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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29화 (29/331)

〈 29화 〉 28.이전 세대와 신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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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강남구 팬트하우스

대격변이 일어나고 재건된 강남의 한 팬트하우스.

국내에 내노라하는 길드를 이끄는 마스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유은하의 영상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들은 유은하의 팬이라서가 아니었다.

고작 생도에 머물면서 협회의 관심을 끌고 김재수를 일방적으로 죽인 유은하의 실력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S급 빌런으로 진화한 김재수를 저리 간단하게 제압하다니.”

“이런 말하기는 뭐하지만, 김재수 솔직히 염화의 창 덕이었잖아요? 따지고 보면 그놈 본인 실력으로는 A급이라고.”

하늘색 머리의 여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리를 꼬았다.

그녀의 이름은 차지은. 대격변 이후 새롭게 일어난 헌터 가문 중 하나인 차씨 집안의 공주님으로 가문에서 직접 운영하는 황제길드의 길드마스터였다.

이명은 얼음여제. 얼음을 다루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수년 전에는 인천과 서울을 가르는 방벽을 얼음으로 세워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생도가 A급 헌터를 잡는 것이 좆으로 보이냐?”

김재수를 일방적으로 죽이는 유은하를 일찌감치 자기 길드로 영입을 꾀하던 백청강은 차지은이 배가 불렀다고 느껴졌다.

김재수의 배신으로 당장 대한민국 헌터의 축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이때, 김재수를 제압한 유은하를 무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김재수를 체술로 잡았었다. 이건 백호길드에서 충분히 가르칠 만한 인재였다.

“좆이라니 망측하게. 누가 약하데요? 그냥 그렇다는 거지. 하여간 백청강씨는 그 나이 먹고도 여전히 천박하군요.”

“오냐. 한 번 해봂까?”

“님 솜주먹은 내 고드름도 못 깰 듯.”

두 남녀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불방망이 김지혜가 방망이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유치하게 왜들 그래? 적당히 안 하면 나도 화낼 거야.”

“A급 주제에.”

“뭐야!?”

애초에 길드마스터들을 모집한 사람은 유은하의 담당교관 김지혜였다.

사이도 그다지 좋지 않은 길마들을 자기가 불러서 분쟁 조장한 주제에 화낸다만다 하는 걸까.

가만히 구석에서 유은하의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있던 금발의 남성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렇게 모인 이유가 뭐지? 진석이 여동생이 김재수 잡는 수십초짜리 동영상 다함께 보자고 부른 건 아니겠지.”

“시발. 다들 왜 이러시나. 너희들도 이미 봤잖아. 모를 거 같아? 사전 컨택하고 싶어서 지금 엉덩이 들썩이잖아? 얼음여제 너는 일부러 그렇게 말해서 애들 관심 떨어트리고 몰래 접근했을 거면서.”

“커흠.”

틀리지 않았다.

다들 하나같이 유은하의 길드영입을 바라고 있었다. 겉으로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얼음 여제 차지은 역시 비슷했다.

더군다나 이 자리에 있는 길드 마스터 중, 여자들은 유진석의 히로인이었다. 지금도 유진석에 대한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니, 유은하의 존재는 실력과 유진석의 동생이라는 점에서 완벽한 영입대상이었다.

“와 여우년인 건 알았지만, 몰래 노리고 있었다는 거야?”

“협회에서는 백염의 검희라는 이명을 부여했다더라. 협회 측도 점찍고 있다는 뜻이니 접근하려면 빨리해야 하는데.”

“시험도 아직 보지 않았고, 그렇다고 졸업한 것도 아닌데. 스카웃 자체가 지금으로써는 불법이야.”

규칙이 그러했다. 특수하게 협회 측에서 생도에게 헌터의 자격을 부여할 수는 있는데, 협회의 관리가 들어가지 길드에서는 손을 쓸 수가 없다.

최소 졸업이나 기말 실력평가 때나 가능하지.

“하지만 환심을 사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시발. 니들 아직도 유진석 포기 안했냐? 너희들 그러다 노처녀된다.”

“네가 상관할 바 아니구요. 유진석 동생이 아니라 그 정도라면 우리 백합길드에 딱 맞아서 들인다는 건데요.”

유진석의 동료가 아닌 백합길드의 길마 꽃의 노아는 혀로 요염하게 입술을 핥았다.

소문으로는 유은하는 백합. 레즈라는 말이 있으니 자기 길드에 아주 딱이었다.

“솔직히 그 실력이면 대단하잖아. 원소를 그렇게나 다룬다고.”

“음, 나는 조금 생각해볼래.”

“아무튼 한성 아카데미 교관으로써 말하겠다만. 너희들 적당히 해. 친구랍시고 나한테 유은하랑 연결해달라고 했다가는. 확씨.”

“A급 주제에.”

