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6화 (16/331)

〈 16화 〉 15. 개구리빌런 김승준

* * *

* * *

내가 보기에는 뭔가가 심각하게 잘 못 돌아가고 있다.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은가. 어깨를 조금 잡아준 것만으로도 여자애들이 이럴 수 있는가?

뭔가 또 앞이 어두컴컴해져 입에 담배를 물었다.

김승준이 문제가 아니다. 한수지까지는 어떻게든 괜찮다. 그런데 레이나의 경우에는 결국 최시우. 그 흔하디 흔한 이름의 용사놈과의 사랑이 그녀의 힘을 더욱 끌어올린다 이 말이다

“아니, 상식적으로 개연성이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개연성이 아니다. 그럼 저 븝미는 뭐지?

아니, 븝미의 경우에는 워낙 사고가 4차원적이다. 그런가 하고 넘어가자. 그럼 레이나는.

역시 엉덩이를 때린 탓인가? 스팽킹이야?

그때 엉덩이를 때린 탓에 저 미쳐버린 현무화살의 귀잡이년이 음탕한 본성이 깨어난 건가?

“뭘 아까부터 중얼거려?”

“닥쳐. 암캐.”

“아. 암캐?”

철썩

불꽃창녀 한수지를 신나게 깐 후에는 레이나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헤으응.”

“찰지구나.”

몇 번을 때려도 레이나의 반응은 같았다.

역시 아무래도 레이나는 변태가 분명하다. 얘가 여기서 이러면 후일 죄악을 상대할 때, 전력이 급감하는 게 아닐까.

최시우. 그놈에게 스팽킹을 해보라고 다그쳐야 하는가? 그놈이 레이나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진심으로 위험한데.

이 귀잡이가 레즈가 되어버리면 세계가 위험해진다.

뭐 이런 개 같은 법칙이.

술먹이고 최시우랑 한 방에 가둬둘까? 아니야, 그랬다가 오히려 뭔 일 터질지도 모른다.

그럼 븝미는?

“븝미쟝. 내가 좋아요?”

“하와와. 부끄러운 거시와요! 백발언냐는 내가 꿈꾸는 여성의 상인 것이애오!”

나 같은 여자를 이상이라고 하다니. 이 여자도 어지간히 정신 줄을 놨구나.

그래도 이 여자는 레즈가 아니라 다행이다.

아니, 솔직히 이런 말투의 여자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머리가 아찔해져.

­하와와! 백발언냐! 사랑하는 것이애오! 결혼해달라는 것이야요!

어우야. 상상도 하기 싫은데. 그나마 이 둘보다 낫다는 점은 히로인이 아니라서 원작이 파괴될 걱정이 없다는 것 정도일까.

아무튼 간에, 이렇게 떠드는 사이에도 시선강간이 주특기인 고블린 열댓마리를 잡아버렸다.

그런데 김승준 이 개자식은 아직까지 모습을 나타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떡하지? 김승준 이놈 영 보일 생각을 안 하는데. 이러다 숲에서 기습이라도 당하면 우리 좆되는 거고.”

“그런 거라면 저에게 맡겨주는 거시야요!”

“븝미쟝. 어쩌려구요?”

“나무는 불에 약한 거야요! 당연히 나무들이 파티를 이룬 숲도 불에 약한 거야요!”

숲이 나무들의 파티라는 말에 얼척없어 하면서 슬슬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래서요?”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나는 저 말을 끝까지 들어야만 했다. 아니, 안 들으면 내가 대비할 시간도 없을 것 같으니까.

“불태우면 되는 것이에요! 븝미! 유성충돌!”

“시발?”

분명 미궁 속인데 천장에서 거대한 메테오가 여러개 만들어지더니 숲을 향해 투하되었다.

쾅! 콰광~! 쾅!

정확히 우리만 빗겨나가게 숲을 초토화시키니 마치 몽골군의 초토화전술도 이만큼은 아니리라.

마치 이것은 대격변 이후, 기능이 정지된 서울보다 심한 수준이다.

나는 히로인들에게만 집중하느라 븝미쟝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저런 븝딱체를 쓴다는 이유로 저런 무식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니.

레이나가 자랑하는 현무화살보다 더 대단한 파괴력이 아닌가.

나도 저건 가속으로 방향을 돌리지 못할 것이다. 애초에 여자의 근력으로 저 거대한 유성을 되돌린다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지.

