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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7화 (7/331)

〈 7화 〉 6. 불꽃 같은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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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불꽃처럼 붉은 머리의 소녀는 아카데미에 입학할 무렵 다짐한 것이 있었다.

성좌로부터 신검사용자로 선택받은 최시우. 사실상 2대 신검이라 불리는 최시우와 지금의 신검사용자인 유진석의 동생인 유은하에는 절대지지 않겠다고.

이유는 하나였다.

스승인 김재수.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S급 창쟁이 헌터. 게이트 근처에서 괴수에 의해 부모를 잃은 자신을 거두어준 인물.

그리고 불꽃의 창 계승자로 키워준 정말 은혜로운 분.

그 분은 다른 건 몰라도 유난히 집착하는 것이 있었다.

자신보다 후발주자였으면서 신검사용자라는 이유로 당당히 영웅의 반열에 오른 인물 유진석을 반드시 이기고 싶다고. 그렇지만 절대적인 격의 차이가 있어 자신은 이기지 못했다라고.

그래서 소녀는 맹세했다.

2대 신검으로 불리는 최시우와 신검의 여동생이자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유은하를 이기겠다고.

그리고 종국에는 초대 신검사용자 유진석을 이기겠노라고

그런데 소녀는 첫날 능력테스트에서부터 둘에게 지고 말았다.

1. 유은하­9999

2. 레이나­1459

3. 최시우­1124

4. 박지수­1114

5. 한수지­1057

처음 능력테스트의 결과를 보고 믿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된다. 어떻게 9999라는 수치가 나오나?

아, 분명히 유은하는 자기 오빠의 위세를 믿고 사기를 친 것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불꽃의 김재수‘의 제자인 자신이 5위를 할 리가 없다.

아니, 그렇다 해도 최시우에게 마저 져버렸다.

이것은 치욕이었다.

그리고 설욕의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다음 날, 능력을 이용한 연습대련이 있었다.

능력이 없는 자들은 저들끼리 연습. 능력이 있는 자들만 서로 힘을 가늠하기 위해, 우열을 가리기 위한 대련이 있었다.

최시우는 신검 사용자답게 능력자들을 제치고 올라왔고, 유은하는 상대를 도발하여 능력도 쓰지 않고 이겼다.

최시우면 몰라도 결국 유은하는 허세였던 것이다.

유은하에 대한 평가를 전면 수정한 나는 최시우와의 결전에 이르렀다.

“최시우. 한 번 붙어보고 싶었다!”

“아하하. 나 미움받을 짓했나?”

생김새만 보면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놈. 그저 자기가 정의로운 줄 알고 대단하다고 착각하는 놈.

그런 놈이 신검을 꺼내 들었다.

나 역시 스승인 김재수헌터로부터 물려받은 염화의 창을 들어 최시우와 대치했다.

“신검이라고 나대지 말라고! 너랑 유은하는 내가 반드시 쓰러트릴 거다!”

반드시 이기고 말 거다. 반드시.

“젠장. 나 혼자면 모르겠는데, 유은하까지? 비겁하지 않냐?”

아무래도 최시우 이놈은 저 허세만 부리는 유은하한테 반한 것이 틀림없다.

헌터가 되겠다는 자가 이렇게 연애에 빠져들면 결국 나약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년놈들에게 져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흥! 너희들은 내 방해일 뿐이야! 빨리 네 놈을 쓰러트리고 저기 백발년을 잡아 무릎꿇릴 테다!”

“내 친구를 백발년이라고 하지 마!”

“흥 덤비기나 해라.”

그렇게 시작된 전투는 치열했다.

연습경기라 제한을 두지 않았으면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챙강! 캉! 킹!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한수지는 김재수의 제자로서 김재수보다 뛰어난 역량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다.

그런데 최시우에게 밀린다. 변변한 스승없이 오로지 성좌로부터 선택받은 것 하나만으로 자신이 밀리고 있다.

“큿!”

한수지는 마지막까지 저항하려 했으나 한계였다.

검과 창이 몇 번이나 부딪쳐도 밀리고 있다.

누군가 그러더라 양자의 실력이 대등할 경우 창이 이길 거라고. 그런데 검에 이렇게 밀리고 있다.

인정해야만 했다. 이건 필패다.

인정하는 순간 한수지는 그만 손에서 염화의 창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어느새 승자의 미소를 시원하게 짓고 있는 최시우가 검을 가까이 대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어도 결국 패배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수지가 항복을 선언하려는 순간, 최시우가 먼저 검을 넣고 두 손을 들었다.

“여기까지 할래. 항복.”

“뭐?”

이해할 수 없었다. 항복이라니?

설마 꼴같지 않은 동정이란 말인가?

“너를 쓰러트리는 것은 나만의 몫이 아니야. 모욕받은 유은하의 몫이기도 하지. 나는 레이디퍼스트라.”

그런데 동정조차도 아니었다. 유은하를 상대하란다.

이건 나름 굴욕이었다.

좋아, 그렇다면 해줄 것이다. 한수지는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창을 쥐었다.

그리고 교관의 허락이 떨어지자 유은하와 대련을 하게 되었다.

“최시우. 저놈한테는 졌지만, 너한테 질 생각은 없어!”

