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224화 (224/244)

00224  얼스 VS 2대륙 연합  =========================================================================

* * *

성탑주 버피러스는 긴장했다.

“진심... 이십니까?”

“물론이지.”

“그런 엄청난 물량 제공이 진정 가능한 겁니까?”

“물량 제공은 무한에 가깝게할 수 있어. 너희는 모르겠지만 얼스에선 아주 풍부한 물질이야. 게다가 거의 쓰레기 취급이거든. 그런데 내가 사재기를 시작하면 가격이 조금 뛸 거야.”

“허...”

사자에게 고기는 훌륭한 먹거리다. 다시 말해 사자에게는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그 고기는, 초식동물인 황소에게는 전혀 가치가 없는 먹거리다. 황소에게 고기는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

판타리아에는 그 공급이 얼마 없지만, 얼스에 널리고 널린는 특수한 금속 아틸듐이 바로 그러한 처지에 놓인 금속이다. 아틸듐은 채취가 매우 쉽고 물량도 풍부한 금속이다. 그러나 쓸모가 없다. 전기전도도도 매우 나쁘고 연성이나 강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금처럼 불변의 성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도 아니다. 길에 흔히 널린 자갈과 비슷한, 인간에게 있어선 있으나마나한 물질이다. 그러나 얼스인은 모르는 효용이 하나 있다.

바로 성탑의 마법을 증폭시키는 마나석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거다.

“얼스에 그 것이 풍부하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봅니다.”

“여기랑 이름이 다르거든.”

“그럴수가...”

“얼스에서 이건 아틸듐이라고 불리거든. 판타리아에선 알리온이라고 불린다며?”

“그렇습니다. 성스러운 마나석. 알리온입니다.”

판타리아에선 모를만도 하다. 애초에 얼스에선 생산자체를 하지 않는 금속이다. 만약 생산이라도 조금 돼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거나 했다면 판타리아에서도 존재를 알았을 거고, 어떻게든 생산해서 공수해왔을지도 모른다.

“하여튼... 아틸듐은 내가 얼마든지 구해줄 수 있고...”

스파크의 계산에 의하면, 사실상 가격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필요한 양의 아틸듐을 구하는 것에는 1조 코드가 채 안될 것이라 예측됐다.

“너희들의 한계치까지 체력을 끌어올려서 복제 스크롤을 만들어야 할거야.”

“그 것은...”

“수천년간 만들어온 성수 있잖아. 그것만 있으면 체력 회복된다며. 내가 그걸 구매하도록 하지.”

아틸듐을 구하는데에 1조 코드가 든다. 그러나 단순히 아틸듐만 있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기계로 찍어내는 얼스와 달리, 스크롤은 일정한 경지 이상의 마도사가 직접 만들어야한다. 아틸듐은 그 마도사가 대량생산이 가능토록 하는 마법진을 생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마나석이다. 다시말해, 스크롤 생성 마법을 돕는 보조물품인 셈이다. 직접적으로 스크롤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마도사의 역할이란 뜻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 역시 마도사야. 마법연구에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 건지 뼈저리게 알고 있어.”

거짓말이다. 뼈저리게 모른다. 그는 슈퍼컴퓨터 스파크로, 세탑주의 모든 능력을 복사했다. 공짜로 거저 얻어먹은 능력이다. 하지만 성탑주 버피러스는 그런 세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 고개를 끄덕였다.

“전량을 다 팔라는 게 아니야. 이번 원정에 필요한 스크롤을 만들 수 있도록, 체력회복에 필요한 성수만 팔라는 거야. 그것도 내가 쓰는 게 아니라 너희 마도사들이 사용할 거고. 어떻게 봐도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긴 합니다만...”

거기에 윤석이 쐐기를 박았다.

“게다가 만약 얼스 원정이 성공리에 끝난다면 앞으로도 아틸듐을 아주 싼값에, 그것도 무한에 가까운 양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거야. 쉽게 말해 이건 투자지.”

* * *

성탑주 버피러스는 결단을 내렸다. 그들은 직접적인 전투에서 빠지게 됐다. 판타리아와 중원의 병력들도 잠시 진격을 멈추었다.

버피러스가 성탑의 마도사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첫 째. 우리가 만드려는 스크롤은 그 수준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우리 성탑주 마도사들의 마법능력 함양과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 째. 성탑의 부족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것을 성수는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이렇게 커다란 재원을 한 번에 확보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여주길 바란다. 셋 째. 만약 우리가 얼스원정에 성공한다면, 알리온을 무제한에 가깝게 확보할 수 있다. 알리온은 얼스에 매우 풍부한 금속이라고 한다. 이름은 다르지만 말이다. 그것으로 미루어보아, 얼스에는 마나석이 굉장히 풍부할 것이리라 짐작된다. 실제로 루리아는 얼스에서 공수해오고 있지 않은가?”

