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59화 (159/244)

00159  각성하는 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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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안전장치. 그러니까 윤석의 지인으로 하여금 고문을 맡게하는 것은 꽤 좋은 방법이었다. 사실 말이 고문이지 별로 힘은 없을 테니까. 게다가 나이도 어리다. 속일 생각은 없다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엔 속이기도 쉬울 거다. 뿐만 아니라 불기둥승부사라는 네임드유저까지 포섭하게 된 거다.

그리고 은미상단은 점점 덩치를 불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비단을 독점하기 시작하더니 이후엔 식량에도 손을 댔다. 식량 뿐만 아니라 그를 발판으로 요식업, 유흥까지도 손을 댔다.

아무리 거대한 중원의 규모라고 해도 150조가 넘는 돈을 투자하면 어지간한 것은 거의 독점할 수 있다. 적어도 이 근방의 비단, 식량, 유흥은 석권할 수 있었다. 독점은 물론 좋은 게 아니지만 이 근방의 패자인 사황성은 조용했다. 사황성 세력 내의 패권은 이제 은미상단 차지다.

처음엔 그저 재미나 다름없던 투자였는데, 독점을 하고보니 슬슬 이익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원은 칼부림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게다가 사파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남자들이 쉴 새 없이 죽어나가는 곳이었고, 육체적 능력이 뛰어나다보니 항상 여자를 목말라했다.

비단은 본전 -워낙 비싼 값으로 매입해서- 식량과 요식업으로 이익을 봤고 유흥으로 돈을 왕창 벌었다. 유흥에는 술을 끼워 팔았는데 여자를 마주한 남자들은 그 씀씀이가 매우 커서, 물 파는 장사보다 더 쉬울 지경이었다.

은미상단은 사황성의 새로운 패자로 군림할 수 있게 됐다. 겨우 고등학생에 불과한 은미가 그걸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유토매니아의 산하조직인 '다수정예회'에서 새로운 인원들을 선발하여 은미상단에 침투시켰다. 은미를 보조하게 했다.

"이쯤 되면 제재가 들어올 법도 한데 말이야."

윤석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예전부터 느낀건데 유토피아는 윤석에 대한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찾아와서 이러니 저러니 부탁을 하고가는 게 전부였다.

"조금... 이상하긴 해요."

"예전부터... 유토피아는 이상하리만치 힘을 못 쓰고 있단 말이야. 확실히 이상해."

"그건 그래요. 그런데 오빠. 지금은 저 오빠랑 같이 있는 이 시간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요."

윤석은 피식 웃었다.

"하긴.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유토피아의 제재. 분명 한 번쯤은 있을 법 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중원 3대 세력 중 하나인 사황성의 상권을 독점했다.

이건 상당히 문제가 있는 거다. 현실에서도 대기업의 골목길 상권 침해 논란이 일어난다. 유토피아에서도 제재한다면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전 오빠랑 오빠 가족들이랑 어디 간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나도 너랑 어딜 간다는 게 행복하다."

윤석은 쿡쿡 웃었다. 언젠가 날을 한 번 잡아 주랑의 가족들과도 한 번 놀러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언젠가... 장인어른도 모시고 한 번 가야지."

"음...? 오빠 몰랐어요?"

"뭐가?"

주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몇 번 꿈뻑이다가 이내 배시시 웃었다.

"어머님 아버님께서 오빠 속이셨네요."

"그니까 뭐가?"

"저희 아빠도 같이 간다던데..."

"엥? 난 그런 소리 못 들었는데?"

"저번에 어머님께서 저희 아빠 번호를 물어보시더라구요. 같이 여행 가자고 제의하셨다는데... 전 당연히 오빠도 아는 줄 알았어요."

윤석은 쇠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싫다는 건 아니다. 싫은 건 아닌데, 아무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라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아... 아버님도 가시는구나."

아무래도 장인어른께서 가신다면 좀 더 눈치를 볼 필요가 있다. 식사에도 한 번 더 신경을 써야하고 뭐라도 하나 더 신경 써야 한다.

어차피 여행 스케쥴은 완벽하다. 아니, 완벽할 거다. 사실 윤석이 자신있게 나만 믿어, 라고 말하기는 했으나 말을 그렇게 한다고해서 평소 짜지도 않던 계획이 잘 짜질 리 없다. 결국 보다못한 수정이 도와줬다.

사회성은 매우  떨어지지만, 철두철미한 수정답게 숙박일정, 시간, 이용해야하는 도로, 관광명소 등을 분 단위까지 정확하게 계획을 짜주었다. (윤석은 같이 짰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수정이 대부분을 다 했다.)

