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장 (115/194)

제26장 본 것과 보지 못한 것 

루나는 리타의 해리 포터 인터뷰 기사가 언제쯤 '이러쿵저러쿵'에 실릴지 잘 

모르겠다고 모호하게 대답했다. 그의 아버지는 최근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를 

관찰한 길고도 멋진 기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건 아주 중요한 기사야. 그러니까 해리는 다음 호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루나는 태평스럽게 말했다. 

해리는 볼드모트가 돌아왔던 그날 밤에 대해서 말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리타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꼬치꼬치 캐물었고, 해리는 기억나는 

것을 모두 다 털어놓았다. 세상에 진실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기사를 보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가 완전히 

미쳤다고 더욱더 확신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그의 기사가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에 관한 그 황당무계한 기사와 나란히 실렸다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벨라트릭스 레스트랭과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의 탈옥으로, 해리는 

소용이 있든 없든 뭔가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네가 잡지에 실린 걸 보면 엄브릿지가 어떻게 나올지 정말 궁금한데." 

월요일 저녁 식사 시간에 딘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딘의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시무스는 묵묵히 자기 접시에 치킨 햄파이를 잔뜩 덜고 있었지만, 해리는 

시무스 역시 그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옳은 일을 한 거야, 해리." 

해리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네빌이 말했다. 그는 약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그... 그 이야기를... 하느라... 꽤... 힘들었겠다. 안 그래?" 

"맞아. 하지만 사람들도 볼드모트가 뭘 하는지 알아야만 해. 안 그래?" 

해리가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그래, 맞아." 

네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죽음을 먹는 자들도... 꼭 알아야만 해..." 

네빌은 말꼬리를 흐리더니 다시 구운 감자를 먹기 시작했다. 문득 시무스가 

고개를 들다가 해리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접시로 시선을 떨구었다. 잠시 

후에 딘과 시무스, 네빌은 휴게실로 향했고, 해리와 헤르미온느만 자리에 남아서 

론을 기다렸다. 그는 퀴디치 연습 때문에 아직 저녁 식사에도 오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초 챙이 친구인 마리에타와 함께 연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해리는 

뱃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는 그리핀도르 테이블 쪽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에게 등을 돌린 채, 자리에 앉았다. 

"아참, 너에게 물어본다는 걸 깜박 잊었어." 

헤르미온느가 래번클로 테이블을 힐끗 넘겨다보면서 유쾌하게 물었다. 

"초와 데이트하다가 무슨 일이 있었니? 왜 그렇게 빨리 돌아온 거야?" 

"어... 그게..." 

해리는 갈색 소스를 얹은 크럼블 접시를 앞으로 끌어당기더니 먹기 시작했다. 

"완전히 엉망진창이었어."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몇 분이 지나고 크럼블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모두 사라질 무렵, 해리도 

이야기를 끝냈다. 

"결국 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중에 보자, 그러고는 달려 나가 

버렸어!" 

해리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헤르미온느를 쳐다보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헤르미온느는 초의 뒷모습을 힐끗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몹시 

유감스러운 듯이 말했다. 

"오, 해리. 미안한 말이지만 넌 정말 눈치라곤 전혀 없구나." 

"나? 내가 눈치가 없다고?" 

해리가 화를 냈다. 

"불과 일 분 전까지만 해도 잘 지내다가, 금방 로저 데이비스가 자기더러 

외출을 하자고 했다는 말을 하잖아. 게다가 케드릭과 그 한심한 찻집을 

드나들면서 사랑을 나누었다는 둥. 도대체 그런 말을 듣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 거지?" 

"이거 봐." 

헤르미온느는 성질 급한 어린아이에게 1 더하기 1이 2라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너는 데이트를 하던 도중에 나를 만나러 가겠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 

"하지만... 하지만, 나에게 열두 시에 만나자고 한 건 너였어. 초를 데리고 

오라고 말한 것도 너였고. 그런데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 내가 약속을 지킬 

수가 있었겠어?" 

해리가 침을 튀기며 흥분했다. 

"다른 식으로 말했어야지."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상대방을 미치게 만드는 끈기를 가지고 말했다. 

"너는 너무 귀찮고 짜증나지만, 내가 억지로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받아 냈다고 말했어야 했어. 넌 정말 가고 싶지 않고 초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이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를 만나러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초가 함께 가면 좋겠다, 그럼 훨씬 더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이런 식으로 말했어야지. 거기다 네 눈에 내가 얼마나 

못생겨 보이는지 모른다는 말을 한마디 덧붙여도 아주 좋았을 거야." 

"하지만 난 네가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아." 

해리가 어안이 벙벙해서 말하자, 헤르미온느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해리, 넌 론보다 더 형편없구나...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헤르미온느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때 온몸에 흙탕물을 뒤집어쓴 론이 

잔뜩 심통 난 얼굴로 터벅터벅 연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던 것이다. 

"이봐... 네가 날 만나러 가겠다고 말해서 초가 삐친 거야. 그래도 초도 날 질투 

나게 만들려고 했던 거지. 초는 나름대로 네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보려고 했던 거라고." 

"초가 그랬던 거야?" 

해리가 물었다. 한편 론은 그들 맞은편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닥치는 대로 

접시를 끌어당겼다. 

"차라리 너보다 자길 더 좋아하느냐고 나에게 직접 물어보면 훨씬 더 쉽지 

않았을까?" 

"여자들은 대개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솔직히 물어봤어야지! 그럼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해 주었을 텐데. 

그리고 두 번 다시 케드릭의 죽음에 대해서 요란을 떨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텐데 말이야!" 

"나도 초의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지니가 론과 똑같이 흙투성이가 되어서 

부루퉁한 얼굴로 나타났다. 

"난 다만 그때 초의 기분이 어땠는지 너에게 이해를 시켜주려고 하는 

것뿐이야." 

"넌 차라리 책을 쓰는 게 낫겠다." 

론이 감자를 자르면서 한마디 거들었다. 

"여자 애들이 하는 그 황당한 짓들을 남자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책 말이야." 

"그래." 

해리는 애타는 시선으로 래번클로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방금 자리에서 일어난 

초는 해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대로 연회장을 나가 버렸다. 몹시 낙심한 

해리는 론과 지니를 쳐다보았다. 

"그래, 퀴디치 연습은 어땠어?" 

"한마디로 악몽이었어." 

론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오, 그러지 마." 

헤르미온느가 지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아니야, 정말 그랬어." 

지니가 말했다. 

"끔찍했다니까. 막판에는 안젤리나가 거의 통곡할 뻔했어." 

저녁 식사를 마친 론과 지니는 목욕을 하러 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평소처럼 산더미 같은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 부산스런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돌아갔다. 해리가 한 시간 반 동안이나 천문학을 위한 새로운 별자리와 씨름을 

하고 났을 때, 프레드와 조지가 나타났다. 

"론과 지니는 여기 없니?" 

프레드가 의자를 끌어당기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해리가 고개를 흔들자, 

그가 입을 열었다. 

"잘됐다. 그 애들이 연습하는 걸 우리도 봤는데, 정말 완전히 묵사발 되겠더라. 

우리가 없으면 그 팀은 쓰레기야." 

"그래도 지니는 괜찮아." 