“저기 당신은 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과 친구가 된 건가요?”

“…나도 모르는 것이야요.”

나도 저 븝딱체가 전염된 것 같다.

그렇게 한바탕 초토화된 숲은 공터로 변했다.

그 와중에 보이는 잿더미들은 우리들을 시선강간했던 고블린들의 최후일 것이다.

멀쩡히 죽이면 작은 코어라도 얻었을 텐데. 이거 참 곤란해졌다.

“하와와. 부끄럽게 칭찬은 하지 말라는 것이애오! 븝미쟝은 이 스킬을 사용하면 6시간은 공격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야요!”

뭐? 그럼 한마디로 짐밖에 안 된다는 것?

“시발, 김승준이 죽었기를 간절히 기도하겠다.”

짐짝을 데리고 3대 1로 김승준을 잡으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상대는 일단 괴인이고 원작을 벗어났거든. 최시우의 경우에는 검자체가 괴인에 상성인 ‘신검’이고 주인공버프로 살았다만.

아, 그래 내가 미친 짓을 했다. 막상 여기까지 와서 븝미쟝이 쓰잘데기 없어졌으니 갑자기 겁이 덜컥났다.

이러다가 김승준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 아닐까?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요?”

“속공으로 남자의 고간을 나이프로 9999번 쑤시면 어떻게 될까?”

이미 한 번 공격했으니 두 번, 세 번 못할 것도 없다.

“그냥 성전환 수술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정에 따라서?”

원작에서 김승준은 살아남지 못한다.

물론 최시우는 정의로운 인물답게 김승준이라는 인물을 살려둔다. 살아서 열심히 살라는 의미였지. 그런데 흑신교의 교리에 따라 김승준은 죽고 코어는 회수된다.

어차피 죽을 놈이라면 우리가 죽여도 되지 않을까.

제압가능한 선이 아니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웩!”

“더럽게 갑자기 왜 그래?”

한참 걷고 있는데 레이나가 대뜸 토하고 있다.

설마 입덧이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하면 마기가 이렇게 잔뜩 흐르는 거죠? 여기 실습던전이라면서? 우욱!”

마기. 던전이나 게이트 내에 흐르는 것으로, 대격변 당시에는 게이트에서 흘러나온 마기로 전세계가 위험에 처했었다.

마기는 인간의 마력운용에 영향을 줄 정도이며, 이 마기에 오래 쐴 경우 사람이 괴인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통 인간이라면 피부가 떨리는 정도로 느끼고, 두통과 호흡곤란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사실 최근 던전에서 사람에게 영향을 줄 만큼의 마기가 있는 던전은 찾기가 어렵다.

굳이 있다면 대격변 당시부터 존재했던 폐쇠된 던전, 게이트 뿐이다.

즉, 여기 마기가 흐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작에서도 이러지 않았으니 확실하다.

“우으. 역겨운 것이애오.”

“다행이야. 혹시 몰라서 안에 마기흡수슈트를 껴입고 왔는데. 그런데 유은하. 너는 왜 그렇게 멀쩡해?”

“나? 고유능력이야.”

분명 친화력 이었지. 이게 진짜 꿀이다.

에를 들면 엄청 추운 곳이나, 엄청 더운 곳도 전부 친화력으로 버틸 수 있다는 뜻. 그런 마당에 마기가 넘쳐나는 곳은 어떨까.

“대체 고유능력이 몇 개야?”

“레이나. 너에게 사용했던 반사라는 건 사실없어. 그냥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뭐 그런 거지.”

“하, 저를 속인 거에요?”

레이나가 실망이라며 미간을 좁혔다.

그 모습에 멋쩍게 웃으면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속은 사람이 바보지.”

“떠들 때가 아닌 것이애오. 마기가 이렇게 짙으면 무슨 몬스터가 있을지 모르는 것이애오.”

음, 그렇다. 마기가 넘쳐난다면, 그 곳에는 괴수들이 있는 증거기도 하다.

이 근처에 아마 강한 괴수가 있을지도 모르지. 감당할 수 없는 괴수라면 재빨리 튀는 것이 상책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븝미쟝이 유성충돌 안 쓰게 하고 우리가 고블린들을 죽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았을 텐데요.”

“그런 말을 안 해줬으니 어쩔 수 있나.”

