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장 (23/194)

제목: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2-2권

펴낸곳: 문학수첩

지은이 소개:조앤 롤링

조앤 롤링은 1965년 7월 영국 웨일스의 시골에서 태어나 엑세터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포르투갈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 결혼했으나 곧 이혼하고 생후 4개월된

딸을 안고 에든버러에 초라한 방 한칸을 얻어 정착했다. 일자리가 없어 1년여 동안

생활 보조금으로 연명한 그녀는 동화 쓰기를 결심.집 근처 카페에서 해리 포터의

모험담을 종이 위에 옮겼다.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세계최우수아동도서>로 선정되었고,유명한<스마티즈 상>을 수상했으며, 많은

호평과 각종 상을 휩쓰는 등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본문 삽화/메리 그랜드프레

제 11장  결투클럽

해리는 일요일 아침에야 잠에서 깨어났다. 병동 안으로 겨울 햇빛이 따뜻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팔 속에 뼈대가 다시 생기기는 했지만 굉장히 뻑뻑했다. 그는 얼른

일어나 앉아 콜린이 누워 있던 침대 쪽을 슬쩍 보았지만 전날 오후에 커튼을 새로

달아놓았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가깬 것을 보자,펌프리 부인이 부산스럽게 아침 식사

쟁반을 들고 와서는 괄과 손가락들을 구부려보기도 하고 쭉쭉 잡아당겨 보기도 했다.

"뼈들이 모두 제자리도 들어갔군." 그가 왼손으로 서툴게 포리지를 먹고 있을 때

그녀가 말했다. "다 먹으면 여기서 나가도 된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도비에

대한 한시라도 빨리 말해주고 싶은 마음에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허둥지둥

그린핀도르 탑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들은 극소에 없었다. 그들의 무관심이

실망스럽긴 했지만 해리는 그들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도서관 옆을 지나려는데, 퍼시

위즐리가 지반번보다 훨씬 더 활기찬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오,안녕.해리." 그가 말했다. "어제는 정말 멋졌어,정말로 훌륭했어.그린핀도르

기숙사가 막 선두로 나섰어-네가 50점을 얻었거든!"

"론과 헤르미온느 못 봤어요?" 해리가 물었다.

"아니,못 봤는데." 퍼시가 미소를 거두며 말했다. "론이 또 여자 화장실에 가지나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야..." 해리는 억지로 웃어 보이고는,퍼시가 저만치 걸어갈 때까지

지켜본 뒤, 곧장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로 향했다. 퍼시의 말대로 론과 헤르미온느가

그곳에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만일 그렇다 해도 그들에 다시 간 건지 알

수 없었다.해리는 주위에 혹시 필치나 반장들이 없는지 잘 확인한 뒤,문을 열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한 화장실 안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야." 그가 문을 닫으며 말했다. 화장실 안에서 꽝,철벅철벅,헐떡헐떡 하는 소리가

나더니 헤르미온느가 열쇠구멍으로 내다보았다.

"해리!" 그녀가 말했다. "난 또 누구라구.깜짝 놀랐잖아-들어와-팔은 어때?"

"괜찮아." 해리가 화장실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며 말했다. 변기 위에는 낡은 냄비

하나가 올려져 있었는데,밑에서 딱따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변기 안에 불을

피워둔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는 언제 어디서나 불을 피우는 것을 아주 잘했다.

"널 만나러 가지 못해서 미안해,하지만 폴리주스 약 만드는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해리가 어렵게 화장실 문을 다시 잠그자 론이 설명했다." 그리고 그 작업을

하기엔 이곳이 가장 안전할 것 같았어." 해리가 콜린에 대해 말하려는데,헤르미온느가

끼어 들었다.

"우린 이미 알고 있어-맥고나걸 교수가 오늘 아침에 플리트윅 교수에게 하는 말을

들었거든.약을 빨리 만드는 게 좋겠다고 결정한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어-"

"하루라도 빨리 변신해서 말포이의 고백을 받아내는 게 좋잖아." 론이 딱딱거렸다.

"내 생각엔 말야,그 녀석이 퀴디치시합에서 자니까 화풀이를 콜린에게 한 것 같아."

"말할 게 또 있어" 헤르미온느가 마디풀 다발을 뜯어 약물속으로 던져 놓는 걸

지켜보며 해리가 말했다."한밤중에 도비가 왔었어." 론과 헤르미온느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해리는 그들에게 도비가 했던 말을 설명까지 곁들여서 몽땅

해주었다.헤르미온느와 론은 입을 떡 벌린 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비밀의 방이 저네도 열린 적이 있단 말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러면 결말은 났군." 론이 의기 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시우스 말포이가 여기 학교에 있을 때 그 방을 열었던 게 틀림없어.그리고 이제

그 아들 드레이코에게 그것을 여는 방법을 말해준 거야.하지만 도비가 그 안에 어떤

종류의 괴물이 있는지 말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걸.그런데 그 괴물이 학교를 몰래

돌아다니고 있는 걸 어떻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헤름온느가 거머리를 냄비 바닥에다

대고 누르며 말했다.

