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3 마교와의 전쟁 ep1 =========================================================================
* * *
유토피아 운영진들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말 그대로 긴급이다.
"안졸리냐졸려가 얼스는 물론이고 중원과 판타리아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아무리 중장이고 막강한 화력을 가졌어도 전체 대륙에 비해선 굉장히 미비한 힘일텐데...?"
"그게..."
운영진 중 하나인 허영식은 말하기 곤란한 듯 눈치를 조금 살피다가,
"일정 유저들을 타겟팅해서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이고 있답니다."
"타겟팅?"
"아무래도 보안이 뚫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특정 인물군들을 따로이 뽑아서 공격하고 있을 리 없습니다."
중장. 안졸리냐졸려. 현실에서는 김윤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유토피아를 통해 엄청난 갑부가 된 사람이다.
"이번에도 그냥 손 놓고 있어야 합니까?"
"그럼 어쩔텐가?"
특정한 인물들을 골라서 공격하고 있다는 말은 즉, 그 특정한 인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여기서의 '특정한 인물'이라 함은 이번에 연희동에 땅투기를 한 부동산부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 상에서는 이미 괴담이 떠돌고 있는 중이다.
- 연희동 땅투기 부자들 잡아가는 저승사자 출몰.
- 실제 피해자 속출.
- 유토피아의 감옥 시스템, 이대로 괜찮은가?
예전에 이용식은 웅민을 감옥에 잡아 넣어버리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참 재미있다. 게임에서 감옥에 갇히는 게 무슨 대수냐하겠지만, 그건 다 옛말이다. 접속불가 3일만 해도 엄청난 페널티다. 모든 사람들이 꺼려한다. 그런데 감옥은 더더욱 꺼려한다. 현실의 감옥보다도 더 끔찍한 형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유저들이 감옥에 가는 경우는 어지간해서는 없었지만,
"이게 무슨 짓이야! 아름다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현대의 중장. 안졸리냐 졸려가 8번째 '정치범'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잡아 넣었다.
유토매니아 산하조직인 판팀과 무팀. 그리고 정보단체인 성철SC와 합세하여 땅투기 부자들을 찾아내 감옥에 잡아 넣었다.
덕분에 유토피아 운영진들만 난리났다. '정치범을 잡는다' 혹은 '간첩을 잡는다'는 미명하에 유저들을 체포하고는 있지만 정말로 그럴 리 없다. 아무리 봐도 이건 땅투기에 대한 보복성 시위였다.
"이 사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결국... 부탁 밖에는 없는 겁니까?"
운영진들은 순간 조용해졌다. 운영자 회의는 보통 70여명에서 이루어진다. 그 70명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이 안건은 유토피아의 사장인 '강명호'에게까지 올라갔다. 강명호라고해서 무언가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부탁... 할 수 밖에 없죠."
아무리 중장이라고 해도, 이렇게 사적으로 권력을 남용하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그런데 일이 재미있게 진행됐다. 무엇보다 여론이 중장유저의 편이었다.
중장 유저가 잡아들인 '정치범(혹은 간첩 혹은 반동분자.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지만 편의상 정치범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은 총 8명. 8명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봐야 대중의 목소리에 묻혔다.
강명호는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자 투옥된 정치범이 13명으로 늘어났다.
- 황금 알을 낳는 땅 연희동. 수직 집값 상승의 이유의 어두운 이면.
기자들이 연희동 땅값 상승에 대해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로비를 했으므로- '부동산 투기'에 대해 안좋게 표현했다.
유토매니아 사장 김윤석의 선행을, 최대한 보기 좋게 포장했다. 서민들을 위한 연희동 계획 발전 계획이란 식으로 표현됐는데 실제로 그 말은 어느정도 맞는 말이기도 했다.
동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지원해줬었다. 시설이 낙후된 곳을 개선시켜줬다. 이 '시설'이란 것에는 참 많은 것이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연희동에서 리모델링 된 집만 해도 1만 세대가 넘는다. 괜히 건축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아니다. 정부도 못하는 일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대외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김윤석이 서민들을 위하여 연희동을 살기좋은 곳으로 발전 시키고 있는데 그 사이를 노린 일부 부자들이 땅 투기를 시작하여 땅값을 계속해서 높여버리고 있는 게 돼버렸다.
대중들에게는, '정말로 투기로 인해 땅값이 상승했을까'라는 건 별로 상관 없었다. 중요한 건 그들이 땅투기를 했던 거고, 실제로 연희동 땅값이 -이유야 어찌됐든- 오르고 있다는 거다.
- 국가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위대한 기업인.
- 서민들을 위한 원대한 계획. 그러나 일부 부자들이 그 본질을 흐려.
