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불의 잔(제4권 i)
조앤·K·롤링/김혜원·최인자 옮김
제1장
리들 하우스
리들 가족이 그 저택에서 살았던 것은 벌써 수십 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리틀 행글턴
마을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그 저택을 '리들 하우스'라고 불렀다. 기들 하우스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는데,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않아서 유리창이 여기저기
깨져 있었으며 지붕도 군데군데 기와가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깨진 창문들을 가리기 위해
덕지덕지 붙여 놓은 나무 판자는 마치 흉터처럼 보였다. 제멋대로 뻗은 담쟁이 덩굴은 리들
하우스를 온통 무성하게 뒤덮고 있었다. 한때는 훌륭한 정원이 딸린, 인근 몇 킬로미터
내에서 가장 웅장하고 장엄한 건물이라는 명성을 자랑했던 리들 하우스는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 황폐하고 버려진 저택이 되었다.
리틀 행글턴 사람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서 그 낡은 저택이 어쩐지 '으스스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50년 전에 리들 하우스에서 벌어진 어떤 이상하고 끔찍한 사건 때문이었다.
마을 노인들은 아직까지도 얘깃거리가 떨어지면 으레 그 당시에 벌어졌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떠들기를 좋아했다. 오랜 세월 동안 수없이 우려낸 그 이야기는 여기저기 새로운
내용이 덧붙여져서 이제는 더 이상 진실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누가 이야기하든 처음 시작 부분은 똑같았다. 50년 전의 어느 여름날 새벽,
하녀가 거실로 들어갔다가 리들 가족 세 사람이 모두 처참하게 죽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리들 하우스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던 시절에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깜짝 놀란 하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미친 듯이 마을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자던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깨웠다.
"주인님 식구들이 모두 죽었어요! 두 눈을 부릅뜬 채, 바닥에 쓰러져 있어요!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어요! 저녁 식사 때 모습 그대로 말이에요!"
경찰은 그 신고를 받자마자 즉시 출동했다. 리틀 행글턴 마을 전체가 온통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리들 가족의 참사를 보고 흥분과 호기심을 감출 수 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시끌벅적하게 떠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빈말이나마 리들 가족을
애도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리들 가족은 그 마을에서 원성이 자자했기 때문이었다.
리들 부부는 돈이 많은 부자였지만 거만하고 무례한 속물이었으며, 아들인 톰은 부모보다
한 술 더 뜨는 인물이었다.
그러므로 마을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건 오직 살인자가 과연 누구일까 하는
것이었다. 멀쩡히 살아 있던 건강한 가족 세 명이 하룻밤 사이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떼죽음을 당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에 '사형수'라는 이름의 선술집은 수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온 마을이
살인자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리들 하우스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사람이 나타나자, 일순 분위기가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요리사는 선술집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조금 전데 프랭크 브라이스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따뜻한 집을
놔두고 선술집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충분히 그 보상을 받은 셈이었다.
"프랭크가!" 그 소식을 듣고 몇 사람이 깜짝 놀라면서 소리쳤다. "그럴 리가 없어!"
프랭크 브라이스는 리들 하우스를 관리하는 정원사였다. 프랭크는 리들 하우스 정원에
있는 아주 초라한 오두막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딱딱하게 마비된 다리를 끌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프랭크는 지금까지 줄곧 리들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성미가
유별나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거나 시끄러운 것을 지독하게 싫어했다. 사람들은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요리사에게 술을 사 주면서 주위로 몰려들었다.
"나는 항상 그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백포도주를 네잔이나 마신 후에 요리사는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성격이 좀 무뚝뚝했어요. 아마도
백번은 더 대접했을 거예요. 하지만 프랭크는 절대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어요."
"아, 그건……." 바에 있던 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프랭크는 아주 끔찍한 전쟁을
겪었어요. 그래서 혼자 조용히 살고 싶었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그게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만한 이유는……."
"그 사람 말고는 또 누가 뒷문 열쇠를 갖고 있죠?" 요리사가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정원사는 오두막집에 항상 비상 열쇠를 보관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지난 밤에 강제로 문을
부수고 들어온 흔적은 전혀 없어요! 깨진 창문도 없다구요! 프랭크는 우리가 잠자고 있는
틈을 타서 그 커다란 저택으로 몰래 들어갔던 거예요."