성탑의 마도사들은 모두 상기됐다. 듣고보니 버피러스의 말에는 전혀 틀린 점이 없었다. 열심히 만들어온 성수를 사용한다는 것이 조금 께름칙했으나 충분한 대가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성수라면 다시 만들면 된다. 더군다나 미래를 위한 투자와 함께, 현재 마법실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단다. 성탑의 마도사들 역시 찬성했다. 그들이 대량복제에 들어갔다.

한편, 윤석은 다수정예회를 통해 알비듐 구매를 시작했다. 다수정예회는 수많은 하청 유니온을 거느리고 있는 초거대 유니온이다. 적어도 얼스 내에서, 마음만 먹으면 못 구할 게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것은 실시간으로 윤석에게 전달되었으며 전달된 알비듐은 성탑의 마도사들에게 전해졌다. 성탑 마도사들은 성수를 아끼지 않고 체력과 마나를 회복해가며 스크롤 생산에 열을 올렸다.

현재 얼스는 크리시스 2단계를 발령 중이다. 맥아더는 총 8세대까지 개발이 완료되었으며 그 중 전력화가 완료된 것은 7세대까지다. 4세대까지는 중원과 판타리아의 일반 병력으로도 어찌어찌 상대는 가능했다. 그러나 5세대부터는 피해가 너무 막대했다. 그래서 5세대 맥아더부터는 적어도 간부급 이상이 상대하도록 했다. 7세대 맥아더의 경우는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장로급 이상이나 마탑의 부탑주 이상이 처리하도록 했다. 장로급과 부탑주 이상은 고급병력이다.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맥아더가 나타난 이후로, 전쟁의 규모는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쟁의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장군님! 적이 다시 전면전을 취하고 있습니다!”

“맥아더는 아직 많다. 8세대도 투입시켜.”

판타리아와 중원 연합이 또다시 전면전을 취했다. 슐터는 아직 전력화가 완료되지 않은 8세대까지 전쟁에 투입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적이 전자전에 능숙 합니다.”

“뭐라?”

“맥아더의 전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4세대 맥아더까지는 완전히 먹통이 되어버리고, 5세대 이상의 맥아더는 저항을 합니다만 온전한 실력발휘가 어렵습니다.”

“전자전 장비를 갖추고 있다니. 미개한 문명의 대륙이 아니던가!”

“뇌탑의 마법과 철탑의 마법으로 짐작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마법을 스크롤화하여 전력화를 완료했습니다.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습니다만... 적의 대처가 매우 빠릅니다.”

뇌탑의 마법은 뇌전을 다루는 마법이다. 그러나 단순히 번개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마법이 그러하듯 상당히 많은 응용이 존재한다. 그리고 윤석에 의해, 그 마법과 현대의 지식이 융합되었다.

번개는 단순히 번쩍이는 빛이 아니다. 전하의 이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것은 강력한 전자기장을 발생시킨다. 전자기장은 딱히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것만으로 살상력을 가졌다거나 어떤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판타리아에선 별로 필요 없는 지식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스로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얼스는 최신기술이 발달한 대륙이다. 모든 장비는 최신 전자식이다. 인간에게 대단한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회로와 구성체계가 복잡하다. 그리고 그러한만큼, 전자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뇌탑의 마도사들은 번개를 일으키되, 물리적인 파괴력은 최소로 하고 대신 전자기장 -사실 마도사들은 전자기장이라는 것의 존재자체도 신경쓰지 않았다-의 영역을 높이고 생성되는 전자기력선의 수를 증폭시켰다. 그것은 얼스에서조차 만들기 힘든 전자전 영역의 EMP탄두나 다름 없었다.

EMP탄두는 맥아더의 전산 회로 체계에 손상을 주어 정상적인 작동을 잠시 멈추었다. 가장 예민한 부분인 제어 컨트롤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없도록, 복구시스템이 동작하기 전에 잠깐 시간을 버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시스템의 중요부위를 파악한 뒤- 뇌탑의 마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부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철탑의 금속변환 마법을 통해 시스템을 구성하는 금속을 바꾸어 버렸다. 금속의 성질이 바뀌면, 당연히 컴퓨터는 제대로 된 동작을 할 수 없다. 고장난 맥아더는, 일반병력으로도 얼마든지 처치할 수 있었다.

슐터가 책상을 쾅! 내리쳤다.

“우리가 전자전까지 신경써야한다는 말인가!”

“그, 그렇습니다.”

