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2 최종장 - 유토피아 =========================================================================
* * *
조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팀장님. 스파크가 조금 이상합니다.”
“뭐가?”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가동시간이 4만년을 넘겼습니다.”
개발팀의 이광필 팀장은 피식 웃었다.
“그 외에 다른 문제점은 없고?”
“예. 그 외에 딱히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슈퍼컴퓨터 스파크는 최신형 슈퍼컴퓨터다. 그 크기만 하더라도 축구장에 비견된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슈퍼컴퓨터다. 물론 개발 된지는 5년도 안 됐다. 사용시간이 4만년이라면 지금쯤 아마 본체고 뭐고 부식되서 다 없어졌을 거다. 어떠한 오류가 발생한 것이 분명했다.
“그럼 나중에 손보도록 해. 지금은 유토피아 발매에만 신경쓰도록 한다. 혹시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고.”
“예.”
가상현실이 상용화된지 벌써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물론 100년 전에는 무늬만 가상현실이었다. 최근 30년간 가상현실 산업은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으며 완벽함에 가까운 가상현실인 유토피아가 곧 발매될 거다.플레이어는 자신이 플레이하는 것도 모른다. 이러한 시스템은 유토피아가 처음 도입했고 벌써부터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한편, 수희는 윤석의 저택에서 민혁과 결혼식을 치르게 됐다. 수희가 너무 크고 거창한 결혼식보다는 가족들과 친한 지인들끼리만 모여서 화목하고 검소하게 치르는 게 좋다고 했고, 수희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민혁은 수희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때는 5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따사로운 햇살이 두 사람의 앞길을 축복하듯 정원을 비추었다. 사회는 주랑의 아버지, 전 일성전자의 사장이자 현 국회의원인 이용석이 맡았다.
윤석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봄날의 햇살보다 더욱 빛나는 순백의 신부를 보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둘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불과 30명도 안 된다. 윤석, 민혁의 가족들과 더불어 꼭 참여하여 축하를 하고 싶다는 재벌들 ?혹은 재벌2세들-, 그 중에서도 윤석의 가족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만 초대했다.
윤석이 마이크를 들었다.
“오빠도 참…”
수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러운 듯 했지만 싫어하지는 않았다. 국내 100대 재벌에 드는, 맨 손으로 자수성가한 사장님이지만 그녀 앞에서는 그냥 오빠일 뿐이다. 그리고 그 오빠가 사회에서의 모든 걸 벗어던지고 축가를 불러주겠단다. 수희는 윤석을 항상 좋아했지만 오늘따라 더 멋져 보였다.
민혁이 옆에서 귓속말했다.
“수희야. 네 신랑은 나야 나. 저 녀석이 아니고.”
수희가 빙그레 웃었고 윤석의 축가가 시작되었다. 특별히 유명 보컬트레이너를 초빙하여 세달 넘게 연습 했다. 원래부터 아주 실력이 없던 건 아니었는지라 노래는 꽤 잘 불렀다.
You don’t have to cry-
울지 말아요-
고갤 들어 봐요-
윤석이 1절을 끝냈고, 그와 함께 세계적인 뮤지션 김다복이 마이크를 들고 일어섰다.
I will make you smile-!
행복만 줄-게요!
김다복은 과연 탑 아티스트다웠다. 그의 목소리엔 힘이 있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의 노래를 듣자 신부인 수희는 신랑을 향한 존경과 사랑이 다시금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듯한 묘한 기분과 함께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고, 신랑인 수희는 수희를 향한 애정과 사랑을 주체할 수가 없어 수희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역시 김사장이야. 김다복은 세계투어 중 이었을텐데… 축가를 부르게 하다니.”
“아 그게, 김다복의 아내가 신부랑 굉장히 친하다고 합니다. 아내 부탁이라면 저기 지구 반대편에서도 날아올 팔불출이지 않습니까?”
아주 잠깐 동안, 결혼식 중이라는 것도 잊고 하객들과 가족들은 김다복의 노래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묘한 힘에 취해 있다가,
“다음부터 축가는 혼자 부르겠습니다.”
라는 윤석의 말에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수희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괜스레 민혁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빠가 다시 축가를 부를 일은 절대 없을 거에요.”
민혁이 수희를 쳐다보자 수희가 고래르 살짝 숙이고서 말했다.
“전 영원히 오빠만 바라볼 거니까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해요.”
* * *
때는 5월. 어느 토요일 오후.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로운 어느 날.
성남 비행장의 공군 기지에서 식별되지 않은 비행물체가 서울의 상공을 날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위성으로 촬영하여 보니 무인 드론이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미국 소속의 정찰용 무인드론이었다. 정찰용이기는 하나 20mm HEI 600발을 장착한, 약간의 공격도 가능한 정찰 드론이었다.
