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잡종과 속삭임
해리는 그 다음 며칠동안 내내 복도에서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와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쓰며 보냈다. 그러나 피하기가 더 어려운 건, 해리의 시간표를 줄줄이 꿰고 있는 것 같은 콜린 크리비였다. 콜린에게는. 해리의 기분이야 어떻든, 하루에도 대 여섯 번씩 " 안녕, 해리?" 라고 인사하며, "안녕, 콜린"이라는 대답을 듣는 게 가장 큰 기쁨인 것 같았다.
헤드위그는 그 비참한 자동차 여행 때문에 해리에게 여전히 화나 있었고, 론의 요술지팡이는 여전히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금요일 아침 마법 수업 시간에는 지팡이가 론의 손에서 쏜살같이 튀어나가 작은 노인인 플리트윅 교수의 미간을 정면으로 쳐서 그 부분에 욱신욱신 쑤시는 큼지막한 혹을 만들어 놓았다. 따라서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해리는 주말이 다가오는 게 무척이나 기뻤다. 그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토요일 아침에 해그리드를 찾아갈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해리는 그러나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의 주장인 올리버 우드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일어나려고 했더 시간보다 몇시간이나 더 일찍 일어나야 했다.
"무슨 일이야?" 해리가 비틀거리며 말했다.
"퀴디치 연습이야." 우드가 말했다. "어서."
해리는 창문을 흘끗 보았다. 핑크빛과 황금빛이 도는 하늘에 엷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잠이 깨자, 그는 새들이 저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는데 어떻게 잠을 잘 수 있었을 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올리버," 해리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새벽이야."
"나도 알아." 우드가 말했다. 그는 키가 크고 몸이 억센 6학년생이었는데, 그의 눈은 그 순간 굉장한 열정으로 번득이고 있었다. "오늘부터는 새벽에 훈련하기로 했어. 어서, 빗자 를 잡고, 나가자."우드가 힘차게 말했다. "다른 팀은 아직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어. 금년에는 우기가 처음으로 스타트를 끊을 작정이야."
해리는 하품을 하며 진저리를 치고는, 침대에서 기어나와 퀴디치 망토를 찾았다.
"좋았어." 우드가 말했다. "그럼 15분 후에 경기장에서 만나자."
자줏빛의 팀 망토를 찾아 입고 겉옷을 하나 더 입은 뒤, 해리는 론에게 어디로 가는 지 메모를 써놓고는 어깨에 님부스 2000을 메고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 학생 휴게실로 갔다.그런데 초상화 구멍에 막 도달했을 때 뒤에서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났다. 콜린 크리비가 목에 걸린 카메라를 미친 듯이 흔들며 손에 무언가를 잡고 나선형 계단을 허둥지둥 내려오고 있었다.
"계단에서 누군가가 네 이름을 부르는 소릴 들었어, 해리. 이것 좀 봐. 사진 현상을 했는데, 네게 보여주고 싶었어."
해리는 콜린이 코밑으로 내미는 흑백사진들을 어리벙벙하게 바라보았다.
움직이는 록허트가 해리의 것으로 생각되는 팔을 힘껏 잡아 당기고 있었다. 그는 사진에 나온 자신이 너무나 확연하게 발버둥을 치며 몸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자 왠지 기분이 좋았다. 해리가 계속 지켜보자, 록허트가 더 이상 안되겠는지 포기하고는 숨을 헐떡이며 사진의 흰 가장자리 부분으로 무너지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사인해 줄래?" 콜린이 몹시 바라는 듯 간절히 말했다.
"싫어," 해리가 그곳에 혹시 사람이 있는지 보려고 주위를 흘끔 둘러보며 딱 잘라 말했다. "미안해, 콜린. 난 좀 바빠. 퀴디치 연습이."
그리고는 작은 초상화 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와, 정말이야. 기다려 난 퀴디치 경기를 한번도 보지 못했어."
콜린이 그를 따라 구멍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굉장히 지루할 거야." 해리가 얼른 말했지만, 콜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흥분으로 빛나고 있었다.
"네가 기숙사에서는 100년 만에 최연소 선수라지, 안 그래. 해리?" 콜린이 총총 걸음으로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넌 틀림없이 아주 잘 할 거야. 난 날아본적이 없어. 그런데 쉽니? 그게 네 빗자루니? 그게 최고의 빗자루야?"