마을 사람들은 서로 의혹에 찬 시선을 주고받았다.
"나는 항상 그 사람이 험상궂게 보인다고 생각했어.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남을 사람이야."
바에 있던 한 남자가 툴툴거렸다.
"프랭크의 성격이 괴팍하게 변한 건 다 전쟁 탓이라오."
선술집 주인이 한마디 거들었다.
"전에도 제가 한번 말한 적이 있죠. 나라면 절대로 프랭크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안 그래요, 도트?"
구석에 앉아 있던 여자가 약간 흥분한 듯이 말했다.
"그래, 성질이 더럽긴 하지." 도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아직도 생각나.
프랭크가 어렸을 때……."
다음날 아침이 되자, 리틀 행글턴 마을에서는 프랭크 브라이스가 리들 가족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웃 마을 그레이트 행글턴의 어둠침침한 경찰서에서는 프랭크가 완강하게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하고 있었다. 그는 리들 가족이 죽던 날 밤에 그 저택 근처에서 본
사람이라고는 새까만 머리카락에 얼굴이 창백한, 그 마을에서 처음 본 십대 소년뿐이라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하지만 리틀 행글턴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 중에서 그런 소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므로, 경찰은 프랭크가 꾸며 낸 이야기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사태는 프랭크에게 아주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리들 가족의 검시 결과는
단번에 모든 상황을 바꿔 놓고 말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경찰도 이렇게 이상한
보고서를 받아 보기는 처음이었다. 시체를 부검한 검시관 팀은, 리들 가족 중에서 어느
누구도 독살되거나 날카로운 무기에 찔리거나 총에 맞거나 목이 졸렸거나 혹은 그들이
파악할 수 있는 그 어떤 종류의 상해도 입은 흔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시관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리들 가족은 죽었다는 점 이외에는 모두들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한 상태라고 적혀 있었다. 검시관들도 그 시체를 보고 몹시 당황한 것 같았다. 보고서
끝 부분에는(그래도 그 시체에서 무엇인가 이상한 점을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굳게 결심한
듯이) 리들 가족은 모두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다.
하지만 경찰이 그 보고서를 보고 몹시 실망하면서 투덜거린 것처럼, 도대체 하루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던 사람들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냥 겁에 질려서 죽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세 사람이 한꺼번에 죽임을 당하다니……
리들 가족이 살해되었다는 증거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던 경찰은 프랭크를 석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얼마 후에 리들 가족은 리틀 행글턴 마을의 교회 묘지에 매장되었다.
리들 가족의 묘는 한참 동안이나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아직 의혹의 검은
구름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프랭크 브라이스가 리들 하우스의 정원에 있는 자신의
오두막집으로 돌아갔다.
"난 프랭크가 리들 가족을 죽인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 경찰이 무슨 말을 하든 나는 믿을
수 없어." '사형수'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도트가 말을 이었다. "만약 프랭크에게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이 마을을 떠나겠지. 프랭크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걸 우리가
뻔히 다 알고 있는데……별 수 있겠어?"
하지만 도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프랭크는 리틀 행글턴을 떠나지 않았다.
프랭크는 여전히 리들 하우스에 머물면서 새로 입주한 다른 가족을 위해 정원을 가꾸어
주었다. 그리고 또 그 다음에 이사온 가족을 위해서……. 왜냐하면 리들 하우스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가족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리들 하우스에 입주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 저택이 어쩐지 불쾌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 원인이 가운데 하나가
프랭크였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되자 그 저택은 곧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 어떤 사람이 리들 하우스를 구입했다. 그런데 새로운 주인은 그 마을에서 살지도
않았으며 그 저택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 사람이 '세금상의
이유' 로 저택을 보유만 하고 있는 거라고 수군거렸지만, 그 내막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부유한 소유주는 정원 일을 하는 프랭크에게 계속해서 임금을 주었다. 일흔일곱
번째 생일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프랭크는 거동이 몹시 불편한 상태였다. 귀도 거의
들리지 않았으며 부상당한 다리도 점점 더 뻣뻣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좋을
때에는 여전히 꽃밭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마을 사람들에 의해 목격되곤 했다.
