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2. 원작파괴범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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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방망이라. 불방망이
말 그대로 그녀는 불방망이가 무기였다. 어떤 제약이 있는지 몰라도 어디까지나 방망이만을 무기로 사용한다.
강하기도 강하지. 제대로 근접전에 한해서 그 불방망이를 이길 사람 세계에서도 드물 테니까.
유은하를 가르치겠다면서 거의 매일같이 유은하를 괴롭히기도 한 여자다.
음, 한 번 실력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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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아카데미
한성아카데미는 대한민국에 게이트가 일어난 이후, 처음 세워진 헌터교육기관이었다.
일반학교를 중학교까지는 게이트 이전과 같은 교육을 거쳐, 고등학교는 일반학교와 헌터아카데미로 진로가 결정된다.
그 중 한성아카데미는 헌터 아카데미들 중에서도 가장 인재를 많이 배출한 명문아카데미로 추천서 또는 시험으로 들어가야 했다.
아카데미에 향하는 도중, 여러 말들이 귀를 거슬리게 했다.
“와 씨바, 한성아카데미 여자물 진짜 좋네.”
“시발 쟤 백발봐봐. 존나 예쁘네.”
끈적한 시선들이 제법 기분나쁘다.
분명 1A반인가.
문을 찾아들어가자 어느새 많은 생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벌써 파벌을 만들고 있는 건지, 유명 길드 간부 자식들은 저들끼리 뭉쳐있고, 이번에 올라온 엘리트들도 한데 뭉쳐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잠시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쪽에서는 흥미로운 시선. 다른 한쪽에서는 선망의 시선, 다른 한쪽에서는 끈적한 시선.
역시 이런 시선인가.
모처럼 신검사용자의 동생이다. 헌터의 꿈을 꾸고 있는 꿈나무들 중에서는 아마 기대를 거는 사람들도 있겠지.
“저 백발은 각성이겠지?”
“한국인의 머리가 이색적이라면 보통 그렇잖아.”
의외로 유은하란 인물은 꽤 기대를 받고 있는 듯 보였다.
괜한 시선집중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마도기어를 두드렸다.
과연 이번 한성아카데미에 입학한 신세대들은 꽤 대단한 기대들을 받고 있었다. 특히 신검각성을 한 최시우에 대한 정보가 사진까지 짤막하게 올라있었다.
“어? 잠깐, 기다려봐.”
잿빛 머리카락에 진짜 하나, 둘 따질 것 없이 “아, 이 새끼는 하렘주인공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정의감 넘치게 생긴 미소년.
음, 더 말해 무엇하랴.
간략하게 설명해보자면.
최시우란 소년은 이번 작품의주인공이다.
저놈 히로인 중 하나가 나라는 말이지.
그런데 슬쩍 저 얼굴을 보니 딱 이런 생각이 든다.
‘아, 한 대 때리고 싶다.’
아무려면 어떤가. 그냥 쟤는 쟤대로 나는 나대로 살면 될 뿐이다.
주인공은 저 녀석이지만, 나라고 강해지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 저놈이 여자들을 여럿 거느리고 어디서 좆질을 하든 나랑 상관없다.
그러고 보니 하렘 주인공 답게 눈치가 없는 인물이기도 하지.
그러거나 말거나 내 주위로 무슨 결계라도 생긴 듯 생도들이 꽤 떨어져 있다.
선망의 시선을 받는 것은 좋아하지만, 막상 이런 취급이면 기분이 상한다.
"음?"
아주 잠깐, 저 주인공 최시우와 시선이 닿았다.
놈은 잠시 내 눈을 빤히 바라보더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순간, 왁자지껄 시끄러웠던 교실이 한순간, 조용해졌다.
“신검이 신검 동생에게 갔어!”
“벌써 서로 통하는게 있다는 건가?”
쓰잘데기없이 외모만 좋은 미소년이 내 앞으로 와 해맑게 웃었다.
얘 뭔데, 갑자기 가십거리를 만들고 난리야?