해리는 그를 어떻게 떼어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꼭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재잘재잘 쉬지않고 떠들어댔다.
"난 사실 퀴디치를 잘 몰라." 콜린이 숨가쁘게 말했다. "네개의 공이 있다는 게 사실이니? 그리고 그중 두 개는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사람들을 빗자루에서 떨어뜨린다는 것도?"
"그래." 퀴디치의 복잡한 경기규칙을 설명하지 않으려 했던 해리가 마지못해 말했다. "그것들은 블러저라고 해. 각 팀에 몰이꾼이 두 명 있는 데 그들은 막대기로 블러저들을 쳐서 자기 편에서 치워버리지.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형제가 그리핀도르의 몰이꾼이야."
"그러면 다른 공들은 무엇 때문에 있는데?" 콜린이 멍하니 입을 벌리고 해리를 쳐다보느라 발을 헛디디며 물었다.
"글쎄, 퀘이플이 있는데 그건 가장 큰 공이고 빨간색이야. 득점을 올리는 공이지. 각 팀에 있는 세 명의 추격꾼이 퀘이플을 서로에게 던져서 경기장 끝에 있는 골대들 속으로 넣지. 고리가 달린 긴 막대기 세 개가 골대야."
"그러면 네 번째 공은"
"골든 스니치야." 해리가 말했다. "그건 아주 작고, 아주 빨라서 잡기 힘들어. 하지만 수색꾼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 공을 잡는 거야. 왜냐하면 퀴디치 경기는 스니치가 잡혀야만 끝나거든. 그리고 어느 팀이든 수색꾼이 스니치를 잡으면 150점을 얻게 돼."
"그리고 바로 네가 그리핀도르의 수색꾼이란 말이지, 안 그래?" 콜린이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성을 나와 이슬에 흠뻑 젖어있는 잔디밭을 가로질러가며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파수꾼도 있어. 그는 골대들을 지키지. 그게 다야."
하지만 콜린은 경사진 잔디밭을 내려가 퀴디치 경기장까지 가는 동안 내내 해리에게 쉴 새없이 물었고, 해리는 탈의실에 다다르자 이제는 더 이상 따라오면 안된다는 뜻으로 그에게 고개를 저었다. 콜린은 높은 목소리로 "난 가서 좋은 자리나 잡아야겠어. 해리." 라고 소리치고는 급히 관람석으로 갔다.
그리핀도르 팀의 나머지 선수들은 벌써 탈의실에 와 있었다. 완전히 잠이 깬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우드 한 사람뿐이었다.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형제는 부은 눈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앉아 있었고, 4학년인 엘리샤 스피네트는 그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또 추격꾼들인 케이티 벨과 안젤리나 존슨은 그들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 하품을 하고 있었다.
"왔구나, 해리, 왜 이렇게 늦었니?" 우드가 기분좋게 물었다.
"자, 경기장으로 나가기 전에 너희들에게 잠깐 할 얘기가 있어. 내가 여름방학 내내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 하나를 고안했은데, 내 생각에는 굉장히 효과가 있을 것 같아."
우드는 커다란 퀴디치 경기장 도표를 들어올렸다. 도표에는 다른 색깔의 잉크로 많은 선과, 화살표와, 십자표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가 요술지팡이를 꺼내 도표를 탁 치자, 화살표들이 애버레들처럼 스멀스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드가 그 새로운 전술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프레드 위즐 리가 머리르 앨리샤 스피네트의 어깨 위로 축 늘어뜨리더니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기 시작했다.
첫 번째 도표를 설명하는 데만도 거의 20분이 걸렸는데, 그밑으로 도표가 두 개나 더 있었다. 낮고 단조로운 어조로 말하는 우드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해리는 눈이 저절로 감겨졌다.
"그러니까." 우드가 마침내 기나긴 설명 끝에 성에 있었다면 바로 이 순간에 아침으로 무엇을 먹고 있을까 입맛을 다시며 공상에 잠겨있는 해리를 갑자기 푹 찌르며 말했다. "명확한 설명이 됐니? 질문 있어?"
"응, 하나 있어, 올리버." 설명 시작할 때부터 죽 깨어있었던 조지가 말했다. "왜 어제 우리가 다 깨어있을 때는 이런 얘길 하지 않았던 거지?"
