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6 최종장 - 유토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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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정예회는 사실상 얼스 내 최고의 유니온으로 우뚝 섰다. 전쟁영웅이자 세 대륙을 통합한 위대한 왕 안졸리냐졸려가 든든한 후원군으로 있는 유니온이다. 따라서 다른 유니온에게서 로비도 엄청나게 들어온다. 훌륭한섹시팬티. 즉, 다수정예회의 유니온장인 박윤환은 그런 로비를 딱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약간의 편법과 불법은 성장의 지름길이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까. 박윤환은 마치 자신이 왕이된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들 수 있었다. 윤석과 거래를 하게된 것은 그의 일생일대의 행운이었다. 1인자는 못 되어도 2인자는 될 수 있는 자리였으니까. 게다가 얼스의 초거대 유니온이다. 그 규모 자체가 지구와는 비교도 안 된다. 그는 수많은 하청유니온을 거느린 갑중 갑, 슈퍼갑, 초거대 글로벌기업의 회장님으로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닌다.
은미가 이끄는 은미상단 역시 중원 내 최고의 유니온이다. 황제의 직속 유니온이며 감히 그 누구도 은미상단과 척을 지려하지 않았다. 그녀는 중원 상단의 중심이며 여왕이나 다름 없었다. 다만 그녀는 로비활동을 벌이지는 않았다. 그녀의 운영철학은 투명과 깨끗함 이다. 윤석도 그렇고 윤환도 그렇고 그녀의 운영에 대해서 딱히 간섭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팀의 팀장인 은현 역시 그녀의 플레이에 대해 별로 간섭하지는 않았다. 다시말해, 그녀는 중원의 제 1 상단을 이끄는 상단주 -명목적으로는 스나이지만-로써 상단계의 왕으로 군림 중이다.
그리고 판타리아에는 아직 초거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왕 직속으로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설자매 유니온’이 있다.
윤환과 수희는 유토매니아 내의 회의실에 앉아서 얘기를 나눴다. 딱히 할 얘기는 없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부팀장급 이상의 인사들이 모여서 간단한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이정도 일이 (연봉 수억의 봉급자들이 하는 일들 중) ‘굉장히 귀찮은 일’에 속한다. 수희 역시 이 일을 매우 귀찮아했는데 요즘은 조금 바뀌었다.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는지 열심히 참여했다. 오늘은 심지어 윤환과 남아 얘기까지 하자고 했다. 윤환은 의아해했지만 일단 수희의 얘기를 들었다.
“이상해.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아요, 그 사람.”
“누구요?”
“설자매 유니온의 유니온장이요. 낯이 익어요.”
“판팀 부팀장님 언니분 이라면서요.”
“아니, 그건 알긴 아는데... 그게 아니라 게임 속에서 본 거 같단 말이에요.”
“그래요?”
윤환은 피식 웃었다. 수희가 요즘 굉장히 열심이다. 열심인 건 좋은데, 열정이 넘쳐서 뭐가 중요하고 뭐가 중요하지 않은 일인지 잘 구별을 못한다.
‘젊음... 인가.’
하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었다. 젊음이란 열정이 있는 나이다. 이런 저런 많은 일들을 시도하고 그 와중에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보면서 뭐가 중요하고 뭐가 중요하지 않은지 가릴 줄 아는 안목을 키우며 성숙해나가는 시기다.
사실 설자매 유니온의 유니온장이 어디서 봤든 보지 않았든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설하라고 했던가...’
설하는 그저 설자매 유니온을 다수정예회나 은미상단처럼 잘 키우면 되는 거다. 혼자서는 힘들테니 판팀의 많은 유저들이 도와줄 거다.
수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어디서 봤는데... 그... 닉네임이 뭐래요?”
“그냥... 설하였던 것 같은데요?”
“설하요?”
“그랬던 거 같아요. 뭐, 판팀 부팀장한테 한 번 여쭤보세요. 아마 맞을 겁니다.”
수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환에게 인사를 하고서 일어섰다.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봤더라...”
