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4 마탑 10 탑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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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작동하는 또 다른 공간이라.
윤석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그는 3탑주의 진전을 이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황궁은 견고하게 지어진, 단순한 하나의 건물이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천외천의 무공에는 마법수식이 새겨져 있었어. 시전자들이 알아차리지도 못할 만큼. 그것이 마법인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야.'
황금빛으로 빛나는 공간. 잠시동안이지만 주위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 부셨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둥은 바로 이 곳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열쇠였다. 그 곳에 마나를 주입하여 기동시켰다.
“그리고 황궁은 마법으로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네. 그 실체가. 이야. 이거 엄청 놀라워. 하나의 공간에 두 가지 이상의 차원이 겹쳐져 있다니. 여긴 어디지? 중원? 판타리아? 그도 아니면 둘 모두 아닌 완전히 독립된 새로운 공간인가?”
분명히 중원과 겹쳐져 있는 공간이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다. 반투명한 공기로 이루어진 손이 두 개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 두 개를 겹치면 어떻게 될까. 색깔은 조금 더 진해지겠지만 바깥에서 봤을 때에 그 두 개의 손은 하나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하나로 보이는 것이지, 하나가 된 것은 아니다. 완전히 포개져 있되, 하나가 된 것은 아닌 상태. 그것이 바로 현재의 차원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방금 천외천이 휩쓸어버린 공간을 왼손이라 생각한다면, 지금 이 공간은 그 위에 겹쳐진 오른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법진의 구동으로 인해 밝아졌던 주위가 점점 제 빛을 찾았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방. 그리고 붉은색 카펫이 일직선으로 깔려있고, 그 위엔 황금으로 만들어진 의자가 있었고, 거기엔 황금 지팡이를 든 남자가 하나 보였다.
“마법에 굉장히 익숙하군 그래?”
“이 정도로 뭘.”
“마탑주 정도의 능력이 아니면 차원의 결계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텐데.”
황궁식구들은 이미 모두 이 안으로 이동해왔다. 바깥과 겹쳐져 있기는 하지만 다른 세상이기 때문에, 그 어떤 폭풍이 불어닥쳐도 이 곳에는 영향이 없다.
“불행하게도 마탑주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말이야.”
“그래 보이는군.”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복장이 중원의 황제와는 거리가 조금 멀어 보였다. 활동하기 편한 가죽옷에 가죽부츠를 입었고 천 재질의 파란색 망토를 어깨에 둘렀다. 중원보다는 판타리아에서 보기 쉬운 복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봄과 동시에 느껴졌다. 저 남자는 분명 황제다.
“내 목을 따러 왔나?”
“아무래도 그래야할 것 같은데.”
“자네에겐 미안하지만 난 아직 죽고 싶은 생각이 없어.”
“그거야 네 바람일 뿐이고.”
그러나 일이 쉽게만 돌아가란 법은 없나보다.
“저 놈들은 누구야?”
슈퍼컴퓨터 스파크가 스캔하기 시작했다.
[스캔 완료. 주인님 기준 왼쪽부터 순서대로 화탑주 파루티앙, 목탑주 풀루토, 수탑주 워툴러스, 암탑주 달리트, 뇌탑주 사일런트, 철탑주 페브릭, 천탑주 수쿠아, 무탑주 아타니아, 성탑주 버피러스, 풍탑주 와인드라카입니다.]
몇 몇의 얼굴은 안다. 탑주의 능력을 복제하고, 후세의 마도사들에게 탑주들의 비전을 전해줄 때 마주쳤던 얼굴이 보인다.
판타리아 10개 마탑의 마탑주들이 전부 나섰다.
얼스에는 이런 말이 있다. 마도사들이 마법연구에만 미쳐있어서 그렇지, 실제로 싸운다면 무림인들보다 훨씬 위험할 것이다. 그만큼 마탑주들은 강하다. 무림인들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만 특화되어 있다면, 마법의 영역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그 무궁무진한 마법 중 ‘사람 죽이는 방법’을 아주 조금만 특화하여 사용하는 것들이 바로 유저들의 마법인 셈이다.
“어째서 마탑주가... 그것도 10개의 탑주가 전부 나선거지?”
윤석은 처음 본다. 마탑주 10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말이다. 애초에 저들은 모이는 것을 꺼려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족속들 아니었던가.
뇌탑주 사일런트가 앞으로 나섰다. 탑주답지 않게 나이는 상당히 어려보인다. 기껏해야 20대 중반의 청년 정도로 보이는데, 금발의 머리에서 치직- 치직- 뇌전이 흐르는게 보였다.