우드는 기분이 언짢았다.
"자, 들어봐, 너희들." 그가 모두에게 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우린 작년에 퀴디치 우승컵을 탔어야 했어. 우린 분명히 최고의 팀이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해리는 가책을 느끼며 자리에서 방향을 바꾸어 앉았다. 그가 작년 결승전 동안 병동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누워 있게 되는 바람에, 그리핀도르는 선수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고 300년 만에 처음으로 큰 점수차로 패했었다.
우드가 자제력을 다시 되찾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다. 지난번 패배가 그를 여전히 불편하게 하는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금년엔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훈련해댜 해. 좋아, 그럼 가서 우리의 새로운 이론을 실습해보자." 우드가 빗자루를 잡고 선두에 서서 라커룸 바깥으로 나가며 소리쳤다.다리는 뻣뻣하고 여전히 하품이 나왔지만, 다른 아이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나갔다.
라커룸에 어찌나 오래 있었던지 경기장 잔디밭 부근에 아직 안개가 조금 끼어 있기는 했지만 태양은 이제 완전히 중천에 떠 있었다. 경기장으로 걸어나온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가 관람석에 앉아 있는 걸 보았다.
"아직 안 끝났어?" 론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아직 시작도 안했어." 해리가론과 헤르미온느가 연회장에서 가져온 토스트와 마멀레이드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드가 우리에게 새로운 전술을 설명하느라고 말야."
그가 빗자루에 올라타 발로 땅을 치더니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서늘한 아침공기가 얼굴을 때리자 우드의 일장 연설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잠이 달아났다. 퀴디치 경기장에 다시 오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는 프레드와 조지와 경주하며 전속력으로 경기장 위를 날아다녔다.
"찰칵거리는 저 이상한 소리는 뭐지?" 모퉁이를 휙 돌아 나오며 프레드가 외쳤다.
해리가 관람석을 자세히 보았다. 콜린이 가장 높은 좌석에 앉아, 카메라를 들어올리고, 몇 장이고 끝없이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없어서인지 관람석에 그 소리가 굉장히 커다랗게 울렸다.
"이쪽을 봐, 해리, 이쪽" 그가 큰소리로 외쳤다.
"누구니?" 프레드가 물었다.
"몰라." 해리가 갑자기 콜린에게서 멀어지는 쪽으로 속도를 내며 거짓말을 했다.
"무슨 일이야?" 우드가 공중에서 그들 쪽으로 스치듯 날아가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저 1학년 애가 왜 사진을 찍고 있는 거야? 맘에 걸려. 우리의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을 알아내려는 슬르데린의 스파이면 어떡하지?"
"그 앤 그리핀도르야." 해리가 얼른 말했다.
"그리고 슬리데린 애들은 굳이 스파이가 필요하지 않아. 올리버." 조지가 말했다.
"어째서?" 우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냐하면 여기에 직접 와 있으니까." 조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초록색 망토를 입은 몇몇 사람들이 손에 빗자루를 들고 경기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믿을 수 없어." 우드가 격분해서 불만을 터뜨렸다. "내가 분명 먼저 예약했는데."
우드가 쏜살같이 땅으로 내려갔는데, 화가 나서 생각보다 다소 거칠게 내렸는지, 빗자루에서 내릴 때 몸이 약간 비틀거렸다. 해리와 프레드와 조지도 따라 내려갔다.
"플린트." 우드가 슬리데린의 주장에게 고함을 질렀다. "지금은 우리 팀의 연습 시간이야. 우리가 특별히 예약한 거라구. 그러니 너희들은 좀 나가 줘."
마커스 플린트는 몸집이 우드보다 훨씬 더 컸다. 그가 교활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써도 공간은 충분해. 우드."
그리핀도르의 여자 선 들인 안젤리나와 앨리샤와 케이티도 왔다. 슬리데린 팀에는, 어깨를 맞대고 그리핀도르 애들에게 용감히 맞서줄 여자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경기장을 먼저 예약했어." 우드가 화가 나서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예약했다구."
"그래." 플린트가 말했다. "하지만 난 스네이프 교수가 특별히 사인한 편지를 갖고 있어. '나, S. 스네이프 교수는 슬리데린 팀이 새로 들어온 수색꾼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으므로 오늘 퀴디치 경기장에서의 연습을 허가한다.'"
