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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플레이어-238화 (238/244)

00238  최종장 - 유토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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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은 중원의 황제다. 중원에서는 윤석의 말이 곧 법이자 지상 최대의 명령이 된다. 윤석의 말 한마디에 사람 하나 살리고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그리고 그 황제는 얼스를 점령했다. 기본적으로 얼스는 법치주의를 따르고 있지만, 윤석은 그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존재다. 중원에서 윤석이 곧 법이라면, 얼스에서 윤석은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인 셈이다.

판타리아에서는 약간 그 느낌이 다르다. 왕은 왕인데 중원에서처럼 군림하는 건 아니다. 형식상 서열 1위이며 모두가 예의를 차리고 존중해주기는 한다. 그러나 판타리아에서의 왕은 약간 명예직에 가깝다. 심지어 일반 NPC들의 경우, 왕이 바뀌었다는 것조차 경우까지 있을 정도였다.

윤석은 마탑주들을 통하여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 왕이 바뀌었고 그 왕은 마탑을 통합하여 총마탑을 세웠으며 세 마탑주의 비전을 이었고 얼스와 중원까지 점령한 역사상 전무후무한 위대한 왕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윤석은 중원에서 그랬던것 처럼 삽시간에 돈을 풀었다. 윤석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마탑의 마도사들 - 마탑주가 아닌 그 부하들 - 과 판팀의 유저들, 그리고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설자매유니온이 그 주축이 되었다.

"아무리 빨리 행동을 취한다고 해도... 늦어요.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네."

설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석은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오랜만이야. 계약할 때도 설아가 대신해서 못 봤어."

"응."

설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데 너 NPC라고 인식 되는데?"

"아... 응..."

윤석은 피식 웃었다. 설하가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말 수가 적지도 않았다. 설하는 그저 윤석의 말에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윤석과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어라?다시 유저로 인식되네? 아이템 사용한 것도 아닌데?"

"응...나... 히든 클래스거든..."

설하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이내 조심스레 말했다.

"고마워... 아빠 일..."

"그걸 이제서야 고맙다고 하냐?"

윤석은 쿡쿡 웃고서는,

"이미 설아가 고맙다고 수천번은 말한 것 같아. 같은 일로 계속 칭찬받고 싶지 않아. 뭐 어쨌든 일은 일이니까 서둘러 줬으면 좋겠어."

하고 말했다. 설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윤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유토피아 내에서 설하를 처음 본다. 처음 보는데도 불구하고 약간 느낌이 익숙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무슨 히든클래스라고 듣기는 했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까.'

못다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지금은 일을 할 때다. 일단 본격적인 행동에 앞서 대대적인 홍보와 소문 퍼뜨리기에 열중했다. 오늘은 판팀모두에게 야근을 부탁했다. 16시간 근무다. 물론 페이는 빵빵하다.

- 모두들 분발해 주세요.

- 넵!

- 저희만 믿으십쇼 사장님!

- 저희가 입 싼걸로는 수위를 다툽니다!

판팀의 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윤석의 위대함과 훌륭함, 그리고 공생의 약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계속 잘해주기만 하면, 한 번 나쁘게 대하면 굉장히 섭섭해한다. 심지어는 잘해줬던 그 모습들이 모두 가식과 거짓으로 치부되고 나쁘게 대했던 모습이 진짜 모습이라며 수군대기도 한다. 그런데 계속 나쁘게만 대하다가 한 번 잘해주면 오히려 고마워 한다.

윤석의 경우가 그와 비슷하다. 판타리아의 왕은 일종의 명예직으로써 민생의 치안, 복지, 생활에는 크게 관여하지도 않았고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위대한 영웅이 왕이 되었고 3대륙을 통합했으며 판타리아의 주민들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아직 실제적인 행동에 들어선 건 아니었지만 그것은 분명 왕의 도장이 찍혀 있었고 판타리아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10마탑주들이 보증하는 내용이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희망을 품었다.

"이번에 왕이 바뀐 거 알고 있었나 자네?"

"당연하지. 세살짜리 어린 아이도 그건 알고 있을걸?"

"나만 몰랐나보군..."

"뿐인가? 이번 왕은 얼스에선 위대한 정복자, 전쟁영웅이라 불리는 중원의 황제라고 하더군. 역사상 처음으로 3대륙을 통합한 영웅이라나."

"그럼 지금 들려오는 소문들은...?"

"당연히 진짜지! 우리 아이들도 이제 재능과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마법을 공부할 수 있게 됐네! 왕이 직접 지원을 해준다했어."

특히나 총마탑과 더불어 10마탑보다 하위기관이라 할 수 있는 마법수련학교를 짓겠다고 공약한 것은 대단한 이슈가 되었다. 마법공부를 하려면 재능도 재능이거니와 돈이 굉장히 많이 든다. 그런데 이제 가난하더라도 재능만 있다면 마법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단다.

윤석이 문득 생각난듯 말했다.

"아참. 다수정예회랑 은미상단이랑이 당분간 많이 도와줄 거야. 들었지?"

설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특수한 광물들을 많이 공수해준다고 했어."

최근들어 알아낸 사실이 있다. 3대륙이 나뉘어져 있었을 때엔 몰랐는데, 통합되고 보니 3대륙이 파티를 이루면 그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는 거다. 그건 일전에 얼스와 전쟁을 벌일 때에 천외천 대장들과 마탑의 마도사들이 뼈저리게 느꼈던 거다. 타대륙이 연합했을 때의 시너지효과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마치 원래 하나였던 것이 3 개로 나뉘어져 약화된 것 처럼 말이다.