조지가 프레드 옆 자리에 앉으며 공정하게 말했다. 

"솔직히 지니가 그렇게 잘할 줄은 몰랐어. 우리는 퀴디치할 때 지니를 한 번도 

끼워 준 적이 없었거든." 

"지니는 여섯 살 때부터 정원에 있는 두 사람의 빗자루 창고에 몰래 들어가서, 

너희가 보지 않을 때면 빗자루를 하나씩 꺼내서 타 보곤 했어." 

헤르미온느가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이 높이 쌓인 고대 룬문자 책 더미 뒤에서 

말했다. 

"아하, 그렇다면 좀 이해가 되는군." 

조지가 꽤 인상적이라는 듯이 말했다. 

"론은 아직도 골대를 막지 못하고 있어?" 

헤르미온느가 '마법 상형문자와 기호' 책 너머로 얼굴을 내밀며 물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론도 골대를 막아 낼 수 있어." 

프레드는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할 일은 토요일에 퀘이플이 론 쪽으로 갈 때마다 관중에게 

제발 등을 돌리고 자기들끼리 떠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프레드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초조하게 창가로 걸어가서 어두운 

운동장을 내다보았다. 

"너희도 알겠지만, 퀴디치는 우리가 이 학교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이유야." 

그러자 헤르미온느가 엄한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잖아!" 

"벌써 말했잖아. 우린 N,E,W,T 같은 것 때문에 요란 떨지 않는다고 말이야. 

꾀병용 과자세트는 이제 거의 완성되었어. 그 종기를 어떻게 없앨지 방법을 

찾아냈거든. 그저 머트랩 용액을 한두 방울 섞으면 되는 거였어. 리가 우리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었지." 

조지는 늘어져라 하품을 하더니 구름 낀 저녁 하늘을 우울하게 내다보았다. 

"나는 과연 이번 시합을 보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어. 만약 자카리아스 

스미스가 우리 팀을 이긴다면, 난 죽고 싶을 거야." 

"차라리 그 녀석을 죽이지 그래." 

프레드가 강하게 말했다. 

"그게 바로 퀴디치의 문제점이야." 

헤르미온느가 다시 룬 문자를 해석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며 아무 생각 없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기숙사들 사이에 적대감과 긴장을 불러일으키거든." 

'주술사의 문자표'를 찾기 위해 잠깐 고개를 든 헤르미온느는 경악과 혐오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프레드와 조지, 해리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사실이잖아!"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건 단지 운동경기일 뿐이라고, 안 그래?" 

"헤르미온느, 사람의 감정이나 뭐 그런 일에는 네가 전문가일지 몰라도, 

퀴디치에 대해서는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해."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헤르미온느는 다시 해석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는 최소한 론의 수비 능력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이 

왔다갔다하지는 않아." 

하지만 해리도 다음 토요일이 되어 시합을 지켜보고 있자니, 퀴디치에 대해서 

전혀 무관심해질 수만 있다면 억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비록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 그 사실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천문탑에서 뛰어내리는 

편을 택하겠지만. 

이 시합에서 단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아주 금방 끝났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그리핀도르 관중은 불과 이십이 분 동안만 고통을 참고 견디면 되었다. 반면 

제일 나빴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해리 생각에는 론이 

열네 번이나 골대를 막는 데 실패한 거나 슬로퍼가 자신의 방망이로 블러저를 

치는 대신 안젤리나의 입을 친 거나 자카리아스가 퀘이플을 가지고 쏜살같이 

날아오자, 키르케가 비명을 지르며 빗자루 뒤로 굴러 떨어진 것 모두가 

막상막하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그리핀도르가 겨우 10점 차이로 시합에 졌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지니가 후플푸프의 수색꾼인 섬머비의 코앞에서 스니치를 

아슬아슬하게 낚아챈 덕에 최종 스코어가 240대 230이 되었다. 

"아주 잘 참았어." 

휴게실로 돌아온 지니에게 해리가 한마디 칭찬을 던졌다. 그리핀도르 휴게실은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였다. 

"운이 좋았어." 

지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스니치가 별로 빠르지 않은 데다가 섬머비가 감기에 걸려서 하필 그 중요한 

순간에 재채기를 하면서 눈을 감았거든. 어쨌든 해리가 다시 우리 팀에 돌아와 

주기만 하면..." 

"지니, 난 평생 출전 금지 조치를 당했어." 

"엄브릿지가 학교에 있는 동안에만 금지를 당할 거야." 

지니가 해리의 말을 다시 바로잡았다. 

"그건 커다란 차이가 있어. 어쨌든 일단 네가 다시 팀으로 돌아오면, 난 

추격꾼을 해볼 생각이야. 안젤리나와 앨리샤 모두 내년에는 학교를 떠나잖아. 

게다가 난 스니치를 찾는 것보다 골을 넣는 게 더 좋아." 

해리는 론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는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한 손에는 

버터 맥주병을 움켜쥔 채, 자신의 무릎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젤리나는 여전히 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어." 

지니가 마치 해리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그녀는 그가 재능이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어." 

해리는 안젤리나가 론에 대해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어쩌면 론이 그만 팀을 떠나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그를 더 배려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론은 또다시 슬리데린 응원단들이 입을 모아 신나게 불러 

대는 '위즐리는 우리의 왕' 합창을 들으며 운동장을 떠나야만 했다. 이제 

슬리데린 팀은 퀴디치 컵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프레드와 조지는 휴게실 안을 서성거렸다. 

"이제는 론을 놀리고 싶은 마음도 없어." 

프레드는 납작 찌그러져 있는 론을 바라보았다. 

"이거 봐... 저 녀석이 열네 번째 골을 놓쳤을 땐..." 

프레드는 마치 서서 개헤엄을 치는 사람처럼 두 팔을 마구 허우적거리는 

시늉을 했다. 

"어휴 그만두자. 더 이상은 나중을 위해서 아껴 두지." 

이 광경을 보자, 론은 곧바로 힘없이 발을 질질 끌며 침실로 올라갔다. 해리는 

그의 기분을 십분 헤아려서 잠시 기다렸다가 그 뒤를 따라갔다. 론이 잠자는 

척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과연 해리가 침실로 들어갔을 때, 론은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요란하게 코를 골고 있었다. 

해리는 시합을 생각하며 침대로 들어갔다. 경기장 밖에서 시합을 지켜보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짜증스러웠다. 지니의 활약이 무척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경기에 나갔다면 분명 더 일찍 스니치를 잡았을 것이다. 스니치가 

키르케의 발목 근처에서 팔락거리고 있는 순간이 있었다. 지니가 망설이지만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리핀도르 팀에 승리를 안겨 줄 수도 있었다. 