"수색꾼이 새로 들어왔다구?" 우드가 갈피를 못 잡은 듯 물었다. "어디?"
그러자 앞에 선 여섯 명의 거구 뒤에서, 창백하고 뾰족한 얼굴에 하나 가득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 있는 조금 더 작은 얼곱 전째의 소년이 걸어나왔다. 그건 다름 아닌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네 아버지가 혹시 루시우스 말포이 아니니?" 프레드가 말포이를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드레이코의 아버지 이름을 들먹이다니 우스운데." 플린트가 이렇게 말하자 슬리데린 팀이 훨씬 더 노골적으로 웃었다. "그 분이 슬리데린 팀에게 주신 후한 선물을 보여줘야겠군."
그들 일곱 명이 모두 자신들의 빗자루를 내밀었다. 대단히 품위 있는 일곱 개의 새 손잡이와 멋지게 금색으로 쓰여진 님부스 2001이라는 일곱 세트의 낱말이 이른 아침의 햇살을 받아 그리핀도르 선수들의 코밑에서 반짝거렸다.
"아주 최신 모델이야, 지난 달에 나왔어." 플린트가 자신의 빗자루 끝에서 먼지를 톡톡 털어 내며 말했다. "아마 옛날 모델인 2000시리즈보다 훨씬 더 좋을 걸. 낡은 클린스윕으로는." 그가 클린스윕 5를 움켜쥐고 있는 프레드와 조지에게 심술궂은 미소를 지었다. "책상이나 쓸어야지, 뭐."
그리핀도르 팀 모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포이가 그 차가운 눈이 찢어질 듯 야비하게 히죽대고 있었다.
"자 봐." 플린트가 말했다. "경기장 침해야."
론과 헤르미온느가 무슨 일인지 보려고 잔디밭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 론이 해리에게 물었다. " 왜 경기하지 않는 거니? 그리고 저 애는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는 슬리데린 퀴디치 망토를 입고 있는 말포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슬리데린의 새 수색꾼이야, 위즐리." 말포이가 잘난 체하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께서 우리 팀 모두에게 사주신 빗자루들을 칭찬하고 있던 참이었어."
론이 눈앞에 있는 최고급 빗자루 일곱 개를 입을 딱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좋지, 안 그러니?" 말포이가 능글능글 말했다. "하지만 그리핀도르 팀도 금을 조금 모으면 새 빗자루를 살 수 있을 거야. 저 클린스윕 5를 팔 수 있을 지도 몰라. 박물관에서 그 빗자루를 사려고 나선다면 말야."
슬리데린 팀이 껄껄대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리핀도르 팀에서는 적어도 돈을 내고 선수가 된 사람은 없어."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 애들은 다 실력으로 들어왔으니까."
말포이의 얼굴에 새침한 표정이 휙 스쳤다.
"너한테 말하지 않았어. 이 더러운 잡종아." 그가 내뱉듯이 말했다.
말포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동이 일어났으므로 해리는 말포이가 정말로 나쁜말을 했다는 걸 단번에 알았다. 플린트는 프레드와 조지가 말포이에게 달려드는 걸 막기 우해 그의 앞으로 뛰어들어야 했고, 앨리샤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이라고 말했다. 론은 망토 속에 손을 넣어 요술지팡이를 꺼내고는 "그렇게 말한 대가로 어디 혼 좀 나봐라, 말포이"라고 소리치면서 플린트의 팔밑으로 보이는 말포이의 얼굴에 갖다댔다.
탕 하며 커다란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더니 론의 요술지팡이 뒤쪽에서 초록색 불빛이 뿜어져 나와 그의 배를 쳤다. 그 바람에 론은 순식간에 잔디밭으로 나가떨어졌다.
"론, 론, 괜찮니?"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론은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굉장한 트림 소리와 함께 입에서 민달팽이 몇 마리가 기어 나와 무릎 위로 똑똑 떨어졌다.
슬리데린 팀은 웃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플린트는 새 빗자루에 기대어 배를 잡고 웃었고, 말포이는 엎드려서 주먹으로 땅을 치고 있었다. 계속해서 커다란 반짝이는 민달팽이들을 뱉어내고 있는 론 주위로 그리핀도르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그의 몸에 손을 대지 못했다.