언론들은 김윤석의 행적을 찬양했다. 김윤석을 높이면 높일수록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들은 못된 놈이 되어갔다. 대중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처지이다보니 감옥에 투옥된 유저들은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유토피아에 항의를 하기는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유토피아는 유저의 편의와 권리를 최대한 존중합니다. 중장유저는 중장의 권한을 사용한 것이고 이에 편법이나 불법이 동반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중장유저의 행위는 정당하며 유토피아에서는 그에 제재를 가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유토피아 측으로서는 다행이었다. 만약 저들이 목소리를 높여서, 우리의 정보가 새어나갔고 그에따라 유튜피아에서도 책임을 져야하며 중장유저를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면 일 벌어질 뻔 했다.
강명호가 말했다.
"기자들쪽 로비도 계속 진행해."
"예."
기자들을 따로이 포섭할 필요는 없을 정도였다. 유토매니아가 워낙에 잘해주고 있었다. 거대자본을 갖게된 조직답게 로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강명호는 씁쓸하게 한 번 웃었다. 유토매니아는 분명 유토피아에서 파생된 기업이다. 그러나 자본력은 유토매니아를 감당하지 못한다. 수익 자체는 유토매니아를 앞서지만 그 수익은 수많은 투자자들과 주주들에게 돌아가니까.
"유토매니아 사장과의 미팅도 준비해줘."
"사장님...?"
"어차피 저 쪽에서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이번 일은 조용히 마무리 될 것 같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어."
강명호는 의자에 앉았다.
'어차피 언젠가 한 번은 부딪쳐야 하는 일이니까.'
'군인'클래스가 나왔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눈을 잠깐 감아봤다. 무슨 말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생각해봤다.
* * *
'감옥 시스템'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일부러 소문을 흘렸다. 땅투기가 물론 죽을 죄는 아니지만 죽을 죄처럼 만들어 버렸다. 죽을 죄를 짓게 된 13명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론의 뭇매도 맞고 감옥에도 갇혔다.
감옥은 끔찍했다. 알콜 중독자에게서 술을 빼았는 것보다도 훨씬 심한 처사다. 13명이 각각의 언어로 윤석에게 빌었다.
현실의 윤석에게 사법권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유토피아 내에선 권력이 있다. 유토피아 내에서의 권력은 현실의 권력보다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다. 윤석의 이번 행동은 연희동에 땅투기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주었다.
일주일간 투옥 시킨 뒤 풀어줬다. 갇혀있던 유저들은 일주일간 지옥을 경험한 셈이다.
그런데 유토피아에서 연락이 왔다.
"사장님. 유토피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네?"
"유토피아의 강명호 사장이 사장님을 만나뵙고 싶다고 했습니다."
"유토피아요? 강명호 사장이요?"
"네."
수정은 다분히 업무적인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씨는 놀랍지도 않아요?"
"놀랍습니다."
"전혀 놀란 표정이 아닌데?"
윤석은 수정과 개인적으로 조금 친해지고 싶다. 그런데 잘 안된다. 너무 사무적이고 어렵다. 윤석은 이런 관계를 불편해한다. 타고난 심성이 그렇다.
한편, 수정도 윤석과 친해지고 싶어한다. 다만 사교성이나 사회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는게 문제일 뿐이다.
'내가 놀라길 바랐던 걸까...?'
수정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윤석 딴에는 그냥 말 붙이려고 한 건데 수정은 그걸 또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고민해봤는데 아무래도 사장님께선 자신이 놀라기를 바랐던 것 같았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른지 약 5초가 지났다.
'그렇다면...'
수정은 크게 비명을 질렀다.
"으악!"
자신이 아주 많이 놀랐음을 표현하려는 듯 매우 크게 비명을 질렀다. 윤석은 깜짝 놀랐다.
"괘, 괜찮아요?"
얼른 일어나서 수정을 부축했다. 난데없는 비명인지라 조금 당황했다. 수정은 마치 국어책 읽듯 말했다.
"아주 많이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아...?"
윤석은 조금 황당해졌다. 무엇보다도 표정이 별로 놀라지 않은 것 같다. 아니, 분명 놀라긴 놀란 것 같은 표정인데 억지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느낌이다.
'해냈어!'
사장님과 친해지기가 무척 어렵다고 느끼던 수정은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좀 더 큰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 나영의 조언을 받아들인 이후로 뭔가 잘 되어가는 느낌이다. 평소 나영이 생각없고 가볍기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나영이 말했었다.
'리액션을 무조건 크게 해줘. 그게 최고야!'
많이 놀라는 리액션을 해줬다. 완벽했다. 그런데 수정은 완벽주의자다. 더욱 완벽하게 놀랐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주 많이 놀랐습니다."
수정은 없던 빈혈이라도 생긴 듯 주저앉았다. 윤석이 얼른 그녀를 붙잡아 세워줬다.
"벼,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단순히 놀랐을 뿐입니다."
리액션에 성공한 수정은 더욱 더 큰 성취감을 느꼈다. 그 때, 문이 열렸다.
"오빠?"