엄브릿지는 해리와 헤르미온느보다 몇 줄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기 

자리에 그대로 앉은 채, 한두 번 두꺼비처럼 커다란 입을 쫙 벌리고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해리가 보기에,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어둠 속에 누워서 그 

광경을 떠올리니, 더욱더 열이 치솟았다. 하지만 잠시 후에 해리는 스네이프가 

오클러먼시 수업이 끝날 때마다 매번 강조하던 대로, 잠이 들기 전에 모든 

감정을 비워야만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해리는 한동안 노력을 해보았지만, 엄브릿지에 대한 기억에다가 스네이프 

생각까지 떠올리고 나니 오히려 분노가 점점 더 끓어올랐다. 그리고 오히려 그 

두 사람이 얼마나 미운가 하는 생각만 또렷해졌다. 천천히 론의 코고는 소리가 

작아지면서 깊고 느린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리가 잠이 

들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렸다. 몸은 쓰러질 듯 피곤해도 머리까지 멈추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해리는 필요의 방에서 맥고나걸 교수가 백파이프를 연주하고 네빌과 

스프라우트 교수는 왈츠를 추는 꿈을 꾸었다. 한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해리는 문득 밖으로 나가서 다른 D,A 회원들을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방에서 나오자마자, 해리는 정신 나간 바르나바의 양탄자가 아니라, 돌 

벽 위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횃불과 마주쳤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창문이 전혀 없는 복도 제일 끝에 밋밋한 검은 문이 있었다. 

해리는 점점 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그 문을 향해 다가갔다. 이번에야말로 

마침내 행운을 자아서 저 문을 열 수 있을거라는 강력한 느낌이 들었다... 몇 

발짝 앞으로 다가간 해리는 오른쪽 밑으로 파랗게 빛나는 한 줄기 빛이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뛸 듯이 흥분했다. 문이 조금 열려 있었던 

것이다... 해리는 손을 내밀고 문을 좀더 열었다. 

론이 귀에 거슬릴 정도로 요란하게 진짜 코고는 소리를 냈다. 해리는 어둠 

속으로 오른손을 쭉 뻗은 채,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문이 수백 킬로미터 밖으로 

멀어졌다. 죄책감과 실망감이 뒤섞인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해리는 그 문 

안을 들여다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호기심에 몸이 달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론에 대한 짜증이 치솟았다. 

론이 조금만 늦게 코를 골았더라도... 

월요일 아침이 되자, 정확히 우편 배달 부엉이들이 오는 시간에 그들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 대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예언자 일보'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은 헤르미온느만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탈옥한 죽음을 먹는 

자들에 관한 소식을 듣고 싶어 했다. 여러 차례 목격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까지 붙잡히지 않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우편 배달 

부엉이에게 1크넛을 주고 황급히 신문을 펼쳐 들었다. 한편 해리는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1년 내내 그가 받은 것이라곤 딱 한 번 쪽지를 받은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첫 번째 부엉이가 그의 앞에 쿵 하고 내려앉았을 때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넌 누굴 찾아왔니?" 

해리는 부엉이의 주둥이 밑에서 오렌지 주스를 치우면서 맥없이 물었다. 

그리고 받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해리 포터, 호그와트 대 연회장 

해리는 이마를 찌푸리며 부엉이의 편지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미처 

그러기도 전에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의 더 많은 부엉이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옆에 내려앉더니, 버터를 짓밟고 소금병을 쓰러뜨리면서 서로 먼저 

그에게 편지를 건네주려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론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 있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몸을 앞으로 내밀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또다시 일곱 마리의 부엉이가 더 

날아오더니 날개를 퍼덕거리고 후후 울음소리를 내면서 처음 도착한 부엉이들 

틈에 내려앉았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부엉이 무리 속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통처럼 생긴 긴 소포를 목에 건 부엉이 한 마리를 집어 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난 알 것 같아. 먼저 이것부터 열어 봐!" 

해리는 갈색 소포를 뜯었다. 돌돌 말린 '이러쿵저러쿵' 3월호가 굴러 나왔다. 

해리가 잡지를 펼쳐 들자, 표지에 실린 그의 얼굴이 무척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사진 위에는 커다란 붉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마침내 해리 포터가 입을 열다.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과 

그가 돌아오던 날 밤에 대한 진실 

"멋지지 않니?" 

어느 결에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건너온 루나가 프레드와 조지 사이를 

파고들며 말했다. 

"어제 나왔어. 내가 아빠에게 증정본을 하나 보내달라고 했지. 이것들은 

모두..." 

루나는 아직도 해리 앞에서 테이블 위를 발톱으로 긁으며 돌아다니고 있는 한 

무리의 부엉이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독자들이 보낸 편지들일 거야." 

"내 생각에도 그래. 해리, 혹시 우리가 뜯어도...?" 

헤르미온느는 간절하게 물었다. 

"마음대로 해." 

해리는 약간 어안이 벙벙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각자 편지를 뜯기 시작했다. 

"이건 네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어떤 얼간이가 보낸 거야." 

론이 편지를 한 번 훑어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이 여자는 너에게 성 뭉고 병원의 충격 치료 마법 코스를 다녀 보라고 

충고하고 있어." 

헤르미온느는 실망한 표정으로 두 번째 편지를 구겨 버렸다. 

"이건 좀 괜찮아 보이는데." 

해리가 페이즐리의 한 마녀가 보낸 긴 편지를 천천히 살펴보며 말했다. 

"이것 봐. 이 여자는 나를 믿는다고 썼어!" 

"여기 이 사람은 갈피를 못 잡고 있군." 

이제 프레드까지 열성적으로 편지를 뜯어 보는 일에 동참하고 있었다.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 사람이 돌아왔다고는 절대 믿고 

싶지 않다는군.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는데. 제기랄, 이게 

무슨 양피지 낭비람." 

"해리, 여기 너를 믿는다는 사람이 또 있어!" 

헤르미온느가 잔뜩 들떠서 소리쳤다. 

"당신의 입장에서 쓰인 기사를 읽고 나서, 나는 '예언자 일보'가 당신을 아주 

부당하게 대했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나 역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고는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당신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군요... 오, 너무 훌륭해!" 

"이건 네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론이 어깨 너머로 편지를 확 집어던졌다. 

"하지만 이 편지에는 네가 자기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며, 이젠 너를 

진짜 영웅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쓰여 있군. 그 여자가 자기 사진까지 넣었어... 

우와..." 

"여기서 다들 뭘 하는 거죠?" 

억지로 꾸민 듯 애교가 넘치고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두 손에 

편지를 가득 든 채, 고개를 들었다. 엄브릿지 교수가 프레드와 루나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두꺼비처럼 툭 튀어나온 그녀의 두 눈은 해리 앞에 수북이 쌓인 

편지들과 부엉이들을 재빨리 살펴보았다. 그녀의 등 뒤에서는 수많은 학생들이 

잔뜩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이런 편지들을 받게 된 거죠, 포터 군?" 

엄브릿지는 느릿느릿 물었다. 

"그게 무슨 잘못인가요? 편지를 받는 게?" 

프레드가 큰 소리로 따졌다. 

"위즐리 군, 조심하도록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될지도 

몰라요." 엄브릿지가 말했다. 

"자, 포터 군?" 

해리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을 어떻게 숨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러쿵 저러쿵'이 엄브릿지의 눈에 띄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제가 잡지에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에게 편지를 보낸 거예요." 

해리가 대답했다. 

"작년 6월에 제가 겪은 일에 대해서 말이죠." 

해리는 말을 하면서 교직원 테이블을 힐끗 쳐다보았다. 왠지 방금 전까지 

덤블도어 교수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덤블도어는 플리트윅 교수와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인터뷰라고?" 