이번에야 말로 이길 것이다. 반드시. 저런 사기나 치는 계집애한테 질 수 없다.

그런데 유은하는 내 도발에 특유의 무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너 같은 애는 관심 밖이라는 것처럼.

한동안 저를 향해 무심하게 쳐다보더니, 곧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하늘이 참 화창하네.”

“뭐?”

“이런 날 미쳐버린 암캐가 주제도 모르고 미친년 널뛰기하는 짓을 가만히 두고 보면 곤란하지.”

저를 두고 하는 소리일까. 고작해야 사기꾼 계집애가.

“뚫린 입이라고 막말하네. 너 그러다 창에 꽂히면 덜 아프냐?”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올린 채로 하늘을 쳐다보던 눈알만 굴려 나를 쳐다봤다.

“미친개는 매가 약이라지.”

유은하는 조금도 저를 신경쓰지 않고, 말에 대꾸하지도 않으면서 자세를 바로 잡더니, 품에 있는 나이프를 뽑아들었다.

“잘난 척은! 고작 나이프 하나로 날 이기겠다고?”

“너는 내가 보는 하늘을 어둡게 만들까? 아니면 눈부시게 만들까?”

저건 무슨 소린가?

의미 불명의 말에 대꾸하려는 순간. 교관이 방망이로 지면을 때렸다.

“자, 둘 다 그만 떠들고, 시작해라!”

삐익!

그래. 저런 년한테도 질 수 없지. 오로지 이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염화의 창에 불꽃을 두르고 앞으로 내달렸다.

유은하 저년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승리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퍽!

어느 순간, 하복부에 고통이 느껴졌다.

나이프를 들고 설치던 유은하의 주먹이 어느새 내 배를 떼리고 있었다.

“컥?”

“나는 이 순간. 내가 유은하인 것을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해.”

퍽!

“남자가 여자치는 것보다.”

퍽!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저항할 틈이 없다. 또 다른 이명인 섬광으로 불리던 유진석보다 더 빠른 것이 아닌가.

“여자가 여자를 치는 것이 그래도 보는 것이 좋지 않겠니.”

“이익!”

“느려.”

내 마지막 일격도 가볍게 피한 그녀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이때를 노렸어.]

잠시 반격할 틈도 없이 그녀는 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무릎으로 내 복부를 치더니 그대로 부모님이 잘못한 아이에게 엉덩이를 때려 벌을 주는 것 같은 자세로 수치를 주었다.

“또 뭐, 뭐하려고. 그.그만. 내가 잘.”

설마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유은하는 내 기대를 철저히 배신하고 그 손으로 내 엉덩이를 때렸다.

철썩!

유은하의 손은 매웠다. 어떻게 입이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하고 그저 어버버거렸다.

무슨 손이 이렇게 맵나. 그리고 유은하는 왜 하필 이런 수치를 내게 주는 것인가.

“엄마가 학교가서 친구들 괴롭히지 말랬지!”

“악! 네가 왜 내 엄마.”

“어디서 말대답이야! 딱 대!”

철썩 철썩!

“잘 못했어. 안 했어?”

“잘 못. 잘못했어요! 친구들 괴롭히지 않을게요! 흐어엉! 그만 때리세요!”

철썩 철썩!

“이게 다 너한테 주는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

“히끅!”

그녀는 몇 번이나, 내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수없이 엉덩이를 때렸다.

그런데, 분명히 아파야 하는데, 갑자기 그 고통이 묘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흐응. 흐응. 흐으읏.”

전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한수지는 어떻게든 참으려 하였으나, 쉽게 되지 않았다. 뭐지. 왜 자신도 모르게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인가.

그렇게 한참을 얻어맞은 한수지는 정신없이 유은하에게 사과하고 울면서 대련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중에 정신차린 후, 최시우에게는 사과를 했다.

이제 생각해보니 정말로 잘생기고, 매너도 있는 남자였다. 신검이라고 하지만 유진석이 아닌 다른 신검이니 좋아해도 된다고 한수지는 스스로 자기합리화했다.

그래서 최시우에게 사과를 했는데.

“나한테만 하지 말고 유은하한테도 잘 못했다고 해.”

“응.”

최시우는 유은하에게도 사과를 하라 하였으나, 그게 막상 안 되었다.

문득 최시우가 유은하를 필요 이상으로 지켜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 그녀는 약속시간보다 훨씬 늦게 유은하를 만나러갔다.

그리고 그 날 자신은 유은하에게 사과만 하고 빠졌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쪼옥

그녀는 레즈였다. 레즈비언.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

처음에는 대놓고 흡연하고 있길래, 저런 여자는 최시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 한바탕 들었다놓으려고 했다. 물론 사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런데 유은하란 여자는 최시우에게 관심이 없단다.

오히려 그녀는 여자를 좋아했고, 저 역시 그녀의 먹이망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어른의 키스를 당한 한수지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심지어 유은하는 이런 것이 익숙한지 키스를 넘어서 가슴과 치마 안쪽을 자연스럽게 농락했다.

한수지. 원작에서는 최시우의 히로인 중 한 명인 그녀의 첫키스는 담배맛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백합이라는 세계에 눈을 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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