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5. 불꽃창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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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대련시간에 불꽃창녀는 나에게 그 요염한 엉덩이를 들이대고 있었다.
“엄마가 학교가서 친구들 괴롭히지 말랬지!”
“악! 네가 왜 내 엄마.”
“어디서 말대답이야! 딱 대!”
철썩 철썩!
“잘 못했어. 안 했어?”
“잘 못. 잘못했어요! 친구들 괴롭히지 않을게요! 흐어엉! 그만 때리세요!”
철썩 철썩!
“이게 다 너한테 주는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
“히끅!”
그로부터 한 수십차례는 엉덩이를 더 후려쳤다.
생도들이 보는 앞에서 그야말로 공개 수치플레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A반만 있는 탓에 14명만이 열심히 구경했다.
“흐응. 흐응. 흐으읏.”
응, 슬슬 느끼고 있군. 충분히 재미를 봤다. 이 즘되면 풀어주는 것이 낫겠지?
철썩!
한참 두들기자 보이지는 않지만, 엉덩이가 뜨거운 것이 벗기면 빨갛게 손바닥 자국이 났을 것 같다.
딱 이 정도면 되었다.
놀랍게도 불꽃창녀가 최강이 되는 원인은 마조 속성이 깨어난 탓이다. 그래서 그저 아카데미물로만 봤던 작품에서 유일하게 섹스어필을 잘하는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했으니, 최시우가 알아서 따먹겠지. 누이좋고 매부좋고, 나는 아카데미 졸업 후 적당한 취직자리만 가지면 된다.
“좋아, 딱 한 번만 봐준다. 다시는 나대지 마라. 알았지?”
“네에…….”
결국 불꽃창녀는 눈물을 질질 흘리며 무대를 벗어났다.
그러게 대련장에서 너는 사람을 잘 못 만났어.
그리고 불방망이가 기분나쁜 미소로 내게 다가왔다.
“역시 유진석의 동생답군. 잘했다. 저 녀석 어제도 교관한테 오만하게 굴었거든.”
“왜 진작에 버릇을 고치지 않았어요? 교관님의 불방망이라면.”
“하하, 귀찮거든.”
그게 교관으로서 할 소리인가.
교관으로서 자격이 덜 되 처먹은 불방망이는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지멋대로 훈련을 끝냈다.
그런데 첫날부터? 놀랍군. 역시 저 불꽃창녀는 생각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고 있던 것 같다. 원래 초반에도 다른 히로인들과는 최악의 관계였다.
레이나가 기사도 정신을 가진 귀족이라면 불꽃창녀는 예의라곤 밥말아처먹은 천민 수준이라고 할까.
그것도 제대로 수치플레이를 당했으니 끝이다.
이제 남은 것은 최시우의 몫이다.
그런데 최시우 이놈은 저기 울면서 멀찌감치 걸어가는 불꽃창녀를 강 건너 불보듯 하더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유은하. 넌 진짜 대단한 녀석이야.”
또 뭐요
“맞아. 솔직히 다시 봤어. 저 여자 그 창쟁이를 스승으로 두고 있어서 헌터에 관심있는 자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어. 오만하고 건방지기로. 그런데 너는 그런 여자를 대놓고 엉덩이 팡팡하면서 잘 못을 빌게만든 거야.”
너는 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할 걸 그랬어.”
“최시우 당신이 했으면 그거 성범죄야?”
“농담이야. 농담.”
귀찮다. 그냥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왜 얘네들은 자기들끼리 떠드는 걸까.
고작해야 꿈의 인간들일 뿐인데, 왜 이리 퀄리티가 높아.
봐봐. 꿈이 아니고서야 대낮에 날이 또 어둑어둑해질 리가 없다고.
담배마렵다.
대체 이 세계의 담배는 어떻게 만들어져 있길래 어두웠던 날씨를 밝게 만드는 걸까?
“단순히 내 눈이 이상한 걸까.”
어쩌면 병렬회로와 가속 탓에 부작용일 수도 있겠다.
그래. 꿈이다. 이건 꿈. 그러니 외롭다해서 꿈속의 인간을 친구로 만들 필요도 인연을 맺을 필요도 없다.
그래. 그러면 된 거다.
* * *
이론 수업 시간에는 히어로와 헌터, 빌런의 역사와 지금의 세계에 대해서 배운다.