"론을 해그리드의 집으로 데려가는 게 좋겠어. 여기서 가장 가까워."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말하자, 그녀가 용감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둘은 론의 팔을 끌어올렸다.
"무슨 일이니. 해리? 무슨 일이야? 그 애가 아파? 하지만 네가 그 애를 치료할 순 없잖아. 안 그래?" 콜린이 관중석에서 달려 내려와 그들 옆에서 왔다갔다 했다. 그때 론이 그의 앞에다 민달팽이를 한 더미 게워냈다.
"우욱" 어리벙벙해진 콜린이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그 애 좀 꼭 잡고 있어줘, 해리."
"저리 비켜, 콜린." 해리가 화가 나서 말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와 함께 론을 부축해 경기장 밖으로 나가 숲 언저리로 갔다.
"거의 다 왔어, 론." 사냥터지기 해그리드의 오두막이 눈에 들어오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괜찮을 거야. 거의 다 왔어."
그들이 해그리드의 집에서 6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도달했을 때 현관문이 열렸지만, 거기서 나온 건 해그리드가 아니었다. 질데로이 록허트가 오늘은 연하디연한 자줏빛 망토를 입고,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빨리, 이 뒤로 와." 해리가 론을 근처에 있는 덤불 숲 뒤로 잡아끌며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다소 마지못해 따라갔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만 안다면 그건 간단한 문제죠." 록허트가 해그리드에게 큰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찾아오시오. 그리고 내 책을 한 권 주겠소. 아직 한 권도 갖고 있지 않다니 좀 뜻밖이라 말이오. 내가 오늘 밤 사인을 해서 보내 주리다. 그럼 잘 있으시오." 그리곤 그는 성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해리는 록허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론을 덥불 숲에서 끌어당겨 해그리드의 집 현관문으로 갔다. 그들은 다급히 노크를 했다.
노크하기가 무섭게 해그리드가 아주 심술난 표정으로 나타났지만, 누구인지를 보자 표정이 밝아졌다.
"니들이 언제 날 보러올지 궁금했어. 들어와, 들어와, 난 또 록허트 교수가 다시 왔는 줄 알았지 뭐야."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론을 부축해서 문턱을 넘어 오두막안으로 들어갔다. 한쪽 구석에는 커다란 침대가 하나 놓여있었고, 반대쪽에서는 난롯불이 딱딱 소리를 내며 활활 타고 있었다. 해그리드가 론의 민달팽이 문제를 보고 전혀 당황해하는 것 같지 않았으므로, 해리는 론을 의자에 앉히며 허둥지둥 설명했다.
"먹는 것보다야 뱉어내는 게 낫지." 해그리드가 커다란 놋대야를 그의 앞에 쿵 떨어뜨리며 말했다. "모두 뱉어내, 론."
"제가 볼 땐 그것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헤르미온느가 론이 그 대야 앞으로 몸을 굽히는 걸 지켜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 마법은 아주 잘 나갈 때라도 들을 까 말까 하는 어려운 주문인데, 망가진 요술지팡이로 했으니."
해그리드가 부산스럽게 그들에게 줄 차를 끓였다. 멧돼지 사냥용인 그의큰 개 팽이 해리에게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록허트가 왜 들렀던 거죠, 해그리드?" 해리가 팽의 귀를 긁으며 물었다.
"우물에서 켈피(말 모습으로 나타나 사람을 유인하여 익사시키거나 익사를 예고한다는 물귀신:옮긴이)들을 꺼내는 일에 대해 내게 충고를 한답시고 온거지, 뭐." 해그리드가 이리저리 긁힌 자국이 있는 탁자 위에 올라와 있는 수탉 한 마리를 치우고 찻주전자를 놓으며 투덜거렸다. "내가 그까짓 것도 모르는 줄 알고 말야. 그리고 자기가 내쫓은 밴시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던 거야. 그 말이 단 한마디라도 사실이면, 내손에 장을 지지겠어."