엄브릿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기자가 제게 질문을 하고 제가 대답을 하는 거죠. 여기..." 

해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러쿵 저러쿵'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엄브릿지는 

잡지를 손에 들고 표지를 내려다보았다. 허옇고 창백한 그녀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울긋불긋 물들었다. 

"언제 이런 짓을 했지?" 

엄브릿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지난 주말 호그스미드 방문일에요." 

해리가 말했따. 엄브릿지는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잡지를 쥔 그녀의 뭉툭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포터 군, 앞으로 호그스미드 방문은 더 이상 없어요." 

엄브릿지가 속삭였다. 

"어떻게 감히... 이런 짓을..." 

엄브릿지는 깊이 심호흡을 했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그토록 가르치고 또 가르쳤는데, 아직도 그 교훈을 

마음 깊이 새기지 못한 게 분명하군요. 그리핀도르에 50점을 감점하고 다시 

일주일간 나머지 공부를 하겠어요." 

엄브릿지는 '이러쿵 저러쿵'을 가슴에 꼭 움켜쥔 채, 으스대며 걸어갔다. 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의 뒷모습에 쏠렸다. 

오전이 미처 지나가기도 전에 커다란 공고문이 학교 전체를 뒤덮었다. 

게시판만이 아니라 복도와 교실에까지도 나붙은 것이다. 

호그와트 장학사의 포고령 

'이러쿵 저러쿵' 잡지를 소유한 학생은 

무조건 퇴학을 당할 것임. 

위의 명령은 교육 법령 27조에 따른 것임. 

장학사 돌로레스 제인 엄브릿지 

무슨 영문인지 헤르미온느는 이 공고문을 볼 때마다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너는 뭐가 그렇게 좋은 거야?" 

해리가 물었다. 

"오, 해리, 넌 모르겠니?"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호그와트의 학생들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네 인터뷰 기사를 읽도록 

만들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그걸 금지하는 거라고!" 

과연 헤르미온느의 짐작이 맞은 것 같았다. 저녁 무렵이 되자, 비록 학교 안 

어디에서도 '이러쿵 저러쿵'은 그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학교 전체가 

인터뷰 내용을 서로 알려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해리는 학생들이 교실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수군거리거나, 점심 식사 시간에 혹은 교실 뒤에서 이 

일에 대해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심지어 헤르미온느의 말에 따르면, 고대 룬 

문자 수업 전에 잠깐 여학생 화장실에 들렀더니 칸막이마다 귓속말을 주고받는 

학생들로 꽉꽉 들어차 있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날 보더니, 내가 널 잘 안다는 걸 알고는 나에게 정신없이 질문 

공세를 퍼붓더라고." 

헤르미온느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해리에게 말했다. 

"해리, 그 아이들은 네 말을 믿는 것 같았어. 정말이야. 네가 마침내 아이들의 

신뢰를 얻은 거야!" 

한편 엄브릿지 교수는 학교를 으스대며 활보하면서 닥치는 대로 학생들을 

붙잡아 세워 놓고는 호주머니와 책을 검사했다. 해리는 엄브릿지가 '이러쿵 

저러쿵'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았지만, 학생들은 이미 그녀의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해리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부분에 마법을 걸어서, 

자기들 이외에 다른 사람이 읽으면 마치 교과서 내용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아니면 다시 잡지를 꺼내서 읽고 싶을 때까지, 마법으로 내용을 

깨끗이 지워 놓기도 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안에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그 기사를 읽은 것 같았다. 

물론 교수들은 교육 법령 26조에 의해서 그 인터뷰 기사에 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 기사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표현했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해리가 그녀에게 물뿌리개를 

건네주었다고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20점을 주었다. 싱글벙글 웃던 플리트윅 

교수는 마법 시간이 끝날 무렵에 해리에게 찍찍거리는 설탕쥐 한 상자를 억지로 

쥐어 주었다. 그리고 쉿! 하고 주의를 주더니 총총히 사라졌다. 한편 트릴로니 

교수는 점술 수업 시간에 발작적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깜짝 놀란 

학생들에게, 엄브릿지로서는 무척 유감스런 일이겠지만, 해리는 결코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 것이며 오래오래 살아서 마법부의 장관이 되고 아이들도 

열두 명이나 낳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해리를 가장 기쁘게 했던 일은, 다음 날 그가 변신술 수업을 

듣기 위해 급히 걸어가고 있을 때, 초가 그를 쫓아온 것이었다. 해리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초는 그의 손을 꼭 잡더니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정말, 정말 미안해. 그런 인터뷰를 하다니 무척 용감한 일이야... 그걸 보고 난 

울고 말았어." 

해리는 초가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듣고 속이 상했지만, 그래도 서로 

다시 말을 하게 되어서 무척 기뻤다. 게다가 초가 그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고 

황급히 달아났을 때에는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더욱더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그가 변신술 수업이 있는 교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거의 그만큼이나 좋은 일이 

또다시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시무스가 줄지어 서 있는 학생들 틈에서 걸어 나와 

그의 앞에 우뚝 섰다. 

"그냥 너에게 말해 주고 싶었어." 

시무스는 해리의 왼쪽 무릎을 비스듬히 내려다보면서 우물쭈물 말을 걸었다. 

"난 네 말을 믿어.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도 그 잡지를 보내 드렸어." 

만약 여기서 해리를 좀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의 반응이었다. 해리는 그날 오후 늦게 도서관에 모여 

있는 그들을 보았다. 그들은 비실비실해 보이는 어떤 남자 애와 함께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시어도르 노트라고 헤르미온느가 옆에서 속삭였다. 해리가 부분 

소멸 마법에 필요한 책을 찾기 위해 책장을 살피고 있을 때, 말포이 패거리들이 

그를 돌아보았다. 고일은 위협적으로 손가락 관절을 딱딱 꺾었고 말포이는 

크레이브에게 뭔가 악의에 찬 말을 속삭였다. 해리는 그들이 왜 그러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그들의 아버지들을 전부 죽음을 먹는 자로 지목했기 

때문이었다. 

"제일 신나는 일은 그래도 너에게 뭐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거야!" 

그들이 도서관을 나가자, 헤르미온느는 고소해서 어쩔 줄 몰랐다. 

"왜냐하면 자기들이 그 기사를 읽었다는 걸 인정할 수는 없잖아!" 

마지막 최고 절정은 루나가 저녁 식사 시간에 '이러쿵 저러쿵' 잡지가 이렇게 

빨리 동이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을 때였다. 

"아빠가 재판을 찍기 시작했어!" 

잔뜩 흥분한 루나의 두 눈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빠 말이 도저히 믿을 수가 없대. 사람들이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보다도 이 

기사에 더 흥미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이야!" 