"아니면 변장할 수 있다던가-갑옷이나 뭐 그런 것으로 말야-'카멜레온 굴 귀신'에

대해서 읽은 적이 있거든-"

"넌 책을 너무 많이 읽었어,헤르미온느." 론이 죽은 풀잠자리들을 거머리 위에 쏟아

부으며 말했다.그는 빈 풀잠자리 봉지를 팡 터트리고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기차를 타지 못하게 막은 것도,네 팔을 부러뜨린 것도 다 도비

짓이란 말이지..."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이거 아니,해리? 그 도비인지 뭔지

하는 요정이 너의 생명을 구하려고 하는 짓을 당장 그만두지 않는다면 잘못하다간 넌

진짜 죽게 될지도 몰라." 콜린 크리비가 습격을 받아서 병동에 죽은 듯이 누워있다는

소식은 월요일 아침엔 학교 전체로 퍼져나갔다. 무성한 소문과 의심으로 분위기가

갑자기 살벌해졌다. 1학년들은 혼자 다니다가 습격을 받을까봐 꼭 무리를 지어 다녔다.

지니 위즐리는 마법 수업 시간에 옆에 앉던 콜리 크리비가 그렇게 되자 넑이 반쯤

나가 있었는데,프레드와 조지는 그녀를 위로한답시고 엉뚱한 장난들을 쳤다.그들은

번갈아 가며 털이나 부스럼드을 얼굴에 잔뜩 붙이고는 그녀를 놀래키곤 했다.이런

그들의 장난은 위즐리 부인이 퍼시의 편지를 받고,지니를 놀리는 일을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혼이 날 줄 알라는 경고를 할 때까지 계속되었다.그러는 사이,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선생님들 몰래,부적 같은 것을 사들이고 있었다.네빌

롱바텀은 고약한 냄새가 나는 커다란 초록색 양파와,뾰족한 자줏빛 크리스탈과,썩은

도룡뇽 꼬리를 샀는데,주위 친구들이 그는 순수 마법사 혈통이기 때문에 전혀

습격받을 위험이 없다며 안심시키려 해도 전혀 소용없었다.

"스큅인 필치가 가장 먼저 희생당했잖아." 네빌이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내가 스큅이나 마찬가지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야."

12월 둘째 주가 되자 예전처럼 맥고나걸 교수가 크리스마스에 학교에 남아있을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갔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목록에 주저 없이 이름을

썼는데 말포이 역시 남아있을 거라는 말을 듣자 매우 수상쩍은 생각이

들었다.안타깝게도 그 마법의 약은 반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약이 완성되려면

바이콘의 뿔과 오소리의 가죽이 필요한데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스네이프

교수의 개인 창고뿐이었기 때문이었다.해리는 그러나 남몰래 스네이프 교수의

사무실을 털다가 붙잡히느니 차라리 슬리데린의 전설적인 괴물과 직접 맞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스네이프 교수 말야." 목요일 오후,다른 기숙사 아이들과 함께 듣는 마법의 약

수업시간이 다가왔을 때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잠깐 다른 데 신경 쓰도록 해야

해.그때 우리 중 하나가 스네이프 교수의 개인 창고로 몰래 숨어 들어가서 필요한 걸

가져오는 거야." 해리와 론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훔치는 건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사무적인 어조로 계속했다.

"너희 둘은 더 이상 말썽을 피웠다가는 쫓겨날 게 뻔하지만 난 학교 규칙을 어긴 적이

별루 없잖아.그러니까 너희들은 5분 정도만 스네이프 교수의 주의를 딴 데 로 돌릴 수

있도록 소란을 좀 피워봐." 해리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스네이프의

마법의 약 수업 시간에 고의로 소란을 피우는 건 잠자는 용의 눈을 찌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마법의 약 수업은 커다란 지하 감옥에서 이루어졌다.오늘 수업

역시 평상시와 다름없이 딱따하게 진행되었다. 놋쇠 저울과 각 재료가 담긴 병들이

올겨져 있는 나무 책상들 사이에서 스무 개의 냄비가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스네이프

교수가 김 사이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그린핀도르 학생들의 실험에 대해 일일이

트집을 잡자 슬리데린들이 고소하다는 듯 낄낄거렸다.해리는 스네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학생인 드레이코 말포이가 아까부터 계속 툭 튀어나온 복어 같은 눈으로

자신과 론을 흘금흘금 쳐다보는 걸 알고 있었지만,스네이프 교수에게 "불공평하다"

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징계를 받게 되리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모른 체했다. '부풀어오르는 약' 이 정상치보다 너무 묽게 만들어졌지만,해리는

달리 어찌해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지금 그의 마음은 온통 딴 데 가 있었다.그는

헤르미온느가 언제 신호를 보낼까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었으므로,스네이프 교수가

발을 멈추고 그가 만든 약을 비웃고 있는 것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스네이프

교수가 네빌을 곯려주려고 돌아섰을 때,헤르미온느가 해리에게 눈짓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해리는 얼른 냄비 뒤로 가서 주머니에서 프레드의 필리버스터 불꽃놀이를

꺼내,요술지팡이로 쿡 찔렀다.그러자 푸푸 하며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시간이 별로

없었으므로,해리는 얼른 그것을 고일의 냄비 속을 툭 던져 넣었다.그러자 고일의 약이

크게 폭발하여 아이들에게로 튀었다.아이들이 비명을 질러댔다.그 냄비를 마주하고 서

있었던 말포이의 코가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고일은 아무 것도 모르고

양손을 눈에 갖다댔다가,눈이 커다란 접시만 하게 팽창해버리고 말았다.정신을 차린

스네이프 교수는 곧 아이들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그 혼란 소겡서도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살그머니 빠져나간 스네이프 교수의 창고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

"조용히! 조용히 해!" 스네이프 교수가 큰 소리로 말했다."약물이 튄 사람들은

'수축하는 약'을 줄 테니 이 앞으로 나오세요.대체 어떤 자식이 이렇게 한 거야?"