해그리드가 호그와트의 선생을 비평하는 건 전에 없던 일이었으므로 해리는 그를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는 그러나 평상시보다 다소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 생각엔 뭔가 잘못 생각하시고 계신 것 같아요, 덤블도어 교수는 분명히 그 일에는 그 분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그 과목을 맡을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그렇지." 해그리드가 그들에게 당밀 퍼지 접시를 내밀며 말했다. 그 사이 론이 대야에 대고 심하게 기침을 했다. " 내 말은 그 사람밖에 달리 사람이 없다는 뜻이야. 어둠의 마법 과목을 맡을 사람을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거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말야. 사람들이 그게 불운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지금까지는 아무도 오래 가지 못했거든. 그건 그렇구." 해그리드가 고개로 론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애는 도대체 누굴 혼내주려다 저렇게 된 거니?"
"말포이가 헤르미온느를 뭐라고 불렀어요. 아주 나쁜 말이었던 게 틀림없어요. 왜냐하면 모두들 아주 화가 나서 거칠게 행동했거든요."
"나쁜 말이었어요." 론이 창백하고 땀에 젖은 얼굴로 탁자 위로 올라오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말포이가 그 애를 '잡종'이라고 불렀어요, 해그리드."
민달팽이들이 다시 꿈틀거리며 나오자 론이 얼른 탁자 밑으로 내려갔다. 해그리드가 격분한 것 같았다.
"그럴 리가." 그가 헤르미온느에게 딱딱거렸다.
"정말 그랬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전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요. 물론 그게 정말로 무례한 말이라는 건 알 수 있었지만요."
"그건 이 세상에서 가장 모욕적인 말이야." 론이 다시 올라오면서 헐떡거리며 말했다. "잡종이란 건 머글, 참 해리 너도 알지? 부모가 마법사가 아닌 사람을 머글이라고 일컫잖아. 그 태생의 사람을 부르는 아주 나쁜 말이야. 일부 마법사들은 순수 혈통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 말포이 가족처럼 말야." 그가 트림을 한 번 하자, 민달팽이 한 마리가 쭉 편 그의 손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대야 안으로 던지며 말을 계속했다. "내 말은, 그건 일부 사람들의 생각일 뿐,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얘기야. 네빌 롱바텀을 봐. 그 앤 순수 혈통이지만 냄비 하나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잖아."
"그리고 그들은 우리 헤르미온느가 외울 수 없는 주문을 발명하지도 못했구 말야." 해그리드가 득의 양양하게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붉혔다.
"누군가를." 론이 떨리는 손으로 땀이 나는 이마를 훔치며 말했다. "더러운 혈통이라고 부르는 건 메스꺼운 짓이야. 야비한 혈통이나 하는 짓이야. 웃기는 얘기지.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어쨌든 반반씩 섞였으니까 말야. 만약 머글들과 결혼하지 않는다면 우리 부류는 차차 소멸하고 말 거야."
그는 헛구역질을 하며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글세, 네가 그 녀석을 혼내주려고 한 걸 탓하진 않아, 론."
해그리드가 대야에 털썩털썩 떨어지고 있는 많은 민달팽이들의 소리보다 큰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네 요술지팡이가 거꾸로 발사된 것이 오히려 잘 된 건지도 몰라. 네가 말포이를 혼재주었다면 그 녀석의 아버지 루스우스 말포이가 가만 있었겠어? 당장 학교로 달려와 널 어떻게 했을 거야. 적어도 네가 곤란에 빠지진 않게 되었잖아."
해리는 입에서 민달패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보다 더 심한 곤란이 어디 있냐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해그리드가 준 당밀 퍼지가 입을 딱 붙어버리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해리." 해그리드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불쑥 말했다. "네게 할말이 있어. 네가 사인이 있는 사진들을 나누어주고 있다고 하던데, 어째서 난 한 장도 못 받은 거지?"
해리가 펄펄 뛰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전 사인이 있는 사진을 나눠준 적이 없어요." 그가 골이 나서 말했다. "만약 록허트가 아직도 그런 말을 퍼뜨리고 다닌다면"
그러나 그때 그는 해그리드가 웃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한 번 농담 해 본거야." 그가 등을 어찌나 세게 등을 두드렸던지 해리는 하마터면 탁자에 코를 박을 뻔했다. "난 네가 그러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어. 록허트에게도 네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어.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넌 그 사람보다 더 유명하잖아."
"그는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해리가 일어서서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썩 좋아한 것 같지는 않아." 해그리드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 뒤 내가 그의 책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하자 그가 가려고 했던 거야. 당밀 퍼지 먹을래, 론?" 론이 다시 올라오자 그가 덧붙였다.
