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장 (179/194)

제 22장 죽음의 성물

해리는 숨을 헉헉거리며 풀밭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어느 들판 한구석에 내려앉은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는 어느새 지팡이를 흔들며 그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프로테고 토탈룸.........살비오....헥시아......”

“간사스러운 늙은 사기꾼 같으니라고!”

투명 망토 밑에서 나온 론이 그것을 해리에게 던져주며 씩씩거렷다.

“헤르미온느, 넌 천재야. 진짜 천재라니까. 우리가 거길 어떻게 빠져나왓는지 난 믿기지가 않아!”

“케이브 이니미컴........ 그러게 내가 진작 말하지 않았니? 그건 에럼펀트의 뿔이라니까! 이제 러브굿 씨 집은 완전히 날아가 버렸어!”

“그렇게 당해도 싸.”

론이 찢어진 청바지와 다리에 난 상처를 살펴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이제 그놈들이 그를 어떻게 할까?”

“오, 제발 죽이지나 말았으면 좋겠어!”

헤르미온느가 탄식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가 떠나기전에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해리의 모습을 잠깐 보여주려고 했던 건데, 러브굿씨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걸 그자들에게 알려주려고 말이야!”

“그럼 난 왜 숨긴거야?”

론이 물었다.

“넌 지금 스팻터그로이트 병에 걸려 잇는 걸로 되어 있잖아, 론! 그자들은 루나의 아버지가 해리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루나를 납치해갔어! 그런데 네가 해리와 함께 다닌다는걸 그자들이 알면, 너희 가족은 어떻게 되겟니?”

“그렇지만 너희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분들은 오스트레일리아에 계셔, 그러니 무사하실 거야. 아무것도 모르시니까.”

“넌 정말 천재야.”

론이 탄복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래, 정말이야. 헤르미온느.”

해리도 열렬히 동의했다.

“네가 없었다면 우린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어.”

헤르미온느는 활짝 웃었다. 하지만 금방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루나는 어떻게 됐을까?”

“글쎄, 만약 그자들의 말이 사실이고 루나가 아직 살아 있다면....”

론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말하지 마! 절대 하지 마!”

헤르미온느가 꽥 소리를 질렀다.

“루나는 분명 살아 있어! 틀림없다고!”

“그렇다면 아즈카반에 있을 거야.”

론이 말했다.

“하지만 루나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정신적 부담이....”

“루나는 살아남을 거야.”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다른 대답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루나는 아주 강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루나는 아마 동료 죄수들을 모두 모아 놓고 렉스퍼트와 나글스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을 거야.”

“나도 네 말이 맞았으면 좋겠어.”

헤르미온느가 이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눈가를 닦았다.

“난 러브굿 씨한테 너무 미안할 거야. 만약....”

“그래. 만약 그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우리를 팔아넘기려는 짓만 하지 않았어도, 그랬겠지.”

론이 냉큼 말을 받았다.

그들은 텐트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론이 차를 끓여 주었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벗어나고 나자, 이 으슬으슬하고 곰팡이 나는 낡은 텐트가 마치 집처럼 안전하고 친숙하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오, 어째서 우리가 거길 갔을까?”

몇 분 동안 침묵이 흐른 후에 헤르미온느가 한탄했다.

“해리, 네 말이 맞았어. 이건 고드릭 골짜기가 또 한번 되풀이된 셈이야. 완전히 시간 낭비라고! 죽음의 성물이라니..... 그런 헛소리를.....설사 실제로....”

문득 어떤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러브굿 씨가 이 모든 이야기를 지어냈을지도 몰라. 안그래? 어쩌면 러브굿 씨도 죽음의 성물 따위는 전혀 믿지 않는데, 다만 죽음을 먹는 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계속 우리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난 그렇게 생각 안해.”

론이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뭔가 이야기를 지어내는 건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힘들거든. 인간 사냥꾼들에게 잡혔을 때 그 사실을 깨달았어.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생각해 내는 것 보다, 스탠인 척하는게 그나마 훨씬 쉬웠는데. 그건 내가 그자를 좀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 러브굿 노인네는 우리를 계속 붙잡아 두려고 애를 쓰느라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 난 그가 우리와 이야기를 계속하기 위해서 진실을 말했다고 생각해. 아니면 적어도 자신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걸 말이야.”

“어쨌든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설사 러브굿 씨가 정직했다고 해도, 난 내 평생 그렇게 엄청난 헛소리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어.”

“하지만 잠깐만.”

론이 말했다.

“비밀의 방도 한때는 그저 전설이라고 여겨졌었잖아. 안 그래?”

“하지만 죽음의 성물 따위는 존재할 수가 없어,론!”

“넌 계속 그렇게 말하지만, 적어도 그중의 하나는 존재할 수 있어.”

론이 맞섰다.

“해리의 투명 망토는........”

“‘삼 형제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일 뿐이야.”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했다.

“인간이 얼마나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만약 단순히 투명 망토 밑으로 숨기만 해서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우린 이미 필요한걸 전부 가진 셈이야.”

“난 모르겠어. 무적의 지팡이를 가지고 할 수도 있지.”

해리는 그토록 싫어하는 블랙손 지팡이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빙글빙글돌리며 말했다.

“그런 건 없다니까, 해리!”

“수많은 지팡이들이 있었다고 네가 말햇잖아. 죽음의 지팡이니 뭐니 하고 말이야.”

“좋아. 설령 네가 딱총나무 지팡이를 진짜라고 믿고 싶어 한다고 해도, 부활의 돌에 대해선 뭐라고 할 건데?”