해리는 말포이가 수박만해진 코의 무게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고ㅡ허둥지둥 앞으로

걸아나가는 걸 보자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어떤 아이는 양팔이 곤봉처럼

굵어졌고,또 어떤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입술이 부풀어올랐다.반 아이들 거의

반 정도가 스네이프 교수의 책상 앞으로 몰려나갔을 때,해리는 망토 앞이 불룩해진

헤르미온느가 지하 감옥으로 다시 슬그머니 들어오는 걸 보았다.아이들의 해독제를

마신 뒤 부풀어오른게 자라앉자.스네이프 교수가 고일의 자리로 휙 날아와 냄비

소에서 까만 재로변한 불꽃놀이를 발견하고 끄집어 내었다.주위가 갑자기 잠잠해졌다.

"이걸 던지 녀석이 누군지 알아내기만 하면," 스네이프 교수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드시 퇴학시키고 말 테다." 해리는 억지로 태연한 척했지만 스네이프

교수가 계속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으므로, 10분 뒤 울린 종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는 내가 한 짓이라는 걸 알고 있는게 분명해."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로 다시 급히

들어가며 해리가 론과 흐레미온느에게 말했다. "틀림없어." 헤르미온느가 새로 구한

재료들을 냄비 속으로 집어넣고 힘껏 휘젓기 시작했다.

"이제 2주일만 있으면 될 거야." 그녀가 만족스럽게 말했다.해리를 안심시켜 말했다.

"그가 뭘 할 수 있겠니?"

"스네이프 교수를 잘 알잖아,좀 찜찜해." 약이 거품을 일으키며 부글부글 끓을 때

해리가 말했다.

1주일뒤,현관 안의 홀로 걸어가던 해리와 론과 흐레미온느는 게시판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았다. 그들은 금방 게시된 양피지에 쓰인 공고문을 읽고

있었다.시무스 피니간과 딘 토마스가 흥분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손짓을 했다.

"결투 클럽이 생긴대!" 시무스가 말했다. "오늘 밤에 첫 번째 모임이 있을 거래! 결투

수업은 괜찮을 거야.요즘 같은 날에는 여러 모로 쓸모있을 거야."

"뭐야.그럼 그걸 들으면 슬리데린의 괴물과 결투를 할 수 있다는 거야?" 론은 이렇게

말했지만, 그 역 시 그 공고문을 흥미롭게 읽었다.

"괜찮을 것 같은데."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우리도 갈래?"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모두 동의했으므로,그날 저녁 8시에

그들은 다시 연회장으로 내려갔다.긴 식탁들은 모두 치워지고,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수천 개의 촛불로 밝혀진 황금빛 무대가 한쪽에 마련되어 있었다.벨벳처럼 까만 천장

아래에아이들이 하나같이 흥분한 얼굴로 지팡이를 들고 서 있었다.전교 학생이 다

모였는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누가 가르칠까?"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아이들을 해치고 나아가며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플리트윅 교수가 젊었을 때 결투 챔피언이었다고

하던데-어쩌면 그가 그리칠지도 몰라."

"내 생각엔-" 해리가 말하려는 순간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가 눈부시게 반짝반짝

빛나는 빈한 자줏빛 망토를 입고 스네이프 교수와 함께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그것을 보고 해리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다.스네이프 교수는

평상시처럼 까만 망토를 입고 있었다.록허트 교수가 팔을 흔들어 조용히 하라고 한 뒤

큰소리로 말했다. "이쪽으로 모이세요,이쪽으로 모여요! 모두들 내가 보입니까? 모두들

내 말이 들립니까?좋습니다!"

"자,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제가 이 결투 클럽을 시작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제 자신이 수없이 만은 어려움을 겪을 떄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아 물론

상세한 것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출간된 제 책을들 보면 됩다니다만 어쨋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분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자리입니다.저를

도와주실 스네이프 교수를 소개합니다."록허트 교수가 입이 찢어지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 분은 결투에 대해선 조금밖에 모르지만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시범을 보일 때 기꺼이 절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그러나 아무 걱정 마세요.-저를

잠깐 도와주신 뒤에는 다시 마법의 약을 가르치러 가시 테니까요,절대 두려워할 것

없어요!"

"두 사람이 서로를 끝장내 버린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론이 해리의 귀에 대고

투덜걸렸다.스네이프 교수의 윗입술이 비틀리고 있었다.해리는 록허트 교수가 왜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스네이프 교수의 음산한 표정을 보았다면

누구든 달아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 텐데 말이다. 록허트 교수와 스네이프 교수가

서로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눴다. 아니,적어도 록허트 교수는 그럴듯하게 예의를

차렸지만,스네이프 교수는 무뚝뚝하게 머리만 살짝 끄덕였다.그 뒤 그들이

요술지팡이를 몸 앞으로 들어올렸다.

"이것이 바로 결투 자세입니다." 록허트 교수가 청중을 향해 설명했다. "셋을

세자마자,첫 번째 주문을 외울 것입니다.물론,지금은 치명적인 주문은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 스네이프 교수가 이를 드러내는 걸 보며 해리가 말했다.

"하나-둘-셋-" 둘 다 요술지팡이를 머리 위로 크게 휘두르고는 상대쪽으로

갖다됐다.스네이프 교수가 외쳤다. "익스펠리아르무스!" 눈부신 자줏빛 불빛이 번쩍

하더니 록허트 교수가 벌렁 나가떨어졌다.그리고 뒷걸음으로 도망가다가 벽에 세게

부딪힌 뒤 마룻바닥으로 주르르 미끄러져 팔다리를 뻗고 누워버렸다.말포이와 다른

슬리데린 몇 명이 호나호를 했다.헤르미온느는 발끝으로 서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괜찮을까?"