그래도 잡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성하게 자라서 거의 프랭크를 뒤덮을 정도였다.
잡초를 뽑는 일이 몹시 힘들긴 했지만, 마들 소년들의 적대적인 태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을 소년들은 습관적으로 리들 하우스의 창문을 향해 돌을 던지곤 했다. 마을
소년들은 또 프랭크가 열심히 일해서 말끔하게 가꾸어 놓은 잔디밭으로 자전거를 몰고
들어오기 일쑤였다. 한두 번은 그냥 낡은 저택 안으로 침입한 적도 있었다.
마을 소년들은 프랭크 노인이 헌신적으로 저택과 정원을 가꾸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정원으로 나온 프랭크가 지팡이를 마구 휘둘러 가며
쉰 목소리로 고함을 질러대는 모습을 보고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 마을 소년들이 자신을 괴롭히는지 프랭크는 그 이유를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 애들은 프랭크가 리들 가족을 죽인 살인자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 애들을 키우는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그래서 8월의 어느 날 밤, 문득 잠에서 깨어난 프랭크가
낡은 저택에서 뭔가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 보았을 때에도, 처음에는 그저
마을 소년들이 또다시 짓궂은 장난을 하는 줄만 알았다.
프랭크가 잠에서 깨어난 건 다리의 통증 때문이었다. 점차 나이가 들면서 다리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프랭크는 뻐근한 무릎의 통증을 달래기 위해 물병에 더운 물이나
다시 채울 요량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부엌으로 들어간 프랭크는
수도꼭지를 틀어서 주전자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든 프랭크의 눈에,
리들 하우스의 이층 창문에서 희미하게 깜박거리는 불빛이 보였다.
프랭크는 단번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마을 소년들이 또다시
저택으로 침입한 것이다. 불빛이 깜박거리는 걸 보면, 이제 막 불을 피우기 시작한 것
같았다.
리들 가족 살해 사건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가서 심문을 당했던 프랭크는 그
이후로 줄곧 경찰을 불신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애시당초 경찰서에 연락할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게다가 프랭크의 오두막집에는 전화기가 없었다.
프랭크는 즉시 주전자를 내려놓은 후에 아픈 다리를 이끌고 이층으로 올라가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잠시 후에 다시 부엌으로 들어간 프랭크는 고리에 걸려 있던 녹슬고
낡은 열쇠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벽에 기대 놓았던 지팡이를 짚고 밖으로 나갔다.
리들 하우스의 현관은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간 흔적이 전혀 없었다. 창문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절뚝거리면서 저택 뒤로 걸어간 프랭크는 담쟁이 덩굴로 거의 가려진 뒷문을
향해 살며시 다가갔다. 그리고 낡은 열쇠를 꺼내서 자물쇠에 집어 넣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문을 열었다.
프랭크는 동굴처럼 어두운 부엌으로 들어갔다. 무엇인가 썩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비록 여러 해 동안 저택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었지만, 프랭크는 짙은 어둠
속에서도 현관으로 통하는 문의 위치를 똑똑히 기억할 수 있었다. 프랭크는 손으로 앞을
더듬으면서 문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혹시라도 누군가의 발소리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어서 귀를 쫑긋 세운 채, 프랭크는 현관으로 걸어갔다.
현관문 양쪽에 있는 창살이 달린 창문 덕분에 그 주위는 약간 밝았다. 프랭크는 바닥에
먼지가 잔뜩 쌓여 있는 것을 천만 다행으로 여기면서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두껍게 쌓인 먼지 덕분에 프랭크가 올라가는 발소리나 지팡이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층계참에서 오른쪽으로 막 돌아섰을 때, 프랭크는 단번에 침입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챘다. 복도 끝에 있는 문이 조금 열려있었던 것이다. 그 틈새로 흘러나온 불빛이 어두운
복도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프랭크는 지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조용히 그 문을 향해 다가갔다. 프랭크는
조심스럽게 방을 살짝 엿보았다. 벽난로에서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대관절 누가
벽난로에 불을 피운 것일까?
갑자기 방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프랭크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목소리는 잔뜩 겁에 질려서 덜덜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시장하지 않으십니까? 아직 병에 조금 더 남아 있습니다, 주인님."