헤르미온느가 ‘부활의 돌’이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인용부호를 그렸다. 그 이름을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냉소적으로 변했다.

“죽은 사람들을 다시 살려 낼 수 있는 마법은 없어. 그게 사실이야!”

“하지만 내 지팡이가 그 사람의 지팡이와 연결되었을 때, 우리 엄마와 아빠가 다시 나타났었어.....그리고 케드릭도.........”

“하지만 그들은 진짜로 죽은 자들로부터 돌아온 게 아니었잖아! 안그래?”

헤르미온느가 따졌다.

“그러니까 뭐랄까, 그건 일종의 희미한 그림자였고,진짜로 누군가를 되살려 내는 것과는 달라.”

“하지만 그 여자.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그 아가씨도 진짜로 되살아난 것은 아니었잖아, 안그래? 그 이야기에 따르면, 일단 죽은 사람은 끝까지 죽은 자들의 세계에 속한다고 했어. 하지만 둘째는 그래도 그 아가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잖아? 심지어 한동안 그 아가씨와 함께 살기도 했어.........”

순간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얼굴에 걱정스런 표정과 함께, 뭐라고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떠오르는 걸 보았다. 그리고 뒤이어 그녀가 론을 향해 힐끗 시선을 돌렸을때, 해리는 비로소 그것이 공포였다는 걸 깨달았다. 죽은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그의 말에 헤르미온느가 겁에 질린 것이었다.

“그런데 고드릭 골짜기에 묻혀 있는 그 피브렐이란 작자 말이야.”

해리는 대단히 이성적인 어조로 들리게 말하려고 애를 쓰면서 황급히 화제를 돌렷다.

“너도 그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거지?”

“몰라.”

헤르미온느가 화제가 바뀌어 다행이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의 무덤에서 그 상징을 발견한 이후로, 나는 그 사람에 대해서 조사를 좀 해보았어. 만약 그 자가 유명한 사람이거나 혹은 뭔가 중요한 업적이 있다면 틀림없이 우리가 가진 책들 중 하나에 나왔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내가 피브렐이란 이름을 겨우 찾아낼 수 있었던 곳은 딱 한 군데, <타고난 고귀함:마법사들의 계보학>뿐이었어. 그 책은 크리처에게 빌린 거야.”

론이 눈썹을 치켜뜨는 걸 보자, 헤르미온느가 얼른 설명을 덧붙엿다.

“그 책에는 남자 후손의 대가 끊겨 버린 순수혈통 가문의 명단이 실려 있었어. 피브렐 가문은 가장 일찍 사라진 가문들 중 하나가 분명해.”

“남자 후손의 대가 끊겼다고?”

롬이 되물었다.

“그러니까 그 가문의 이름이 사라졌다는 뜻이야.”

헤르미온느가 설명했다.

“피브렐 가문의 경우에는 벌써 수 세기 전에 대가 끊겼어. 하지만 물론 아직도 피브렐 가문의 후손들은 남아 있을 수 있어. 다만 뭔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겠지.”

바로 그때 해리의 머릿속에 반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피브렐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잠깐 떠오를 듯했던 바로 그 기억이었다. 마법부 직원의 면전에 대고 흉측하게 생긴 반지를 마구 흔들어 대던 추레한 늙은이.

그 순간 해리는 큰 소리로 외쳤다.

“마볼로 곤트!”

“뭐라고?”

론과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물었다.

“마볼로 곤트 말이야! 그 사람의 할아버지! 펜시브에서! 덤블도어 교수님과 함께! 마볼로 곤트는 자신이 피브렐 가문의 후손이라고 말했어!”

론과 헤르미온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 반지 말이야. 호크룩스가 된 그 반지! 마볼로 곤트는 그 위에 피브렐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고 했어! 난 그자가 그 반지를 마법부에서 나온 사람에게 마구 들이대는 광경을 직접 보았어. 그자는 그걸 상대방의 콧구멍 속으로 쑤셔넣기라도 할 기세였지!”

“피브렐 가문의 문장이라고?”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었니?”

“아니.”

해리는 지난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를 쓰면서 대답했다.

“내가 보기에는 별로 특별한 문양 같은 건 없었어. 약간 흠집 같은게 나 있었던 같아. 내가 그걸 진짜로 가까이에서 보게 된 것은, 그 반지가 깨지고 난 다음이었어.”

해리는 갑자기 헤르미온느의 눈이 커지면서 뭔가 알았다는 표정이 떠오르는 걸 보았다. 한편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던 론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제기랄......너희는 또다시 거기에 이 표시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성물의 상징이?”

“그렇잖아?”

해리가 흥분에 들떠 말했다.

“마볼로 곤트는 돼지처럼 사는 무식한 늙은이였어. 그자가 관심 갖는 거라곤 오직 자기 조상밖에 없었지. 만약 그 반지가 수 세기 동안 대대로 전해 내려 온 것이라면, 그자는 그 반지의 진짜 정체를 몰랐을 수도 있어. 그 집에는 책이라곤 단 한권도 없었거든. 게다가 장담하는데, 그자는 자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할 위인이 절대 아니었어. 그래서 돌 위에 있는 긁힌 자국 같은 것을 가문의 문장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거야. 왜냐하면 그자가 생각하는 수준에서는, 순수한 혈통이야 말로, 자신을 진짜 고귀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

“그래........모두 다 아주 흥미로운 소리이긴 한데. 하지만 해리. 만약 네 생각이 지금 내가 짐작하는 대로라면 말이지.........”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왜? 그게 어때서? 왜 안 된다는 거지?”