수정은 몸을 일으켜 옷을 탁탁 털어 정리한 뒤 주랑에게 가까이 가서 고개를 숙여보였다.
"사모님 오셨어요?"
"어. 주랑아?"
주랑이 들어와서 반갑긴 한데 방금 수정과 포즈가 좀 묘했었다. 별 일 있던 건 아닌데 괜히 찔렸다. 수정이 한 미모 한다는 것도 좀 걸렸다.
수정은 지금 상황이 조금 이상했다는 걸 안다. 굳이 안해도 될 말을 했다.
"사모님. 아무 일 없었습니다. 절 껴안고 싶어서 껴안으신 게 아닙니다."
제가 워낙 리액션을 훌륭하게 했던 탓이지요. 라는 말이 숨겨져 있는지라, 나름대로 성취감을 느꼈던 수정은 자신을 칭찬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모르게 씨익- 웃고 지나갔다.
주랑도 그 미소를 봤다.
* * *
역시나가 역시나다. 주랑은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저 생긋 웃기만 했다. 나는 오빠를 100퍼센트 믿어요! 라는 걸 온 몸으로 보여줬다.
다만 윤석이 설명할 때까지만 아무말도 않고 기다려주었을 뿐이다. 윤석은 약 5분에 걸쳐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해줬고 그제서야 주랑은 방긋 웃었다. 아까도 웃었고 지금도 웃었는데 미소의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윤석은 그걸 느끼고 괜스레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윤석은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그거 들었어?"
"어떤 거요?"
"유토피아 사장이 날 보자고 했대."
"하부장님도 아니고 사장님이요?"
"그러니까."
"무슨 일 일까요?"
주랑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유토피아랑 유토매니아의 관계가 좀 묘하긴 하거든."
"그래요?"
유토매니아는 유토피아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회사다. '중장'역시 유토피아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갑과 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가 없으면 중장도 없지만, 중장이 없다고해서 유토피아가 없는 건 아니니까.
"여태까지 아무런 권리도 주장하지 않았고..."
그쯤 되면 유토피아에서 유토매니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제재를 걸든 협상을 걸 수 있었다.
"나라면 어떻게든 중장한테 제재를 걸고 어떻게든 뭔가를 바꾸고 패치를 했을 거란 말이야. 그런데 안 그랬어."
"우와... 정말요?"
주랑도 다 아는 얘기다. 하지만 모두다 처음 듣는 것 처럼 대했다. 윤석의 자신감을 잔뜩 높여줬다. 중간 중간, 오빠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역시 괜히 사장님이 아니셔요!와 같은 리액션도 취해줬다.
윤석은 신이 나서 말했다.
"게다가 여태까지 운영진이 했던 걸 살펴보면 말야. 끽해야 길드전 이벤트랑 자유무역지대 설정이랑 서버용량 늘리기랑 그런 것 뿐이거든?"
"네."
"따지고보면 유토피아 세계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는 내용이었어."
어떤 남자가 있다. 그 남자가 군대에 입대한다. 그 한 명이 입대한다고해서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 입대해있는 동안에도 바깥세상은 잘만 굴러간다. 유토피아 운영진의 유토피아 개입도 그 정도 수준이었다.
이벤트는 말 그대로 이벤트다. 유토피아 세계에 간섭하는 행위가 아니다. 자유무역지대 설정 역시 유토피아 원주민인 NPC에게는 영향이 없다. 물론 거래를 도와주는 단순 NPC들이 있지만 그건 고용의 형태로 쓰는, 일종의 임시 NPC다. 따라서 유토피아 세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마... 중요한 애기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일부러 발음을 이상하게 했다. '얘기'가 아니라 '애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음흉하게 웃었다. 주랑이 한 발자국 뒤로 멀어졌다. 그 한 발자국은 약 5cm 정도 됐다.
"오빠 설마...?"
윤석이 주랑의 엉덩이에 손을 댔다. 귓가에 속삭였다.
"여보. 난 회사에서 하는게 은근히 스릴 있...읍?"
말을 잇지 못했다. 주랑이 먼저 덮쳤다. 짧은 키스가 끝난 뒤에 주랑이 말했다.
"우리... 애기 빨리 낳아요."
윤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수희한테 배운 못된 것을 써먹었다.
"시로 시로!(싫어 싫어)"
주랑은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도 없는데 괜히 눈치를 살폈다. 못내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했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겨우 입을 열었다.
"우리... 애기 빨리 낳아요...여, 여보."
그제서야 윤석이 활짝 웃었다. 수희한테 배운 못된 것을 응용했다.
"쪼아 쪼아!(좋아 좋아)"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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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시로! 쪼아쪼아!
쓰다가 열 받았어요. 교통사고 내고 소설 끝낼까. 주인공이라고 자꾸 막장으로 가네.
윤석/소설가에게 갑질하는 주인공(29)
"넌 그럴 수 없지. 다음달 카드값을 생각해. 잘 생각해. 누가 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