"알게 뭐야?" 해리와 론이 동시에 말했다.록허트 교수가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모자는 떨어지고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은 빳빳이 서 있었다.

"어-다들 잘 보았지요?" 그가 비틀거리며 다시 무대 의로 올라가면서 말했다."그건

'무장 해제 마법'이었습니다.여러분이 보신 것처럼 제가 지팡이를 놓치조

말았잖아요,스네이프 교수,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전 교수님의 의도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답니다.따라서 제가 마음만 먹었다면 막아내는 건 간단했을

겁니다.그러나 학생들에게 그 주문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길 대단히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스네이프 교수는 살기 등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는지,록허트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시범은 이마하면 충분한 것 같군요! 이제 여러분들을 둘씩짝 지워줄까

합니다.스네이프 교수,저를 도와주고 싶으시다면-" 그들은 학생들 사이로 들어와 서로

짝을 지워 주었다.록허트 교수가 네빌을 저스틴 핀치-플레츨리오 짝 지워주는 사이에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와 론에게로 다가갔다.

"단짝을 갈라놓을 시간이 된 것 같구나." 그가 비웃으며 말했다. "위즐리,넌

피니간하고 해라.포터는-" 해리는 무심토 헤르미온느 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면 안되지." 스네이프 교수가 차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말포이 군,이리

와요,우명한 포터와 한번 붙어 봐야지.그리고 그레인저-넌 벌스트로드와 짝 짓고."

말포이와 능글맞게 웃으면서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그의 듸에서 아주 심술궂게 생긴

슬리데린의 여자아이 하나가 걸어왔다.몸집이 크고 어깨가 떡 벌어졌으며 턱이 툭

튀어나온 아이였다.헤르미온느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녀는 미소를 짓지

않았다.

"다들 짝과 마주 서세요!" 록허트 교수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 외쳤다. "그리고

상대방을 향해서 경례!" 그러나 해리와 말포이는 무뚝뚝하게 서로의 눈만 똑바로

쳐다보고 서 있었다.

"요술지팡이 준비!" 록허트 교수가 소리쳤다. "셋을 세면,상대방에게 무장해제 주문을

외우세요-그저 무장 해제만 시키는 겁니다.-사고가 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하나...둘...셋-" 해리가 요술지팡이를 높이 휘두르려는 순간 말포이가

규칙을 어기고 '둘'에서 주문을 외워버렸다.해리는 마치 냄비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그는 비틀거리면서도,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요술지팡이를 곧장 말포이에다가 갖다대고 외쳤다. "릭투셈프라!" 은빛 빛줄기가

말포이의 복부를 치자 그가 씨근거리며 허리를 꼬부렸다.

"무장 해제만 하라고 했잖아!" 말포이가 무릎을 꿇고 풀썩 주저앉아,록허트 교수가

놀라서 결투를 벌이고 있는 아이들의 머리 위로 소리쳤다,해리는 말  c0結“  던진

주문은 '간지럼 태우기 주문'이었던 것이다.말포이는 웃느라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해리는 말포이에게 다른 마법을 건 게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그건 착오였다.말포이가 숨을 헐떡이며 ,요술지팡이를 해리의 무릎에

갖다댔다.그리고 헐떡이는 소리로 "타란탈레그라!" 라고 외치자 해리의 다리가 갑자기

정신없이 퀵스텝을 밝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록허트 교수가 소리만 지르고 있자,스네이프 교수가 대신 수습을

맡았다.

"피니트 안칸타템!" 그가 소리쳤다.그러자 해리는 춤추는걸 멈췄고,말포이는 웃는 걸

멈췄다.그제야 둘 다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주위가 온통 초록빛 연기로 휩싸여

있었다.네빌과 저스틴 모두 마룻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론은 얼굴이

창백해진 시무스를 잡고,자신의 망가진 요술지팡이가 한 짓을 사과하고 있었다.하지만

헤르미온느와 밀리센트 벌스트로드는 여전히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밀리센트가

헤르미온느의 머리를 겨드랑이에 끼어 세게 짓누르자 헤르미온느가 아파서 훌쩍이고

있었다.두 사람의 요술지팡이는 다 마룻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해리는 달려들어

밀리센트를 잡아뗐다.그러나 그녀의 몸집이 훨씬 더 컸으므로 쉽지가 않았다.

"이럴 수가,이럴 수가."록허트 교수가 결투들이 벌어진 현장을 바라보며 맥없이

중얼거렸다. "넌 올라가라,맥밀란...조심해요,포세트 양...꽉 쥐고 있어요,그러면 피가 곧

멈출 거예요,부트..."

"여러분에게 악의가 있는 주문을 막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좋을 것 같군요."록허트

교수가 연회장 한가운데에서 어리둥절해져서 서 있다가 말했다.두 눈을 부라리고 있는

스네이프 교수를 흘끗 쳐다보고는 얼굴 눈길을 돌렸다. "지원자 한쌍

나오세요-롱바텀과 핀치-플레츨리,너희들은 어떠니?"

