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24.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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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폐허
흑신교가 강성하던 시절. 사용하던 인천의 한 교회건물은 사람들의 대화가 오갔다.
당연히 좋은 뜻으로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니었다.
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장소에 그것도 과거 범죄조직이 발흥했던 장소에 결코 좋은 사람들이 모일 리 없었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그 자들은 마기를 두르고 있는 괴인들이었다.
“대주교시여. 신검 최시우가 계속해서 방해를 해오고 있습니다.”
한 사내의 한탄.
그것은 한성을 전복시키기 위해 공작이 2대 신검으로 불리는 최시우에 의해 방해받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흑신교는 재흥하기도 힘들었다.
가지고 있는 거라고는 괴인을 만들 코어 뿐이지만, 이미 저급 코어들은 전부 사용하고 괴인들 역시 최시우에게 토벌당했다.
“신검사용자가 어떻게 짧은 기간 동안 강해졌다는 말인가?”
“한성을 비롯한 헌터 아카데미들이 남아있으면 우리 부활할 흑신교에게는 큰 방해가 될 것입니다.”
“특히나 신검을 제외하고도 이번 기수들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생도 주제에 광속의 이명을 가진 유은하, 염화의 창 한수지, 정령화살의 레이나. 이들이 대표적이고 다른 반도 만만치 않은 인재구성입니다.”
평화시대가 도래했다고, 한성을 너무 만만히 봤다.
“그들이 더 강해지기 전에 세뇌를 하든 죽이든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앞으로도 더 강해질 텐데 일찍 처단하지 않으면 곤란해질 것이다.
“신검을 상대로도 많은 신도들이 죽었습니다. 심지어 최시우 그놈이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 한성내의 모든 흑신교의 신도들을 잡아들였습니다. 누구를 보낸다는 말입니까?”
“그럼 내가 직접가지.”
한 사내가 흑신교 간부들의 대화에 끼었다.
사내는 약화된 흑신교 세력에게 그동안 물자를 공급하고 그림자 밑에서 흑신교의 전력을 담당해왔다.
기껏 키운 흑신교가 최시우의 반격으로 슬슬 붕괴의 조짐이 보이니 이제는 슬슬 자신이 직접 나서려 한 것이다.
“당신이 직접?”
“이번 신검이 유진석보다 뛰어난 것 같으니 그릇으로 쓰기 딱 아닌가?”
그릇. 흑신교가 모시는 악신을 담기 위해 필요한 존재,
신검의 성좌가 선택할 정도로 강인한 힘과 정신력을 가진 최시우는 흑신교에게 그릇후보로 완벽했다.
“확실히. 하지만 우리들의 신이 강림하려면 빛이 아닌 마기를 두르고 있어야 합니다.”
“최시우에게 이 SS코어를 박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내의 손에 불길한 빛을 머금은 보라색의 구슬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신검의 이름을 더럽힐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비열하게 웃음을 짓던 사내는 조용히 창을 챙기며 교회를 나섰다.
* * *
단체전까지 생도들의 팀워크를 위해 아카데미에서는 자율활동 시간을 주었다.
다른 애들은 열심히 하고 있을 테지만, 하루만 서로 포지션만 맞췄다.
말이 팀워크지. 로자리아를 위한 배려였다.
그녀를 제외하고 이미 우리는 팀워크가 맞았으니, 힐러를 지키는 훈련이 있었다.
그리고 유은하. 너는 내가 부를 때까지는 아카데미에 나오지마.
뭐?
뭐 어떻게 늦춘 모양이지만. 위험해. 단체전 당일날 부를게.
그 말에 레이나와 한수지도 수상히 여겼으나, 또 어떻게 설득한 건지둘은 받아들였고, 로자리아도 교회일로 한국헌터 협회에 가야만 했다.
내 예감은 확실히 들어맞는다.
나는 알아봐야 했다. 대체 근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적어도 나는 살고 싶다.
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곳에서 밖에 살 수 없다면 나는 이곳에서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
그래서 나는 아카식 레코드에 물어봐야만 했다.
“아카식 레코드. 만일 미래를 바꾸면 어떻게 되지? 예를 들면 최시우가 미래를 알고 있어서 미리 적들을 쳐낸다면?”