해리는 이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하려는 노력을 완전히 포기한 채 따져 물었다.

“그건 돌이었어, 안 그래?”

해리는 한마디 거들어 주길 바라며 론을 쳐다보았다.

“만약 그게 부활의 돌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

론의 입이 떡 벌어졌다.

“맙소사!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걸 깨뜨렸는데도 여전히 효력이 있을까?”

“효력? 효력이라고? 론, 그건 아무런 효력도 없어! 부활의 돌 같은 그런 물건은 없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짜증과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발딱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리,넌 모든 걸 그 성물 이야기에다 짜 맞추려고 애를 쓰고 있잖아!”

“짜 맞추려고 한다고?”

해리가 되물었다.

“헤르미온느, 이건 저절로 맞아 들어가는 거라고! 그 돌 위에 죽음의 성물의 상징이 있다는 걸 난 알아! 그리고 곤트는 자신의 피브렐 가문의 후손이라고 말했단 말이야!”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넌 우리한테 돌 위에 어떤 문양이 있었는지 제대로 못 봤다고 말했잖아!”

“지금 그 반지는 어디 있을까?”

론이 해리에게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 반지를 깨뜨려 여신 다음에 어떻게 했을 것 같아?”

하지만 해리의 상상력은 이미 론과 헤르미온느를 훨씬 앞질러서 저 멀리까지 내달리고 있었다.

세 가지 물건, 즉 성물.....그 세가지 성물들이 합쳐지게 되면 그 소유자는 죽음의 지배자가 될 수 있어.......지배자...정복자.........승리자.....파괴되어야 할 최후의 적은 죽음이다....

해리는 성물의 소유자가 되어서 볼드모트와 맞서는 자신의 모습을 눈앞에 떠올렸다. 볼드모트의 호크룩스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쪽이 살아 있는 한은 어느 쪽도 살 수 없으리라........ 이것이 답이었을까? 죽음의 성물 대 호크룩스? 자신이 반드시 승리자가 될 방법이 있었던 것일까? 만약 죽음의 성물의 지배자가 된다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해리?”

하지만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 그는 투명 망토를 꺼내어 손가락으로 매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망토는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공기처럼 가벼웠다. 마법사 세계에서 거의 7년을 지내는 동안, 그는 이것에 필적할 만한 물건은 결코 본 적이 없었다. 그의 망토는 제노필리우스가 묘사했던 것과 똑같았다. 그걸 입으면 진짜 완전히 안 보이게 되는 그런 망토를 말하고 있단 말이야. 아무리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고. 어떤 주문을 쏘더라도 언제나 결코 꿰뜷어 볼 수 없는 보호막을 제공하는 그런 망토 말일세.....

바로 그때, 해리는 헉 소리를 내며 뭔가를 떠올렸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날 밤에 내 투명 망토를 갖고 계셨어!”

그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자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엄마는 시리우스에게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 투명 망토를 빌려 갔다고 말했어! 그게 이유였어! 교수님은 그걸 조사해 보고 싶으셨던 거야! 그게 세 번째 성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셨던 거지! 이그노투스 피브렐은 고드릭 골짜기에 묻혀있어......”

해리는 무턱대고 텐트 안을 맴돌았다. 마치 새롭고 위대한 진실의 전망이 눈앞에 드넓게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내 조상이었어! 나는 셋째의 후손인 거야! 이제 모든 게 들어맞아!”

해리는 그 성물에 대한 자신의 믿음, 확신으로 단단히 무장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 단지 성물을 소유한다는 생각만 해도 벌써 보호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해리는 환희에 넘쳐서 다른 두 사람을 향해 돌아섰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또다시 불렀다. 하지만 해리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목에 걸고 있던 주머니를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걸 읽어 봐”

해리가 어머니의 편지를 헤르미온느의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읽어 보라고!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 투명 망토를 가져갔어. 헤르미온느! 달리 무슨 이유 때문에 교수님이 그걸 원하셨을것 같아? 교수님은 투명 망토가 필요 없으셨어! 교수님은 그게 없어도 완전히 모습을 감출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투영 마법을 부릴 수 있단 말이야!”

그때 뭔가가 툭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반짝반짝 빛을 내며 의자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편지를 꺼낼 때 스니치가 함께 따라 나온 것이다. 해리는 허리를 숙여서 스니치를 집어 들었다. 바로 그때 새롭게 터진 엄청난 발견의 샘이 그에게 또 다른 선물을 던져 주었다. 놀라운 충격과 경이가 갑작스럽게 그를 덮쳤고, 해리는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이 안에 있어! 교수님은 나에게 그 반지를 남겨주신거야! 그건 여기 이 스니치 안에 있어!”

“너......대체 무슨 생각을?”

해리는 왜 론이 한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짓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해리에게는 너무나 명백하고 확실해 보였던 것이다. 모든 게 딱 들어맞아. 모든게.......투명 망토는 세번째 성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이 스니치를 여는 방법을 알아내게 되면, 그는 두 번째 성물을 갖게 되는 것이다.그런 다음 그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첫 번째 성물, 바로 딱총나무 지팡이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마치 불이 밝혀진 무대에 불현듯 커튼이 내려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잔뜩 부풀어 올랐던 모든 흥분과 희망과 행복감이 일순간에 확 사그려졌다. 그리고 그는 어둠 속에서 홀러 서 있었다. 눈이 부시게 찬란했던 마법이 깨진 것이다.

“그가 쫓고 있는 게 그거였어.”