"그건 나중에 먹도록 하지." 또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이번에도 역시 어떤 남자의
목소리였지만, 아주 날카롭고 찬 바람이 쌩 지나갈 정도로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 프랭크는 뒤통수에 드문드문 나 있는 머리카락이 바싹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웜테일, 나를 옮겨라. 벽난로와 좀더 가까운 곳으로……."
프랭크는 좀더 잘 들으려고 오른쪽 귀를 문에 바싹 갖다대었다. 달그락하고 무엇인가
딱딱한 것 위에 병을 내려놓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무거운 의자가 움직이면서
마룻바닥을 긁는 것 같은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작달막한 체구의 남자가 문쪽으로 등을
돌린 채, 의자를 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는 그 사람의 뒤통수는
머리카락이 거의 없는 대머리였다. 잠시 후에 그 사람의 모습이 프랭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기니는 어디 있나?"
차가운 목소리가 물었다.
"저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인님. 아마도 주위를 감시하기 위해 나간 것
같습니다……."
웜테일이 초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내기니의 독을 뽑아라, 웜테일." 두 번째 목소리가 명령했다.
"아무래도 나는 밤에 다시 그걸 먹어야 할 것 같다. 여행을 해서 그런지 몹시 피곤하군."
프랭크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채, 귀를 바싹 갖다대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에 웜테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주인님, 얼마 동안 이곳에 머무를 예정입니까?"
"일주일." 차가운 목소리가 대답했다. "어쩌면 좀더 오랫동안 있게 될지도 모르지. 이곳은
그런대로 편안하군. 그 계획은 아직 시작할 수 없어. 퀴디치 월드컵이 끝나기 전에 행동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까……."
그 순간 프랭크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 마디가 굵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볐다.
'퀴디치'라는 이상한 말을 듣긴 들었지만, 아마도 귓속을 메우고 있는 귀지 때문에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퀴…… 퀴디치 월드컵이라뇨, 주인님?" 웜테일이 의아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프랭크는 손가락으로 훨씬 더 세게 귓구멍을 후볐다). "용서하세요, 주인님. 하지만……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아요……. 어째서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
"정말 멍청하군, 웜테일. 지금은 세계의 모든 마법사들이 영국으로 몰려들고 있단 말이다.
그리고 골치 아픈 마법부 놈들이 전부 나서서 눈에 불을 켜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신원을 확인할 거야. 머글들이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도록 철통같이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을 테니까…….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게 좋아."
프랭크는 더 이상 귀를 후비지 않았다. '마법부'와 '마법사' 그리고 '머글'이라는 이상한
단어들을 자신의 귀로 똑똑히 들었던 것이다. 이런 식의 표현들은 어떤 비밀스러운 것을
의미하는 게 분명했다. 이런 암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딱 두 종류밖에 없었다. 스파이와
범죄자. 프랭크는 지팡이를 더욱 단단히 잡으면서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주인님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까?"
웜테일이 신중하게 물었다.
"물론이다, 웜테일."
차가운 목소리가 마치 위협이라도 하듯이 날카롭게 대답했다. 잠시 동안 답답한 침묵이
흘렀다. 웜테일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재빨리 말했다. 마치 용기를 잃어버리기 전에 꼭
말해야겠다는 듯이…….
"해리 포터가 없더라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주인님?"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침묵이 조금 더 길었다.
"해리 포터 없이 그 일을 하자는 말이냐?" 두 번째 목소리가 나지막이 말했다.
"알겠다……."
"주인님, 제가 그 아이를 걱정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웜테일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0아지고 있었다. "그 아이는 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만약에 우리가 다른 마녀나 마법사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일이
훨씬 더 빨리 끝날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어떤 마법사를 이용하더라도
상관이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틀 안에 적당한 사람을 데리고 돌아올 자신이 있습니다!
만약 잠시 동안 주인님 곁을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말입니다. 제가 변장에 아주
능숙하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다른 마법사를 이용할 수도 있지. 그건 사실이야……."
두 번째 목소리가 신중하게 말했다.
"주인님, 그렇다면 아주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해리 포터에게 손을 뻗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애는 워낙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어서……."