"아뇨," 론이 힘없이 말했다. "먹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뭘 키워왔는지 이리 와서 봐."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차를 다 마시자 해그리드가 말했다.
해그리드의 집 뒤에 있는 작은 채소밭에 해리가 지금까지 본 것중에서 가장 큰 호박 수십개가 있었다. 호박 한 개 크기가 커다란 옥석만 했다.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지 않니?" 해그리드가 유쾌히 말했다.
"할로윈 축제 때 쓸거야. 그때쯤 되면 충분히 커질 거야."
"그 호박에 도대체 어떤 비료를 주신 거예요?" 해리가 물었다.
해그리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지 보려고 어깨 너머로 슬쩍 살폈다.
"글세 있잖아, 약간의 도움."
해리는 해그리드의 핑크빛 꽃무늬 우산이 오두막 뒷담에 세워져 있다는 걸 알아챘다. 해리는 전에도 이 우산이 보통 우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엇다. 사실 그는 해그리드가 학교 시절에 쓰던 낡은 요술지팡이가 그 안에 감춰져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해그리드는 마법을 부려서는 안되도록 되어있었다. 그는 3학년 때 호그와트에서 쫓겨났지만, 해리는 그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 얘기만 하면 해그리드가 큰소리로 목을 가다듬는 시늉을 하며 화제가 바뀔 때까지 이상하게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탐식 마법이죠, 아마?" 헤르미온느가 비난 반 재미 반으로 말했다. "어쨌든 호박들에게는 좋은일 하셨네요"
"네 여동생도 그렇게 말했어." 해리가 론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말했다. "그 아인 언제 만났지." 곁눈질로 해리를 바라보는 해그리 이 수염이 씰룩씰룩거렸다. "그 앤 그저 정원을 둘러보고 있었다고 했지만, 우리 집에서 누군가와 마주치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아." 그가 해리에게 눈짓을 해 보였다. "내 생각엔, 그 앤 사인이 있는 사진을 마다하지 않을."
"그만 좀 해요."해리가 말했다. 론이 코웃음을 치자 땅바닥으로 민달팽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조심해." 해그리드가 그의 소중한 호박들에게서 론을 끌어당기며 소리쳤다.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해리는 새벽 이후 먹은 거라고 당밀 퍼지 한입밖에 없었으므로 학교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싶었다. 그들은 해그리드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성으로 향했다. 론은 가끔씩 딸국질을 했지만, 아주 작은 민달팽이 두 마리만 토했을 뿐이었다.
그들이 서늘한 현관 안의 홀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구나, 해리, 위즐리." 맥고나걸 교수가 무서운 표정으로 그들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너희들은 오늘 저녁에 징계를 받기로 했단다."
"그런데 무슨 일을 시키실 거죠, 선생님?" 론이 트림을 막으며 초조하게 물었다.
"넌 필치씨와 함께 트로피 보관실에서 은제품들을 닦게 될 거야."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물론 마법은 쓰면 안되고, 위즐리 직접 손으로 닦아야 해."
론이 숨을 죽였다. 학교 관리인인 아구스 필치는 모든 학생이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너, 포터는 록허트 교수를 도와 그의 팬 우편물에 답장 쓰는 일을 하게될거다."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이럴 수가, 교수님, 저도 트로피 보관실에 가면 안될까요?" 해리가 절망적으로 말했다.
"물론 안되지," 맥고나걸 교수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록허트 교수께서 특별히 네가 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하셨단다. 너희 둘 다, 8시 정각이다."
해리와 론은 아주 침울해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연회장으로 걸어갔다. 뒤에 있던 헤르미온느는 '학교 규칙을 어기더니 꼴 좋다'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리는 고기 파이를 생각만큼 맛있게 먹지 못했다. 해리와 론 둘 다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치는 아마 날 거기에 발새도록 붙잡아둘 거야." 론이 맥없이 말했다. "마법을 쓰면 안 된다니! 그 방에는 트로피가 100개쯤은 될거야. 난 머글 식의 청소는 서툴거든."
