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1 천외천 36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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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유저들은 황궁에 대해서 잘 모른다. 설령 들었다치더라도, 별로 중요하게 신경쓰지 않는다. 유저들과 황궁은 별로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유저들의 수준에 너무 높은 상위기관이기도 했고, 교류마저 없다보니 별로 신경쓸 필요가 없는 거다.
그러나 NPC들에게는 다르다. NPC들에게 이 곳은 하나의 세상이고 현실이다. 황궁을 모를 수가 없다. 황궁은 그야말로 천외천이다. 제 아무리 무림인들의 힘이 강맹했더라도, 심지어 천마마저도 황궁을 노린 적은 없었다. 황궁은 중원의 최고 세력이며, 그 말을 달리하면 최강의 세력이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금군의 수만 6억이 넘는다. 그들 개개인은 무공이 별로 강하지 않다. 그러나 무림인들에게는 없는 전술과 말이 있으며 장창이 있다. 일대일에서는 약하지만 모이면 모일수록 강한것이 군사다.
특히 1만의 흑창기마대는 무림인들에게는 최악, 최강의 상대라고 전해진다. 그들은 개개인이 일정수준의 -단체전에 적합한- 무공을 익혔다.
흑갑공과 흑창공.
그들은 평생에 걸쳐 그 단 두가지 무공을 익힌다. 그 두 무공은 따지고보면 별 것 아니다. 요약하자면 온 몸을 둘러싼 중갑의 방어력을 더하는 거고, 창의 관통력을 늘리는 것 뿐이다. 거기에 황실만의 특수한 방법으로 제조된 중갑과 장창을 사용한다. 그 중갑은 그 엄청난 부피와 두께에도 불구하고 일반 갑옷보다도 가볍다고 전해진다. 또한 충격을 흡수하며, 강한 내화성을 가지며 화살로는 뚫을 수 없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전술도 몇 개 가지고 있지 않다. 어마어마한 방어력과 관통력을 가지고 돌진하는 전술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흑창 기마대입니다."
천마교의 장로 추광채가 말했다. 그 강하다는 추광채의 표정에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개개인은 별로 강하지 않지만 집단전에서는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는 전투집단입니다."
수관 대평원.
저번 윤석이 불지옥을 일으켰던 유현성 마을에 인접한 대평원이다. 재빠른 말로 3일 밤낮을 달려야 벗어날 수 있는 거대한 평지이며, 유저들은 어지간해서는 오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출몰하는 몬스터 자체도 워낙에 강한 축에 속했고 길을 한 번 잘못 들면 방향감각을 잃기 십상인 곳이다.
다만 완전히 뻥 뚫린 대평원인지라 50km가 넘게 떨어져 있는 기마대가 보일 정도였다. 윤석이 피식 웃었다.
"장로. 저들이 강한 이유가 뭐지?"
추광채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돌진력과 기동력을 바탕으로한 관통력입니다. 거기에 어떠한 특수한 방법으로 제작된 무구로 온 몸을 도배하고 있는 전투집단입니다."
"중요한 건 그거야. 저들이 기동력이 있다는 거거든."
윤석이 피식 웃었다. 이왕에 이렇게 된 거.
'아예 중원 먹어버리면 그만아냐?'
"저 놈들이 가장 귀찮은 놈들 맞지?"
"그렇습니다. 저들은...."
추광채가 설명을 이어가려하자 윤석이 손을 내저어 막았다.
"장로. 잘들어."
"하명하십시오!"
"저 놈들이 가장 귀찮은 놈들일테니까 저 놈들은 내가 처리해줄게. 그리고 그 뒤는 장로들에게 맡기도록 하지."
그리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귀찮게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군사들은 이제 알아서 처리하도록해. 나는 단신으로 황궁에 간다."
"예? 하지만...."
장로들이 앞으로 나섰다.
"너, 너무 무모합니다!"
천마교의 장로들 뿐만 아니라 정의맹의 장로들도 합세했다.
"맹...아니 황제폐하! 너무 위험한 행동입니다!"
"아니. 오히려 단신으로 다니는게 훨씬 빠르겠어."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는데, 신경쓰이는 게 있다. 오른쪽 하단에 -실제로 오른쪽 하단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머릿속에 개념적으로 그렇게 그려진다는 소리다- 날짜가 카운트 되는 것이 영 거슬린다.
예전 정체모를 남자가 말했던, 30일의 기한은 정확하게 카운팅되고 있었다. 현재 남은시간 24일 14시간 39분 33초. 퀘스트창도 떠있지 않은데, 뭔가 카운팅되고 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조바심이 난다.
"제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내가 단신으로 쳐들어갈 생각은 못하겠지."
윤석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워프."