히어로는 헌터들 중에서도 능력있는 자들을 선별하고 또 시험을 거쳐 다는 지위로 공무원취급을 받으며 주로 갑자기 등장한 게이트나 빌런을 상대하는 일을 맡는다.
반면에 헌터는 유명길드에 소속하지 않는 이상, 히어로처럼 돈을 정기적으로 벌지 못한다.
빌런은 히어로와 헌터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으며, 능력을 사용하여 사회에서 민폐를 끼치는 족속들이다.
주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떨어진 지방 등에 빌런들이 존재한다.
“개 같은 세계관, 개 같은 수업. 뭐 꿈속에서 취직하려는 내가 할 말은 아니다만.”
악당이 빌런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위로 궤를 달리하는 존재도 있다.
작가 피셜로 빌런이 아닌 다른 존재로 규정한 것인데.
총 7명으로 구성된 7대 죄악. 음. 이것만으로도 대충 어떤 구성인지 알 것이다.
오만의 루시퍼, 탐욕의 마몬, 질투의 레비아탄, 분노의 사탄, 색욕의 아스모데우스, 폭식의 바알세불, 나태의 벨페고르
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자주 나오는 설정을 박은 것들이다.
전작의 보스들은 주로 각 나라의 유명 빌런들을 상대하는 내용이고, 게이트의 근원을 파괴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최종 보스는 죄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작가가 그랬었지.
본래 빌런 중에도 악마를 넣으려 했다고.
“그랬으면 좆됐겠지.”
당장 7대 죄악은 세상을 뒤엎을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
놈들은 딱히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설정이었다가, 최시우가 본격적으로 신검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최시우를 제압하려 하다 역관광 당한다.
다만 그들의 목표는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
작가는 멀티엔딩을 만들어놨는데, 대부분이 그들에 의해 지구가 망하게 된다.
소문으로는 7대 죄악은 대격변 때 엄청난 능력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 죄악에 맞서 존재하는 것이 12명의 사도들.
세계에서 강한 히어로들만 뽑아 만든 조직이다.
그런데, 그건 나 같은 히로인 탈주 소시민에게는 의미가 없다.
“자기나 하자.”
아마 나태한 벨페고르와 견준다면 나 역시 만만치 않게 나태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내 강의시간에 잠을 자려 하다니.”
어 불방망이한테 걸렸다.
“선생님 저는 명상 중이었습니다.”
“오냐. 명상이라고. 그럼 이번에 배우고 있는 마력이론과 운용방식에 대해 여기 한 번 적어봐라.”
불방망이가 방망이를 흔들면서 칠판을 향해 턱을 흔들었다.
칠판에 늘어선 것은 마법이론에 대한 설명과 술식이었다.
굳이 마법사류가 아니더라도 마법이론은 마력을 다루기 위해서라도 알아야 한다.
마나를 다뤄야 괴수를 죽이는 힘이 더해지니까.
“쯧쯧. 신검 동생이라고 나대더니, 꼴 좋다.”
“결국 능력빨이라는 거지.”
아니나 다를까. 이때랍시고 은근슬쩍 까는 애들이 있다.
저런 거 일일이 상대해주면 꿈속에서 혼자 불타오르는 멍청이 취급을 당한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흘려넘겼다.
나는 칠판으로 가서 불방망이가 시키는 대로 멋들어지게 이론을 적었다.
딱히 어렵지 않다.
소설 속에서 최시우가 마력운용 연습을 하면서 혼자 독백으로 마력운용 이론을 정리했었다.
신기한 건, 내 기억은 꽤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그런 기억은 또렷하게 잘 난다.
칠판에 보란 듯이 적자, 나를 까던 생도들은 입이 떡벌어지고, 금방이라도 내 엉덩이를 때릴 것 같이 방망이를 들고 있던 김지혜도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오라비나 여동생이나 아주 잘 났어요. 앞으로 내 시간에 명상은 하지 마라. 알겠냐?”
“네.”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자리에 넙죽 앉았다.
내 잘 못인가. 이건 전적으로 강의를 재미없게 하는 불방망이에게 그 책임이 있다.
헌터고 나발이고, 그냥 빨리 이 꿈이 깼으면 좋겠다.
“그 신검의 여동생이 이렇게 불량아라니.”
이론수업이 끝나고 대뜸 레이나가 내 코끝을 쿡쿡 찔렀다.
