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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9화 (19/331)

〈 19화 〉 18. 이유정

* * *

* * *

내가 가지지 않은 남자만의 성검을 가지고 있는 최시우가 너무 부러워 투덜거리는데, 반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아니야. 나 여기 한 번 가볼래.”

“어. 그.그래?”

개인적인 관심도 있고, 그 빌어처먹을 최시우가 어쩐지 여기는 건드리지 않은 것 같으니 억지로라도 구겨넣을 생각이다.

원작에서는 레이나, 한수지, 박지수, 이유정, 최시우 이렇게 들어가지만, 박지수는 최시우에게 설득당해 입부하는 거라 이번에는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생각이다.

그럼 당연히 레이나랑 한수지도 넣고, 최시우랑 내가 들어가면 딱 5명이 완성된다.

“그런데 이 세 연놈은 어디 있지?”

“아, 그 세 명은 잠시 어디 간다는데?”

“?”

3P냐? 최시우 시발럼. 결국 3P였냐. 아, 이거 뭔가 NTR당한 기분인데.

바로 얼마 전까지 백합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던 애들이 최시우가 가진 성검에 굴복해버린 걸까.

이래서 여자끼리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본래 히로인들이 아닌가?

나는 탈락한 히로인이니 의미없고. 애초에 남자에게 박히는 취미따위 가지지 않을 생각이다.

“일단 얘네들 이름도 등록해두지 뭐.”

“괘.괜찮아?”

“내 말은 찰떡같이 듣는 애들이니까.”

최시우는 맨날 뻔질나게 싸돌아다녀도 내 말은 잘 듣는 성격이다. 주로 신세한탄 뿐이지만.

레이나는 쓸데없이 츤데레 성향이 있는데, 그래도 내 말을 들어줄 터.

한수지. 아니, 뭐 최시우가 두 여자 다 정복했다면 최시우만 설득해도 그 둘이 세트로 따라올 것이다.

“마침 잘 됐군.”

“응?”

“아무튼 반장. 고마워. 나중에 보자.”

생각난 김에 동아리로 가 봐야지. 그 세명이 없는 지금이 그 이유정과의 친목을 도모할 시간이 될 것이다.

인터넷방송동아리의 부실은 2층 가장 끝에 있다.

들어가자마자, 이곳이 게임방인지 정말 동아리 부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아늑하고 편한 분위기의 공간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천쪼가리 같은 이불 한 장을 덮은 채, 콘솔게임을 하고 있는푸른빛 머리의 여성.

이유정이다.

신검무쌍 전작과 후속작 전부를 합쳐 맘마통 1, 2위를 다투는 히로인이다.

작가가 지 스스로 그린 일러스트 상으로는 그렇다.

항상 졸린 눈을 하고 늘 빼빼로를 지니고 다니는 빼빼로 중독녀다.

모델같은 키와 몸매에 심지어 아주 제멋대로라 부실에서는 돌핀팬츠에 흰 반팔티만 입고 있다.

헤으응. 눈나.

아니, 이제는 헤으응 언니인가.

아래에서 불끈거리는 대신 가슴이 웅장해진다.

“어? 너 누구?”

“이번 신입생도로 1­A반 유은하입니다.”

“나는 2학년 이유정이야. 설마, 이 동아리 가입하러 왔니?”

“네.”

당근빠따죠. 저 거대한 맘마통을 지금 혼자 즐길 수 있다니 만족스럽다.

나중에 최시우가 함락하기 전에 즐길 수 있을까.

“으음. 참 이상한 아이구나. 이미 망한 동아리인데.”

“선배도 계시잖아요.”

“나야 예산이나 쭉쭉 빨려있는 거지. 뭐 확실히 폐부가 완전히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있으니까 여기서 농땡이 부릴래? 여기 과자도 그렇고 라면에 아이스크림도 있어.”

2, 3학년 중에는 꼰대짓을 한다던가. 또는 헌터로서 각오가 부족한 신입 생도들을 무시하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은데, 이 사람은 아니었다.

“그럴 까여?”

“그런데 너.”

이유정은 내 몸을 위 아래로 쭉 훑었다.

“네?”

“어우 진짜 몸에 당돌한 짓을 해놨네. 배밑에뭐야 그건? 하트? 아닌데.”

아, 이 사람 <전자전>과 <투시>의 능력이 있다.

괴수를 상대로 전자전이 별거 아닌 거처럼 보이지만, 후일 흑신교를 비롯한 여타 빌런조직들의 정보망을 파괴해서 전작에서 망했다가 부활한 빌런들을 토벌하는데 큰 공을 세운다.

투시능력으로 빌런 문장을 확인하거나 건물에 침입한 빌런들. 괴수들의 위치파악도 하는 진짜 없어서는 안 되는 히로인.

그 히로인이 슬쩍 내 몸을 확인한 것이다.