"안녕 내 이름은 최시우야. 네가 신검님의 여동생이지?"
진짜 인싸답게 붙임성봐라.
“나는 유은하. 잘 부탁해.”
“나 말이지. 헌터계의 북극성 유진석님을 엄청 좋아해!”
“그래? 오빠가 대단하기는 하지. 너야말로 신검을 각성했잖아. 아마 오빠보다 더 위대해질 걸.”
설마 내가 내 입으로 남자를 오빠라고 부르는 날이 오다니. 최악이다.
그런데 입에 묘하게 달라붙었다.
그러니까. 최악이라고 느끼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런 호칭이 튀어나온다.
나쁜 건 아니다. 원래 인간이란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 형이라 부를 수 없다.
지가 남자라고 착각한다며 미친년 소리를 듣겠지.
“아니야, 신검이라고 마냥 대단한 것이 아니라니까.”
그때였다. 문득 다른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니요. 신검은 성좌님께서 직접 최시우군을 선택하셨지만, 유은하양은 다르죠.”
귀찮은 것이 걸렸다.
“무슨 말이야?”
“이거 실례. 제 이름은 레이나. 이계 2세대 출신이에요. 유은하양의 오빠라 할 수 있는 유진석 헌터는 확실히 신검이시지만, 그렇다고 유은하양이 신검인 것은 아니잖아요?”
레이나. 대격변 당시 이계에서 흘러들어온 이계인2세대 출신이다.
찰랑이는 금발이 사랑스럽다.
최시우의 히로인 중 한 명으로 나와는 달리 죽지 않는 여자.
처음부터 최시우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는 여자. 정확히 말하면 최시우가 가진 신검각성을 보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라면 마땅히 추켜세워져야 한다 여기는 인물. 본인도 지구에 사는 주제에 일반 인간들을 무시하는 여자.
재수없기는 하지만, 이런 애를 갱생시키는 것도 제법 볼 만하다.
그런데 왜 하필 나와 엮이려고 그러나.
최시우도 문제인데 레이나까지 엮이면 원작이 망하고 만다.
“응. 그런데?”
“그러니 신검 각성을 한 최시우군과 격이 차이가 난다는 거죠. 어떻게 벌써 꼬리치려고 그래요?”
이 모습으로 꼬리라니.
내가 은하가 되었다고는 하나 결코 마음까지 암컷이 된 것은 아니다.
나는 남자의 좆이 아닌 여자의 구멍을 좋아한다.
지금 역시 나는 여자의 몸에 익숙해지는 과정만 지나고 나면 여자끼리의 사랑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역시 구멍에는 좆을 박기는 해야겠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안에 그걸 넣기에는 좀.
……딜도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뭐 지금은 이 깐깐한 여자부터 어떻게 해보자.
“친구가 되자고 한 건 최시운데?”
“맞아. 레이나라고 했나? 내가 누구를 친구로 하든 그건 내 권한이야. 너도 내 친구가 될 수 있어.”
진짜 대놓고 인싸기질이 있는 열혈소년 최시우다.
어느새 레이나를 꼬시고 있다.
절대로 이 둘과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 나는 나대로 유은하으로서 살아가야 한다. 아니면 최시우 이 미친놈은 나를 히로인으로 여기는 건가?
하기야, 나 정도면 이계출신 2세대 레이나조차 뒤떨어진다 볼 정도로 아름다움 그 자체다.
그렇다해도 최시우가 그럴 인물은 아니겠지. 여자를 대놓고 노리는 섹마도, 임자있는 여자를 빼앗는 것을 즐기는 금태양도 아닌 그냥 그런 하렘 주인공이니까.
일단 내가 껴있다는 아주 모순된 상황이 벌어졌지만, 최시우의 대사는 그렇게 까지 막나가지 않았다.
본래는 레이나가 먼저 접근하고, 최시우가 친구하자고 하면서 묘한 관계가 성립되는데, 레이나는 최시우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라이벌관계로 의식하고 후일 사랑으로 발전한다.