갑자기 그의 어조가 바뀌자, 론과 헤르미온느는 더욱더 겁에 질린 표정이 되었다.

“그 사람은 딱총나무 지팡이를 쫓고 있는 거야.”

해리는 잔뜩 긴장한 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사람으로부터 돌아섰다. 그것이 진실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다. 볼드모트는 새로운 지팡이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래된 지팡이, 정말로 아주 오래된 지팡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의 존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텐트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깜깜한 어둠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볼드모트는 머글 고아원에서 자랐다. 해리와 마찬가지로, 어린 그에게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죽음의 성물을 믿는 마법사들도 거의 없다. 그런데 볼드모트가 과연 성물에 대해서 알았을까?

해리는 어둠을 가만히 응시했다...만약 볼드모트가 죽음의 성물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분명 그는 그것을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걸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했을 것이다. 죽음의 지배자가 되게 해 주는 세 개의 물건이라니! 만약 그가 죽음의 성물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애당초 호크룩스 따위는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이미 성물을 하나 손에 넣었음에도 그걸 호크룩스로 만들어 버렸다는 간단한 사실만 봐도, 그자가 이 마법 세계의 위대한 최후의 비밀을 몰랐다고 단정 지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볼드모트는 딱총나무 지팡이의 완전한 힘을 깨닫지 못한 채, 그걸 쫓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것이 세 가지 성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지못한채......왜냐하면 지팡이는 숨겨질 수 없는 성물이었기 때문이다. 지팡이의 존재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었다........딱총나무 지팡이의 피비린내 나는 자취는 마법 역사의 곳곳에 흩어져 있단 말이다.........

해리는 잔뜩 구름 낀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불구불한 은회색의 연기구름들이 하얀 달님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해리는 자신이 발견한 사실들에 대한 놀라움으로 머리가 몽롱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다시 텐트 안으로 돌어갔다. 그리고 아까 그가 나갈 때와 똑같은 자리에 론과 헤르미온느가 그대로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헤르미온느는 아직도 릴리의 편지를 손에 쥐고 있었고, 그녀의 옆에 있는 론은 약간 불안한 표정이었다. 저들은 이 짧은 몇분 동안에 자신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달려왔는지를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

“그런 거였어.”

해리는 자신의 이 뜨거운 확신 속으로 두 친구도 끌어들이려고 애쓰며 입을 열었다.

“이걸로 모든 게 설명이 돼. 죽음의 성물은 진짜야. 그리고 난 벌써 하나......어쩌면 두 개를 갖고 있어.....”

해리는 스니치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머지 성물을 쫓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자는 알지 못하지. 그냥 굉장히 강력한 힘을 지닌 지팡이라고 생각할 뿐이야.”

“해리.”

헤르미온느가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릴리의 편지를 돌려주며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난 네가 틀렸다고 생각해. 완전히 틀렸어.”

“넌 모르겠니? 모든 게 들어맞...”

“아니 그렇지 않아.”

해리가 뭔가 말하려는 것을 가로막으며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고, 해리. 넌 너무 멀리 빗나가고 있어. 제발 부탁인데, 그럼 이 질문에 한번 대답해봐. 만약 죽음의 성물이 진짜로 존재하고,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것들에 대해서 알고 계셨다면, 이 세 가지 물건을 전부 소유하는 사람이 죽음의 지배자가 된다는 걸 알고 계셨다면 말이야, 해리. 그렇다면 왜 교수님은 너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았겠니? 어째서?”

해리는 이미 그 대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 너도 말했잖아. 그것들은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거라고! 이건 원정이라고!”

“난 단지 러브굿 씨 댁으로 가 보자고 널 설득하기 위해서 그 말을 했던거야!”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정말로 그걸 믿고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해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항상 내가 스스로 뭔가 알아내도록 하셧어. 내 능력을 시험해 보고 위험을 겪도록 내버려 두셨지. 이번 일도 교수님이 하실 법한 그런 종류의 일 같아.”

“해리, 이건 게임이 아니야. 훈련이 아니라고! 이건 진짜 현실이야.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은 너에게 아주 분명하게 지시를 내리셨어. 호크룩스를 찾아서 파괴하라고 말이야! 이 상징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 죽음의 성물 따위는 잊어버려. 지금 우린 곁길로 빠지고 할 여력이 없단 말이야!”

해리는 그녀의 말을 거의 흘려듣고 있었다. 그는 스니치를 손에 쥐고 계속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당장이라고 그게 열려서 부활의 돌을 보여 주기를, 그래서 헤르미온느에게 그의 말이 맞았음을, 죽음의 성물이 진짜임을 증명해 주기를 어느 정도 기대하면서.

헤르미온느가 론에게 호소했다.

“넌 이 이야기를 안 믿지, 그렇지?”

해리가 고개를 들었다. 론은 잠시 망설였다.

“잘 모르겠어...내 말은...약간 서로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고......”

론이 어색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론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먼저 호크룩스를 없애야만 할 것 같아. 해리.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에게 시키신 일이 바로 그거잖아. 어쩌면..........어쩌면 말이지, 우린 성물에 관한 일을 그만 잊어버려야만 할것 같아.”

“고마워 론. 내가 제일 먼저 망을 보도록 할께.”

헤르미온느는 성큼성큼 해리의 앞을 지나더니, 천막입구에 털썩 앉음으로써, 모든 동작을 단박에 완전히 정지시켜 버렸다.

그날 밤에 해리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죽음의 성물에 관한 생각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온갖 혼란스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도는 바람에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지팡이,돌, 그리고 투명 망토. 그것들 모두를 가질 수만 있다면........