"네가 원한다면, 난 언제라도 바꿔줄 수 있어." 해리가 빈말로 말했다. "난 더즐리 가족과 함께 사는 동안, 엄청 연습했었거든. 록허트의 팬 우편물에 답장 쓰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
토요일 오후는 금방 지나가 버리고, 어느 새 8시 5분 전이 되었으므로 해리는 발을 질질 끌며 2층 복도를 따라 록허트의 사무실로 걸어갔다. 그는 문앞에서 이를 갈며 노크를 했다.
문이 금방 홱 열렸다. 록허트가 그에게 환하게 미소지었다.
"아, 망나니 오셨군." 그가 말했다. "들어와라, 해리, 들어와."
벽에는 사진틀에 끼워진 수없이 많은 록허트의 사진들이 많은 초들의 불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몇 개 사진에는 심지어 사인까지 해 두었다. 사진은 그의 책상에도 또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넌 봉투에 주소를 쓰거라." 록허트가 마치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는 듯이 해리에게 말했다. "이건 글래디스 구전에게 보내는 거란다. 그녀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나의 대단한 팬이지."
시간이 느릿느릿 갔다. 해리는 때때로 "음"과 "맞아요."와 "예"라는 말만 하며 록허트가 시키는대로 고분고분하게 했다. 때로 해리는 "명성이란 변덕스러운 친구나같단다. 해리" 라거나 "유명인이 하는 일이 곧 명성이란다.그걸 기억해라." 와 같은 말도 들었다.
초들이 점점 더 낮게 타들어 가면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록허트의 많은 움직이는 얼굴들 위로 불빛이 흔들렸다. 손이 저려왔다. 해리는 1000번째 쯤 되는 봉투로 손을 뻗어 베로니카 스메슬리의 주소를 적었다. 이제 틀림없이 떠날 시간이 되었을 거야, 해리는 비참하게 생각했다. 제발 빨리 끝나게 해 주세요.
그 때 어떤 소리가 들렸다. 막 꺼지려고 하는 초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었고 록허트가 자신의 팬들에 대해 떠들어대는 말도 아니었다.
그건 어떤 목소리, 골수까지 오싹하게 하는 어떤 목소리, 얼음장같이 차가운 원한에 찬 어떤 목소리였다.
"이리로, 내게로 와, 가죽을 벗겨서,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 버릴 거야."
해리가 펄쩍 뛰자 베로니카 스메슬리의 주소 위에 라일락 빛의 커다란 얼룩이 졌다.
"뭐라구요?" 그가 큰소리로 물었다.
"난 알아!" 록허트가 말했다, "6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있었어. 모든 기록을 깼지."
"아뇨," 해리가 극도로 흥분해서 말했다. "저 목소리요."
"뭐라구?" 록허트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목소리?"
"저 좀전의 낮은 목소리요, 못 들으셨어요?"
"무슨 소릴 하는 거니, 해리? 졸고 있었더 거니? 이럴 수가, 시간좀 봐라. 거의 네 시간이 지났네.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어, 안 그러니?"
해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 목소리를 들으려고 다시 귀를 기울였지만, 록허트가 징계를 받을 때마다 이런 후한 대접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소리 말고는 이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해리는 멍해진 기분으로 방을 나왔다.
어찌나 늦었던지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이 거의 텅 비어있었다. 해리는 기숙사 방으로 올라갔다. 론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해리는 잠옷을 입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 기다렸다. 30분쯤 뒤, 론이 강한 광택제 냄새를 풍기면서 오른쪽 팔을 주무르며 돌아왔다.
"온몸이 뻐근해." 그가 침대에 맥없이 쓰러지며 신음소리를 냈다. "그는 내게 저 퀴디치 우승컵을 열네 번이나 닦게 한 뒤에야 만족해했어. 그런데 글세 내가 '특별 공로상' 트로피에다 또 한 번 민달팽이를 토하고 만거야. 그 점액을 다 없애느라 한참이 걸렸어. 록허트하고는 어땠니?"
네빌과 딘과 시무스가 깨지 않도록 목소리를 계속 낮추면서, 해리는 론에게 자신이 들었던 소리에 대해 말했다.
"그런데 록허트는 그 소리를 못들었다고 했단 말야?" 론이 말했다. 그는 달빛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아. 형체는 보이지 않더라도 문을 열였어야 했을 거 아냐."
"내 말이 바로 그거야." 해리가 침대에 다시 누워 천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도 그게 이해가 안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