김윤석 사장은 전세계적으로도 이미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특히 이번에 코드를 활용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임으로써 해외로 그 세력을 넓혀하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 오빠의 어딜 봐서? 아니 애초에 그런 사람이랑 어떻게? "

" 그 때 우리 레스토랑에서 봤을 때, 나의 잠제력을 알아본 거겠지. "

말도 안 되는 개소리! 라고 은미는 소리칠 뻔 했다. 그 날 은현이 뭔가 보여준 건 전혀 없었다.

' 정말로... 그런가? '

김윤석쯤 되는 사람은 사람의 잠재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들었으나.

' 근데 오빠한테 잠재력같은 게 있을 리 없잖아. '

20년 넘도록 봐왔던 오빠라서, 잠재력따위 있을 리 없다고 단정한 은미는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 그래서 무슨 사업인데? "

" 이 몸 밖에는 할 수 없는 사업이지. "

" 그니까 그게 뭐냐고! "

결국 폭발한 은미는 은현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하지만 은현은 캑캑대기는 커녕 매우 태연자약하게 입을 열었다.

" 그게 말이야... "

* * *

경비는 강화했다. 일반 NPC에 비해서 비싸기는 했지만 그걸 가릴 때도 아니었고, 유토매니아의 입장에서 그 정도의 지출은 눈에 티도 나지 않을만큼의 지출이다.

그건 그거고.

" 제군들. 준비는 됐나? "

현 얼스의 준장. 안졸리냐졸려는 제법 위풍당당한 태도로 군인들 앞에 섰다. 단상에 올라서서 보니, 꽤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열을 맞추어 서있는 군인들은 잘 훈련된 정병임을, 그 모양새만으로도 충분히 입증시켜주고 있었다.

제 8전투단. 전투병과와 비전투병과를 포함해 2천명이 넘는 대병력이 연병장에 집합했다.

" 우리는 대 얼스의 명예로운 군인들로서, 우리 스스로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저 패악무도한 판타리아와 중원의 쓰레기들을 처단할 막중한 사명을 지닌 사람들이다. "

군인들은 엄숙한 태도로 전방 15도를 노려보며 윤석의 말을 가슴속에 새겼다. 얼스의 국기인 태극기와 플라티곤을 상징하는 플라티곤기가 바람결에 펄럭거리고 있었다.

" 우리는 그 어떠한 전투단보다도 뛰언나 정병들이며, 우리는 이 순간을 위해 칼을 갈고 총을 쏘며 온갖 지옥같은 훈련에 매진해왔다. 이젠 보여줄 차례다. 우리가 여지껏 해왔던 훈련이 어떤 건지. 우리가 도대체 왜 그렇게 사격술을 갈고닦았는지! "

윤석이 단상을 내려쳤다. 쾅!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퍼졌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주랑은 속으로나마 빙그레 웃었다.

' 술 먹고 인트왕이라고 외친 거 밖에 없잖아요. '

그래도 명색이 사모님인지라 내색하지는 못하고 이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 나는... 안타깝게도, 우리의 사명을 위해 제군들의 고귀한 희생을 강요할 수 밖에 없다. 제8 전투단의 단장으로써는 미안한 일이지만, 얼스의 군인으로써는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다. "

[ 충성심이 +1 올랐습니다.]

연설을 하는 와중에 계속해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예전에도 이 알림을 들은 적이 있다.

[ 충성심이 +1 올랐습니다.]

[ 충성심이 +1 올랐습니다.]

" 우리는 오늘부터 우리의 적들에게 우리의 강력한 화력과 힘을 보여줄 참이다. 그리고 그 주축이 바로 우리 자랑스런 8전투단이 될 것이다. "

그의 연설이 끝났을 때, 뜨거운 박수소리가 연병장을 가득 채웠다.

" 함성을 질러도 좋다. 우리의 불타는 전의와 힘을 목소리로 표현해봐! "

윤석의 그 말에 군인들이 함성을 질러댔다. 일부는 모자를 하늘 위로 던지고 일부는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곳에 그러한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딱 한 명 밖에 없었다.

' 미친놈들. '

딱 한명이 있었으니, 이 상황을 주도한 윤석이다. 그는 얼스에 대한 뜨거운 애국심따윈 없다. 그래도 애국심 있는 척 했고 숭고한 사명을 가진 위대한 군인인 척 했다. 그랬더니 충성심이 엄청나게 올랐고 군인들이 눈물을 흘렸으며 함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이러나 저러나 좋았다.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는 얼스를 향한 충정과 애국심따윈 없었지만 기본적인 재물욕과 복수심은 있었다.

' 감히 내 돈을 털어? 씨발놈들이. '

딴 건 모르겠고, 금고털이를 한 놈들은.

' 늬들은 진짜 잘 못 건드린거야. '

범인이 누군지는 모른다.

' 근데 꼭 정밀 폭격만이 상대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거지. '

여태까지는 더럽고 치사하다고 생각해서 이 방법은 안 썼다. 그러나 이제 사정 안 봐주기로 했다. 일단 제 일후보는 바로 마연이다.

' 정밀 폭격이 안되면 융단 폭격...이 차선책이잖아. '

몸을 돌리고 키득 웃었다. 저쪽 강단 아래에선 군인들이 뜨거운 함성을 질러대고 있는데.

" 오빠. 표정이 사악해보여요. "

" 도둑놈들한테 본때를 보여줘야지. "

" 본때요? "

" 다른 건 몰라도, 우리 금고를 털어간 게 마연놈들인 거 같거든. 그리고 중원 강호놈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대. 이것들이 우리가 가만히 있으니까 봉으로 보이나봐. "

" 어떻게 하려구요? "

" 어떻게하긴 뭘 어떡해? B-2라고 혹시 알아? "

B2는 별거 아닌 미국의 전략폭격기야. 그렇게 많이는 아니고 대충 16톤 정도 폭탄을 실을 수 있고, 항속거리가 4000마일이 넘어서 그거 한대면 24시간 내에 북한을 초토화 할 수 있는 그냥 그런 비행기야. 하고 윤석은 대충 설명해줬다.

" 일차 타겟은 마탑. 늬들 다 죽었어. 전면전 한 번 가보자. "

============================ 작품 후기 ============================

연재속도는 좀 느려요...

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네요 흑흑. 저도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시간이...ㅠㅠ

아...글고 b2는 그냥 예입니다... 별 다른 의도는 엄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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