나는 끝에서 열린다.......하지만 ‘끝’이 뭐지? 어째서 지금 그 돌을 가질 수 없는 걸까? 만약 그 돌을 갖고 있다면,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직접 이 모든 것을 물어볼수 있을 텐데......

해리는 어둠 속에서 스니치에게 온갖 말들을 다 중얼거려 보았다. 심지어 파셀통그까지 써 보았지만, 황금 공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지팡이, 딱총나무 지팡이는 어디에 숨겨져 있을까? 지금 볼드모트는 어디를 수색하고 있을까? 해리는 흉터가 다시 타는 듯이 아파 와서 볼드모트의 머릿속을 보여 주길 바랐다. 왜냐하면 생전 처음으로 그와 볼드모트는 똑같은 것을 원한다는 점에서 일치했던 것이다.. 물론 헤르미온느는 이런 생각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믿지 않는다........제노필리우스가 어떤 면에서는 옮았다..........꽉 막혔군. 편협하고 생각이 좁아. 그녀가 죽음의 성물이란 생각 자체를 두려원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부활의 돌을...해리는 또다시 스니치에 입술을 갖다댔다. 그리고 거의 삼킬 듯이 입맞춤을 했다. 하지만 싸늘한 금속 물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득 루나를 떠올린 것은 새벽이 다 될 무렵이었다. 아즈카반의 감옥에서 홀로 디멘터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루나를 생각하니, 해리는 갑자기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성물에 대한 생각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루나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루나를 구할 수만 있다면. 하지만 자신들이 그렇게나 많은 디멘터들을 물리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한번도 블랙손 지팡이로 패트로누스를 불러내려고 해 본 적이 없었다. 날이 밝으면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이보다 더 좋은 지팡이를 구할 방법만 있다면.......

천하무적, 난공불략이라는 죽음의 지팡이, 딱총나무 지팡이에 대한 욕망이 또다시 그를 사로잡았다.......

다음 날 아침에 그들은 텐트를 접고 무섭게 쏟아지는 빗속을 뜷고 이동했다. 폭우는 그날 밤에 그들이 텐트를 친 해안까지 뒤쫓아 왔다.그리고 모든 걸 흠뻑 적시며 일주일 내내 쏟아졌다. 해리는 그 풍경을 보면서 쓸쓸하고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죽음의 성물 이외에 다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마음속에 이 세상 무엇으로도 끌 수 없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의 노골적인 불신이나 론의 끈질긴 의심으로도 끌 수 없는. 하지만 성물에 대한 갈망이 마음속에서 점점 더 강렬하게 타오를 수록, 해리는 점점 활기를 잃었다. 그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비난했다. 두 사람의 확고한 무관심은 끈질긴 폭우만큼이나 그의 기분을 축 쳐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어느것도 그의 확신을 손상시킬 수는 없었다. 그것은 변함없이 절대적이었다. 해리는 성물에 대한 믿음과 갈망에 어찌나 깊이 사로잡혔던지, 다른 두 사람과 그들의 호크룩스에 대한 집착에 커단란 소외감을 느꼇다.

“집착이라고?”

어느 날 저녁, 해리가 무심코 그 말을 내뱉자 헤르미온느는 낮고 사나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로부터 또 다른 호크룩스의 위치를 찾는 일에 관심이 부족하다며 이미 한바탕 잔소리를 듣고 난 직후였다.

“집착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야, 해리! 우린 단지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에게 시키신 일을 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해리는 이 은근한 비난에도 전혀 무감각했다. 덤블도어는 헤르미온느가 해독하도록 성물의 상징을 남겨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골든 스니치 속에 감추어진 부활의 돌을 남겨 주었다. 해리는 여전히 확신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이 살아 있는 한은 어느 쪽도 살 수 없으리라....죽음의 지배자....어째서 론과 헤르미온느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파괴되어야할 최후의 적은 죽음이다.’”

해리는 조용히 그 구절을 외워 보았다.

“난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가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쏘아붙였고, 해리는 그만 설득을 단념했다.

심지어 다른 두 사람이 아직까지 끈질기게 토론을 벌이고 있는, 은빛 암사슴의 수수께끼조차 지금의 해리에게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저 약간 흥미로운 소소한 사건일 뿐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또 한 가지 일은 흉터가 다시 쑤시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사실을 다른 두 사람에게 숨기기 위해서, 해리는 온갖 짓을 다 해야만 했다. 흉터에 통증이 느껴질때마다 얼른 아무도 없는 곳으로 자리를 피했지만, 정작 그가 본 것은 실망스러웠다. 그가 볼드모트와 공유하는 장면의 질이 달라졋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초점이 왔다 갔다 하면서 움직이는 것처럼, 흐릿하고 흔들렸다. 해리는 해골처럼 보이는 어떤 물건의 흐릿한 형체와, 실물보다는 그림자에 더 가까운 산 같은 뭔가를 겨우 파악하 수 있었다. 늘 현실처럼 또렸한 광경에 익숙해져 있던 해리는 이런 변화에 몹시 당황했다. 그리고 은근히 볼드모트와 자신 사이의 연결이 약해진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다. 헤르미온느에게는 뭐라고 말했든 간에, 사실 이런 연결이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소중했던 것이다. 해리는 이 흐릿하고 불만스런 영상을 자신의 지팡이가 파괴된 것과 연관시켰다. 마치 더 이상 예전처럼 볼드모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된 것이 이 블랙손 지팡이의 탓인 양 말이다.