“너 같으면 다 아는데, 시간낭비하고 싶니? 그 시간에 자는 게 최고야. 그런데 최시우는 어디 갔어?"
"뭐야, 최시우 노리는 거라던가?"
”그럴 리가. 시발 안 노리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마.“
"최시우. 그 년 사과받으러 갔어요. 한수지."
"아, 불꽃창녀?"
"불꽃창녀?"
"창 끝에 불달아서 휘두르니 불꽃창녀지."
그럼 뭐라고 해야 할까.
"어감이 이상한데."
"유은하! 한수지가 너 좀 보고 싶대!"
뒤이어 나타난 무척 개운해 보이느 표정의 주인공씨가 그렇게 소리쳤다.
나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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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자고 했던 불꽃창녀는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
담배를 2개피나 피웠는데, 이 망할 년은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그래. 그거지. 그 년은 지금 나를 놀려먹은 거다. 엉덩이 팡팡했다고 말이지.
아무래도 내일 이번에는 직접 아카데미 앞에서 수치를 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인기척이 느껴져 옆을 보니 한대 맞은 비둘기 같은 표정의 불꽃창녀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야, 너. 너 아카데미에서 왜 담배피워?”
“피든 말든 네가 뭔 상관이세요. 딱히 금지구역도 아니고.”
“흥! 내가 아까는 그렇게 당했지만, 그렇게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어!”
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그래서 뭐를 말하고 싶은 건데?
“그래. 뭐 한판 해보자는 거면, 다음에는.”
“자.잠깐 그런 뜻이 아니야!”
내가 엉덩이를 치는 시늉을 하자 불꽃창녀는 엉덩이를 가리며 몇 걸음 물러섰다. 그러더니 눈을 치켜떴다.
진짜 어쩌자는 건가.
“뭐 어쩌라고.”
“그러니까. 절대 너한테 최시우는 안 넘겨줄 거야!”
“무슨 소린가 했더니, 내가 최시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잘생기고, 강하고. 정의감 넘치는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
잘생기고, 강하고, 정의감 넘치고.
전부 인정은 하겠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내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를 좋아하는 건 무리가 있다.
결국 여자인 이상 임신과 출산도 생각해볼 경우 남자와 그 짓도 해야 한다는 건데. 여기가 현실이라고 치더라도 무리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남성의 성기가 내 안에 들어온.
어우 끔찍하다.
“그래서. 네가 그 녀석을 좋아하니, 나를 연적취급 한다는 거야?”
“네가 설령 아니라고 해도 이미 딱 보면 알거든? 얼굴 붉히고 있잖아?”
“아무래도 네가 나중에 귀찮게 할 까봐 미리 못 박아두겠는데, 난 남자 싫어해.”
싫어한다기보다는 생리적으로 무리지만.
“뭐? 그럼 여자라도 좋아한다고?”
“응.”
바로 그거지.
“여자가 여자를 좋아해? 흥. 핑계나 대고. 지금 나 안심시키려는 거잖아?”
“미안한데, 너도 충분히 내 눈에 들거든?”
“어?”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불꽃창녀의 볼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입술을 가까이 대었다.
츄웁.
옥상에서 백발의 미소녀가 붉은 머리의 소녀의 입에 입술을 포개는 모습은 과연 어떻게 보일가.
아름답다? 아니면 레즈는 더럽다? 어느 쪽이고 상관없다.
분명히 말해 나는 히로인이 되기 싫다.
히로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기서는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읍?“
한 동안, 어른의 키스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꾹 다물고 있는 불꽃창녀의 입술을 풀어주고, 혀를 넣어 그녀의 혀와 뒤섞이며 백합키스를 즐긴다.
적어도 내가 여자에게 이 정도로 키스할 줄 안다는 것을 느끼면 내가 최시우를 좋아한다는 그런 개떡같은 마인드를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자.잠깐, 알았으니. 그.그만.“
”무슨 소리야? 너도 내 목표라니까? 네 온 몸은 네가 꼿꼿이 세우는 창처럼 화끈하게 달구어졌구나. 네 몸은 여자를 레즈로 만드는데 천재야.“
”그게 무슨. 읍?“
키스로 조금 더 불꽃창녀의 몸을 녹여주었다.
결국 십여분이 지날 동안 녹진한 키스에 빠진 불꽃창녀는 어느새 혀를 자신이 얽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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