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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8화 (18/331)

〈 18화 〉 17.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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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헌터협회

헌터커뮤니티, 아카데미 익명게시판이 흑신교 문제로 한참 뜨겁게 달궈질 무렵. 헌터협회의 부회장 정나윤은 이번 사건에서 위화감을 느겼다.

“이상합니다. 고작 실습던전인데 마기가 이 정도로 짙다니. 그 김승준이라는 괴인이 흘렸다고 해도 인간이 버틸 것이 아니에요.”

“응? 그 처자들은 버티지 않았나?”

분명히 그 던전에 갔던 헌터 김븝미, 한성아카데미 1학년 생도 레이나와 한수지는 멀쩡하지 않았던가.

“한수지와 레이나 생도의 말로는 자기들도 죽을 뻔한 걸 겨우겨우 맞서 싸우다가 유은하가 혼자 싸운 거라던데요.”

“유은하가 생각보다 뛰어날 수도 있지 않나?”

이미 첫날 목각인형을 상대로 9999라는 스코어를 띄운 미친 생도가 아닌가.

과연 유진석의 동생이 아니라, 유진석보다 뛰어나서 이미 각 길드가 노리고 있다.

심지어 빌런조직 역시 그녀를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조차 돌고 있으니 말은 다한 셈이다.

“그 레이나나 김븝미처럼 궁수나 마법사가 B급 이상일 경우 원거리로 김승준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유은하는 근접타입입니다. 직접 마기를 쐴 수밖에 없어요. 그런 마당에 현역 헌터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괴인을 몰아붙이다뇨.”

심지어 근력은 뒤로 하고 속도만 따지면 이미 유진석을 뛰어넘었다.

부회장은 그 점이 걸렸다.

“싸우고 쓰러졌다 하지 않았나? 마기 탓일 수도 있지 않나?”

“한수지 생도의 말로는 니코틴부족이라고 하고 레이나 생도 말로는 능력을 남발한 탓이라고 합니다. 저 나이에 니코틴이 부족하면 쓰러질 정도로 꼴초일리도 없고, 아마 후자일 텐데, 그러면 마기 속에서 능력을 남발할 정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본디 마기는 사람의 마력회로에 영향을 주어 고유능력이나 스킬사용을 방해한다.

그 마기에 오래 침식될 수록, 사람의 마력회로는 오염되다가 마침내 괴인으로 각성하기도 한다.

대체 그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러고 보니. 그럼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은 뭔가?”

“그 던전에서 검출된 마기는 A급 헌터도 겨우 버티는 농도입니다. 저 어린 나이에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S급 이상의 역량도 없을 테고, 그랬으면 쓰러질리도 없고.”

부협회장 정나윤의 말에 협회장 최철식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빙빙 돌려 말하고 있는데, 결국 저 말의 뜻은 하나다.

“그럼 자네는 유진석의 동생 유은하를 괴인으로 생각하는 건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감시차원에서 협회나 길드에서 실력좋은 헌터로 감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깁니다. 마침 흑신교가 보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유진석 헌터도 받아들일 겁니다.”

“유진석이 진실을 듣는다면 꽤 꿀꿀해 하겠군.”

최철식은 한숨을 쉬었다.

하필이면 유진석의 동생이 괴인혐의를 받아야 한다니. 그렇다고 마냥 봐주기에도 괴인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적잖이 있다.

그렇다면 협회측에서 흑신교의 보복으로부터 지켜준다는 명분으로 헌터 정도는 파견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김승준 유가족들은?”

“어머니는 사건 당일 아침 김승준생도의 공격에 식물인간 상태며, 누나인 김지선은 협회 사무처 사람으로 부모 속 썩이던 녀석이 괴인이 되어 죽은 것이 차라리 잘 됐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어머니 때문에 김승준 학비를 전부 부담하고 있었나 봐요.”

김승준은 그저 평범한 집안이었다. 그렇다고 김승준이 뛰어난 헌터의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당연히 헌터아카데미 일반전형으로 들어와야 하니 학비가 만만치 않게 들 것이다.

뼈빠지게 돈을 쏟아부은 동생이 흑신교에 괴인이 되었으니, 이해가 간다.

“그나마 다행이로군. 뭐 적당히 위로금은 전해주게.”

“예.”

괴인이라 해도 아들이 죽고, 동생이 죽은 것이다. 협회 차원에서 위로금을 내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그보다 많은 돈을 유은하는 포상금으로 받게 되었지만 말이다.

* * *

나는 주인공에게 결국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했다.

원작과 달리 너무 비틀어진 세계다. 물어보면 내가 바라지 않는 대답이 나올까 두려웠다.

설마 아닐 것이다.

주인공이 회귀할 리가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원작은 다르다.

퇴원하고 나서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뭐 알아봤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다고.

“그냥 단순한 우연이겠지.”

책이나 읽을까.

그러고 보니 이전의 유은하는 독서광이었는지 책장이 책이 꽉 차 있었다.

대체 무슨 소설들만 들어가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한 권을 꺼내어 읽어보니, 신화에 관련된 것들이다.

유럽의 신화에 관련된 것들이나 페르시아 지역에서 발원한 이란 계통의 종교라던가.

“뭐야, 이거. 원래 유은하는 종교나 신화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가?”

아트로포스? 니알라토텝? 뭐야, 이건? 왜 이런 재미없는 것들이나 알아본 거지?

악룡 아지다하카?

뭐야, 이게. 아니다. 읽지 말자. 머리가 아프다. 이런 심오한 것은 읽을 필요가 없어.

당장 내 인생사는 것도 힘든데, 예전의 유은하가 뭘 알든지 무슨 소용이야.

­당분간 아카데미에 나오지 마. 알았지? 애들한테는 다 말해뒀으니까.