천천히 몇 주일이 흐르면서, 아무리 새로운 자기 생각에 빠져 있던 해리라 해도 이제는 론이 책임을 맡은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을 두고 혼자 떠났던 일을 보상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은 탓인지, 아니면 해리가 무기력한 상태로 빠져든 것이 잠재되어 있던 그의 지도자적 자질을 일깨운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제 다른 두 사람을 격려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사람은 바로 론이었다.

“아직 세 개의 호크룩스가 남았어.”

론은 끊임없이 떠들었다.

“우린 행동 계획을 짜야만 해. 어서! 우리가 찾아보지 않은 데가 어디지? 다시 한번 검토해 보자. 고아원.......”

론과 헤르미온느는 다이애건 앨리, 호그와트, 리들 하우스, 보진과 버크 가게, 알바니아 등. 톰 리들이 한때 살았거나 근무했거나 방문했거나, 혹은 살인을 저질렀다고 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 장소를 또 한 번 샅샅이 흟었다. 해리는 오직 헤르미온느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낄 뿐이었다. 차라리 말없이 혼자 앉아서 볼드모트의 생각을 읽으려고 하거나 딱총나무 지팡이에 대해서 더 많은 사실을 알아내는 편이 훨씬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론은 점점 더 가당치도 않은 장소로 계속 이동을 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들을 계속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해리는 깨달았다.

“그건 결코 모르는 일이야.”

이것이 론의 상투어였다.

“어퍼 플래즐리는 마법사 마을이라고, 그자가 거기서 살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지.그냥 가서 한번 둘러보기나 하자.”

이렇게 자주 마법사들의 영역에 출몰하다 보니, 이따금 인간사냥꾼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저자들 중 일부는 죽음을 먹는 자들 만큼이나 지독한 것 같아.”

론이 말했다.

“나를 붙잡았던 놈은 약간 불쌍했어. 하지만 빌이 그러는데 어떤 놈들은 진짜로 위험하대. <포터워치>에서 말하기를...”

“뭐라고?”

해리가 물었다.

“<포터워치>말이야. 그게 뭔지 너한테 얘기 안했나? 내가 라디오에서 들으려고 계속 애를 쓰는 프로그램인데, 요즘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유일하게 진실을 전해 주는 프로그램이야! <포터워치>만 빼고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 사람의 노선을 따르고 있거든. 너에게도 꼭 한번 들려주고 싶어. 하지만 주파수를 맞추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론은 저녁마다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동시에 온갖 다양한 리듬에 맞춰 지팡이로 라디오 위를 두들기고 있었다. 이따금 드래곤 수두의 치료법에 관한 조언이라든가, <강하고 뜨거운 사랑으로 가득 찬 냄비> 몇 소절이 흘러나오는 걸 얼핏 듣기도 했다. 론은 지팡이를 툭툭 두드리는 한편, 입으로는 온갖 단어들을 연달아 중얼중얼 외우면서 정확한 암호를 맞히려고 노력했다.

“암호들은 대개 기사단과 관련된 것들이야.”

론이 그들에게 말했다.

“빌은 암호 맞히는 재주가 정말 비상했는데. 나도 결국에는 하나쯤 맞히게 되겠지.”

하지만 3월이 되어서야 마침내 론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해리는 보초를 설 차례가 되어, 천막 입구에 멍하니 앉아 차가운 대지를 뜷고 올라온 무스카리 싹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텐트 안에서 잔뜩 흥분한 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혔어. 내가 맞혔다고! ‘알버스’가 암호였어. 어서 들어와 해리!”

해리는 며칠 만에 처음으로 죽음의 성물에 대한 생각에서 깨어나 황급히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작은 라디오 옆에 무릎을 끓고 앉아 있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발견했다. 소일거리 삼아 그리핀도르의 칼을 닦고 있던 헤르미온느는 입을 딱 벌린 채, 조그만 스피커를 열심히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무척이나 친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방송이 중단된 것을 사과드립니다. 저 멋진 죽음을 먹는 자들이 저희 지역에 있는 여러 집들을 방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리 조던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나도 알아!”

론이 환하게 웃었다.

“멋지지, 그치?”

“저희는 이제 또 다른 안전한 장소를 찾았습니다.”

리가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분께 오늘 저녁 이 자리에 우리의 고정 출연자 두 분이 함께 자리하셨음을 알리게 되어서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두 분!”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리버.”

“‘리버’가 바로 리야.”

론이 설명을 해 주었다.

“모두 가명을 갖고 있거든. 하지만 대개는 너희도 알아차릴 수 있을.....”

“쉬잇!”

헤르미온느가 입을 다물게 했다.

“하지만 로열과 로물루스로부터 소식을 듣기 전에, 잠시 <마법 라디오 네트워크 뉴스>와 <예언자 일보>에서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망 기사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테드 통스와 더크 크레스웰의 죽음을 알리게 되어 참으로 유감입니다.”

