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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0화 (10/331)

〈 10화 〉 9. 사이클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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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굴러떨어진 우리는 체감상 5층이 아니라 지하 5층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어떤 원리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그렇다. 우리는 한참 나락으로 떨어졌다.

살아남은 것도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

“……금태양. 이 시발놈아! 차라리 성인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행동해! 띨빵한 짓하지 말고!”

“엌, 누님. 아니, 솔직히 남자라면 버튼 같은 거 눌러보고 싶은 게 정상이라고!”

“시발새끼야. 니 시발 어릴 때 벨누르고 튀는 게 주특기였지?”

탈출할 공간이 어디에도 없다.

즉, 좆 된 거다.

소설 설정상, 던전마다 함정은 있다. 당연히 클라우드 던전도 마찬가지. 퇴로가 막힌 보스방에서 나갈 방법은 단 하나다.

보스를 제거하는 것. 즉, 여기는 보스방이란 건데.

“븝미쟝의 잘 난 오빠분들은 함정보스는 처리하지 않으셨나요?”

“하와와 븝미쟝은 모르는 거시애요.”

개패고 싶다. 진짜로.

잠깐, 그럼 함정보스는 뭐지? 클라우드 던전이 슬라임몹이 주력이라는 전제하에 본다면 일반 보스는 슬라임 시리즈일 테고. 그럼 함정보스는?

쿵­ 쿠웅­쿵

뭔가 어두컴컴한 저 앞에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온다.

“마리코씨. 저기 불 좀 켜봐요.”

“응.”

횃불빌런 마리코가 벽에 늘어선 횃불을 켰다.

그리고 슬슬 보스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인 남성의 두 배는 큰 키에 몸은 인간보다 몇배나 근육이 탄탄하게 잡혔다. 마치 재를 덮은 듯한 회색빛 피부에 거대한 눈깔 하나를 가진 거인이다.

B급 괴수 사이클롭스.

하필 초보 헌터 양학한다는 놈이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하와와 하와와 큰 일난 거시애요!”

“시발 좆 됐다. 하필 B급 괴수 사이클롭스라니.”

이거 어떻게 하지? 저런 놈이라면 내 가속이 먹힐 것 같지 않다.

나는 어디 까지나 스피드로 승부하는 몸. 사이클롭스는 몸도 단단하다. 고작해야 나이프 하나로 피부에 박는 것은 무리다.

심지어 신체강화를 한다해도 통하지 않는다.

신검사용자인 최시우라면 모를까. 적어도 나는 이 전투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망했군.”

하와와 거리는 븝미쟝의 꼴을 보니 얘도 사이클롭스는 무리고, 횃불빌런 마리코는 싸울 자세를 취하지만 손을 떨고 있는 시점에서 탈락. 함정에나 걸리고 지금은 멀뚱히 사이클롭스나 쳐다보는 금태양은 더 말할 가치조차 없다.

“하필 파티구성도 최악이군.”

지금 굳이 파티원을 직업별로 구분짓자면 파티장 븝미는 마법사, 마리코도 닌자라기 보다는 마법사에 가깝다. 나는 나이프를 들고 적을 한 번에 죽으니 내가 암살자고, 금태양 저놈은 전사? 뭐 저거도 맷집보니 탱커는 아니다.

딜마법사, 서포터 마법사, 암살자, 전사.

와우 미쳐버린 파티조합.

심지어 이쪽은 D급 헌터가 최고다.

상대는 B등급 괴수.

내가 최시우라면 모를까. 유은하라는 이레귤러인 이상 힘들다. 가속과 병렬회로를 이용해서 저 사이클롭스의 눈깔을 찌르면?

“호에에. 호에엥.”

이 분은 답이 없고.

“금태양. 너 탱커짓가능하냐?”

“누님은 내가 가능할 거 같다고 봐?”

“할 줄 아는 게 뭐야.”

어쩐지 찜찜하다 했는데, 이런 변수가 있었다니.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사이클롭스의 약점은 저 거대한 눈깔.

물론 눈깔을 찌른다고 죽는 건 아니다.

다만, 눈깔이 사이클롭스의 몸에서 가장 약한 곳으로 눈깔만 어떻게 하고 쓰러트린 뒤에 다굴하면 된다.

어 제법 괜찮은데?

“븝미쟝과 마리코씨는 마법으로 저놈 어그로 좀 끌어주세요.”

“호에에. 백발언냐는 뭐할 생각이야요?”

“일단 쓰러트려야죠.”

뭔 일상 취미가 뭐냐는 듯 묻고 자빠졌다.