수십km를 단 한번의 워프로 이동했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도 이런 건 못한다. 무공과 마법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
1만의 군세가 좌우로 열을 맞추어 전진해오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윤석의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눈 앞엔 1만의 군세가 흑색 장창을 높이 쳐든 채 땅을 진동시키며 다가왔다. 흑색 깃발이 펄럭이며 기마대의 위용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
지축을 울리며 다가오는 1만 마리의 흑마와 그 위에 올라탄 흑색 기마병들은 눈 앞에 혼자선 남자를 쳐다봤다. 누군지는 알 수 없다만, 흑색기마대에 멈춤이란 없다. 저만치 앞 쪽에 반란군들이 있다. 그들의 임무는 반란군을 제압하는 거다. 이 쪽에서 먼저 기선을 제압하고 쳐들어가면 뒷쪽에서 4억의 금군이 짓쳐들어 올 거다. 앞에 선 남자 하나 따위에 지체를 할 수는 없다. 1만의 기마대의 선봉이 멈추면, 그 전진 속도는 엄청나게 느려진다.
흑색기마대의 대장 유병채가 명령했다.
"장애물을 치워라."
지금은 전시상황이다. 사정 봐줄 필요 없다. 유병채의 명령을 받은 서동훈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이히히힝-!
속도를 높였다. 투둑! 투둑! 투둑! 투둑!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용수철이 튕겨져 나가듯 흑색기마병. 서동훈이 흑창을 높이 들고 전진했다. 눈 앞에 보이는 연약해 보이는 남자 따위.
투창을 준비했다. 심장을 관통시키고, 시체에서 창을 빼내면 될 터. 간단한 문제다. 마지막 양심으로 외치고 창을 수평으로 들었다.
"운이 나빴다!"
"그렇겠지. 운이 나빴겠지."
윤석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블랙홀."
순식간에, 시간이 멈췄다. 적어도 기마병들은 그렇게 느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이 곳은 암흑지대로 변했다. 뜨겁게 내리쬐던 햇빛도 사라져버렸다. 아주 잠깐동안 어두워졌다. 땅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이히히힝-!
이히히이이잉-!
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대, 대장님! 땅으로 빠져듭니다!"
"마, 마치 늪지대에 빠져든 것 같습니다!"
말들이 아우성쳤다. 순식간이다. 전 지대에 검은색으로 변했고 말들의 무릎까지 파여들어갔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자연경에 들어선 윤석이다. 스스로 캐릭터를 조작하겠다고 나서지도 않았다. 그저 바람에 몸을 맡겼다. 바람은 곧 윤석의 의지나 다름 없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따로 형체가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냥 공기의 움직임이다. 그 공기가 무기가 되었다. 말들의 다리가 잘려나가고 중갑으로 무장한 기마대원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침착해라! 사술이다!"
사술은 사람을 속이고 기만하는 술법이다.
"으아아악!"
서동훈의 목이 깨끗하게 잘려나갔다. 그를 지켜주던 흑색 중갑과 무공은 전혀 소용 없었다. 뜨겁다! 뜨겁다는 아우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빠져나올 수가 없다. 마치 개미지옥에 빠져든 것처럼 빠져들었다. 형체도 없는 바람에 의해 공격당하다가 말에서 떨어진 병사들이 소리쳤다.
"뜨, 뜨거워!"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늪지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는데, 그 안은 불이다.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내공으로 몸을 지탱해라! 정신차려!"
유병채가 명령을 내린 뒤, 윤석을 노려봤다. 내공으로 몸을 지탱했다. 상당한 수준의 무인인듯, 그는 그의 말까지도 함께 보호하고 있었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너희들이 찾는 사람. 반가워. 그리고 안녕."
방금 캐스팅이 끝났다.
윤석은 어지간한 마법은 생각만 해도 절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캐스팅을 좀 했다. 윤석의 왼손에 불꽃이 일었다.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었다. 수관대평원 전체가 어둑어둑해졌다. 검은색 먹구름은 비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치익-
치이익-
중갑이 비를 맞음과 동시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일었다. 세찬 바람이불었다. 그런데 그 바람은.
"으악! 뜨, 뜨겁다!"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하다가 이내 불꽃으로 변했다. 화마가 된 바람은 폭풍우처럼 1만의 병사를 휩쓸었다. 절삭력을 가진 불꽃의 폭풍이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듯 붉은색 화마가 1만 병사를 순식간에 불태우고 녹였다.
2억의 판타리아 유저들도 상대했던 윤석이다. 1만의 군사가 많다면 많은 군사지만, 별로 많아보이지 않았다. 불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시체와 잔해들이 블랙홀에 의해 빨려들어갔다.
하늘에선 불로 이루어진 비가 쉴새없이 떨어져내렸다. 벼락이 쳤다. 역시 불로 이루어진 벼락이다. 하늘로부터 불기둥이 떨어져내렸다. 수십 km높이의 불기둥은 주변을 뜨겁게 태우며 소용돌이쳤다. 수십km의 불기둥 7천개가 떨어져내렸다. 거대한 화염방사기를 동시에 뿜어내며 1만의 군세를 모두 태워버렸다.