웜테일은 이제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자네는 자진해서 다른 마법사를 데리고 오겠다는 건가? 나를 돌보는 일이……
귀찮고 따분해서 그런 게 아닌가? 웜테일, 혹시 나를 버리고 달아나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주인님! 전…… 전 주인님을 떠날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전혀!"
"거짓말하지 마!" 두 번째 목소리가 마치 위협을 하듯이 말했다. "웜테일, 난 모든 걸 알
수 있어! 너는 나에게 돌아온 걸 후회하고 있지. 그래, 내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비위가
상하는 거야, 나를 볼 때마다 네가 움찔움찔 한다는 걸 다 알고 있어. 나를 만질 때마다
몸서리를 치는 것도 다 느낄 수 있지……."
"아니에요! 저는 헌신적으로 주인님께……."
"나에게 헌시하는 건 단지 네가 비겁하기 때문이야. 달리 갈 곳이 있었다면 굳이 나를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자네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몇 시간마다
그걸 먹어야 하는데? 도대체 누가 내기니의 독을 뽑아 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주인님은 기력을 많이 회복하신 것 같습니다. 힘도 아주 강해졌고……."
"거짓말!" 두 번째 목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조금도 강해지지 않았어. 단지
며칠만이라도 혼자 남게 되면……. 너의 서투른 간호로 그나마 회복한 힘마저도 죄다
잃어버리고 말 거야. 입닥쳐!"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고 있던 웜테일이 즉시 입을 다물었다.
잠시 동안 프랭크는 딱딱거리면서 타 들어가는 장작 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또다시 두 번째 남자가 저의 쉬쉬거리는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아이를 이용하는 건 내가 이미 너에게 설명한 것처럼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일에 다른 마법사를 이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나는 무려 13년
동안이나 끈기 있게 기다렸어. 몇 달 정도 더 기다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 내 계획대로
하기만 하면, 그 아이를 감싸고 있는 보호 따위는 무용지물이 될 거야. 오직 네가 약간만 더
용기를 내면 된다, 웜테일. 볼드모트 경의 엄청난 분노를 보고 싶지 않다면 어서 용기를
되찾으란 말이다!"
"주인님, 하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저는 머리 속에서 그 계획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 보았습니다. 주인님, 버사 조킨스의 실종은 금방 세상에 알려지게 될
겁니다. 만약 우리가 계속 이 일을 진행한다면, 만약 제가 저주를 내린다면……."
웜테일은 거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지껄였다.
"만약이라구?" 두 번째 목소리가 속삭였다. "만약? 만약 웜테일, 네가 충실하게 나의
계획을 따르기만 한다면, 마법부는 그런 일에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다. 조용히
해치우도록. 공연히 법석 떨지 말고……. 내가 직접 그 일을 처리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의 내 상태로는……. 자, 웜테일. 이제 장애물 하나만 더 없애면 해리
포터를 손에 넣는 건 식은 죽 먹기야. 너 혼자 그 일을 하라는 게 아니다. 때가 되면, 나의
충실한 부하가 다시 우리와 합류할 것이다!"
"저도 충실한 부하입니다!"
웜테일은 약간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웜테일, 난 똑똑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 필요해.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충성심을 갖고 있는
사람도……. 그런데 자네는 불행하게도 그 어느 쪽으로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해."
"하지만 주인님을 찾아낸 건 접니다." 웜테일은 언짢은 기색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말했다.
"주인님을 찾아낸 건 바로 저라구요, 게다가 버사 조킨스를 데리고 온 사람도……."
"그건 사실이지." 두 번째 남자가 재미있다는 투로 말했다. "그런데 웜테일, 네가 어떻게
해서 그런 똑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 하지만 자네는 그 여자가 얼마나
유용한지 전혀 모르고 있지 않았나? 안 그런가? 자네가 버사를 잡아 왔을 때만 해도……."
"저는…… 저는 버사가 유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님!"
"거짓말!" 두 번째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이전보다도 더욱 재미있다는 투였다.
"하지만……버사의 정보가 매우 요긴했다는 사실만은 부인하지 않겠다. 만약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절대로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테니까……. 그 점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받게 될 것이다, 윔테일. 나는 자네가 날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을 수행하도록 할 생각이다.
나를 따르는 수많은 추종자들이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지경인 그런 일을 말이다.……."