"그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군요,록허트 교수." 스네이프 교수가 커다란

박쥐처럼 휙 날아오며 말했다. "롱바텀은 가장 간단한 주문으로도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는 아이거든요.그 앨 시켰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불그스름한 네빌의 동그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말포이와

포터는 어떻소?" 스네이프 교수가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오!" 학생들이 그들에게 공간을 주기 위해 위로 물러서자 록허트 교수는

해리와 말포이에게 연회장 한가운데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자,해리." 록허트 교수가 말했다. "드레이코가 요술지팡이를 네게 갖다대면,넌

이렇게 하는 거야." 그러면서 그가 자신의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려 복잡하게 휘두르는

동작을 시범 보이려다가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스네이프교수가 능글맞게 비웃자

록허트 교수가 얼른 다시 집어 들었다. "내 지팡이가 좀 흥분했나 봅니다-" 스네이프

교수가 말포이에게로 다가가더니 그의 귀에 대고 무어라고 속삭였다.말포이도 역시

능글맞게 웃었다.해리가 고개를 들어 록허트 교수를 초조하게 바라보며

말했다."교수님.그 막는 방법 한번만 더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왜,겁나니?" 말포이가 록허트 교수가 들을 수 없도록 낮게 말했다.

"웃기지 마." 해리 역시 작은 소리로 말했다.록허트가 해리의 어깨를 유쾌하게

쳤다."그저 내가 했던 대로만 해라,해리!"

"뭐라구요,그럼 지팡이를 떨어뜨리란 말씀이세요?" 하지만 록허트는 듣고 있지

않았다.

"셋-둘-하나-시작!" 그가 소리쳤다.말포이가 얼른 지팡이를 들어올려 큰 소리로

말했다. "세르펜소르티아!" 그러자 그의 지팡이 끝에서 폭발이 일어났다.해리가 깜짝

놀라 쳐다보고 있는데 그곳에서 길다란 까만 뱀 한마리가 튀어나와,마룻바락으로 툭

떨어지더니 몸을 일으키고 공격 태세를 취했다.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자

그 주위가 텅 비어버렸다.

"움직이지 마라,포터." 성난 뱀을 똑바로 쳐다보며 꼼짝 않고 서 있는 해리의 모습이

매우 재미있다는 듯,스네이프 교수가 빈들빈들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걸 없애주마..."

"내가 하겠소!" 록허트 교수가 소리쳤다.그가 요술지팡이를 뱀에게 휘두르자 펑 하는

큰 소리가 났다.그러자 그 뱀은 사라지기는커녕,공중으로 3미터쯤 날아올라갔다가 철썩

하며 다시 마룻바닥으로 떨어졌다.뱀이 화가 났는지 미친 듯이 쉬쉬거리며 저스틴

핀치-플레츨리 쪽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여가더니,몸을 일으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해리는 자신이 그때 왜 그렇게 했는지,또 그런 일을 할

생각이 있기는 했던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한 가지 확신한 것은 그저 마치

자신이 마법에 걸리기라도 한 듯이 뱀에게로 다가가 "얌전히 있어" 라고 말했다는

것뿐이었다.그러자 놀랍게도 그 뱀은 까만색의 굵은 수도 호스처럼 온순하게

마룻바닥으로 축 늘어지더니 해리를 바라보기만 했다.해리는 두려움이 싹 가시는 걸

느꼈다.그는 그 뱀이 이제 아무도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지만,그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그는 겁에 질려 있던 저스틴이 안도하거나,심지어

고마워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걸 보기를 기대하면서,씩 웃으며 올려다보았다.

"너 지금 무슨 장난 치고 있는 거니?" 저스틴이 고함을 치더니 해리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홱 돌아서서는 성을 내며 연회장 밖으로 나가버렸다.스네이프 교수가

앞으로 걸어나와,지팡이를 한번 휘두르자,그 뱀이 작은 까만 연기로 사라져

버렸다.스네이프 교수도 해리를 뜻밖의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해리는 날타롭고

빈틈없는 그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사방에서 불길하게 수군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그때 누군가가 그의 망토 자락을 붙잡당겼다.

"어서." 그의 귀에 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가자..." 론은 그를 연회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헤르미온느도 허둥지둥 둘을 따라나갔다.그들이 지나가자,다른 학생들을

마치 어떤 전염병이 옮겨붙기라도 한 것처럼 뒤로 슬슬 내뺐다.해리는 무슨 영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론과 헤르미온느도 걸어가는 동안 내내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그 뒤 텅 빈 그리핀도르 학생 휴게실로 들어가자 론이 해리를 한 안락의자를

밀치며 말했다. "뱀의 말으  하다니,왜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지?"

"내가 뭐라구?" 해리가 말했다.

"뱀의 말을 한다구!" 론이 말했다. "뱀에게 말할 수 있다는 뜻이야!"

"나도 알아." 해리가 말했다. "내 말은,내가 그렇게 한 게 이범이 두 번째라는

거야.언젠가 동물원에서 뜻하지 않게 보아 구렁이를 부추겨 내 사촌 두들리를

공격하게 한 적이 있었어-말하자면 길어-하지만 그때 그 뱀이 내게 브라질에 가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었지,그건 내가 마법사라는 걸 알기

전이었어-

"보아 구렁이가 네게 브라질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구?" 론이 들리락 말락한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게 어떻다는 거야?" 해리가 말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아냐?"

"아냐,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해." 론이 말했다. "그거그렇게 흔한 재능이

아냐.해리,이건 나쁜 거야."

"뭐가 나빠?" 해리가 은근히 화가 나는 걸 느꼈다. "모두들 왜 그러는 거야? 잘

들어,내가 그 뱀에게 저스틴을 공격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아.그 뱀에게 바로 그렇게 말했니?"

"무슨 뜻이야? 너도 거기에 있었잖아...내 말을 들었을 것 아냐..."