“어, 변태. 투시능력이라도 있어요?”

“그런 걸 달고 있는 네가 그런 말해도. 혹시 빌런문장이라던가?”

“진짜 빌런이면요?”

이 목숨 부지하기 위해 빌런이 될 생각도 없는 건 아니다.

“글쎄. 1대 신검 유진석의 여동생이 빌런이라면 뭐 그것도 재밌지 않을까. 애초에 그거 서큐버스들한테나 어울리지 않아?”

“이래 보여도 숫처녀입니다.”

“으음. 생각하기 귀찮다. 누워있자.”

그렇게 말하면서 눕는 이유정의 흉부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여자가 이래서 좋다.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가슴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된다.

일단 나는 여전히 정신은 남자다. 당연히 여자 가슴에 눈이 갈 수밖에 없지.

저거 H컵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무튼 엄청 크다.

“아. 너 레즈였지?”

이유정이 자기 가슴을 은근슬쩍 가렸다. 저 반 즘 감긴 눈이 어째 나를 변태로 몰아넣고 있는 것 같아 속이 쓰리다.

시발, 익명게시판 그거 다 박살낼걸.

“부정은 안 하겠지만, 대놓고 그런 변태취급하는 것은 과연 저라도 기분이 좀.”

“생도 식당에서 학년 제일 미인이라는 레이나와 대놓고 애정행각벌였으면서 뭘.”

그거 레이나가 덮친 건데.

즐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런데 말이에요. 여기 부원 5명 되면 활동하나요?”

“억지로 라도 하게 되겠지? 부원있는데 실적없으면 폐부는 둘째치고 점수 깎이거든. 그렇게 되면 길드가입할 때도 좋지 못해.”

아카데미에서의 부활동 실적도 길드가입에 경력으로 넣어준다.

사실 그 전에 중간, 기말. 또는 토너먼트 같은데서 스카웃당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는 한데.

이 사람이 길드가입을 생각해두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보는 것과 달리 다이아수저다.

마도기어 관련된 천상그룹 회장님의 따님이다. 주인공 최시우는 원작에서 천산그룹을 통해 자금력도 해결된다.

아이템이라던가. 성유물이라던가 말이다.

“길드가입 생각하고 계세요?”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야. 나는 둘째치고 다른 애들은 부활동 하려 할 테니까.”

확실히 레이나나 한수지는 관심있겠지.

흑신교일을 제외하면 인터넷방송 동아리는 던전을 탐험하는 부이기 때문에 검술, 창술, 마법 관련 동아리와 더불어 길드가 주시하기 딱 좋은 동아리다.

“최근 동아리 활동이 언제에요?”

“작년이었지? 아마.”

“음. 만일 부원이 5명이 된다면 선배도 부활동할 생각이 있어요?”

그러면 이유정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다.

그 멍청한 최시우가 좆질도 제대로 못하고 다니니 내가 거들어줘야지. 어쩌겠나.

역시 그놈은 회귀한 것이 아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중요한 인물에 조금도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돼.

“욕먹기 싫으니 할 거야. 뭐야, 왜 기분 나쁘게 웃어?”

“곧 5명이 될 거거든요.”

“응?”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이 왔다.

이 작품의 주인곰 신검사용자 최시우.

이 작품의 제 1히로인 짭엘프 레이나.

이 작품의 제 2히로인 불꽃창녀 한수지.

여기에……

이 작품의 실격히로인 유은하까지 더해 4명이 가입하게 되었다.

“아니, 오지 말라니까 왜 아카데미에 왔어?”

“야. 나도 내 스스로 지킬 줄 알거든? 네가 뭔데 오라마라야?”

어차피 흑신교에 노려진다면 아카데미든 어디든 상관없다.

이벤트가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문제겠지.

결국 흑신교의 습격은 예정된 수순. 최시우가 어디까지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그게 아니라 너 흑신교에서 노려질 수도 있다니까?”

“올테면 오라지. 다 잡을 테니까. 애초에 최시우면 몰라도 너희 둘보다 내가 강한데 무슨 소리야?”

“우리도 너 지키고 싶거든?”

대체 어쩌다 이 모양이 된 건지.

마치 내가 이놈들이 지켜야 할 마스코트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SM이라면 S고, 공수라면 공인 내가. 이렇게 지켜져야 하는 신세라니.

애초에 내가 왜 지켜져야 하는 건데? 실격히로인이라고?

“쫑알쫑알.”

유진석 2호가 되어버린 최시우는 자기가 내 어머니도 아니고 온갖 잔소리를 떠들어대며 감히 나를 엿먹이고 있다.

자기한테 마음껏 다리를 열어줄 히로인을 가져다 바치고 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다.

“저기, 최시우군. 일단 시끄러운데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어. 얼굴은 잘났는데 네가 아줌마야?”

“죄송합니다. 선배님.”

어, 이거 또 뭐 이상한데.