“누님. 나는?”

“너는 잠시 관망하다가 사이클롭스가 쓰러지면 딜 넣어라.”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쩌랴. 어쩔 수 없이 내가 지휘하기로 했다.

“그루아아아아아!”

사이클롭스가 비명을 지르듯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븝미쟝과 닌자조무사 마리코가 마법을 시전했다.

“호에에! 븝미쟝 썬더볼트!”

“수둔 물폭탄!”

물과 번개가 적절히 사이클롭스를 괴롭히면서 속성콤보공격이 결정타를 넣었다.

그리고 지금이었다.

나는 가속, 병렬회로를 동시에 사용했다.

[두 명의 마법사가 사이클롭스에게 마법을 가하자, 사이클롭스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먼저 선공의 기회를 주면 아군이 위험하다. 나는 나이프를 고쳐잡고 앞으로 달렸다.]

[한차례 마법공격이 끝난 틈을 타, 놈의 몸을 타고 올라가 그대로 눈동자를 향해 나이프를 찍어내렸다.]

푸욱!

[나는 놈이 비명을 지르기 전에 다시 눈을 찔렀다.]

[나이프에는 마력이 깃들어서 그저 단순한 검상으로 끝날 것이 아니었다.]

“끄하아아아아악!”

[찌르고 찌르고 또 찍었다. 쓰러질 때까지. 어차피 이 모든 것은 꿈. 그리고 상대는 꿈속에서 나오는 괴물일 뿐.]

푹! 푸욱! 푸욱!

놈이 팔을 들어 저항하기전에 벌써 수십번은 더 박았다.

어느새 마법사들의 마법이 사이클롭스의 팔다리를 달구기 시작했다.

나는 멈추지 않고 검을 한 번 눈에 크게 박아 그대로 무게를 실어 아래로 끌어내렸다.

“끅.끄흐으아아악!”

마침내 놈이 내게 손을 뻗지만, 이미 그 몸에서 나는 뛰어내렸다.

쿵!

“드디어 내 차례인가?”

사이클롭스가 그 대한 몸뚱이를 바닥에 떨어트리자, 금태양이 곧바로 신체강화를 이용한 근접전으로 사이클롭스의 몸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놈은 무림쪽 능력이 있는 건지, 자세가 아주 제대로 잡혔다.

“으럇차!”

기합과 함께 놈은 쓰러진 사이클롭스의 목을 시작으로 관절 마디마디를 아예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렸다.

몇 번이나 콰직 소리가 났으니, 사실상 사이클롭스는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

나도 마지막 딜을 넣을까 했는데, 어느새 나이프가 박살나 있었다.

“븝미빠워! 롤링썬더!”

마지막 장식은 븝미가 날린 궁이었다.

마리코가 수둔으로 입에서 내뱉은 침으로 사이클롭스를 적시고 그 위에 거대한 번개를 내려찍었다.

콰지지지직!

그렇게 사이클롭스는 단숨에 전기구이가 되었다.

역시 헌터라는 건가. 저런 마법을 구사하다니, 저 나이 처먹고 ‘븝미’,‘하와와.’이러는 건 솔직히 극혐이지만 말이다.

아, 가슴한정으로 저럴 만한 나이 또래기는 한데.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잖아?

“저기, 븝미쟝.”

나는 살며시 븝미쟝을 불렀다.

“호에에. 왜 부르는 것이야요?”

“그 븝미빠워 롤링썬더를 굳이 말하면서 마법을 써야해요?”

“하와와. 그렇게 해야 마법이 강해지는 것이 제 능력이야요.”

아, 그래서 븝미쟝 컨셉인가. 이건 조금 불쌍하다. 내가 딱한 눈으로 쳐다보자, 본인 자신은 븝미쟝이라고 계속 말하길래 그냥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간혹가다 조건부 능력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김지혜처럼 방망이를 들어야 엄청 강해진다거나 뭐 그런 거 말이다.

설마하니 저게 능력을 위한 컨셉이라니. 어쩌면 죽고 싶어질지도. 작가놈이 우겨넣은 능력이 조건없는 능력이라 다행이다.

“그럼 설마 이 금태양도?”

“오, 누님 왜 그러십니까?”

“씨발 넌 역시 이 꿈에 어울리지 않아.”

그보다 이 새끼는 나를 언제 봤다고 자꾸 누님이래.

“네? 뭐 아무튼, 이 새끼 이거 코어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B등급 코어가 5개나 있어요.”

“음, 그렇다면 배분은 어떻게 하지?”