그날 밤 해리는 그리핀도르 휴게실에서 영웅이 되었다. 용감무쌍하게도 

프레드와 조지는 '이러쿵 저러쿵'의 표지에 확대 마법을 걸어서 휴게실 벽에 

걸어 놓았다. 커다랗게 확대된 해리의 머리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내려다보면서 이따금씩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마법부는 멍청이들이다', 

'엿먹어라, 엄브릿지' 같은 말들을 내뱉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이 장난을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았다. 정신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투덜거리더니 

끝내는 짜증을 내며 일찍 침실로 가 버렸다. 해리 또한 한두 시간이 지나자, 

포스터 장난이 썩 재미있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말하는 

마법의 효력이 약해지면서 포스터는 그저 '엿' 이나 '엄브릿지' 하는 단편적인 

단어들만 점점 더 높은 목소리로, 자주 내뱉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머리가 

조금씩 쑤시더니 급기야는 이마의 흉터까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를 

둘러싸고 앉아서 벌써 수백 번째 인터뷰 내용을 다시 들려달라고 조르는 많은 

학생들의 실망에 찬 원성을 들으면서, 일찍 자러 가야겠다는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가 들어갔을 때, 침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해리는 잠깐동안 침대 옆에 

있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머리를 식혔다. 욱신거리는 흉터의 통증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해리는 이대로 두통이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옷을 

갈아입고 침대로 들어갔다. 왠지 몸이 아픈 것 같았다. 해리는 옆으로 돌아누운 

채, 눈을 감고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그는 커튼이 드리워진 어두운 방 안에 서 있었다. 그곳을 밝히는 것은 오직 

촛대에 꽂힌 촛불들뿐이었다. 해리는 자기 앞에 놓인 의자의 등받이를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었다.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듯이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들은 

마치 검은 벨벳 의자에 붙어 있는 커다란 흰 거미처럼 보였다. 

의자 너머로, 마루에 드리워진 촛불 불빛 속에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나는 아주 잘못된 정보를 들어 왔던 것 같군." 

해리는 분노가 역력하게 느껴지는 차갑고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무릎을 꿇은 남자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뒷모습은 촛불 불빛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널 비난하는 게 아니다. 록우드." 

해리의 목소리는 차갑고 잔인했다. 그는 의자를 꽉 움켜쥐고 있던 손을 놓고 

마루 위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 옆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어둠 속에 

똑바로 서서 평소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 사실이 틀림없겠지, 록우드?" 

해리가 물었다. 

"예, 주인님, 그렇습니다... 전 한때 그 부서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애버리는 보드가 그걸 옮길 수 있다고 하던데." 

"보드는 결코 그걸 가져올 수 없습니다, 주인님. 보드도 자기가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틀림없이 말이죠. 그래서 말포이의 임페리우스 저주에 

그토록 거세게 저항한 겁니다." 

"일어서라, 록우드." 

해리가 중얼거렸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그 남자는 황급히 명령에 

따르려다가 거의 넘어질 뻔했다. 그의 얼굴에는 심한 곰보 자국이 나 있었다. 

촛불이 비치자, 곰보 자국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그는 마치 절을 하려는 

사람처럼 엉거주춤 허리를 숙인 채 서 있었다. 그리고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해리의 얼굴을 슬쩍 올려다보았다. 

"나에게 이 말을 해주길 잘했다." 

해리가 말했다. 

"아주 잘했어... 나는 쓸데없이 헛된 계획으로 몇 달을 낭비한 것 같다... 하지만 

상관없어...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록우드, 넌 볼드모트 경의 보답을 

받게 될 것이다." 

"예, 주인님... 예." 

록우드는 비로소 안심한 듯 목이 메었다. 

"네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네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다 필요하게 

될 것이다." 

"물론입니다, 주인님. 무엇이든... 말씀만..." 

"알겠다... 그만 가도 좋다. 애버리를 나에게 보내라." 

록우드는 허둥지둥 뒤로 물러서더니 절을 하고 문 밖으로 사라졌다. 

어둠 속에 혼자 남은 해리는 벽을 향해 돌아섰다. 어두컴컴한 벽에는 금이 

가고 얼룩이 진 거울 하나가 걸려 있었다. 해리는 천천히 거울을 향해 다가갔다. 

어둠 속에서 그의 모습이 점점 더 크고 또렷하게 드러났다... 해골보다 더 새하얀 

얼굴... 동공이 세로로 가늘게 찢어진 빨간 눈동자... 

"아아아아안 돼!" 

"왜 그래?"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듯이 팔을 휘젓던 해리는 온몸에 커튼을 

둘둘 감은 채, 침대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잠깐 동안 해리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당장에라도 어둠 속에서 해골 같은 하얀 얼굴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보게 될 것 같았다. 그때 바로 옆에서 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날뛰지 않아야 여기서 널 풀어줄 것 아니야!" 

론은 비비 꼬인 커튼을 떼어 냈다. 해리는 바닥에 쓰러진 채, 달빛을 받고 

있는 론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이마의 흉터가 칼로 쑤시는 듯이 아팠다. 론은 

이제 방금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는지, 한쪽 팔을 옷 밖으로 내밀고 있었다. 

"또 누가 공격을 당했니? 우리 아빠였어? 그 뱀이니?" 

론이 해리를 벌떡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아니야. 모두 다 괜찮아." 

해리가 숨을 헐떡거렸다. 이제 그의 이마는 불로 지지는 것 같았다. 

"아니... 애버리가... 애버리가 곤경에 처했어... 볼드모트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어서... 굉장히 화가 났거든..." 

해리는 신음 소리를 내며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며 이마의 

흉터를 문질렀다. 

"하지만 이젠 록우드가 그를 도와줄 거야... 그는 다시 올바른 방향을 잡았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론이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말은... 네가 방금 그 사람을 보았다는 거야?" 

"내가 바로 그 사람이었어." 

해리는 어둠 속에서 두 손을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아직도 해골처럼 하얗고 

긴 손가락인지를 살펴보려는 것이었다. 

"그는 록우드와 함께 있었어. 아즈카반에서 도망친 죽음을 먹는 자들 중의 한 

명이잖아. 기억나? 록우드는 볼드모트에게 보드가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어." 

"무슨 일?" 

"뭔가를 옮기는 일... 보드도 자기가 그걸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거라고 

말했어... 보드는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렸어... 말포이의 아버지가 보드에게 

저주를 걸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 

"보드가 뭔가를 옮기도록 주문에 걸렸단 말이야?" 

론이 말했다. 

"하지만 해리... 그건..." 

"그 무기야." 

해리가 론의 말을 대신 끝냈다. 

"나도 알아." 

그때 침실 문이 열리더니 딘과 시무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해리는 침대 속으로 

재빨리 다리를 집어넣었다. 시무스가 겨우 해리를 정신 나간 녀석으로 보지 않게 

된 이 마당에, 또다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방금 네가 그 사람이었다고 말했니?" 

론이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물병에서 물을 따라 마시는 척하면서, 해리에게 

바싹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 

"맞아."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론은 지나칠 정도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해리는 

물이 턱을 타고 가슴까지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해리, 너는 그 이야기를..." 

딘과 시무스가 옷을 벗고 떠들며 달그락달그락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틈을 

타서, 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야." 

해리가 재빨리 말했다. 

"만약 내가 오클러먼시를 할 수 있었다면, 난 그 장면을 보지 않았겠지. 난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그걸 배워야만 했던 거야. 그게 바로 그들이 원했던 

거였어." 