“왕명이어서 말이야.”
스파크의 알림음도 들려왔다.
[스파크. 강한 자기장을 감지. 적극적 전자전 방어태세에 들어갑니다. 성능이 다소 약화될 수 있습니다.]
치직- 치지직-!
뇌탑주 사일런트에선 전류가 끓고 있는 것 같았다. 몸 밖으로 계속해서 뇌전이 튀어나왔다.
철탑주 페브릭이 낄낄 웃었다. 그 역시 상당히 젊어 보였다. 40대 초반쯤 되었을까. 그는 머리카락이 없었고 굉장히 뚱뚱했다.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아냈는데 머리가 번쩍번쩍 빛났다.
“낄낄낄! 우리는 평생 동안 세 번에 걸쳐서 왕의 명령을 들어야만 하거든.”
낄낄낄! 낄낄낄!
페브릭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왕이 멍청하지 않은 이상 이 강제령을 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한편, 무탑주 아타니아가 주먹을 감싼 붕대를 점검하며 한 쪽 눈으로 힐끗 윤석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 곳에 모인 마탑주들 중 유일한 홍일점이었다.
“낄낄낄! 아타니아가 벌써 호승심에 불타올랐는데? 몸 좀 사려야겠어.”
윤석은 인상을 찡그렸다. 왕명이란다. 왕명에 의해 마탑주 10명이 모였단다. 그런데 왕명이라니. 중원의 황제와 판타리아 왕과 어떤 계약이라도 맺은 걸까. 계속 이상하다. 황궁에 어째서 그토록 거대하고 치밀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던거지.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왕명을 받든 10명의 마탑주가 있는 건지.
“스파크. 저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설명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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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탑주 파루티앙.
이번에 윤석에 의해 비전을 전수받고 새로이 화탑주가 된 파루티앙. 상당히 호기심이 많으며 이런저런 일에 참견하기 좋아해 참견쟁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번 무언가에 집중하면 3일 밤낮 밥도 먹지 않고 그것에만 집중하는 엄청난 집중력을 갖고 있으며 마법에 대한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대표되는 화탑의 탑주임에도 불구하고 공격마법보다는 보조마법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목탑주 풀루토.
화탑주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새로이 진전을 이어받은 마도사. 키가 3미터가 넘는 거한이며 마도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타고난 괴력은 전사들보다도 강하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평화주의자이며, 그 성정덕분인지 방어마법에 있어서는 역대 마탑주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툰다고 알려져 있다.
수탑주 워툴러스.
10탑주들 중 성격이 가장 급하여 불같은 성정의 수탑주라고 불리곤 한다. 10탑주들 중 나이가 가장 많은 184세이며 마법의 운용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특화된 마법은 대량살상마법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잘못된 정보이다. 워툴러스는 150년 전, 가뭄에 찌든 왕국을 구하기 위해 마법을 일으켰으나 당시 그 재능과 힘에 비해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 커다란 마을 세 군데를 통째로 수몰시킨 전적이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시민들이 죽었으며 워툴러스는 정상을 참작받기는 했으나 70년을 옥중에서 보냈다. 왕이 선처를 베풀어 마법공부를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70년간 워툴러스는 마법만을 연구했고 지금의 자리에 이를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암탑주 달리트.
10탑주들 중 가장 비밀에 쌓인 인물이다. 윤석이 비전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정보조차 아예 없을 정도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윤석이 얻게된 능력으로 미루어 보아 독이나 암살에 특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예상된다.
뇌탑주 사일런트.
뇌전의 사일런트라고 불리기도 하는 호전적 성향의 마탑주. 뇌전계열의 마법은 노력보다는 성향과 재능에 많은 영향을 받는 마법. 그러한 측면에서 사일런트는 뇌전계열의 마법을 익히기에 최고의 성향과 재능을 타고났다. 그 재능은 역대 모든 마탑주들을 통틀어 최고라고 알려져 있으며 마법의 파괴력은 화탑주 파루티앙을 넘어선다고 한다. 마법을 일으키면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마법을 시전하기 전에는, 머리카락에서도 뇌전이 새어나오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철탑주 페브릭.
대장장이들의 신이라고까지 추앙받는 마탑주다. 성격이 매우 괴팍하고 -모든 마도사들이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특출난- 변덕이 매우 심하다고 한다. 다만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고 강화하는데 천부적인 능력과 마법력을 갖추어서 판타리아의 군사력 증강에 매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또한 그는 다른 마탑주들보다 금전적인 영향에서 훨씬 자유로운데, 그는 판타리아의 10대 거부 안에도 손꼽히는 굉장한 부자이며 특수한 방법으로 귀금속을 쉽게 생산해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천탑주 수쿠아.