레이나? 나는 최시우야. 우리 친구가 되자.
성좌의 신검각성만 받은 최시우기 때문에 인맥이 필요했다. 성좌가 그렇게 하라고 도움을 주기도 했고.
자, 그럼 너희들의 다음 대사는 무엇일까?
“훗, 좋아요. 특별히 제가 두 사람의 친구가 되어드리죠.”
“나도 너희 둘과 친구가 되어서 기쁘다. 잘 부탁해!”
?
얘네들 왜 이리 친화적? 너희 둘이서만 놀아야지 왜 나를 자연스럽게 패거리에 넣으려고 그래?
원작에서는 워낙 존재감이 없어 초반에는 아카데미에서 소문난 것 빼고는 여기서 최시우와 친해지지 않는다.
한참 작품의 두 주역들이 양옆에서 떠들고 있을 무렵.
교실 앞문이 열리더니, 츄리닝 바람에 붉은 포니테일의 여성이 당차게 들어왔다.
나이는 한 20대에 한 손에 든 야구방망이는. 음,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오, 다들 잘 모였군!”
불방망이 김지혜. 길드는 성약길드 소속이면서 A급 헌터로 지금은 한성아카데미의 교관으로 일하고 있는 여자가 호쾌하게 웃었다.
“제군들! 이번에 한성아카데미에 오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흠, 다들 익숙한 얼굴들도 있는데. 내 이름은 김지혜! A급 헌터면서 1A반 담임이다! 잘 부탁한다!”
대뜸 들어오자마자 자기소개를 하면서 밝게 웃는 모습은, 전작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과연 전작의 메인히로인.
보아하니, 내가 있는 이 작품에서는 유진석이 김지혜 루트를 타지 않은 것 같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려니, 김지혜가 내 눈을 의식하고 쳐다봤다.
“자, 그럼 첫날이니 자기소개 시간을 가져봐야지! 거기 백발! 자기소개 겸 고유능력에 대해 말해보렴.”
자기소개? 그것도 나부터?
아, 그래 해주마. 내가 바로 원작파괴범이다.
“제 이름은 유은하입니다. 취미는 독서, 고유능력은 가속입니다.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것은 딱히 없습니다.”
“어?”
김지혜는 내 소개에 얼굴이 잠시 한 대 얻어맞은 비둘기 같은 면상이 되었다.
원작에서 유은하는 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능력이 없다하여 아카데미 생도들로부터도 신검의 동생이 맞냐는 등 온갖 음해에 시달렸다.
심지어 가속은 유진석의 것이기도 했다.
솔직히 다 잠재적 경쟁자다. 그런 마당에 최시우처럼 소문난 것이 아닌 이상, 굳이 능력을 소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나는 능력이 3개. 그 중 1개 말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웃기고 있네. 네 오빠가 가속이 있다고 너도 있는 줄 아냐? 중학생 때 네가 어떤 꼴이었는지 잘 아는데?”
마냥 호의적인 시선이 있는 것만도 아니지.
유은하가 일반학교를 다닐 무렵의 친구도 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유은하는 정말 조용하고 소심했다. 머리카락도 정말 너저분하게 기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집구석 여포 각성으로 오빠였던 유진석을 어지간히도 골치 아프게 했지. 그런데 어쩌냐 지금은 내용물이 다른데.
“어차피 능력테스트도 있는데, 거짓말할 이유가?”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맞받아치자, 반박할 것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조금 전까지 나를 비웃으려던 단발이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쟤는 누구일까. 유은하의 기억에 저런 애는 없는데.
슬쩍 김지혜를 보자,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렀다.
그러게 누가 나부터 시키래?
“오늘은 첫날이니 능력테스트만 하고 끝낼 예정이다. 자, 테스트장으로 간다!”
테스트장 좋지.
“야, 너 내가 아카데미 나오라고는 했지만, 그렇게 거짓말하면 어쩌냐?”