해리가 말하는 '그들'이란 덤블도어를 뜻했다. 그는 침대 속으로 들어가서 론을 

향해 등을 돌린 채, 옆으로 돌아누웠다. 잠시 후 론 역시 자리에 누웠는지, 그의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의 흉터가 다시 불에 덴 듯이 아팠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베개를 손으로 세게 두드렸다. 어디선가 

애버리가 벌을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해리와 론은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헤르미온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들은 아무도 엿들을 수 없는 안전한 장소를 원했다. 

그러므로 늘 그렇듯이 서늘한 산들바람이 부는 운동장 한쪽 구석에 서서 해리는 

기억나는 대로 자신의 꿈을 상세하게 들려주었다. 그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헤르미온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프레드와 

조지를 노려보았다. 머리가 사라진 두 사람은 운동장 반대편에서 망토 밑으로 

투명 마법 모자를 팔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그를 죽인 거야."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프레드와 조지로부터 시선을 돌리면서 조용히 말했다. 

"보드가 그 무기를 훔치려고 했을 때, 뭔가 이상한 일이 그에게 일어났어. 

틀림없이 사람들이 손대지 못하도록 그 무기나 혹은 그 주위에 방어 마법이 

걸려 있었을 거야. 보드는 그 때문에 성 뭉고 병원에 입원한 거지. 머리가 

이상해져서 말도 할 수 없게 되고 말이야. 하지만 치료사가 우리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했어. 그들은 그가 더 나아지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겠지. 안 그래? 보드가 그 무기를 만졌을 때 어떤 일이 있었든, 

그 충격으로 인해서 아마도 임페리우스 저주가 사라졌을 테니까 말이야. 일단 

목소리가 돌아오면, 보드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설명하겠지. 그럼, 

그가 무기를 훔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걸 알게 될테고, 물론 루시우스 말포이가 

그에게 저주를 거는 건 아주 손쉬운 일이었을 거야. 항상 마법부 주위를 

맴돌잖아?" 

"내 청문회가 열리던 날에도 그는 마법부를 돌아다녔어."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그러니까... 그자는... 그날 미스터리 부서가 있는 층에 있었어! 너희 아버지는 

아마 그자가 몰래 밑으로 내려와서 내 청문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염탐하는 

중일 거라고 말했지만 만약..." 

"스터지스!" 

헤르미온느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딱 벌렸다. 

"뭐라고?" 

론이 어리둥절했다. 

"스터지스 포드모어..." 

헤르미온느가 숨 가쁘게 말했다. 

"어느 방에 침입하려다가 체포되었잖아! 루시우스 말포이가 그에게도 저주를 

건 것이 틀림없어! 분명히 네가 마법부에서 그를 보았던 그날 그랬을 거야. 해리, 

스터지스는 무디의 투명 망토를 가지고 있었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만약 그가 

투명 망토를 입은 채, 문 옆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면, 그리고 말포이가 뭔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 거기 있다는 걸 짐작했다면? 혹은 혹시나 하고 

경비가 서 있을 만한 자리에 임페리우스 저주를 쏘았다면? 그래서 스터지스가 

다음 기회를 잡았을 때... 아마 또다시 보초를 설 차례가 되었을 때였겠지... 

볼드모트를 위해서 그 무기를 훔치려고 미스터리 부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거라면? 론, 가만히 좀 있어 봐. 그렇지만 결국 그는 붙잡혀서 아즈카반으로 

보내졌지..." 

헤르미온느는 해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록우드가 볼드모트에게 어떻게 그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는지 말했니?" 

"그들 대화를 전부 듣진 못했어. 하지만 아마 그런 것 같어. 록우드는 거기서 

일한 적이 있대... 혹시 볼드모트가 록우드를 보내 그 일을 시킬까?" 

헤르미온느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불쑥 말을 꺼냈다. 

"하지만 넌 그걸 절대 봐서는 안 되는 거였어, 해리." 

"뭐라고?" 

해리가 뒤로 주춤 물러섰다. 

"넌 이런 것이 네 머릿 속에 들어오는 걸 막는 방법을 배우고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엄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내 생각에 우리는 네가 본 것들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 

헤르미온느는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넌 지금부터 오클러먼시를 더욱더 열심히 배우도록 해." 

한 주일이 다 가도록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해리는 마법약 수업에서 또다시 

두 개의 D를 더 받았으며, 여전히 해그리드가 파면당할까 봐 가슴을 졸였다. 

그리고 볼드모트가 되는 꿈 또한 멈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또다시 헤르미온느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해리는 너무나 간절히 시리우스와 이 문제를 의논하고 

싶었지만,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그러므로 마음속 깊숙이 묻어 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마음속조차 이제는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다. 

"일어나라, 포터." 

록우드에 대한 꿈을 꾼 지 이 주일이 지났을 때, 해리는 또다시 스네이프의 

방에서 무릎을 꿇고 쓰러진 채, 머릿속을 비우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스네이프는 해리 자신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강제로 그의 머릿속에서 끄집어냈다. 주로 초등학교 시절에 두들리와 

그의 일당들이 그를 괴롭혔던 수치스런 일들에 관한 기억이었다. 

"그 마지막 기억 말이다, 그게 뭐지?" 

스네이프가 물었다. 

"저도 모릅니다." 

해리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네이프가 불러내는 온갖 소리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기억을 분리해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제 사촌이 화장실 변기에 제 머리를 밀어 넣으려고 했던 그 기억 

말씀인가요?" 

"아니다." 

스네이프가 나지막이 말했다. 

"캄캄한 방 한가운데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기억 말이다."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해리가 대답했다. 스네이프의 까만 눈이 해리를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해리는 

레질리먼시에서 눈을 마주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스네이프의 말을 떠올리며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 방과 그 남자가 어떻게 네 기억 속에 들어가 있지, 포터?" 

스네이프가 물었다. 

"그것은..." 

해리는 스네이프의 시선을 피해서 자꾸만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그저 제가 꿈을 꾼 겁니다." 

"꿈이라고?" 

스네이프가 되풀이해서 말했다.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해리는 보라색 용액이 담긴 유리병 속에 둥둥 떠 

있는 커다란 죽은 개구리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너는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알고 있지, 포터?" 

스네이프가 낮고 으스스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내가 왜 이런 지겨운 일을 위해서 나의 저녁 시간을 포기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니?" 

"네." 

해리는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럼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대답해 봐라, 포터." 

"저에게 오클러먼시를 가르치기 위해서입니다." 

해리는 이제 죽은 장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맞았다, 포터. 아무리 네가 우둔하다고 해도..." 

해리는 강렬한 증오심을 느끼며 스네이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두 달 정도 수업을 하고 나면 약간의 발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도대체 

어둠의 마왕에 대한 꿈을 얼마나 자주 꾸는 거냐?" 

"그 꿈 하나뿐입니다." 

해리는 거짓말을 했다. 

"어쩌면... 너는 그런 꿈과 환상을 보는 걸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지, 포터." 

스네이프는 차갑고 까만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자신이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존재인 것 같은 기분이 드냐?" 

"아닙니다." 

해리는 턱을 빳빳이 쳐들고 지팡이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 

"포터, 다행이구나." 

스네이프가 차갑게 말했다. 

"넌 특별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이니까 말이다. 어둠의 마왕이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내는 건 너의 소관이 아니야." 

"맞아요. 그건 선생님의 임무가 아닌가요?" 