주변은 초토화되었으나, 마기가 넘칠 줄 알았으면 쓰지 말게 하고 그냥 여기서 쓸 걸 그랬다.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마기라고 해도 내 눈에는 다 투시가 되어 보이니까. 다만 레이나나 한수지가 상당히 불안해 하는 것이 문제.

“오, 저기 마기 중심에 뭔가가 있어.”

“그러네요. 김승준으로 보이는 무언가로군요.”

이제 와 굳이 김승준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자면, 녀석은 흔히 말하는 멸치였다. 그리고 안경을 쓰고 머리가 스포츠에 전형적인 엑스트라 얼굴이자, 초반 빌런답다.

왜 이런 설명을 하냐면, 저 앞에 마기 속에 있는 저 생물체는 김승준이라고 하기에는 몸이 좀 두껍다.

신체 강화에 온 힘을 다했나. 그렇게 보면 김승준의 몸에서 마기가 흘러나온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잠깐, 조금 이상한데.”

“그.그르르르륵.”

“아, 극혐.”

저 마기 속에 있는 것은 고블린 같이 변해버린 김승준이었다.

아니, 원래 얼굴이 고블린 같기는 했나? 생각해보니 고블린 친척뻘 취급은 받는 외모였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해 얼굴은 고블린에 몸도 멸치인데,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닌 매일 신검에 집착하며 이상한 걸 숭배하는 놈이라면 나 같아도 피한다.

마기 속에서 놈이 서서히 걸어나오더니 그 짜증나는 면상을 우리들 앞에 보였다.

“최시우. 유.은.하.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아무래도 고블린의 미궁에서 오랫동안 마기에 쐰 탓일까. 놈은 코와 턱주가리가 튀어나오고 눈동자는 무슨 두꺼비처럼 변했다.

한마디로 기분 나쁘다.

뭐 저런 끔찍한 혼종이 다 있을까. 쟤 부모님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저런 걸 낳고 미역국을 먹었을까?

아 맞다. 소설이고 꿈이지. 참 나.

일단 그래도 저렇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거지 같다.

“너는 시발 왜 그렇게까지 신검에 집착하는 건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신검 사용자 후보셨으니, 당연히 그 영웅의 자리는 아들인 내 것이지! 최시우와 네 년이 그런 내 속을 알고 있을까!”

한마디로 개좆같은 논리네.

애초에 구제가 안 되는 놈이다. 그렇다면 보내버려야지.

“본인 유은하가 네 놈을 네 애비 곁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격분한 걸까. 놈이 마침내 달려들었다.

“븝미쟝은 후방에서 대기, 레이나는 정령화살로 서포트하고 전열에서는 나와 한수지가 놈을 잡는다!”

내 지시에 븝미쟝은 쪼르르르 뒤로 가고, 레이나는 활의 시위를 당겼으며, 한수지는 염화의 창을 꺼냈다.

그리고 나 역시 묵직한 검을 뽑아 놈을 겨냥했다.

가속? 신체강화? 안 된다. 확실히 놈과 싸워 이길 수 있는지 모르는 마당에 지금은 오로지 내 개인의 역량. 신체강화로만 놈과 싸워야 한다.

달려오던 김승준은 개구리처럼 점프하더니 두 손에 난 거대한 손톱으로 우리를 향해 휘둘렀다.

까앙!

보통이 아니다. 심지어 100kg은 훤씬 넘어보이는 덩치로 체중을 실으니 몸이 내리 누르는 것 같다.

내가 당황한 탓일까. 놈의 얼굴이 몹시도 기괴하게 일그러지더니, 그 손톱에 힘을 더욱 줘서 나를 밀어붙였다.

“나를 잊으면 곤란하지!”

옆에서 타이밍 좋게 한수지가 염화의 창을 찔렀으나, 살짝 할퀴기만 할 뿐. 놈은 다시 개구리처럼 뛰더니 뒤로 착지했다.

“킥킥킥. 일단 저 한수지부터 처리해야겠군. 구웨에에엑”

한수지의 기습에 잠시 뒤로 물러났던 놈은 한수지를 향해 뭔가 위액같은 것을 쏟아냈다.

당연히 맞을 리 없고 한수지는 피했으나, 놈이 토한 것은 기름인지 염화의 창이 닿기만 해도 불이 붙었다.

“젠장. 불은 못 쓰겠군.”