* * *
윤석은 카운팅되는 숫자를 바라봤다. 이제 2일 남았다. 저 숫자가 모두 없어지게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해봤지만 알 수 없었다. 신선문을 열고 나타났으리라 짐작되는 그 영문모를 NPC. 윤석이 아무리 자연경에 접어들었고 마탑주들의 비전을 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NPC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놈이 다시 내려오는 건가...’
신선문은 아직도 하늘위에 떠있는 상태고, 어느덧 사람들은 신선문에 대해서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그 황금문은 굳건히 하늘위에 떠있기만 할 뿐, 아무런 현상도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어? 응? 아, 아무것도 아냐.”
3대륙의 전쟁을 지휘한 윤석이다. 카운팅되는 숫자 때문에 조금 서두르기도 했고 어쨌거나 성공으로 끝났으며 지금은 휴식기다.
“이거 한 번 드셔보세요. 맛있어요.”
주랑은 굉장히 커다란 슈크림빵을 나이프로 자르고 포크로 집어 윤석의 입에 가져다 주었다. 윤석은 피식 웃고선 입을 크게 벌려 포크를 잡아먹을 듯, 빵을 받아 먹었다. 현실과 맛은 똑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칼로리는 없다. 유토피아의 장점이다.(뇌가 실제로 먹는다고 인식하여 살이 찐다는 연구결과도 있기는 있으나 정론은 아니다.)
“맛있네.”
“여기 빵집 주인은 유저에요.”
“유저?”
“네. 오빠가 예전에 수많은 사람들 구제해주셨잖아요. 지금도 그러고 계시고...”
“내가?”
윤석은 잘 기억이 안 났다. 애초에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가로수가 몇 개 였는지 보도블럭의 수가 몇 개였는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윤석은 과거 수많은 사람들, 특히 장애가 있거나 사정이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게임 속 세상에 취직시킴으로써 생활을 영위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었다. 그 일은 지금은 다수정예회가 도맡아서 진행하고 있는데, 그 것은 국가의 허울뿐인 복지정책보다 훨씬 더 훌륭한 정책이 되었다. 그들은 윤석의 도움으로 인해 정신적인 힘. 즉, 삶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다. 또한 물질적인 힘, 즉 실제적인 수입까지 얻을 수 있었다.
주랑은 배시시 웃었다.
“그런 게 있어요.”
주랑은 윤석을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길로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 것으로 윤석을 칭찬했다.
“오빤 정말 대단해요. 이런 사람이랑 결혼한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윤석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모르긴 몰라도 엄청 잘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랑과 함께 있으면 남자로서의 자존심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던 찰나, 밖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윤석이 고개를 힐끗 돌려보니 웬 용역깡패 같은 것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손님이 들어오려하면 무서운 눈길로 노려보며 쫓아내는가 싶더니 이내 두 명이 빵집으로 들어와 손님들을 쫓아냈다.
“이봐.”
윤석이 그를 바라보니, 놀랍게도 NPC가 아니었다.
‘뭐야? 유토피아에서 건달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있어?’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가능한 곳에서 하필이면 건달을 플레이한다니 조금 어이가 없기는 했으나 딱히 그것을 문제삼지는 않았다. 어쨌든 클래스가 있기는 있는 것일 테니까.
“다 먹었으면 얼른 나가지?”
“다 안 먹었는데? 눈 없냐? 여기 빵이 무려 2개나 남았잖아.”
건달을 플레이하는 유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윤석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윤석을 노려봤다.
“이 새끼가 언제 봤다고 반말을 지껄여?”
“어라? 너도 욕할 줄 아네?”
윤석은 시스템에 간섭해서 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저 건달유저는 건달 클래스의 특수성 때문에 욕을 할 수 있는가보다. 역시 유토피아에는 별별 클래스가 다 있는 듯 했다. 윤석이 인상을 찡그렸다.
“넌 언제 봤다고 나한테 반말을 지껄여? 넌 뭐하는 새낀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윤석은 비록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사실 성인군자는 못 된다. 그는 그냥 평범한(?) 남자다.
“이 십새끼가 여자 앞이라고 존나 가오잡네. 뒤지고 싶어?”
소란을 눈치챘는지 밖에서 건달 4명이 건들거리며 걸어왔다. 3명이 NPC이고 1명은 유저였다.