순간 해리는 가슴이 철렁하면서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와 론와 헤르미온느는 경악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고르눅이라는 이름의 도깨비 역시 살해됐습니다. 통스와 크레스웰, 고르눅과 함께 다녔던 것으로 추정되는 머글 태생의 딘 토마스와 또 다른 도깨비는 간신히 도망쳤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만약 딘이 이 방송을 듣고 있거나, 혹은 그의 소재를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그의 부모님과 누이들이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가들리에서는 다섯 명의 머글 가족이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머글 당국에서는 이 죽음을 가스 누출 때문인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불사조 기사단 단원들이 저희에게 알려 온 바에 따르면 살인 저주에 당한 거라고 합니다. 이 사건은 새로운 정권하에서 머글 살육이 단순한 유흥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또 다른 증거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청취자 여러분들께 바틸다 백셧의 유해가 고드릭 골짜기에서 발견되었음을 알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그녀는 이미 몇 달 전에 죽은 것이 분명합니다. 불사조 기사단에서 저희에게 알려 온 바에 따르면, 그녀의 시신에는 어둠의 마법에 의한 것이 분명한 상해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이제부터 테드 통스와 더크 크레스웰, 바틸다 백셧, 노르눅 그리고 비록 이름은 모르겠지만 역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살해당한 머글들을 위해서 1분간의 묵념에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침묵이 이어졌다. 해리와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입을 열지 못했다. 해리는 한편으로는 계속 더 듣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뒤이어 어떤 소식이 전해질까 두렵기도 했다. 외부 세계와 완전히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든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제 고정 출연자 로열에게 마이크를 넘겨서, 새로운 마법 세계의 질서가 머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최근 소식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버”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는 깊고 신중하고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킹슬리야!”

론이 소리쳤다.

“우리도 알아!”

헤르미온느가 론을 조용히 시켰다.

“머글들은 계속해서 심각한 재앙을 겪고 있으면서도, 이 재앙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킹슬리가 말했다.

“하지만 머글 친구들과 이웃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종종 머글들도 모르게 위험을 무릎쓰는 마녀와 마법사들의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모든 청취자 여러분들께 부디 그분들을 본받자고 호소하고 싶습니다.여러분의 거리에 있는 머글들의 집에 보호 마법을 걸어 주거나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간단한 조처만 취해도 수 많은 생명을 구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위험한 시기에 ‘마법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취자 분들에게는 뭐라고 말씀 하실 건가요, 로열?”

리가 물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마법사 우선’은 ‘순수혈통 우선’ 그리고그 다음에는 ‘죽음을 먹는자’로 향하는 지름길 이라고 말입니다.”

킹슬리가 대답했다.

“우린 모두 같은 인간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모든 인간의 생명은 똑같이 고귀한 것이며 구해 줄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대단히 훌륭한 지적입니다. 로열. 만약 언젠가 우리가 이 혼란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전 당신을 마법부 장관으로 찍겠습니다.”

리가 말했다.

“이제 우리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인 ‘포터의 친구들’을 위해서 로물루스에게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리버.”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론이 얼른 입을 열었지만, 헤르미온느가 먼저 선수를 치고 속삭였다.

“우리도 안다니까, 루핀이잖아!”

“로물루스, 당신은 우리 프로그램에 나올 때마다 해리 포터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주장해 오셨지요?”

“그렇습니다.”

루핀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죽음을 먹는 자들이 최대한 대대적으로 그의 죽음을 선전하고 다녔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그 소식은 이 새로운 정권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테니까요. ‘살아남은 아이’는 선의 승리, 순수의 힘, 저항을 계속하려는 요구 등 우리가 싸워 지키고자 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상징입니다.”

해리의 마음속에 고마움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뜨거운 감정이 왈칵 복받쳐 올랐다. 그렇다면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해리가 퍼부었던 그 끔찍한 폭언들은, 루핀은 이미 용서했단 말인가?

“만약 해리가 이 방송을 듣고 있다면, 그에게 무슨 말씀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로물루스?”

“우리 모두의 마음은 그와 함께 있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루핀이 말했다. 그리고 약간 망설이더니 다시 덧붙였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자신의 본능을 따라가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선하며 거의 언제나 옮다고 말입니다.”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눈물로 가득했다.

“거의 언제나 옳지.”

헤르미온느가 루핀의 말을 되풀이했다.

“오, 내가 너희한테 말 안 했니?”

론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빌이 그러는데, 루핀이 다시 통스와 살고 있대! 그리고 이제 통스는 상당히 배가 불렀나 봐........”

“........그리고 우리의 고정 코너인, 해리 포터에 대한 신의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그의 친구들의 최근 소식도 전해 주실까요?”

“고정 청취자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좀 더 공공연히 해리 포터를 지지한 사람들 중 몇 명이 현재 감옥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중에는 <이러쿵 저러쿵>의 전 편집장인 제노필리우스 러브굿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쨋든 아직 살아있긴 하구나!”

론이 중얼거렸다.

“또한 불과 몇 시간 전에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호그와트의 유명한 사냥터지기인 루베우스 해그리드가..........”

세 사람 모두 헉하고 놀라는 바람에 하마터면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을 놓칠 뻔했다.

“호그와트 운동장에서 체포될 뻔했으나 아슬아슬하게 도망쳤다고 합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집에서 ‘해리 포터 지지자’모임을 열어 왔다는 소문입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붙잡히지 않았고, 우리는 그가 현재 도망 중이라고 믿고있습니다.”

“키가 5미터나 되는 형제가 있다면, 아무래도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서 도망칠 때 도움이 되겠죠?”

리가 물었다.

“유리한점은 있을 겁니다.”

루핀이 진지하게 동의했다.

“제가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우리 <포터워치>는 해그리드의 용기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지만, 동시에 아무리 헌신적인 해리 포터의 지지자들이라고 할지라도 해그리드의 전철을 밟지는 말라고 강력히 충고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해리 포터 지지자’모임은 별로 현명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로물루스.”

리가 동의했다.