"저…… 정말이세요, 주인님? 혹시 무슨 일인지?"
웜테일은 다시 겁에 질린 것 같았다.
"아, 웜테일. 지금 그 일을 알려 주면 뜻밖의 선물이 될 수 없지 않은가? 자네의 역할은
제일 마지막에 있을 거야……. 하지만 약속하지, 자네는 버사 조킨스만큼이나 유용했었다는
영예를 안게 될 거야."
"혹시……. 혹시……." 입이 바짝 말랐는지 웜테일의 목소리가 갑자기 탁하게 변했다.
"저도…… 죽이려는…… 건가요?"
"웜테일, 웜테일." 차가운 목소리가 달래듯이 말했다. "내가 왜 자네를 죽이겠나? 내가
버사를 죽인 건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어. 심문이 끝난 추에 버사는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었지. 한마디로 무용지물이었어. 마법부로 돌아간 버사가 휴가를 즐기던 도중에
자네를 만났다고 상부에 보고하면 어떻게 되겠나? 마법부는 당장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발칵 뒤집히겠지. 마법부는 당장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발칵 뒤집히겠지. 마법부의
마녀가 지금까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마법사들을 길가 여관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하면
좋을 게 뭐가 있겠나?"
웜테일은 프랭크가 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낮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두 번째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 웃음 소리는 말투만큼이나 차갑고 불쾌한 인상을 주었다.
"차라리 버사의 기억을 바꾸는 게 좋았을 거라구? 그녀를 죽이지 않고 말이지? 아니야,
웜테일, 그건 너무 위험해. 기억력 마법은 강력한 마법사의 힘으로 깨어질 수도 있거든.
내가 버사를 심문할 때 이미 입증되었던 것처럼……. 버사로부터 빼낸 정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기억력에 대한 모욕이 될 거야, 웜테일."
복도에 서 있던 프랭크는 손에서 지팡이가 미끄러지는 것을 느꼈다. 손바닥에서 땀이
축축하게 배어 나왔기 때문이다.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차가운 목소리의 남자가
어떤 여자를 살해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양심의 가책도 없이 태연하게 그 사실을 말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즐거운 듯이……. 그 남자는 몹시 위험한 인물이다. 미치광이다. 그리고
더욱 많은 살인을 계획하고 있다. 해리 포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 아이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프랭크는 지금부터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사악한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즉시 경찰에 알려야만 한다. 몰래 이 저택에서 빠져나간 후에 곧장
마을로 내려가서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야만 한다…….
그 때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프랭크는 엉거주춤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한 번만 더 저주를 내리면……호그와트에 있는 나의 충실한 부하가……. 해리 포터는
이미 내 손아귀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다, 웜테일. 그건 분명해. 더 이상의 논쟁은 하지
않겠다. 쉿! 조용히……. 내기니의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갑자기 두 번째 남자의 목소리가 야릇하게 변했다. 그 남자는 프랭크가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프랭크는 아마도 그 남자가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쉿쉿 거리면서 섬뜩한 소리를
내뱉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프랭크의 등 뒤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복도를 향해 고개를
돌린 프랭크는 깜짝 놀라서 그만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고 말았다. 어떤 물체가 주르르
미끄러지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물체가 벽난로 불빛이 비치는 곳까지 다가오자, 프랭크는
그것이 길이가 무려 4미터나 되는 거대한 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대한 뱀은 두꺼운 먼지가 쌓인 마룻바닥에 구불구불한 자국을 남기면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프랭크는 너무나 무서워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뱀을 피하는 방법은 오직 살인자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길뿐이었다. 만약 프랭크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꾸물거린다면 거대한 뱀이
달려들어서 죽이고 말 것이다.
그러나 미처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그 뱀은 벌써 프랭크의 발 밑을 기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뱀이 프랭크를 스치면서 지나갔던 것이다. 마치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거대한 뱀은 문간 너머에 있는 차가운 목소리의 주인공이
내는 쉿쉿거리는 소리를 따라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뱀꼬리가 문틈
사이로 사라졌다.
프랭크는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팡이를 잡고 있는 손이
마치 경련이라도 일어나 것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차가운 목소리의 남자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쉿쉿거렸다. 문득 프랭크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 남자는 지금 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프랭크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뜨거운 물병을 가지고 편안한 침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리가 전혀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리가 저절로 후들후들 떨렸다.