해리는 그를 쏘아보았다. 미처 의도하지 않았던 말이지만, 너무 화가 나서 

그만 불쑥 튀어나오고 말았던 것이다. 오랫동안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해리는 자기의 말이 틀림없이 너무 지나쳤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스네이프의 얼굴에는 마치 만족스러운 듯한, 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래, 포터." 

스네이프의 눈이 번뜩였다. 

"그게 내 임무지. 이제 네가 준비되었다면, 다시 시작하겠다." 

스네이프는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하나... 둘... 셋... 레질리멘스!" 

백 명의 디멘터들이 운동장 호수를 가로질러 해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해리는 얼굴을 찌푸리며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디멘터들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두건 아래로 뻥 뚫린 검은 구멍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앞에 서 

있는 스네이프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뭔가 중얼거리며 해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점차 스네이프의 모습이 더 또렷해지고 디멘터들의 모습은 

흐려졌다... 

해리는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프로테고!" 

스네이프가 비틀거렸다. 그의 지팡이가 해리로부터 멀리 휙 날아가 버렸다. 

갑자기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 그의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매부리코의 한 

남자가 잔뜩 몸을 웅크린 한 여자에게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검은 머리의 작은 사내아이가 울고 있었다... 머리에 기름이 잘잘 흐르는 십 대 

소년이 어두운 침실에 혼자 앉아서 천장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어 파리를 쏘아 

맞추고 있었다... 왜소한 남자 아이가 마구 날뛰는 빗자루에 올라타려고 애를 

쓰자, 한 여학생이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만!" 

해리는 가슴을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비틀거리며 몇 발짝 

뒤로 물러난 그는 스네이프 방 벽에 달린 선반에 몸을 부딪혔다. 그때 뭔가 딱 

하는 소리가 났다. 스네이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파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해리의 망토 뒤가 축축하게 젖었다. 그가 선반에 몸을 부딪히는 순간, 유리병 

하나가 깨진 것이었다. 유리병 안에 들어있던 흐물흐물한 것이, 줄줄 새어 

나오는 마법약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레파로!" 

스네이프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깨진 유리병은 즉시 다시 붙었다. 

"좋아, 포터... 확실히 실력이 늘었구나." 

스네이프는 가볍게 숨을 헐떡이며 마치 내용물이 제대로 들어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이 펜시브를 바로잡았다. 늘 그렇듯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그 안에 집어넣었기 때문이었다. 

"너에게 방패 마법을 쓰라고 말해 준 기억은 없는데... 하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군..."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잘못 입을 놀리면 위험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방금 전에 그는 스네이프의 기억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것이 

분명했다. 스네이프의 어린 시절에 대한 몇몇 장면들을 본 것이다. 부모님이 

서로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던 그 어린 소년이, 미움으로 

가득 찬 눈을 하고 바로 자기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다시 한 번 해보자. 알았지?" 

스네이프가 말했다. 해리는 공포의 전율을 느꼈다. 이제 그가 방금 저지른 

일에 대해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은 불 보듯이 뻔한 일이었다. 그들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다시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는 머릿속을 깨끗이 비우기가 더욱더 

힘들 것 같았다. 

"그럼 셋을 세겠다." 

스네이프가 다시 한 번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하나... 둘..." 

해리가 미처 정신을 모으고 마음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스네이프가 소리쳤다. 

"레질리멘스!" 

그는 미스터리 부서를 향해서 복도를 따라 달려가고 있었다. 창문 하나 없는 

돌 벽과 횃불들을 지나서... 밋밋한 검은 문이 점점 더 커졌다. 어찌나 빨리 

달렸는지, 하마터면 그 문과 거의 충돌할 뻔했다. 이제 문은 겨우 몇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그 순간 또다시 벌어진 문틈으로 희미한 푸른 빛이... 

바로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마침내 그는 문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검은 

마루가 깔려 있고 검은 벽으로 둘러싸인 둥근 방 안으로, 푸른색 촛불이 밝혀진 

그 방에는 더 많은 문들이 빙 둘러 있었다. 그는 어디로든 가야만 했다. 하지만 

어느 문으로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포터!" 

해리는 눈을 떴다. 어느 사이엔가 그는 또다시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미스터리 부서의 복도를 쭉 달려서 검은 문을 젖히고 들어가 

둥근 방을 발견한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어디 한 번 설명해 봐라!" 

스네이프가 잔뜩 성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저... 저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해리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쓰러지면서 바닥에 

부딪혔던 뒤통수에는 커다란 혹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왠지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정말이에요. 말씀드렸잖아요. 그 문에 대해서 

꿈을 꾼 적은 있지만, 전에는 결코 열리지 않았어요..." 

"넌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았어!" 

어쩐지 스네이프는 이 분 전에 해리가 그의 기억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보다도 

훨씬 더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이 게으르고 나약한 녀석, 그건 당연하지. 어둠의 마왕이..." 

"한 가지만 설명해 주실래요, 선생님?" 

다시 발끈 화가 치밀어 오른 해리가 따져 물었다. 

"왜 선생님은 볼드모트를 어둠의 마왕이라고 부르는 거죠? 그런 말은 오직 

죽음을 먹는 자들이 그를 부를 때 이외에는 못 들어 봤는데요." 

스네이프는 입을 딱 벌리고 으르렁거렸다. 바로 그때 방 밖의 어디선가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스네이프는 번쩍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스네이프가 중얼거렸다. 해리는 현관 복도 쪽이라고 짐작되는 방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스네이프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돌아보았다. 

"포터, 여기로 내려오는 길에 뭔가 이상한 걸 못 봤냐?" 

해리는 고개를 저었다. 머리 위의 어디선가 또다시 여자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네이프는 언제든지 쓸 수 있게 지팡이를 손에 꼭 쥔 채,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곧 밖으로 사라졌다. 해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뒤를 따라갔다. 

비명 소리는 과연 현관 복도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해리가 지하 교실에서 

돌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동안, 비명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마침내 계단 

꼭대기에 올라섰을 때, 해리는 현관 복도가 사람들로 꽉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연회장에서 한창 저녁 식사를 하던 학생들이 무슨 일인가 보려고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왔던 것이다. 대리석 계단 위에도 학생들이 빽빽이 몰려 서 

있었다. 해리는 키가 큰 슬리데린 학생들 사이를 뚫고 앞으로 나갔다. 

구경꾼들이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빙 둘러서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아 

얼이 빠진 표정이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겁에 질린 것 같았다. 바로 

해리 맞은편에 서 있는 맥고나걸 교수조차도 눈앞에 벌어진 광경 때문에 

당장에라도 토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현관 복도 한가운데에는 트릴로니 교수가 한 손에는 텅 빈 셰리주 병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는 든 채, 완전히 넋이 나간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하늘로 뻗어 있었으며, 코에 삐딱하게 걸린 안경 때문에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보다 훨씬 더 크게 보였다. 어깨 위에 치렁치렁 늘어져 있는 수많은 

숄과 스카프는 마치 갈기갈기 찢긴 트릴로니의 마음 같았다. 한편 바닥에는 

커다란 트렁크 두 개가 나뒹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거꾸로 뒤집혀 있는 

꼴이 아무래도 계단에서부터 밑으로 내던져진 것 같았다. 트릴로니 교수는 잔뜩 

겁에 질려서 계단 발치에 서 있는 무언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았다. 