"난 네가 뱀의 언어로 말하는 소릴 들었어." 론이 말했다. "뱀의 언어 말야.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무도 몰라-저스틴이 겁에 질렸던 것도 당연해,네 말소리는 꼭 뱀을

부추기거나 뭐 그런 것처럼 들렸어-소름 끼쳤다구-" 해리는 어처구니가 없는 듯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다른 언어를 말했다구? 하지만-난 깨닫지 못했어-어떻게 나 자신도 모르는

말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거야?" 론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론과 헤르미온느 모두

마치 누군가가 죽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해리는 뭐가 그리 끔찍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뱀이 저스틴의 머리를 물어 뜯지 못하게 한 게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니?"

그가 말했다. "저스틴이 '목이 없는 사냥꾼 협회' 에 들어갈 필요가 없게 되었는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구?"

"중요해." 헤르미온느가 마침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하면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바로 뱀과 의사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야.슬리데린 기숙사의 상징이 뱀인

건 바로 그 때문이지." 해리의 입이 딱 벌어졌다.

"바로 그거야." 론이 말했다. "그리고 지금쯤 모든 아이들이 네가 그의

손자의-손자의-손자의-손자의-손자나 뭐 그런 관계쯤 된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난 아냐." 해리는 자신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건 입증하기가 어려워."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는 1000년 전쯤에 살았던

사람이니까 말야.우리가 알고 있는건,그저 네가 그의 후손일지도 모른다는 것뿐이야."

해리는 그날 밤 몇 시간 동안이나 눈을 뜬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창 밖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내가 정말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후손일까?해리는 아버지의 가족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었다.더즐리 가족은 언제나 그가 마법사 친척들에 대해 묻는 걸

질색했었다.해리는 조용히 뱀의 언어로 말을 해보려 했다.하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그렇게 하려면 뱀과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난

그리핀도르에 있어,해리는 생각했다.내가 슬리데린의 피를 가졌다면 마법의 분류

모자가 날 여기에 넣지 않았을 거야..."

'아.' 그의 머리 속에서 심술궂은 어떤 작은 목소리가 말했다. '하지만 분류 모자는

널 슬리데린에 넣고 싶어했어,기억나지 않아?' 해리는 몸을 뒤척였다.다음날 약초학

수업 시간에 저스틴을 만나며느그가 뱀을 부추겼던 게 아니라.그를 해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거라고 설명하리라,그건 너무도 분명한사실이라고(그는 화가

나서 주먹으로 베개를 퍽퍽 때렸다).그러자 다음날 아침,밤새 내리기 시작한 눈이 심한

눈보라로 변하는 바람에 그 학기의 마지막 약초학 수업이 그만 휴강되고

말았다.스프라우트 교수가 직접 맨드레이크에게 양말과 목도리를 씌워주고 싶어했던

것이다.그것이아무나 할 수 없는 까다로운 일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무엇보다

맨드레이크를 잘 보호해서 노리스 부인과 콜린 크리비를 회복시킬 수 있을 만큼 빨리

자라게 하는 게 너무도 중요했기 때문이었다.해리가 그린핀도르 학생 휴게실의 난로

옆에서 고민하고 있는 동안,론과 헤르미온느는 그 시간을 이용해 마법사 체스 게임을

했다.

"제발,해리." 론의 비숍 중 하나가 그녀의 나이트를 말에서 떨어떠려 체스 판 밖으로

끌어냈을 때 헤르미온느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렇게 걱정되면 저스틴을 찾아서 직접

해명을 하는 게 어때." 해리는 그녀의 말대로 저스틴을 찾아 나서기로 하고 초상화

구멍으로 나갔다.창문마다 굵은 회색빛 눈발이 날리고 있었으므로 성은 평상시보다 더

어두웠다.해리는 추위로 후들후들 떨면서,교실들을 지나갔다.안에서 수업하는 소리가

들렸다.맥고나걸 교수가 누군가에게 고함을 지르고 있었는데,들리는 소리로

판단하건대,학생 중의 하나가 오소리로 변한 것 같았다.해리는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계속 걸었다.그리고 저스틴이 자유시간을 이용해 공부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서관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약초학 수업을 같이 듣는 후플푸프

아이들은 정말로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길게 늘어선 높은 책시렁들 사이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가 저스틴이 있는지 보려고 다가가고 있을 때 그들이

하고 있는 말이 귀에 들어와다.그는 얼른 발을 멈추고 몸을 숨겼다.

"어쨋든,"한 뚱보 남자애가 말했다. "저스틴에게 우리 기숙사에 숨어 있으라고

했어.포터가 만약 그 애를 다음 희생자로 점찍었다면,한동안 눈에 띄지 않는 게 최선일

거라는 얘기지.저스틴은 언젠가 우연히 자신이 머글 태생이라는 말을 포터에게

했었는데 그 이후로 죽 이런 일이 일어날까봐 불안해했었대.그에게 글쎄 이튼 학교에

가려다가 이리로 오게 되었다고 말했었다나봐.그런 말을 아무렇게 않게 슬리데린의

후계자에게 떠들어대다니,그 애도 참 한심해."

"그럼 넌 그게 다 포터가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거니,어니?" 금발머리를 길게

땋아늘인 여자아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한나." 그 뚱보 남자애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 애는 뱀의 말을 했어.그 앤 어둠의

마법사가 틀림없어.너 좋은 마법사 치고 뱀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봤어? 사람들은

슬리데린을 뱀의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불렀어." 분명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몹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었렸다.어니가 계속했다. "벽에 쓰여진 말 기억나니? 후계자

적들이여,조심하라 라는 말 말야.포터는 필치와 약간 언쟁벌였었어.그런데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니.필치의 고양이가 공격받았잖아.1학년생 크리비는 퀴디치 시합에서

포터를 화나게 했었어.그가 진흙 바닥에 누워있는 사진을 찍는다고 말야.그런데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니-크리비가 공격받았잖아.