해외로 여행이라도 갈까 했다가 국내로 정했다.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부모님이 해외보단 국내여행이 더 좋단다. 고속도로를 탔다. 보조석에는 주랑이 앉았고 윤석의 가족들과 주랑의 아버지가 뒷자리에 앉았다.

사돈사이가 언제 저렇게 돈독해진 건지는 모르겠다만 저들은 한참을 수다 떨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윤석의 어머니와 주랑의 아버지가 그랬다.

"언제 저렇게 친해지셨대?"

"종종 만나고 그러셨나봐요. 사실 오빠 부모님을 만나보시고 나서..."

"그리고 나서...?"

주랑은 조금 부끄러운지 핸드폰에 글씨를 써서 보여줬다.

- 오빠랑 빨리 날짜 잡으라고 성화셨어요.

고속도로는 매우 막혔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12인승 그랜드 카니발은 버스전용 차선으로 유유히 달렸다. 아주 빠른 속도는 아니었어도 옆 차선같은 거북이 속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어떻게... 대화가 잘 통하시나보네. 의외로."

신성전자의 사장 이용식은 서민이었던 윤석의 가족과는 아무래도 태생이 다르다. 적어도 윤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윤석의 눈으로 봤을 때에 저토록 대화가 통하는 걸 보면 신기한 노릇이다.

"유토피아가 상용화되기 전에는 그냥 그런 중소기업이었거든요. 원래 소탈한 분이기도 하구요."

게다가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이라 할 말은 꼭 하신단다.

"어째 너 아빠 자랑하는 거 같다?"

"에이. 그런 건 아니구요. 아빠의 성격이 장점일 때도 있는데... 단점일 때도 많거든요."

윤석은 그 사실을 그 날 저녁에 알 수 있었다. 강원도의 캠핑장에서 하루를 묵게 됐는데 용식은 윤석과 따로 얘기를 나눴다. 예전 만남에서도 느낀건데 별로 교양있는 말투는 아니었다.

"효도는 그냥 용돈만 쥐어드린다고 효도가 아냐."

"예?"

"유토매니아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이면 뭐해? 그걸 제대로 관리하고 또 풀어써야 이 사회가 발전하는거지."

물론 윤석은 사회에 이바지 많이 했다. 중학교에 100억 기부. 대학교에 월 1000억 기부. 이 두가지만 놓고 봐도 이미 엄청난 거다. 1년 지나면 1조 2천억을 기부하는 거다. 한국 내 그 어떤 기업도 이런 금액을 기부하지는 않는다. 100억만 기부해도 많이 기부한 것에 속한다.

재계전문사이트 재벌닷컴(chaebul.com)에 따르면 기부 1위가 김효식 회장으로 800억의 개인주식을 기부했단다. 이 것이 작년 통계였으니 내년엔 아마 윤석이 1위를 차지할 거다.

뿐 이랴. 텔러들을 고용하고, 엔지니어와 사원들을 고용함으로써 창출된 사회적 이익이 얼마나 크던가. 또한 유토매니아는 선진국형 기업운영을 통해 많은 기업들의 모범이 되고 있는 중이다. 그 무형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기업들의 롤모델을 제시해주는 것과 다름 없었으니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예전부터 편지를 계속 받아왔던 윤석이다. 장애인들, 소외계층, 힘 없던 사람들이 윤석의 지원을 통해 힘을 많이 얻었다. 그들에게 돈을 직접적으로 준 건 아니지만 유토피아 내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그 일자리 내에서 얻는 수익을 유토매니아를 통해 환전해줬다.

여기까지만 했어도 존경받는 기업인 소리 듣는다. 그런데 또 있다.

밀양 송전탑사태를 해결함으로써 밀양 주민들에게는 거의 성자취급 받는다. 주민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해주었고 그로인해 밀양 송전탑 건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은 아마도 전력난이 상당히 줄어들게 될 거다. 한국은 발생되는 전기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송전을 하지 못해서의 영향이 큰 전력난을 맞는 나라니까.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걸 개인이 해결해 준 거다. 동기야 어찌됐든 사람들은 윤석을 존경했다. 이런 사람은 베네노를 끌고 다녀도 욕 먹지 않는다.

"물론 자네가 아무 일도 안 했다는 건 아냐. 훌륭한 일들을 많이 했지. 그러나 나는 자네 수준에서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는 의문이 들어."

용식은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자네의 행보를 보면... 그냥 돈지랄 같다 이 말이야. 뭔가 이 것을 해야겠다. 그런 마음이 아니라 귀찮은데 좀 해볼까? 이런 마음 같다 이 말이지."

"그렇...습니까..."