[당장의 위협을 막을 수는 있어도, 인과율을 건드려 결국 새로운 위협이 자초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최시우가 하는 짓거리는 의미없다는 건가.
결국 내가 죽는 이벤트는 더 크게 일어난다는 건가?
“내가 본래 죽는 몸이라면 죽음을 한 번 막아도 다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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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다고?
“그럼 아직도 내 눈에 아른거리는 검은색 아저씨는?”
[어쩌면 그것과도 연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젠장.”
앞으로 있을 괴인의 습격이 저 검은색 아저씨랑도 연관이 있다고?
도대체 이 몸의 유은하는 뭐하고 다닌 거야.
절대 내 탓이 아니다. 이건. 나 이전의 유은하가 저지른 것들이지.
나는 아니다.
“내가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할까?”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무엇을 선택하든 반복될 뿐입니다.]
“반복?”
아카식 레코드는 그 이상 답변해주지 않았다.
굳이 묻는다면 답변은 해주겠지. 그런데 뇌출혈이 올까 두렵다.
여기까지만 듣기로 했다. 더는 들을 가치가 없지.
[답은 너무나도 가까이에 존재합니다. 다만 마스터께서 찾지 않으시는 것 뿐.]
“나는 찾고 있어. 그 누구보다도 급해.”
무리야. 내가 죽어버린다면 팀이고 뭐고 소용이 없다. 더군다나 인과율에 이상이 생겨 이 세상을 멸망에서 구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된다면 내가 반드시 살아있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최시우에게는 알려야겠지.
그 녀석은 주인공이니까. 조금 무책임할지 모르지만, 알려준다면 알아서 강해질 거다. 주인공이란 그런 존재잖아.
“괜히 쫄리네.”
내가 가진 거라곤 가속 밖에 없다.
언제 기습할지도 모르는데, 가속과 병렬회로로 섀도우복싱을 할 수는 없는 일.
심지어 그것도 오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체력이 엄청 지친다. 온몸이 간지럽고 담배로 처방한다해도 얼마가지 못한다.
“인과율이 조정되었다면 결국 이번 단체전이 확실해.”
단체전이라는 커다란 이벤트와 결계가 풀리는 아카데미.
헌터들을 배치한다고 해봤자 S급을 배치할 리가 없고, 국내 탑 헌터들은 본선에나 나타날 것이 뻔하다.
불방망이는. 솔직히 믿을 수 있을까.
만일에 괴인이 SS급이 온다면?
이건 최악의 가정이다. 최시우는 분명 원작보다 강하다. 인과율이 조정되었으니 적당한 괴인을 보낼 리가 없고. 결국 원작처럼 최시우보다 강한 괴인이 올 것이다.
양호선생은 떨거지고.
지금껏 나타나지 않은 괴인들 급을 생각하면 최시우가 제압했다는 뜻. 최시우는 최소 A급이라는 것.
회귀 전이 최종결전이라는 가정이라면 SS급 이상.
“아니야. 최종결전 전에 최시우의 머리는 은발에 두 눈은 신격각성으로 황금빛을 낸다. 지금의 최시우는 잿빛머리. 눈동자도 평범해.”
그럼 적당히 높게 봐야 한다.
A급일까? 그럼 S급 이상의 괴인이 올 수도 있다.
S급이라면 SS급. 그냥 단순한 가정일 뿐이지만, 가능성은 높다.
실제로 당시 기습해온 괴인은 A급이었다.
그 조차도 아주 잠깐 최시우가 신검과 싱크로가 가능했던 탓이다.
그럼 그 계기는 무엇일까?
“유은하의 죽음.”
결국 유은하의 죽음이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아카식 레코드의 말은 아무리 봐도 개소리였다. 당장 내 상태창도 알아보지 못하는 주제에 감히 거만하게도 온 세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자부하나.
그럼 결국 내가 아카데미를 덮치는 괴인에게 당해줘야 하는 건가.
“……씨발.”
* * *
인터넷방송동아리
한 여인이 파일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돌핀팬츠에 흰면티를 입고 있는 여자의 이름은 이유정.
그녀는 한참 자신이 만든 파일을 뒤지고 있었다.
“이상하다.”