"조금 전에 내기니가 흥미로운 말을 했다네, 웜테일."
차가운 목소리가 불쑥 입을 열었다.
"저……정말인가요, 주인님?"
웜테일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정말이야, 그래." 차가운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지금 방문 앞에서 머글 늙은이가 서
있다는 거야. 우리의 말을 엿들으면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거칠게 방문이 열렸다. 프랭크는 미처 몸을 숨길 틈이
없었다. 땅딸막한 체구의 대머리 남자가 공포와 불안감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프랭크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머리 남자의 눈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으며 코는 불쾌한 느낌이 들
정도로 뾰족했다. 나이가 별로 많은 것 같진 않았지만 머리카락은 온통 하얗게 세어 있었다.
"어서 그 사람을 안으로 모시게, 웜테일. 손님이 오셨는데 예의를 차려야지?"
차가운 목소리는 벽난로 앞에 놓여 있는 낡은 안락의자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프랭크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거대한 뱀은 마치 끔찍하게 만든
애완견의 모조품처럼 낡을 대로 낡은 벽난로 깔개 위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다.
웜테일은 프랭크를 쳐다보면서 어서 방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프랭크는 지팡이를
더욱 굳게 잡고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문턱을 넘어갔다. 하지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방을 비추는 빛이라곤 벽난로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전부였다.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불빛은 벽에 가늘고 기다란 그림자를 만들어 놓았다. 프랭크는 안락의자의 등받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안락의자에 앉아 있던 그 남자의 키가 아주 작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걸 들었나, 머글?"
그 남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날 뭐라고 불렀소?"
프랭크는 용기를 내면서 반문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프랭크는 오히려 더욱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전쟁터에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머글이라고 불렀다." 차가운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그 말은 당신이 마법사가 아니라는
뜻이지."
"마법사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난 모르겠소." 프랭크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건 그저 오늘 밤에 경찰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뿐이오. 당신은 이미 살인을 저질렀고 앞으로 더욱 많은 살인을 저지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소! 하지만 당신은 나를 해칠 수 없을 거요." 프랭크는 문득 생각이 난 것처럼
이렇게 덧붙었다. "아내는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소. 만약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당신은 아내가 없어." 차가운 목소리가 아주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당신이 여기에 있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당신은 이곳에 온다는 말을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어.
볼드모트 경에게 거짓말을 하지 마, 머글. 나는 다 알고 있어……. 언제나 다 알고 있단
말이야……."
"그래?" 프랭크가 거칠게 말했다. "자네가 귀족이란 말이지? 그런데 당신은 아주 무례하군.
도통 예의가 없어. 뒤로 돌아서서 남자답게 얼굴이라도 좀 보고 말하는 게 어때?"
"하지만 난 보통남자가 아니야, 머글." 차가운 목소리는 간신히 들릴 정도로 나지막이
말했다. 불꽃이 탁탁 소리를 내면서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인간보다 훨씬, 훨씬 더 위대한
존재니까. 하지만…… 왜 안 되겠나? 좋아. 당신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도록 하지…….
웜테일, 의자를 좀 돌려라."
부하가 투덜거리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지금 뭘 하고 있나, 웜테일?"
작달막한 체구의 남자는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웜테일은
볼드모트가 앉아 있는 안락의자를 향해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벽난로 깔개 위에는
거대한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웜테일은 서서히 안락의자를 돌리기 시작했다. 안락의자의
다리가 벽난로 깔개에 걸리자, 뱀이 삼각형 모양의 징그러운 머리를 꼿꼿하게 치켜들었다.
잠시 후에 벽난로를 향해 놓여 있던 안락의자가 방향을 바꾸었다. 프랭크는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프랭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팡이를 마룻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공포에 마구 질려서 마구 비명을 질렀다. 완전히 넋이
빠져버린 프랭크는 안락의자에 앉아 있던 그것이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리면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프랭크는 초록색 불빛이 번쩍 빛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뭔가 허공을 가르면서 휙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프랭크 브라이스는 썩은 통나무처럼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몸이
바닥에 채 닿기도 전에 죽었다.
리들 하우스에서 3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 해리 포터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