암탑주와 마찬가지로 세간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 우주 및 하늘과 관련한 마법들을 연구하고 갈고닦는다고 전해진다.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천탑주야말로 화탑주와 뇌탑주를 뛰어넘는 최강의 공격마법을 구사한다는 소문이, 판타리아에 횡행하고 있다.
무탑주 아타니아.
10탑주 중 유일한 여성으로 가장 호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무탑은 무를 숭상하며 마법과 육체발달의 균형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순수한 무력으로만 따지자면 10탑주 중 최강이라 할 수 있으며 아타니아는 역대 무탑주들 중 에서도 체술에 있어서는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다만 나이가 젊은 탓에 -마탑주임에도 불구하고- 마법력은 다소 뒤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며 자존심이 매우 강해 다툼이 잦다고 한다.
성탑주 버피러스.
10탑주 중 가장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주특기는 치유와 버프. 판타리아에서는 종종 마탑주들끼리의 연합과 전쟁을 안주거리삼아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 때 전쟁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포함시켜야만 하는 마탑주가 바로 버피러스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평범한 사람도 성탑주의 보조마법을 얻으면 맨손으로 호랑이와 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풍탑주 와인드라카.
10탑주 중 가장 잔인한 성정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젊은 시절 그는 수차례 옥살이를 했었다. 무탑주 아타니아만큼 싸움을 자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상대를 처참하게 찢어 죽일 만큼 잔인하다. 특화된 마법은 대인 살상 마법이나 대규모 태풍을 일으키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뇌탑주 사일런트와 친분이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스파크가 정리한 10탑주의 면면이다. 세간에서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취합하여 조합했다.
‘천외천 36대장에 이은... 마탑주 10인이라...’
질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천외천 36대장보다는 분명 힘겨울 거다. 윤석이 내심 긴장하는 듯 보이자, 천마가 궁시렁댔다.
- 아까 그놈들이랑 이놈들이랑 쌈 붙여 놓으면 천외천놈들이 이길텐데 긴장질은 무슨...
천마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들과 천외천 대장들이 싸우면 아마도 천외천 대장들이 이길 거다. 그들의 무력 자체는 마탑주들보다 강하니까. 그러나 이건 상성의 문제다.
윤석의 자연경에 들어섰다. 물리적 타격에는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러나 의지가 담긴 자연력이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마법이 바로 그러한 범주다. 예를 들어 화탑주는 불에 의지를 담아 형체를 이루어 상대를 공격한다. 자연경에 이른 무인인 윤석을 공격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문제는 10명의 마탑주가 연합을 했다는 거다. 10탑주는 서로의 약점을 적절하게 보완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성탑과 수탑, 목탑의 마법은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보조에 특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화탑과 뇌탑, 무탑은 직접적인 공격에 특화되어 있다는게 보편적인 통념이다. 암탑은 암습과 독에, 철탑은 무기지원과 광물보급 -이는 마법무구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풍탑의 경우는 공격과 방어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서 상대하기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듣고 있고, 천탑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으나 그 파괴력은 상상초월이라는 소문이 있다.
원래 근거리 공격계열 전사만 10명 포함된 파티보다는, 공격계열 전사와 방어계열, 원거리 공격계열, 버프계열등이 적절히 조합된 파티가 훨씬 강한 법이다. 저들은 심지어 마탑주들의 연합이다.
“귀하들께서는 잠시, 물러나 계시지요.”
무탑주 아타니아가 하얀색 머리끈으로 남색 계열의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맸다. 주먹을 붕대로 완전히 감싼 그녀는 몸을 덮고 있는 로브를 벗어던지며 한 걸음 앞으로 옮겼다. 그녀는 옷을 입고있지 않았다. 다만 나신에 붕대를 한차례 감은 듯 했다. 그마저도 구석구석 감은 것이 아닌지라 여러군데에서 속살이 보였다.
그녀가 진각을 밟았다.
땅이 깊게 패였다.
“내가 당신을 상대하겠어.”
다른 9탑주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괜히 잘못 끼어들었다간 무탑주에게 호되게 얻어맞는 수가 있다. 그런 건 사양이다. 페브릭이 뚱뚱한 몸을 이끌고 뒤뚱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낄낄! 어디 한 번 봐보자고. 괜히 끼어들었다간 새우등 터져.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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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전대 천외천 18대장을 부하로 삼기로 마음 먹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씹마탑주들이 중원의 황제를 감싸고 돈다.
무지 이상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마탑주 10명을 부하로 삼을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