최시우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레이나나 한수지가 자주 톡을 보냈다.

그것도 아주 애정이 넘치는 메시지들로만 전부 도배했다.

이 세계 사람이 아닌 나는 사랑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애정이 느껴지는 메시지들은 전부 지워버렸다.

“결국 이벤트가 언제 벌어질지 모른다는 건가.”

김승준의 괴인화는 결국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그때부터 아카데미에서 최시우가 강해지기 시작하니까.

설마 김승준 하나 잡았다고 몸이 약골이 된 것은 아닌데. 최시우 그 녀석은 걱정이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생각해보니 바깥 분위기도 묘하게 다른데.”

나는 눈치없는 바보가 아니다.

퇴원한 이후부터 집에서 나서지 않았다.

그야말로 집순이로 전락한 신세라는 거다.

퇴원한 날부터 바깥에서 뭔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아마 흑신교라면 자기들 신도를 죽였다고 보복하기 위해 온 걸 수도 있고, 협회 측 사람일 수도 있다.

“강제 휴교는 나쁘지 않은데.”

최시우는 어떻게 될까? 내가 살아남으려면 결국 그놈이 주인공으로써 해야 할 도리를 잘 해야 하는데.

아니, 내가 왜 그 놈말을 들어야지?

상식적으로 내가 굳이 집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잖아?

집을 기습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저 인기척들은 나를 지키려고 협회가 보낸 사람들이 분명하다.

오히려 내가 최시우를 감시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 그저 단순히 나는 원작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제 3자로서 지켜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카데미에는 가야 해.

애초에 자기가 뭔데 나를 병자로 취급해서 아카데미에 가지 못하게 하나?

"갑자기 빡치네?"

아무렇게나 팽개쳐둔 아카데미 제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 * *

아침시간이 지날 무렵. 당당하게 지각 바로 직전에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나는 슬쩍1­A반 교실에 있는 생도들을 쭉 둘러보았다.

내 이야기는 꽤 다양하게 퍼져있던 터라 생도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그 중에서는 호의와 호감이 담긴 시선, 여전히 끈적한 시선이 있다거나 경계하는 눈들도 제법 있었다.

“어? 너 오늘 나오지 못하는 거 아니야?”

“어, 반장. 안녕.”

안경을 쓴 단발의 여자애가 나를 반겼다.

이름 같은 사소한 것은 기억하기도 귀찮은 엑스트라라 이름은 모르겟는데, 아무튼 반장포지션에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괜찮겠어?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괜찮아.”

어차피 김승준은 죽을 놈이었다.

흑신교가 다시 코어를 회수해가기 전에 죽여서 아예 없어버린 건 잘한 일이 아닐까.

오히려 나는 당당히 1­A반의 영웅으로써 이름을 날려야지.

“유은하. 괜찮아?”

“힘들었지?”

생도들 반응은극과 극으로 나뉜다.

한쪽은 괴인을 물리친 영웅. 다른 한쪽은 괴인이라도 같은 생도를 죽인 무자비한 여자.

아마 후자는 공을 세운 것에 대한 열등감이 더 크겠지만. 그래도 같은 생도를 죽인 유은하라는 인물은 조금 걸릴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2, 3학년이 많다.

애초에 1학년은 신입들로 아직 헌터가 되겠다는 각오도, 흑신교의 존재나 이 세상이 어떻게 되먹은 세상인지 모르는 애들이 판을 치지만, 2, 3학년은 어느 정도 각오가 되어있고 흑신교의 존재에서도 잘 알아 오히려 괴인을 토벌한 성과가 있는 것에 부러워했다.

“아, 그리고 은하야. 혹시 동아리에 관심있어?”

나를 졸졸 따라오는 반장의 질문이었다.

“없는 건 아닌데.”

동아리 활동이야말로 급식생활의 청춘이 아닐까.

당연히 한 번 즈음은 하고 싶다.

나 어릴 때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부원 5명이 되면 새로 만들어도 되고 기존에 있던 동아리에 들어도 돼.”

“만들어도 되는 거야?”

“뭐 어차피 동아리 예산이야 차고 넘치니까. 헌터협회 측에서 대주는 거거든.”

그래도 기존에 있는 곳을 들어가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동아리 목록을 보니 검술이나 마법연구 동아리. 마도기어연구부라던가, 영화감상동아리. 게임동아리 등등 다양하게 많았다.

“이런 시대에도 인방은 유명하구나.”

인터넷방송 동아리.

단순히 전 세계에서 알고 있는 게임이나 먹방, 잡담같은 방송이 아니라 헌터를 위한 인터넷 방송이다.

애초에 헌터 아카데미의 인방동아리니 당연하겠지.

좀 끌리는데? 보나마나 던전 돌아다니면서 방송찍고 그러는 거 아냐?

“이거 재밌겠는데.”

“인방? 의외로 너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인방 자체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처음에 겜방같은 건 봤는데, 시간낭비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었다.

“여기 인기 많나?”

“글쎄 지금 폐부 위기래. 그. 흑신교 때문에 말이야. 흑신교가 던전에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어서 이제 인방찍으려면 길드 던전으로만 가야 하는데 인건비가 안 나와.”

“아, 흑신교.”

하여간 그놈들은 도움이 되지 않네.

그럼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어라?

잠깐, 인터넷방송 동아리. 여기 동아리 부장이 이유정이다.

이유정은 주인공 최시우의 히로인 중 한 명이다.

원작에서는 최시우가 던전에 들어간다는 명분으로 인터넷방송부에 들어갔다가 이유정과 인연을 맺게 된다.

흑신교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신검만 믿고 함께 던전을 다니다가 점점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고

그렇고 그런 관계까지 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특히 부실에서의 몸을 뒹굴거리며…….

“……개새끼.”

좆달려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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