“뭐야? 저거? 저게 왜 서울 상공을 떠다녀? 연락 온 건 없나?”
“아직 없습… 아. 방금 조지워싱턴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근해를 순찰 중이던 무인드론이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켜 서울 시내 상공 800M 높이에서 비행 중입니다.”
“기계 오작동? 저거 무장상태 어떻냐고 물어봐!”
상황실이 바빠졌다. HEI는 고폭성 소이탄이다. 쉽게 말해 가벼운 폭발을 일으키는 탄두다. 그리고 저 무인정찰기는 그 HEI를 장착한 드론이다.
미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 실탄이 280여발 장착되어 있다고 합니다. “
연습탄도 아니고 실탄이 장착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미친놈들! 왜 실탄을 장착해놨어? 지금이 전시야? 엉?”
현 상황을 통제하는 통제관 윤장훈대령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격추하겠다고 연락 넣어.”
기계 오작동으로 인해 드론이 서울시내를 비행 중이란다. 그렇다면 또다른 기계 오작동으로 인해 실탄을 발사할 수도 있는 거다. 통제되지 않는 무기는 위험하다.
“저쪽에서 컨트롤 하려고 노력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랍니다.”
미국이 아니었으면 벌써 격추했을 일이다. 시민의 안전과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 그러나 드론은 미국 소속이고, 한국은 미국의 입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오작동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지금 컨트롤을 벗어났잖아!”
윤대령은 발을 동동 굴렀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쏘아올린 군사위성 태백산 1호가 계속해서 무인드론을 관측했다. 그러다가.
“무인드론이 HEI 발사를 준비하는 듯 보입니다!”
저 무인드론은 기본적으로 정찰을 위한 드론이다. 스텔스 기능이 포함되어 있고 무장을 기체 내부에 숨겨 놓는다. 그런데 지금은 20MM 기관총을 밖으로 빼내었다.
“젠장!”
미국의 협조요청이고 뭐고 일단은 격추 시켜야만 한다.
“일단 격추 시켜!”
“하지만…”
“명령이다! 책임은 내가 진다! 당장 격추해!”:
까딱 잘못해서 탄이 한 발이라도 발사되면 큰 일 난다.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고 군은 그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윤대령은 이를 악물었다 저쪽에선 기계오작동이라고는 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
‘우리 레이더 기능과 공군력을 시험하기 위함인가.’
최근 한국은 70년대보다도 더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며 어떤 사람들은 이제 단순한 기술력 만으로는 미국과 견줄 수도 있을 정도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많고 많은 무인드론 중에 왜 하필이면 무장이 가능하고, 속도가 빠르며 스텔스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드론일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이건 미군 측 고의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근처에서 초계비행 중이던 푸른매 1호가 드론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푸른매 1호는 한국이 독자 개발하여 현 미국의 전투기 F-27과도 맞먹을 수 있는, 전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최신 기종이었다.
“대령님. 그런데 무인드론이 사라졌습니다.”
“뭐라고? 레이더에 안 잡혀?”
“그렇습니다. 위성으로 살펴봐도 역시 보이지 않습니다. 스텔스 기능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드론이 사라져버린 듯 합니다. 위성분석 영상 곧 나옵니다.”
윤대령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원래부터 미국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한국의 군사력과 기술력이 높아지자 미국은 그에따른 견제를 심심찮게 해오고 있는 중이고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이것 역시 그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사라졌는데?”
“위성에서 촬영한 정밀 사진입니다. 무언가에 의해 격추되었습니다. 불가사의한 것은 그 잔해마저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어쩌면 위성마저 해킹당해서 이상한 영상을 내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한국이 미국의 군사력과 기술력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윤대령이 보기엔 아직이었다 한국이 물론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기술력은 따라잡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중이고 미국이라면 어떤 술수를 부려도 부렸을 것이라 생각했다
“위치가 어디야? 내가 직접 가서 확인 한다. EOD도 출동 시켜.”
윤대령은 군용 지프차를 타고서 달렸다. EOD팀을 비롯하여 현장을 감식하기 위한 군인 20여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곳 입니다.”
서울 시내. 연희동이다. 주위를 둘러봤다. 드론이 격추되어 폭발된 것같은 분위기나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윤대령이 재차 확인했다.
“이 곳이 확실해?”
“확실합니다.”
“여기는…”
윤대령은 주위를 둘러봤다. 커다란 저택이다. 무인드론이 격추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 그 곳은 사람들 사이에서 제법 유명한 곳이었다.
“젊은 재벌 김윤석 사장의 자택입니다.”
============================ 작품 후기 ============================
김다복 카메오 등장.
이 글이 완결되고 나면 얼마 후 신작 나올 겁니다.
그때까지 '세상을 노래하다' 읽고 계세요... ㅋㅋ완결난 글이니까 휙휙 보시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