가는 길에 김지혜의 입으로부터 그런 말이 들려왔다.
“거짓말 아니에요. 지켜보면 압니다.”
여전히 의심스러운 시선 속에서 나는 테스트장으로 향했다.
* * *
“자, 너희들의 앞에 목각인형이 있을 거다. 너희들이 가진 능력과 마력을 전부 응용해서 저들을 잡아라.”
아카데미는 교육체계는 원작과 딱히 바뀐 것이 없다.
눈앞에 있는 성인남성 크기의 목각. 이건 아무리 부순다고 해도 재생되는 것이다.
부술 때마다 카운트 돼서 마나가 다 떨어질 때까지 하는 것. 그것으로 교관은 생도들의 마력보유량과 능력, 전투력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훈련방식을 바꾼다.
때마침 잘 됐다. 지금 유은하의 몸으로 얼마나 이것을 벨 수 있을까?
디른 생도들을 슬쩍 보니 무식하게 치고 있다.
아마 유은하의 몸은 여자의 몸이고, 어쨌든 남매라 해도 유진석의 몸보다는 체력도 떨어질 터. 불방망이가 분명 능력과 마력을 모두 응용하라 했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몸 안에 있는 마력을 해방한다.
“오. 저 녀석. 마력운용을 저 정도로?”
불방망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목각인형을 향해 덤벼들었다.
고유능력은
그래. 일단 앞으로 내 주능력이 될 것이기에 한 번은 더 정리해야겠다.
말 그대로 어느 개념에서든 가속을 붙이는 것. 여기에 병렬 회로까지 사용한다면 효과는 배가 된다.
한계까지 끌어올리면 어떨까?
나는 작은 단검을 쥐었다.
당장 체력이 약한 이상, 최대한 많은 수의 목각인형을 부수려면 가벼운 무기와 일격으로 끝내야 한다.
며칠 동안 나는 병렬회로를 이용한 두뇌플레이를 단련했다.
물론 저번 같이 제한을 두지 않아 뇌가 터질 뻔한 것은 방지한 채, 딱 적정 수준으로만 끌어올렸다.
그 상태에서 몸 전체에 병렬회로를 적용했다.
또 다시 머리가 맛이 가면서 텍스트가 떠오른다.
[세상이 덧없이 느려졌다. 오로지 나만이 움직이고 오로지 눈앞의 목각인형만이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다.]
[단검을 들어 순식간에 목각인형의 핵을 부쉈다.]
콰직!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 기준상 영겁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이 미친 목각인형은 부숴도 부숴도 계속 일어나고, 수없이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몸은 마력이 떨어져가고 있었다.]
[병렬회로로 이용해 만들어낸 마력회로들이 슬슬 바닥을 보였다.]
[대체 언제 끝나는 거지?]
“유은하 생도! 그만!”
!!
능력을 풀자, 급격한 피로감과 함께 눈이 흐려졌다.
“아, 네.”
어느새 다른 생도들은 끝났던 건지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중이었다
“너 대체 이런 재능이 있었으면서, 네 오빠이상이잖냐. 점수판을 봐라.”
전광판에 떠오른 등수를 보고 깜작 놀랐다.
유은하9999
레이나1459
최시우1124
박지수1114
한수지1057
꽤 저질렀나보다. 그런데.
“9999번 뿐입니까?”
체감상 그보다 더 많이 찔러댔다.
“저거 최대가 9999라서 그래.”
“그래? 아쉽네요.”
내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자, 불방망이 김지혜가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날씨가 점점 어두워진다.
아, 병렬회로의 부작용인가. 가속 그 자체만으로 신체부담은 어마어마한데. 병렬회로까지 적용해서 미칠 지경이다.
빨리 집으로 가야한다.
“교관님. 그럼 오늘은 끝난 거죠?”
“어, 그. 그래.”
나는 뒤에서 최시우와 레이나가 부르는 것도 뒤로 하고 집으로 전력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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