얼스는 전자전장비에는 크게 투자하지 않았다. 물론 기술력은 뒷받침 된다. 이론은 정립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전력화하지는 않았다. F-350K나 F-220K. 그리고 전략폭격기 고구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그 기체들에 적용된 기술은 시각스텔스 기능이다- 얼스의 무기는 ‘대 판타리아’ 혹은 ‘대 중원’ 용으로 맞추어져 있다.

적어도 대중들에게는 그렇게 발표가 되어야 했고, 실제로 어느정도는 대 중원 혹은 대 판타리아용으로 특화되어 개발되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그러나 실상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과학자들은 중원에 뇌전계열의 검술이나 특수한 기술 -중원에서는 사술이라 부르는-, 혹은 판타리아의 뇌탑 마법같은 경우는 전자장비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자 했다.

그러나 얼스에서 정말 필요했던 것은 ‘실제로 타대륙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닌 ‘타대륙용으로 개발된 것처럼 보이는 물건’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각 스텔스기능처럼 눈에 확 보이고 티가 나는 기술 위주로 투자 및 개발을 해왔었다. 그나마도 기술력이 많이 발전되어 5세대 부터는 전자전에 조금이나마 저항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당장 EMP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은 없나?”

“이론은 정립되어 있습니다. 기술력도 확보되어 있습니다. 3일 정도만 시간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겁니다.”

실시간으로 보고가 날아들었다. 33억에 육박하던 맥아더가 벌써 반이나 줄어들었다. 판타리아와 중원의 저력은 참으로 무시무시했다.

“3일이라...”

“만약 3일의 여유를 벌 수 없다면... 크리시스 3단계를 발동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일단은 버텨본다. 크리시스 3단계는 우리에게도 너무 손해가 커. 심적 대기만 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중원의 병력들은 물론이고 10 마탑주 역시 굉장히 놀라워했다. 10 마탑주는 겉으로 표현을 하든 하지 않든, 윤석에 의해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뇌탑주의 마법 혼자서는 맥아더를 파괴하는 것이 별로 효율적이지 못하다. 성탑주는 맥아더를 파괴하는게 매우 힘들다. (그는 보조마법에 특화된 마도사다). 철탑주 역시 철탑의 마법만으로 맥아더를 파괴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그런데 세 마탑의 힘을 한 데 엮음으로써 엄청난 고효율을 달성했다.

버피러스가 중얼거렸다.

“뇌탑을 마법을 성탑이 복제하여 움직임을 제한한 뒤 철탑의 마법으로 손상을 줄 수 있다니...”

“낄낄낄! 우리 왕이란 작자는... 인간이 맞긴 맞는 건가? 낄낄낄!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뇌탑주 사일런트의 머리카락 끝에서 파지직! 뇌전이 흘러나왔다.

“중원에서는 그의 무공이 고금제일이라 칭송하더군요. 거기에 마법에도 마탑주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통달했으며... 얼스의 지식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력까지 풍부하군요. 역사상 이런 왕이 있었습니까?”

“낄낄!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어! 그 왕 놈은 아마 고자일거야! 낄낄낄!”

한 쪽 구석, 모닥불에 앉아 불을 쬐던 무탑주 아타니아가 조심히 일어섰다. 낄낄낄 웃어제끼던 철탑주 페브릭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이, 이봐. 아타니아. 왜 나한테 살기를 품고 그래? 난 네년 주먹에 얻어맞기는 싫다고! 이, 이봐! 노, 노인공경 몰라?”

철탑주 페브릭은 30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색 벽을 만들어냈다. 무탑주 아타니아를 비롯한 수십명의 여마도사들이 일제히 그 벽에 주먹을 내뻗었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주먹에 맺히는가 싶더니, 마치 도깨비불과도 같은 형상으로 날아가 검은색 벽과 충돌했다.

콰과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벽이 무너져 내렸다. 철탑주 페브릭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이런 주먹에 실제로 맞으면 난 죽는다고!”

무탑주 아타니아가 제자리에 앉아 페브릭을 노려봤다.

“그는 왕입니다. 예의를 지키세요.”

페브릭이 옆에 앉은 사일런트의 귀에 속닥거렸다.

“저, 저 계집애가 언제부터 그렇게 예의를 차렸어?”

사일런트도 황당하긴 매한가지다. 방금 공격엔 분명 살기가 상당히 많이 담겨져 있었다. 철탑주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철탑의 마도사였으면 즉사다.

“그, 글쎄요?”

“기집애들 수십명이서 노인 하나 줘패는건 예의에 어긋나는 거 아니고?”

사일런트가 벌떡 일어섰다. 옆으로 세걸음 옮겼다.

“엄한데 저 끼어들이지 마십쇼. 난 맞아죽기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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