"하지만 그렇게 착해 보이는 애가 어떻게." 한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뭐랄까.그 앤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한 장본인이잖아.그 애가 그렇게 나쁜

아이일 리가 없어.안 그래?" 어니가 목소리를 속삭이듯이 낮추자,아이들이 더 가까이

모여들었으므로 해리는 좀더 잘 듣기 위해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애가 그 사람의 공격을 받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아무도 몰라.더 정확하게

말하면,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앤 그저 갓난아기에 지나지 않았어,그 애는 흔적도

없어.사라졌어야 해.그런데 봐,그 애는 멀쩡히 살아남았잖아.그런 저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건 그 애가 아주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라는 증거야." 그가 목소리를 아주

낮춰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 사람이 애당초 그 앨 죽이고 싶어했던 건 어쩌면 바로 그

때문인지도 몰라.쉽게 말하면 자신에게 필적한 만한 또 다른 어둠의 마법사를

없애버리려 했다는 얘기지.포터가 숨기고 있는 다른 힘들은 무엇일까?" 해리는 더 이상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큰소리로 목을 가다듬으며,책시렁들 뒤에서

걸어나왔다.후플푸프의 아이들은 그를 보자 돌처럼 굳어버렸다.어니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안녕." 해리가 말했다. "저스틴 핀치-플레츨리가 어디에 있는지 혹시 아니?"

후플푸프 아이들이 가장 우려했던 일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그들 모두 걱정스러운

얼굴로 어니를 바라보았다.

"그 애는 왜?" 어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결투 클럽에서 일어날 뱀 사건 때문에 말야.그 애에게 정말로 어떤 일이 있었난던

건지 설명하라구." 해리가 말했다.어니가 새하얘진 입술을 깨문 뒤,심호흡을 했다.

"우리들 모두 그 자리에 있었어.그리고 우린 그 때 어떤 일이 있어나는지 다 보았어."

"그러면 내가 뱀에게 말한 뒤,뱀이 뒤로 물러섰다는 걸 알아챘겠네?" 해리가 말했다.

"아냐." 어니는 완강히 말했지만,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넌 뱀에게 조스틴

쪽으로 가라고 말했어."

"난 뱀에게 그 애를 쫓아가라고 하지 않았어!" 해리가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뱀은 그 앨 건드리지도 않았잖아!"

"하마터면 그럴 뻔했어." 어니가 말했다. "그리고 네가 엉뚱한 생각을 할까봐

말하는데." 그가 급히 말했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우리 가족은 위로 9대까지

마녀와 마법사들이었어.내 혈통은 어느 누구보다도 순수해,그러니까-"

"난 네가 어떤 혈통인지 관심 없어!" 해리가 사납게 말했다. "내가 왜 머글 태생들을

습격하고 싶어하겠어?

"난 네가 함께 사는 머글들을 지독히도 싫어하다는 말을 들은 젓이 있어." 어니가

얼른 말했다.

"누구든 더즐리 가족과 함께 살아본다면 다 그렇게 될 거야." 해리가 말했다. "너도

한번 그 집에서 살아보라구.: 그가 그렇게 말하고는 홱 돌아서서 발을 쾅쾅 구르며

도서실에서 나가는 바람에 금박을 입힌 눈초리를 받았다.해리는 너무 화가 나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그런데 깜박하는 사이 어느 복도로

들어섰는데,뭔가 아주 크고 딱딱한 것에 부딪히는 바람에 그만 마룻바닥으로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오,안녕,해그리드." 해리가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해그리드의 얼굴은 어깨까지

덮는 큰 양모 털모자로 완전히 가려져 있었지만,두더지 가죽 코트를 입고 복도를 다

막고 서 있는 것으로 보아,그인 게 분명했다.장갑을 낀 그의 커다란 손에 죽은 수탉이

들려 있었다.

"잘 지냈니,해리?" 그가 털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왜 수업에 안 들어가고?"

"휴강됐어요." 해리가 일어서며 말했다.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해그리드가 축 처진

수탉을 들어올렸다.

"이번 학기에 벌써 두번째야." 그가 설명했다. "여우도,피빨아먹는 도깨비의 짓도

아냐,그래서 교장 선생님의 허가를 받아 닭장에 마법을 걸어 두려고 가는 참이야."

그가 눈이 묻어 희끄무레해진 눈썹을 모으고 해리를 더 주의 깊게 살폈다.