“적당히 조절 못해?”

“미안해. 나 아직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는 않아서. 나는 괜찮은데 전투 중에 팀킬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그럼 여기는 되는 대로 상대할 수밖에.

레이나의 정령화살이 있으니 여전히 우리가 숫적으로는 우위다.

역시 가속과 병렬회로를 사용해야 하나?

“븝미쟝. 이 검 뭔가 특성없어요?”

“하와와. 그 검 마법면역이라는 것이애오.”

“마력?”

그러고 보니 김승준은 2페이즈가 있다.

1페이즈가 저 개구락지라면 2페이즈가 고블린과 같은 모양이다. 정확히 말하면 1페이즈가 고블린 친척외모라면 2페이즈는 고블린 그 자체다.

다만 1페이즈도 고생하면서 2페이즈는 어떻게 갈지 싶지만.

이 중에서 김승준에 대한 정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나. 그렇다면 괜히 레이나와 한수지가 막무가내 공격을 해서 김승준만 좋게 할 수는 없다.

일단 적어도 내가 알기로 원작에서 이 던전은 마기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김승준이라는 거다.

그럼 레이나나 븝미쟝, 한수지가 죽을 수도 있다.

미래를 대비하면 여기서 죽게 할 수는 없지.

지금 몇 번이나 합을 겨루면서 느낀 건데, 역시 여긴 너무 현실적이야. 하기야 소설을 꿈에서 실현시켰으니 현실과 비슷할까.

“아무래도 안 되겠군.”

김승준을 상대로 영 유효타를 넣지 못하고 있다.

레이나는 활만 쏘는데 투자한 터라 근접전은 무리. 한수지가 겨우 커버하는 것이 전부다. 심지어 한수진은 그 자랑인 염화의 창의 능력을 개화시키지 못하니 죽을 맛이고.

“뭐?”

“레이나랑 한수지는 뒤로 빠져. 저놈은 내가 상대하겠다.”

나 혼자 상대하는 것이 가장 낫다.

“어떻게 하려고?”

“너희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어. 저놈은 나 혼자 상대하는 게 나아.”

놈은 몸이 강해졌을지언정 여전히 무식하다.

그 점을 이용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덤벼라 고자새끼야."

­가속 병렬회로

그 순간. 내 머릿속이 텍스트로 가득했다.

[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개구리싫어.]

갑자기 온 몸이 혐오로 가득찼다.

마치 이미 한 번 이런 일을 겪은 것처럼, ‘내 몸’이 저것을 보고 역겨워한다.

저것은 괴수다. 괴인이 아니라 괴수일 뿐이다. 살려둬서는 안 된다.

손에 들고 있는 검을 고쳐잡고 달려가 나를 의식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개구리를 향해 내리쳤다.

상처가 나지 않는다. 상대는 매우 단단한 개구리다. 하지만 때려야 한다.

[개구리싫어.]

이 개구리에 대한 생리적인 혐오감이 들이쳤다. 때리고 때리고 또 때렸다.

개구리는 나에게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했다.

이 속도를 개구리 따위가 따라올 리가 없다.

“이. 이 망할 년이!”

개구리의 발톱이 내 옆을 스치고 갔으나, 나는 몸만 살짝 기울어서 이번에는 옆구리를 때렸다.

[말하는 개구리가 역겹다. 죽여야 한다. 죽여라.]

카앙! 까앙! 깡!

갑자기 몸이 미친 듯이 움직이며 이 개구리를 때리고 또 때렸다.

어느새 놈의 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 얼른 죽여버리자. 죽여야만 한다. 죽어야지. 그래야 내가 고통받지 않는다.

개구리가 맞은 곳을 방어하기 위해 앞발을 움직이자, 나는 고개를 숙여 그대로 하반신을 가격했다.

몸이 간질간질하다. 빨리 끝내야 한다. 끝내지 않으면 내가 혐오스러워서 죽고 만다.

콰직!

마침내 금이 가기 시작한 개구리의 몸이 깨지기 시작했다.

저런 신체강화는 결국 한계가 있는 법이다.

검을 양손으로 잡고 이번에는 개구리의 뚝배기를 노렸다.

“자.잠깐. 잠깐, 기.기다려! 안 돼!”

[개구리가 말한다. 개구리가 싫다. 그래서 깨버렸다]

콰지직!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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