주랑은 윤석이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고 조용히 슈크림빵을 잘랐다. 그리고 이 분위기와는 전혀 관계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윤석의 입에 빵을 가져다댔다.
“오빠. 아 하세요.”
윤석 역시 이 살벌한 분위기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렸다. 아앙~ 하고 소리를 내는데 건달들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는 탁자를 쾅 내리쳤다. 덕분에 접시가 떨어졌고 아직 두 개나 남은 슈크림빵이 땅에 떨어졌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빵집 주인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도, 도대체 어쩌려고...’
물론 죽는다고해도 3일이면 되살아 난다. 그러나 저 건달들에게 찍혀서 좋을 게 없다. 저 건달들의 뒤엔 대현그룹이 버티고 있다. 요즘 골목길 상권 침해로 인해 말이 많은 그룹이지만 그 말을 달리하면 골목길 상권을 침해하는 것이 죄가 될 정도로 거대한 그룹이라는 뜻도 됐다.
“자. 얘기 좀 들어보자. 너희가 왜 요 쪼그만 빵집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는지.”
윤석은 기분이 나빴다. 주랑과의 데이트를 방해받았다. 골목길 상권을 침해해서 서민들의 삶을 위협했다거나하는 것은 아예 인지조차 못했다. 지금은 그냥 주랑과의 데이트를 방해한 놈들이 조금 짜증났다.
만약 윤석이 10대였다면, 그냥 그 자리에서 죽여 버렸을 거다. 건달이 위협적으로 중얼거렸다.
“이 미친 새끼가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그리고선 윤석의 테이블을 또 쾅 내리쳤다. 테이블이 박살나 버렸다. 윤석이 호오, 하고 건달을 바라봤다. 건달의 힘이 좋거나한 건 아니었다.
‘위협용 스킬이네.’
다만, 위협에 특화된 스킬인 듯 했다. 슬쩍 보니 빵집 주인은 사색이 되어 벌벌 떨고 있었다. 그에게 유토피아는 삶의 터전이다. 그는 다리를 못 쓴다. 유토피아에서처럼 움직일 수가 없다. 당연히 취직도 어렵다. 그러한 가운데 김윤석 사장을 통해 유토피아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코드를 벌 수 있었으며 그것을 다시 우대조건을 통해 유토매니아에서 환금할 수 있었다. 유토피아는 그에게 있어 삶 전체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제기랄...’
현실도 그렇고 이 곳도 그렇고 사람 사는 곳은 조금 무서운 곳인 듯 했다. 사회는 약자를 별로 돕지 않았다. 이 정도 소란을 피웠으면 경찰들이 와도 수백 번은 왔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들은 이들을 제지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대현그룹의 입김이 작용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저 놈들 때문에 매출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그 말은 즉, 실제적인 삶이 어려워진다는 뜻이었다. 김윤석 사장에게 도와달라 요청을 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염치없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중이었다. 그건 정말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마지막 수단이었다. 삶을 되찾아준 김윤석 사장에게 후생까지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건달의 목소리가 굉자히 커졌다.
“미친 새끼야! 낄 데 안 낄데를 구분해야 할 것 아냐!”
============================ 작품 후기 ============================
<얼스>
- 스나이퍼 배치 완료.
- 특수 경찰 기동대 SWAT 배치 완료.
- 육군 특전대 UNIV 배치 완료.
- 해병 특수부대 MAT 배치 완료.
- 드론 300기 배치 완료.
<중원>
- 전원 소환에 응하라.
- 제 1대장 무명 도착했습니다.
- 제 2대장 해명 도착했습니다.
- 제 3대장 해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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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리아>
- 낄낄,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어.어, 어라? 아타니아 왜 그래? 이건 호승심이 아니라 살기인데... 끄, 끄응.. 알았어. 닥칠게..
- (파지직! 파지직!) 그나저나... 얼스놈들 작정하고 대병력을 보냈군요. 하늘에도 괴상한 물체들이 수백기나 떠다니고 있고...
- 낄낄낄! 뭐야 이거! 무슨 대륙간 전쟁이라도 벌이겠다는 거야? 천외천 16대장이 붕대 풀고 전부 모였잖아? 낄낄낄!
평화로운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