원래 이유정은 최시우한테 처음부터 호의적인 여자였다.

아카데미의 9할을 부실에서 농땡이부리는 것으로 해결하던 그녀는 최시우가 당당히 김승준을 격파하는 영상을 보고 반해버린다.

정확히 말하면 맨날 하릴없이 시간만 축내는 이유정 본인과 달리 신검을 들고 자만하지 않고 성장해나가려는 최시우의 모습은 빛 그 자체였다.

그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부에 가입하겠다고 찾아온 최시우와 말문을 튼다.

어쩌면 그때부터 좋아했을지도 모르지.

다만 본격적으로 서로 겉으로 드러내는 시기가 흑신교와 싸우면서고.

­신검사용자 최시우지? 전에 괴인토벌하는 거 잘 봤어. 멋있더라. 인터넷방송 동아리에 온 것을 환영해.

­아.아하하. 아니에요. 선배님.

원래 이런 전개가 되었어야……어? 이 새끼 김승준 안 잡았었지?

내가 잡았었지.

좆됐다. 최시우가 이유정의 호감을 얻는 일을 내가 잊고 있었다.

왜 갑자기 지금 떠올랐을까. 아무튼 이 놈은 그날 김승준을 잡지 않아서 이유정에 대한 플레그는 박살난 것이다.

심지어 동네 말많은 아줌마 취급이다.

그럼 이유정이 나에 대한 감정은 어떨까?

친해지지 않으면 곤란하다. 어쨌든 천산그룹의 도움을 받아야 되니까.

“으음. 이렇게 바글바글한 거 싫은데. 심지어 신검사용자라니. 너 얘랑 친해?”

“아뇨? 머릿수 떼우기용이에요.”

“다행이다. 저런 음습한 남자는 안 돼. 어차피 레즈라 걱정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역시 볼트와 너트 사이잖니.”

시발.

최시우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저거 저거. 저 바보같은 놈. 대체 무슨 생각이야?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지금의최시우는 가난하다. 그것도 찢어지게 가난하다. 천산그룹의 도움이 없으면 아이템을 사거나, 앞으로 하는 일에 큰 제동이 걸릴 텐데.

멍청한 최시우.

“후우, 사실 이 귀염둥이랑 단 둘이 이 동아리가 망할 때까지 함께 하고 싶었지만.”

무슨 지구 멸망도 아니고. 응?

“아니, 조금 전에 나 레즈라고 가슴보지 말라더니. 나 좋아해요?”

“솔직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자기 가슴을 그렇게 탐욕스럽게 쳐다보는데. 변태라고 안 할 사람이 어딨어?”

어디서 뭐가 꼬인 거지?

“잠깐, 나는 창술부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저는 궁술부에 들기로 했어요.”

“걱정마. 우리 아카데미 너희 시간만 되면 2개의 동아리에 가입해도 되니까.”

레이나와 한수지는 둘 다 자기한테 맞는 동아리로 들어갔구나.

“그보다 인터넷방송 동아리니까. 뭐 상태측정기라도 있나요?”

“내가 그런 걸 볼 수 있는 고유능력이기는 해. 그리고 너희가 던전에 적합한지 아닌지 판단하고 적당한 수준의 던전에 들어가는 거지. 뭐 이 조합을 보니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될 거 같지만.”

그녀의 전자전은 특이하게 상대방의 상태창도 볼 수 있다. 그 탓에 일부 독자들은 그녀가 능력개화를 하면 전자전을 인간의 머리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

물론, 이름과 나이, 고유능력, 스킬 정도가 전부이며, 상대에 따라서는 감정하지 못할 때도 있다.

설마 신검 최시우가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내게 될 줄은 몰랐다.

이유정은 우리들 한 명 한 명을 주시하더니 자신이 본 상태창을 그대로 종이에 옮겨적었다.

신검 최시우, 정령화살 레이나, 염화의창 한수지. 전부 이유정에 의해 양파처럼 상태창이 벗겨졌다.

다들 내가 아는 그대로다.

내거 알려야 하나?

아마 최시우도 내 능력을 알고 싶은 모양이다.

전생에는 일찍 죽었고, 동아리는 죽기 전에 든다고 해도 유은하는 동아리에 들지 않았으니까.

하기야 내 능력은 보통의 <가속>이라고 하기에는 궤를 달리하니까.

내심 나도 알고 싶다. 상태창을 볼 수 없으니까. 그냥 내 기억대로 이런 능력이 있구나 한 거지. 상태창이 없으니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차피 주인공에 히로인들이니 나쁠 거 없지.

“어? 그런데 유은하. 너 뭐야?”

“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자기가 그린 내 상태창을 보여주었다.

이름– 유은하=4­/_#! )4#41

나이­ ??세

성별­ 여

고유능력(감정불가능)

보유스킬(감정불가능)

[???]

“너 누구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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