윤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판타리아의 마법에 도움이 되는 귀한 광물들은... 얼스와 중원에 굉장히 많아. 이름은 다르지만 분명 똑같은 것들이야. 마찬가지로 얼스의 도시재건과 부상자 치료에는 판타리아의 마법이 절대적인 도움을 주고 있고, 육체적인 연약함은... 중원의 무공이 채워줄 수 있어. 또 중원의 무공을 비약적으로 강화시켜주며, 무공이 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얼스와 과학기술과 판타리아의 마법이 도와줄 수 있지."

"...응."

결과적으로 한 대륙을, 나머지 두 대륙이 도울 수 있다는 거고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판타리아의 마법증진을... 굉장히 낮은 가격에 도모할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그건 곧 나에 대한 지지로 바뀌겠지."

어딜가나 부모의 내리사랑은 똑같다. 그동안은 재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마법공부를 시키지 못했다. 자식이 공부하고 싶어하는데 도울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은 암담할 수 밖에 없다. 그걸 윤석이 짚어냈다.

설하는 아주 잠깐 고개를 들어올려 윤석을 쳐다봤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잠깐 열었다가 다시 닫고 고개를 숙였다. 윤석이 의아해서 물었다.

"왜? 무슨 할 말 있던 거 아냐?"

"아니야. 시간 없다며... 가볼게."

설하는 고개를 숙여보이고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다.

한편, 얼스에선 다수정예회와 슈퍼페리온이 주축이 되어 잿더미가 되어버린 도시 복구에 한창 열을 올렸다. 물론 생색내기를 잊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은 위대한 정복자이자 진정한 전쟁영웅인 안졸리냐졸려 황제의 명령으로 이루어지는 일이었고, 얼스 정부 역시 이에 동참했다. 윤석에게 경고를 받은 기업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까지도 솔선수범하여 선뜻 자금을 내놓고 도시복구에 들어갔다. 어쨌든 주축은 윤석이고, 윤석은 현재 위대한 정복자로써 얼스인들의 칭송을 받고있는 중이다.

그리고 중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그는 위대한 황제이며 수많은 중원인들을 감동시킨 당나귀 성자다. 안졸리냐졸려는 중원에서 황제가 아니라 거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중이다. 역사상 최초로 자연경에 입성했으며 나머지 2 대륙을 정복한 위대한 왕. 천신이란 별호까지 생겼을 정도다.

윤석은 일부러 자신의 행적을 더욱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자극적이고 화려한 영상, 그리고 민중들이 필요로하는 것을 콕 짚어냈다. 판타리아에는 교육 지원, 얼스에는 전쟁의 상처 복구와 불건전 기업 타파, 그리고 중원에는 무사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지지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눈에 보이는 뻔한 짓이고, 자신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 것이지만서도 대중들에게는 의외로 그 작전이 잘 먹혀들었다. 윤석이 씨익 웃었다.

'가만 있자... 얼스쪽으로 전쟁영웅, 위대한 정복자... 어라. 정의의 군주? 이런 것도 생겼네. 그리고 중원 쪽으로 당나귀 성자... 정의맹 맹주... 천신... 나참. 그래도 내가 신은 아닌데 말야.'

윤석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일부러 민중들의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는 있으나 아무래도 좀 민망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판타리아쪽으로는 아놔... 교육의 아버지...? 그리고 사랑과 헌신의 왕...? 위대한 마도사...'

도둑질도 한 번 해본 놈이 잘한다고, 윤석은 민중들의 마음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약간 작위적이고 자극적인 영상과 증거자료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가 있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윤석의 업적이 있었기에 먹혀들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칭호가 생겨나는 것조차 인지 못할 정도로 숨가쁘게, 바쁘게 움직였다. 정말로 할 수 있는건 전부 다 했다. 자금이면 자금, 시간이면 시간, 인맥이면 인맥까지. 여지껏 쌓아올렸던 모든 걸 다 사용했다.

정확한 이유는 없었다. 다만, 3 대륙의 통합과 그에 대한 활용. 그리고 그 3 대륙 일반 NPC들의 지지. 그것이 유토피아의 핵심적인 내용이라 추정했고 그것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열심히 했을 뿐이다.

이제 곧 카운팅 되는 숫자가 0이 될 거다.

천마의 말에 의하면 지난 2만년간 자연경에 입성한 인물들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에 대한 기록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윤석은 하나의 가정을 세웠다. 자연경에 입성하게 되면, 신선문이 나타나게 되고 신선문을 통해 자연경에 입성한 사람이 신선이 되며, 지상의 사람들은 자연경에 입성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게 된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꽤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이 유토피아 세계에 대해서는 대충 이해하고 있다. 운영진들도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이제 1분도 안 남았네."

윤석은 기분이 약간 이상했다. 저번에 정체모를 남자와 마주쳤던 언덕으로 워프했다. 누가 시킨 건 아닌데, 괜히 그러고 싶었다.

30초 남았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황금문은 여전히 하늘에 떠있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10초 남았다. 계속해서 하늘을 쳐다봤다. 황금문은 여전히 하늘에 떠있을 뿐이었다.

'10초... 남았네.'

10. 9. 8. 7. 6. 5. 4. 3. 2. 1.

순간 황금문의 양쪽 문 틈 사이에서 미세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딱 한 번 들어봤을 뿐이지만, 뇌리에 완전히 박혀버린 목소리였다.

"애송이. 오랜만이야."

============================ 작품 후기 ============================

윤석이가 간다! 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라고 하면 겁나 욕먹겠죠? 헤헤... 소제목을 보고 눈치채신 분들 많겠지만 어쨌든 곧 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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