“저희는 여러분께 <포터워치>를 청취함으로써 번개 모양 흉터를 가진 그 소년에 대한 헌신을 계속 보여 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자, 이제 해리포터만큼이나 교묘히 잘 피해 다닌다는 게 입증되고 있는 그 마법사에 관한 소식으로 옮겨 가도록 하지요. 저희는 그자를 죽음을 먹는 자들의 두목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여기 그자를 둘러싼 온갖 정신 나간 소문들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 나오신 새로운 통신원을 소개하겠습니다. 로던트.”

“‘로던트(쥐,토끼 따위의 설치류:역주)’라고요?”

또 다른 낯익은 목소리가 반문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동시에 소리쳤다.

“프레드야!”

“아니, 조지인가?”

“내 생각에 프레드인것 같아.”

론이 이렇게 말하며 더욱 바싹 귀를 기울였다. 그때 쌍둥이 중 하나가 말했다.

“전 ‘로던트’로 불리지는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저를 ‘레피어(가늘고 긴 쌍날칼:역주)’로 불러 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오, 그럼 좋아요. ‘레피어’ 그렇다면 죽음을 먹는 자들의 두목에 관해 들려오는 갖가지 소문들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들려주시겟어요?”

“네, 리버. 그러지요.”

프레드가 말했다.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서 앞으로 아시게 되겠지만, 가령 그자들이 정원 연못 바닥이나 어디 비슷한 곳에 숨어 있는게 아니라면, 계속 그늘에 숨어있으려는 그 사람의 전략은 공포분위기를 조장하려는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만약 그자를 보았다고 하는 주장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우리 주위에는 지금 분명 열아홉 명은 족히 되는 ‘그 사람들’이 날뛰고 잇는 겁니다.”

“물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킹슬리가 말했다.

“자기 모습을 실제로 드러내기보다는 신비감을 갖게 하는 편이 훨씬 더 공포심을 자아낼 테니까요.”

“맞습니다.”

프레드가 말했다.

“그러므로 여러분, 조금만 마음을 진정하도록 합시다. 굳이 허튼 소문을 꾸며 내지 않아도 이미 나쁜 일들이 차고 넘칩니다. 예를 들어서, 그 사람이 한 번 노려보기만 해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새로운 소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바실리스크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덩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것이 다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만약 다리가 있다면, 그것의 눈을 쳐다보는건 안전합니다. 설령 그것이 진짜 그 사람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여전히 거의 없을 것 같지만요.”

참으로 오랜만에 해리는 큰 소리로 깔깔 웃었다. 그를 짓누르고 있던 긴장감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자가 해외에서 계속 목격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리가 물었다.

“글쎄요. 그자처럼 그토록 힘든 일을 하고 난 후에, 누군들 잠깐 동안 멋진 휴가를 보내고 싶지 않겠습니까?”

프레드가 되물었다.

“하지만 여러분, 중요한 건 바로 이겁니다. 그자가 해외에 나갔다고 생각하고, 이제 안전할 거라고 방심하시면 안됩니다. 어쩌면 그자는 여기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드디어 마음이 내켜서 샴푸 병을 집어 드는 것보다 더 빨리 그 사람은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혹시 어떤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그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저도 제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안전이 첫째입니다!”

“현명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레피어.”

리가 말했다.

“청취자 여러분. 이것으로 <포터워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언제 다시 방송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다이얼을 계속 돌려주십시오. 다음번 암호는 ‘매드아이’가 될 것입니다. 서로서로 안전을 지켜줍시다. 신의를 지킵시다. 좋은 밤 되십시오.”

라디오의 다이얼이 빙그르르 돌더니 주파수 계기판의 불이 꺼져 버렸다. 하지만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낯익고 반가운 목소리들은 아주 특별한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해리는 세 사람만 따로 떨어져 지내는 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다른 사람들이 볼드모트에게 맞서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훌륭하지, 응?”

론이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다.

“굉장해.”

해리가 말했다.

“이 사람들은 너무나 용감하구나.”

헤르미온느가 감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저러다 발각이라도 되는 날이면.....”

“하지만 계속 돌아다니잖아, 안 그래?”

론이 말했다.

“우리처럼 말이야.”

“하지만 프레드가 하는말 너도 들었지?”

해리가 흥분에 들떠서 물었다. 이제 방송이 끝나고 나니, 다시 그를 온통 사로잡고 있는 문제로 되돌아갔던 것이다.

“그자가 외국에 있어! 그자는 아직도 그 지팡이를 찾고 잇는 거야! 그럴 줄 알았어!”

“해리........”

“이봐, 헤르미온느, 도대체 너는 왜 그렇게 완강하게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지? 볼.......”

“해리, 안 돼!”

“........드모트는 딱총나무 지팡이를 쫓고 있다고!”

“그 이름은 금기란 말이야!”

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때 텐트 바깥에서 뭔가 요란하게 딱 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내가 말했잖아, 해리! 더 이상 그 이름을 말해서는 안된다고 말이야. 어서 주위에 보호막을 다시 쳐야 해, 서둘러. 그자들은 이렇게 해서 찾아내는 데.......”

론이 갑자기 말을 딱 멈추었다. 해리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탁자위에 놓인 스니코스코프가 빛을 발하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저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들을 수 잇었다. 거칠고 몹시 흥분한 목소리였다. 론은 호주머니에서 딜루미네이터를 꺼내어 찰칵 켰다. 등잔불이 꺼졌다.

“두 손 들고 당장 거기서 나와!”

어둠 속에서 쉰 목소리가 외쳤다.

“너희가 거기 있다는 걸 다 알고 있다! 여섯 개의 지팡이가 너희를 겨냥하고 있다. 우린 너희가 누군든 상관없이 저주를 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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