"너 정말 괜찮니? 굉장히 흥분하고 화난 거처럼 보이는데." 해리는 어니와 다른

후플푸프 아이들이 그에 대해 말했던 것을 해그리드에게 말해 줄 기분이 아니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전 이만 가보는 게 좋겠어요,해그리드,다음

시간이 변신술 수업이라 택을 가지러 가야 하거든요." 그는 마음이 온통 어니가 했던

말로 가득 차 있었지만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스틴은 언젠가 우연히 자신이 머글 태생이라는 말을 포터에게 했었는데 그 이후로

죽 이런 일이 일어날까봐 불안해했었대.' 해리는 계단을 쾅쾅 밟으며 올라가 또 다른

복도로 방향을 돌렸다.그곳은 훨씬 더 어두웠다.꽉 닫히지 않은 창문 사이로 불어닥친

세찬 바람 때문에 횃불들이 다 꺼져버렸기 때문이었다.그런데 복도를 반쯤 걸어갔을

때 그는 마룻바닥에 누워있는 뭔가에 걸려 곤두박질치며 넘어지고 말았다.그리고

무엇에 걸려 넘어졌는지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는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저스틴 핀치-플레츨리가 뭔가에 충격을 받은 듯 굳어버린 표정으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뻣뻣하고 싸늘하게 식은 채,마룻바닥에 누워 있었다.그것만이

아니었다.그의 옆에는 해리가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이상한 또 하나의 형상이

있었다.그것은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었는데,그는 더 이상 진줏빛의 뽀얗고 투명한 색을

띠고 있지 않았으며,새까맣고 그을린 모습으로 마룻바닥 위로 20여 센티미터 정도

되는 높이의 길게 누워 움직임 업이 둥둥 떠 있었다.머리는 반쯤 떨어져 있었고 역시

저스틴처럼 충격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해리는 벌떡 일어섰다.숨이 가빳고 가슴은

두방망이질을 했다.그느 아무도 없는 복도 이쪽저쪽을 미친 듯이 바라보았다.거미들이

줄지어 그 시체들로부터 황급히 달아나고 있는 게 보였다.소리라고는 복도 양쪽에

있는 교실에서 들려오는 선생님들의 희미한 목소리들뿐이었다.들아나면,아무도 그가

그곳에 있었다는 걸 알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그는 그들을 이대로 여기에 누워있게

내버려둘 수 가 없었다....도움을 요청해야 했다...그렇지만 그가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누가 믿어줄까? 그가 전전긍긍하며 서 있을 때,바로 옆에 있는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소리의 요정 피부스가 튀어나왔다.

"이런,꼬맹이 포터로군!" 피브스가 옆으로 급히 움직이다가 해리의 안경을 쳐서

비뚤어지게 했다. "포터 뭐하니? 포터가 왜 숨어있-" 피브스가 말을

멈추더니,공중제비를 하며 반쯤 갔다.그리곤 물구나무로 선 그가,저스틴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발견했다.그는 얼른 몸을 바로하고,숨을 가득 들이마시더니,해리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소리쳤다. "습격이에요! 습격! 습격이 또다시 일어났어요! 사람도

유령도 안전하지 못해요!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세요! 습겨겨격!"

쾅-와르르-쾅-복도에서 문이 잇따라 활짝 열리며 사람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다.한참 동안이나 계속되는 혼란 속에서,사람들이 저스틴을 밝고 지나가거나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뚫고 지나가는 일이 벌어졌다.선생님들이 조용히 하라고 소리칠 때

해리는 아이들이 자신을 꼼짝 못하게 벽에다 밀어붙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맥고나걸

교수가 변신술 수업을 받던 학생들과 함께 달려왔는데ㅡ한 아이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흑백으로 온통 줄무늬가 처진 채였다.그녀는 요술지팡이를 이용해 펑 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어 조용히 시킨 뒤 모두들 교실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아이들이 다 교실로

들어가 버릴 때쯤 후플푸프 학생인 어니가 숨을 헐떡이며 도착했다.

"모두 얘가 그런 거예요!" 어니가 얼굴이 새하얗게 되어.손가락으로 해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만하면 됐다,맥밀란!" 맥교나걸 교수가 날카롭게 말했다.피브스는 머리 위에서

심술궂게 웃으며 까불까불 움직이면서 그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피브스는 언제나

혼란을 좋아했다.선생님들이 허리를 굽혀 저스틴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살피자,피브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포터,이 천덕꾸러기야,오,무슨 짓을 한 거야 학생들일 죽이다니,넌 그게

재미있는지 모르지만-"

"이제 그만해,피브스!" 맥고나걸 교수가 큰소리로 호통치자 피브스가 해리에게

혓바닥을 쏙 내밀고는 뒤로 붕 날아가 사라져 버렸다.저스틴은 플리트윅 교수와

천문학과의 시니스트라 교수에 의해 병동으로 옯겨졌지만,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결국,맥고나걸 교수는 마술로 허공에서

커다란 부채를 하나 만들어내더니,그것을 어니에게 주며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계단

위로 둥둥 떠가게 하라고 지시했다.어니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이렇게 되자 이제

해리와 맥고나걸 교수만 남게 되었다.

"이쪽으로 와라,포터." 그녀가 말했다.

"교수님." 해리가 즉시 말했다. "전 맹세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이 일은 내 소관 밖이다,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들은 말없이

복도 끝의 모퉁이를 돌아가 커다랗고 굉장히 이상하게 생긴 이무기 돌 앞에서 멈춰

섰다.

"레몬 방울!" 그녀가 말했다.그게 암호였는지,갑자기 아무기 돌이 움직이더니 뒤에

있는 벽이 돌로 쩍 쪼개지며 옆으로 비켜섰다.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해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 벽 뒤에는 꼭

에스컬레이터처럼 위로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는 나선형의 계단이 있었다.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계단 위에 발을 들여놓자,벽이 쿵 하며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그들은

빙글빙글 돌며,계속해서 위로 위로 높이 올라갔고,마침내 약간 현기증이 날

때즘,눈앞에 놋쇠로 만든 그리핀 모양의 고리쇠가 달린 박달나무 문이 어슴푸레

빛나고 있었다.그는 이제야 맥고나걸 교수가 어디로 데려온 건지 알았다.이곳은

덤블도어 교수의 거처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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