"안 돼!" 

트릴로니 교수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난 절대 이걸 받아들일 수 없어."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몰랐단 말인가요?" 

여학생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잔인하게도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약간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긴 해리는, 트릴로니 

교수가 겁에 질려 바라보는 상대가 다름 아닌 엄브릿지 교수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내일 날씨조차 예언할 능력이 없는 당신이지만, 참관 수업 때 그토록 

형편없는 실력을 보여 주고 그 후로도, 전혀 나아진 바가 없으면, 당연히 

쫓겨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진작 깨달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다...당신이 뭔데!" 

트릴로니 교수가 울부짖었다. 커다란 안경 뒤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당신이 날 내쫓을 수는 없어! 난 여기서 16년 동안이나 가르쳤단 말이야! 

호...호그와트는 내...내 지...집이야!" 

"과거에는 당신의 집이었겠죠." 

엄브릿지가 딱 잘라 말했다. 해리는 트렁크 위에 털썩 주저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는 트릴로니 교수를 지켜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엄브릿지의 두꺼비 같은 얼굴을 보자, 발끈 분노가 치솟았다. 

"한 시간 전까지는, 그러니까 마법부 장관님께서 당신의 해직 명령서에 승인을 

하시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제 제발 이 현관에서 나가 주세요. 당신 때문에 우리 

모두가 난처해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엄브릿지는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트릴로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슬픔으로 넋이 나간 트릴로니는 트렁크 위에 앉아서 몸을 앞뒤로 흔들고, 

부들부들 떨며 통곡했다. 문득 해리의 왼쪽에서 숨을 죽인 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라벤더와 패르바티가 서로 어깨를 감싸고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맥고나걸 교수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오더니 트릴로니 교수를 향해서 곧장 걸었다. 그녀는 트릴로니 교수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망토 안에서 커다란 손수건을 꺼냈다. 

"자, 자, 사이빌... 진정해요... 이걸로 코를 풀어요...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에요. 당신은 결코 호그와트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오, 정말인가요, 맥고나걸 교수님?" 

엄브릿지가 앞으로 몇 걸음 걸어 나오면서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무슨 권위로 감히 그런 발언을...?" 

"그건 나의 권위로 말한 거요."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떡갈나무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덤블도어가 현관 입구에 모습을 

나타내자, 그 옆에 서 있던 학생들이 황급히 길을 비켰다. 덤블도어가 

운동장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해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묘하게 

안개 낀 어둠을 배경으로 열린 문 앞에 우뚝 서 있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덤블도어는 문을 활짝 열어 둔 채, 빙 둘러서 있는 구경꾼들 

사이를 지나 트릴로니 교수를 향해서 성큼성큼 다가갔다. 눈물이 얼룩진 얼굴로 

트렁크 위에서 떨고 있는 그녀 옆에는 맥고나걸 교수가 나란히 서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 당신의 권위라고요?" 

엄브릿지는 대단히 불쾌한 웃음을 잠깐 짓더니 말했다. 

"당신은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여기 마법부의 장관님과 내가 

직접 서명한 해직 명령서가 있어요." 

엄브릿지는 망토 안에서 양피지두루마리를 꺼냈다. 

"교육 법령 23조에 따라서 호그와트의 장학사는 수업을 참관하고, 그가 보기에, 

그러니까 바로 말하면 바로 제가 보기에 마법부가 요구하는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교사는 누구든지 유예 판정을 내리거나 파면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트릴로니 교수가 자격이 미달된다고 판단해서 그녀를 해고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덤블도어 교수는 계속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그는 트렁크 

위에 앉아서 여전히 목이 메어 울고 있는 트릴로니 교수를 내려다보았다. 

"엄브릿지 교수님, 당신 말씀이 물론 옳습니다. 장학사로서 당신은 저희 

교사들을 파면시킬 권리가 있고말고요. 하지만 죄송하게도 그들을 이 성에서 

내쫓을 권리는 없소이다." 

덤블도어 교수는 살짝 허리를 숙여 공손히 절을 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는 아직까지 교장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트릴로니 교수가 계속 호그와트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이 말을 듣자, 트릴로니 교수는 연신 딸꾹질을 하면서도 기가 막힌 듯이 

웃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전 떠...떠나겠어요, 덤블도어! 나...나는 호그와트를 떠날 

거예요. 여기 아닌 다른 곳에서 제 운명을 찾아보겠어요." 

"아니오. 사이빌. 나는 당신이 여기 남길 바라오." 

덤블도어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러고는 맥고나걸 교수를 향해 돌아섰다. 

"혹시 사이빌을 위층까지 데려다 주실 수 있겠소, 맥고나걸 교수?" 

"물론이죠. 그만 일어서요, 사이빌..."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러자 스프라우트 교수가 재빨리 학생들 틈을 

비집고 나와서 트릴로니 교수의 다른 쪽 팔을 붙잡았다. 그들은 함께 엄브릿지 

앞을 지나서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플리트윅 교수가 지팡이를 꺼내 들고 

허둥지둥 달려 나왔다. 그리고 "로코모토르 트렁크!"라고 소리치자, 트릴로니 

교수의 트렁크가 허공으로 둥둥 떠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플리트윅 

교수는 맨 뒤를 따라갔다. 

엄브릿지 교수는 아직도 덤블도어를 노려보며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이었다. 

"제가 새로운 점술 선생을 임명해서 트릴로니가 쓰고 있는 방을 요구하면, 

그때는 저 여자를 어떻게 하실 작정이죠?" 

"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덤블도어가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벌써 새로운 점술 선생님을 구했거든요. 그리고 그분은 1층에서 지내고 

싶어 하실 겁니다." 

"구했다고요?" 

엄브릿지가 날카롭게 말했다. 

"벌써 구했단 말인가요? 덤블도어, 다시 한 번 일깨워 드려야 할 것 같군요. 

교육 법령 22조에 따르면..." 

"마법부는 적당한 후보자를 지명할 권리가 있다. 단지... 단지 교장이 적임자를 

찾지 못했을 경우에만." 

덤블도어 교수가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생님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씀을 드리게 돼서 무척 

기쁘군요. 제가 소개시켜 드릴까요?" 

덤블도어 교수는 활짝 열린 현관문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뽀얀 밤안개가 

스멀스멀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해리는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현관 주위에서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일어나더니 문 옆에 가장 가까이 서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 어떤 사람은 새로운 선생을 

위해 길을 비켜 주려고 너무 서두르다가,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뿌연 안개를 뚫고 한 얼굴이 나타났다. 언젠가 어둡고 위험했던 어느 날 밤에 

해리가 금지된 숲에서 보았던 얼굴이었다. 눈부신 금발과 깜짝 놀랄 정도로 

새파란 눈동자, 인간의 모습을 한 머리와 상반신, 그리고 말의 형상을 한 하반신. 

"이쪽은 피렌체입니다." 

덤블도어는 벼락을 맞은 듯이 얼이 빠져 서 있는 엄브릿지에게 유쾌한 

목소리로 소개했다. 

"당신도 그가 이 일에 적임자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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