저번부터 느낀건데 용식은 자기관리에 굉장히 철저한 사람 같았다. 탄탄하고 다부진 저 몸은 하루이틀 관리한다고해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용식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조금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진짜 효도를 하고 싶다면 부모님께 일거리를 드려. 용돈 쥐어주는 것 말고, 용돈이 생기게. 자네라면 몇 억 정도 손해나는 것 정도는 우습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자네쯤 되는 사람이면 그 손해를 손해로 생각해선 안 되지. 자네의 그 손해본 몇 억이 어떤 다른 사람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큰 이익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윤석이 벌인 다른 일도 그렇다. 윤석의 입장에선 큰 출혈을 감소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일들 이었다. 월 1000억씩 기부하는 게 그나마 가장 큰 부담인데, 그래봐야 월수입의 0.3프로 정도 밖에 안 된다. 단순 숫자로만 비교했을 때에, 월 300만원의 월급쟁이 기준으로 겨우 만원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그 손해가 오히려 자네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뜻이지."

결론은 이러했다. 부모님께 걸맞는 일자리를 드리되, 부모님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드리라는 거다. 오늘 여행을 하면서 느꼈단다. 윤석의 부모는 여행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것과 관련하여 일자리를 드리라고 했다. 여행과 관련된 패키지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라든가 리조트망을 건설한다든가.

"물론 경험있는 사람들을 붙여줘야겠지. 너무 클 필요도 없어. 그저 부모님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면 되는 거야."

시작은 이렇게 간단했다. 제대로 효도하는 방법. 빈둥거리며 노는 것이 물론 좋다. 그런데 그 세월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삶이 무기력해지고,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

용식은 그걸 짚어줬다. 여행상품을 파는 여행회사라도 하나 차려드리면 좋아하시겠다, 생각하는데 용식은 좀 더 높은 차원의 얘기를 꺼냈다.

처음엔 효도로 시작한 얘기였는데 스케일이 점점 커졌다. 아마도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던 듯 했다.

"내가 아까 말했지. 사회와 함께 나누어써야 이 사회가 같이 발전하고 자네도 발전한다고."

"예."

"자네 돈을 묵힐 필요가 없어. 듣자하니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1조가 넘는다더군. 물론 비상시 필요한 유동자금이 필요한 건 맞지만 그걸 모조리 쥐고 있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거야."

그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다. 그런데 사실 귀찮기도 하고,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천만에. 만약 유토피아가 당장 망하기라도하면 어쩔텐가?"

"그건..."

망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됐다. 요즘은 전체이용자 22억을 돌파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최악의 수를 생각해두는 법이야. 그 수를 생각해 놓으면 최악이 아닌 다른 상황들은 비교적 여유롭게 헤쳐나갈 수 있으니까. 나쁜 것을 생각했으면 좋은 것들도 생각해야지. 자네가 최선을 다해서 선을 베풀었을 때에 돌아올 것들을 생각한다면... 나는 자네의 그 젊음과 시간을 허투루 소비할 수 없다고 생각해."

윤석은 용식과 함께 3시간이나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 용식이 말하고 윤석이 들었다. 감히 장인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말대꾸도 못했다. 그리고 사실 듣다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맞고, 기부를 많이 하는 것도 맞는데 수입에 비해서는 별로 하지 않았다. 돈도 계속 쓰고 돌려줘야 하는 거란다. 그래야 이 사회가 발전한단다.

'그러고보니... 중원에서의 사업도 나름 재미 있었지.'

사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랬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서 물품들을 독점하고 다른 상단 씨를 말리고 뇌물을 뿌리는 거였으니까. 그래도 아예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적어도 수익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을 때엔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 (물론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만치 말했으면 알아서 잘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네."

"알겠습니다. 다각도로 고려해보도록 하지요."

용식은 윤석의 등짝을 탕탕 두드려줬다. 그런데 두드린 것 치고... 많이 아팠다. 여지껏 좋은 말만 해주던 용식이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서 작게 말했다. 정말로 본론을 말했다.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3시간 걸렸다.

"도둑노무 시끼."

"예?"

"우리 주랑이 데려가서 눈물 한 방울이라도 나오게 하면 내가 네 몸뚱이를 박살을 내버릴테니까 각오하라고."

장인어른 앞에서 기도 못펴고 있던 윤석이 드디어 기가 살아났다. 잘못했으면 헹! 콧방귀까지 뀔 뻔 했다.

"두고 보십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딸내미로 만들어 드릴테니까."

용식은 못미더운 눈으로 윤석을 쳐다봤다. 아무리 잘 나가는 유토매니아의 사장이라해도, 용식에겐 딸을 빼앗는 도둑놈으로 보였다. 그 딸이 어디 보통 딸이던가.

하늘을 쳐다봤다.

밤 하늘이 유난히 밝았다.

============================ 작품 후기 ============================

슬슬 우리 부자님 각성 시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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