지금까지 많은 생도들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천산그룹에서 비록 후계자가 되지는 못했어도 천산그룹의 공주로서 한성의 생도들 중 천산에 어울리는 능력을 지닌 생도들을 알아보기 위해 능력을 썼었다.
그 덕에 생도들의 상태파일을 만들게 되었고 최근에는 닥치는 대로 생도들의 프로필도 작성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유은하만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것은 그녀에게 있어 굴욕이었다.
백합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유은하. 그녀의 정보를 어떻게든 알고 싶어졌다.
“어떻게든 알아내고야 만다.”
분명 단서는 유은하라는 이름이 아닌 특수기호로 이루어진 봉인된 문자일 것이다.
고대 문자도 아닌 이상한 기호로 넣은 문자.
컴퓨터로 입력이 가능한 그 기호.
이유정은 다시 유은하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미 한 번 보고 머리에 기록한 그녀는 유은하가 부실에 떨어트린 머리카락만으로 유은하의 상태를 다시 감정할 수 있었다.
이름– 유=@%[][] [)@[]@1
나이 ??세
성별 여
이름이 바뀌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름이 바뀌었을까.
“아, 내가 멍청이었어.”
그저 그런 문자가 아니다. 감정을 해서 다시 후벼파야 할 것이 아니라 ‘해석’할 필요가 있는 문자다.
아마, 바뀐 문자나 이전의 문자나 동일한 뜻이었을 것이다.
이 문자를 해석하면 과연 무엇이 나올까.
이유정은 간만에 의지가 샘솟았다.
그리고 수십분 후. 그녀는 해석된 글자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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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 아카데미.
유은하를 집으로 보낸 신검사용자 최시우는 손톱을 뜯으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유은하는 당분간 나오지 못하게 했는데, 과연 괴인들은 언제 나타날까요.”
[운이 안 좋으면 단체전 당일이겠지.]
“그 전에 오면 참 좋겠는데요.”
최시우는 시뮬레이션 훈련실에서 열심히 스펙을 올리고 있는 한수지와 레이나에게 눈길을 돌렸다.
확실히 저 둘은 회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었다.
아마 괴인이 습격한다해도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력이 되어주겠지. 지금 아카데미에 배치된 헌터들보다도 강할 것이다.
최근 3일간 저 둘을 엄격하기 훈련도 시켰으니, 단체전 따위는 무난할 것이다.
“B반의 척준경이라 불리는 박준혁도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는 것 같으니까.”
지금 흑신교의 전력이나 다른 괴인들도 아카데미 단체전 당일을 노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꽤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러니 최소 A급은 될 상급헌터들이 배치되는 단체전 날은 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며칠이 고비인데.”
지금은 아카데미에 협회측 헌터들과 길드의 헌터들만 있다.
숫자는 제법되지만, 최다 B급 이하들이다.
머릿수를 무시할 수 없어도 빌런이 S급만 되도 이들은 쓸려나갈 것이 눈에 훤하다.
[그래도 S급까지는 상대할 만해.]
“그렇기는 한데요.”
문제는 또 있다. 회귀를 했어도 회귀 전에 가지고 있던 힘을 그대로 계승한 것은 야니다.
어디까지나 싱검과의 싱크로만 이뤘지. 몸 체가 아직은 그 싱크로를 받아들이기에는 개화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은하에게 잘 보이겠다고 몸도…….
[이 와중에 그런 생각을 하고 싶냐. 이번 일 잘 풀어서 점수나 따.]
“네.”
[잠깐, 강력한 마기가 느껴진다. 이건? 너도 느꼈지?]
신검과 싱크로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흉흉한 악의. 그리고 일반 헌터들조차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마기.
분명히 그것은 괴인의 것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밖이 웅성거릴 리가 없다.
“헌터들과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보통이 아니겠구나. 좀 힘들거다.]
“그래도 해야죠. 상대 못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앞으로는 더 큰 일들이 많을 텐데 고작 이 정도로 겁을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유은하가 이 자리에 없는 것은 다행이다.
연락은 안 되지만, 협회 측에서 별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유은하는 아직 집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심이지.
최시우는 신검을 잡고 훈련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수많은 헌터들의 시체 위에 서 있는 한 명의 남성이었다.
“어째서 당신이?”
그 사내의 얼굴을 본 최시우의 얼굴은 분노와 절망, 증오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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