추광채가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내공으로 몸을 보호해라!"
비록 60km 밖의 일이지만 여기까지도 열기가 느껴진다. 보인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불기둥과 불폭풍우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바닥은 검게 물들어있다.
내공을 일으켜 몸을 보호하며 앞을 주시하던 추광채가 털썩 주저앉았다.
"이럴 수가..."
정의맹과 천마교의 연합군 모두가 거의 비슷한 표정과 행태다. 몸에 힘이 풀려버렸다.
단신으로 흑색기마대 전부를 죽여버렸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워버렸다. 무시무시한 기마대라는 흑색기마대가 전부 사라져 있었다.
윤석은 지체하지 않았다. 황궁의 좌표는 이미 입수해놓았다.
"워프."
가는 김에, 이미 생성한 불기둥을 앞쪽으로 이동시켰다.
높이 수십 km에 달하는 새빨간 불기둥이 먼지를 빨아올리는 진공청소기처럼, 앞으로 쏘아져나가기 시작했다. 뒷쪽엔 수억에 달하는 병사들이 있을 터. 금군의 전부는 아닐거다. 그러나 숫자를 줄여놓으면 부하들이 상대하기도 쉬울거란 판단이다. 수십km 높이의 불기둥 7천개가 초속 70미터의 속도로 앞으로 전진했다.
거기까지 확인하고 윤석은 완전히 몸을 옮겼다.
기세를 숨기지도 않았다. 속전속결이다. 황궁 앞에 섰다. 황궁은 특수한 결계같은 것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윤석이 순수한 무림인이었다면 몰랐겠지만 이건 분명 마법이다. 그것도 목과 수계열 마법의 조합이다. 쉴드와 비슷한 개념인데 물리적 혹은 마법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기능을 가진 마법결계였다.
기세가 느껴졌다.
'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열 여덟.'
저들도 굳이 기세를 감추려고 하지는 않았다.
'하나 하나가... 천마에 버금간다...?'
윤석은 헛웃음을 지었다. 천마가 최강인 줄 알았다. 실제로 그 말은 거의 맞는 말이었다.
- 이런 미친 경우가 다 있나...
천마도 어이없다는 듯 말꼬리를 흐렸다. 천마도 느끼고 있을 거다. 저들 하나하나의 기세를. 하나같이 어깨에 대도를 들쳐매고 있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건 그들보다 더욱 거대한 기세를 가진 또다른 18명의 기세가 안쪽에서 느껴진다는 거다.
'너무 쉽게 생각했나.'
속전속결로 황제의 목을 따고 황제가 되려고 했다. 카운팅 되는 숫자도 느낌이 영 이상하고, 뭔가 빨리빨리 끝내야할 것 같은 기분이다.
"환영한다. 현 천외천의 18대장이다."
18명 중 중앙에 선 남자가 말했다. 나이는 사십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거대한 흰색 대도를 어깨에 들쳐맨 그는 그 거대한 대도를 땅에 일자로 내리 꽂았다.
"혼자서 오다니. 제법 배짱이 두둑하구나."
그 거대한 대도가 1미터 넘게 땅에 박혔다.
"그러나 이 이상은 지나지 못할 거다."
그 좌우로 길게 정렬한 17명의 다른 대장들도 대도를 땅에 꽂았다.
" 이 곳은 황제폐하의 성역. 절대로 한 발자국도 들이지 않겠다."
그러나 윤석은 느낄 수 있었다. 천외천의 18대장. 이들은 모두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윤석을 여기서 막을 수는 없다고.
'문제는 더 뒷쪽의 18명이다.'
"천외천 18합격진. 최종 방어의 장!"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땅에 꽂아넣었던 대도가 부르르 떨리고, 땅이 진동하는가 싶다가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늘이 어두워진 것이 아니라, 검 모양의 거대한 무언가가 땅으로부터 길게 뻗어나와 동서남북을 포함한 18방향에서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가 반대편 땅에 꽂혔다.
18자루의 탄성을 가진, 엄청나게 거대한 검이 돔을 이루어 하늘을 가렸다. 마치 원형 경기장에 갇힌 것처럼 말이다.
별 생각 없이, 쉽사리 황궁을 접수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윤석은 순간 움찔했다.
'마나 운용이...안 된다?'
18대장이 검을 뽑아들었다.
"18대장의 수장. 무명의 이름을 걸고. 너는 이 자리에서 죽는다. 우리는..."
대도를 높이 들었다. 17명의 대장도 마찬가지로 검을 들어올렸다가 윤석을 겨눴다.
"천외천의 18대장이다. 황제폐하를 죽음으로 수호한다."
천외천의 18대장이 한 걸음 앞으로 옮겼다.
"죽어도 이 뒤로는 못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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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봉인!!!
전편 조운이 죽는 편은 상상에 맡깁니다!! 하고 과감하게 스킵했는데 '너무나도' '지나치게' 과감했나보군요. 죄송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