“호에에. 마리코와 이 븝미쟝이 거들기는 했지만, 백발언냐가 치명타를 날린 것이야요. 백발 언냐가 2개 가지고 우리가 3개를 1개씩 배분하면 될 것이에요.”

그렇게 쳐주니 참 고맙다.

“B급 코어 가격이?”

“우리 오빠야들한테 팔면 정가 50만원에 팔리는 것이애오.”

와 시체닦이 하루 왠종일 고생해야 50인데, 몬스터 힘들게 잡고 50만원이면 이거 이득아닌가.

“그쪽에 바로 팔까요?”

“하와와. 일단 여기 나가고 생각해보는 것이애오.”

진짜 불쌍하다. 저렇게 살지 않으면 마법도 못 쓰는구나.

어쨌든 이 즈음에서 나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함정 보스까지 깼으니 굳이 마물이 넘치는 5층에서 개고생할 이유가 없다. 이미 던전은 클리어한 격이고.

몸에 또 벌레가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안 그래도 어두운 던전이 새카맣게 물드는 것 같다.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담배를 찾아보니 없다.

아무래도 가져오는 것을 깜박한 모양이다.

“금태양. 나 담배 하나만 주라.”

“어, 누님 여기요.”

입에 담배를 물자 금태양이 자연스럽게 불을 붙였다.

뇌가 니코틴에 절어가면서 눈앞이 환해진다.

간질거리던 몸도 슬슬 편해졌다. 몸에서 힘이 빠져 순간 뒤로 고꾸라질 뻔했다.

“하아, 바로 이 맛이지. 이제야 몸이 좀 편하네.”

“오 누님. 담배피면서 그런 표정지으면 어우야. 그런데 누님 아까 그 능력은 대체?”

“왜?”

친한 척하는 김태양을 경멸의 눈초리로 쳐다보면사 답했다.

“속도가 장난 아니던데. 막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무슨 시간이라도 조종하는 것처럼.”

“그럴 수도 있지. 내 능력이야.”

계속 사용하면 하늘이 어두워지는 그런 능력.

눈앞이 어두워지는 그런 능력. 그래도 성능은 확실하니 나쁠 건 없지. 애초에 제대로 된 무기만 있었어도 븝미쟝이 아니라 내 선에서 잡았을 것이다.

장비를 맞추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차피 이대로 라면 헌터가 되기는 되어야 한다.

“호에에. 둘이 좋은 분위기인 것이야요!”

“조용히 하세요.”

이 븝미쟝이 어디서 나랑 금태양을 엮으려고 그래. 화가 치밀어서 븝미쟝의 볼을 주욱주욱 잡아당겼다.

“하와와 하와와 븝미쟝 볼 늘어나는 것이애오!”

“찰지구나.”

한동안 븝미쟝의 볼을 잡아당겼다가, 우리는 각장 배분을 맞췄다. B등급 코어가 2개니 100만원. 오늘 하루 만에 100만원을 번거다. 헌터도 아닌 생도 입장에서 이 정도를 번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던전에서 나온 후에는 븝미쟝 오빠들이 운영한다는 길드에 들러 코어들을 정리했다.

“와, 븝미누님 나름 대길드소속이었네? 대단한 걸.”

“하와와. 칭찬은 금물인 것이야요! 얼굴이 새빨게지는 거시애오!”

븝미쟝이 속한 길드는 한국 거대길드 리폼이었다.

리폼이라면 S급은 없지만 A급은 많아 꽤 실적이 좋은 거대 길드였다.

이만한 길드니 간부가 제 동생에게 던전 하나를 통째로 줬던 거겠지.

“백발언냐, 금발옵빠야.”

“왜요?”

“븝미누님. 말씀하십쇼.”

“번호 가르쳐주시는 것이야요. 다음에도 또 부를 수 있게. 알바사이트에서 모집하는 거 귀찮다는 것이애요.”

나야 돈을 벌 수단이 생기는 거니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생도출신인데 던전에 막 들어가도 되나?

돌고 이런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궁금해졌다.

“그런데 생도출신인데 이렇게 던전 계속 다녀도 되는 거에요?”

“백발언냐는 이미 함께 다녀왔으면서 왜 그러는 것이야요? 애초에 언냐는 한성아카데미 생도에 신검 유진석의 동생이라 프리패스인 것이애오. 저쪽 금발오빠야도 성적이 높아서 보호자 허락이 없어도 되었던 것이고.”

뭐 그렇다면 마다할 것이 없지. 나야 뭐라도 돈을 벌 수단이 있다면 그것으로 좋을 것이다.

이대로 아카데미 아예 등교거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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