또 다시 방망이를 들고 위협하는 김지혜의 모습에 노아가 입을 삐죽 내밀고, 한쪽에서는 마도기어를 만지작거리던 소녀가 한심한 듯 쳐다봤다.

“리얼루. A급에다가 빠따아니면 암것도 아닌 주제에 개깝침.”

“그 나이 먹고도 아직도 그런 말투 쓰는 너에게 듣기 싫다?”

“응~나는 영원한 17세라 늙지 않구연. 방망이 없으면 암것도 못하는 님보다는 나음. 심지어 한성 습격당할 때 해장한답시고 노가리까고 있지 않았음? 수고염”

“!!”

그저 단순히 유은하를 영입하려는 생각은 관두라고 충고나 하려고 불렀을 분인데. 김지혜는 마침내 뿔이 났다.

그리고 그 날. 강남구의 팬트하우스에서는 불기둥이 치솟았다.

* * *

한참 협회 측 헌터들에게 시달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더니, 이것저것 지들끼리 이야기하고는 나중에 따로 문자를 하겠단다.

싫은데 그건.

이유정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골렘이랑 최시우만이 있었다.

암컷화한 최시우. 이건 참 귀한 생명체가 아닌가.

심지어 어떻게든 제 몸이 변하는 걸 막고 있었는지 가슴을 붕대로 압박하고 있었다.

압박받아서 꽉 끼어있는 가슴골이 이거 참.

“츄르릅. 엄청난데.”

솔직히 내가 최시우가 끌리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가만히 보니까. 얘 얼굴도 많이 변한 거 같기도 하다.

아니, 원래 미소년이기는 했다. 그런데 지금은 잿빛 머리의 매력적인 여인이.

한 번 살짝 만져보려고 팔을 뻗는데 갑자기 최시우 옆에 있는 신검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지다하카!]

“응? 뭐야, 신검인가. 이제는 내 귀에도 그 쓸모없는 목소리가 들리는군.”

[나는 다 봤어! 네가 유은하였다니!]

“아하하. 그래서 뭐? 최시우에게 싹싹 빌어야 겨우 몸을 빌릴 수 있는 성좌가?”

뒤에서 뒷짐지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년이 잘도 나에게 따진다.

[이이익! 너 무슨 생각이야! 2차 대격변이라도 일으키려고?]

“내가? 왜?”

[과거에 네가 한 짓을 생각해봐!]

“그건 그거고 지금은 지금이지.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지금의 내게는 없어.”

[무슨 소리지?]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지만, 신검은 결국 이 작품에서 중요한 무기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런 신검에게 귀찮다고 설명을 안 했다가 협조를 받지 못하면 곤란하다.

게다가, 신검의 성좌는 예쁘다. 그것도 엄청. 일찍이 아지다하카의 기억을 계승한 탓인지 유난히 성에 대해 적극적이게 된 느낌이다.

그래. 더 말해 무엇하랴. 당장 이유정과 로자리아를 자빠트린 경험도 있는 나는 이 신검도 가지고 싶다.

“아, 사실 인간으로 사는 것이 더 재미있거든. 이라고 할까. 솔직히 지금 나도 그냥 아지다하카의 힘과 기억을 물려받은 존재라고만 스스로 느끼는 중이라. 나는 지금 오히려 인간의 편이라고. 세계에 존재하는 죄악들부터 걸러야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애초에 내 존재 자체가 너에게는 이레귤러 아닌가? 회귀 전과는 다르지 않나? 나라면 세계의 멸망을 막을 수 있지.”

그제야 신검도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회귀 전과는 모든 것이 다를 것이다. 분명 최시우가 주인공이었고, 유은하는 죽는 인물인데, 정작 작품에서 중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유은하의 죽음도 최시우가 아닌 유은하 스스로가 막았고, 그 유은하도 사실 아지다하카다.

[그걸 어떻게 믿어?]

“나를 따르는 여자들이 많은데. 내가 왜? 킥킥. 뭐 믿거나 말거나 네 자유다만 너 어차피 거기서 못 나오잖아.”

혀를 삐죽 내밀면서 엿먹으라고 중지를 세웠다.

[시우 허락받으면 나갈 수 있거든!?]

허락받아야 하고 그건.

아니, 지금은 신검의 존재도 중요하지만, 최시우의 모습도 중요하다.

얘가 왜 막대기가 아닌 도끼자국을 가지고 있는지.

“그보다 얘 몸. 왜 이런 꼴이야? 솔직히 박힐 생각은 없지만 다소 흥미는 있었는데. 여자애면 약해질 텐데?”

[내 영향이야.]

“뭐? 야, 이거 세상의 존망이 걸린 일이야. 자세히 말해.”

그렇게 나는 이 신검으로부터 진실을 듣게 되었다.

설정상, 알고는 있었지만, 이 빌어먹을 성좌년이 레즈라는 것. 그리고 내가 이유정을 가지고 놀았다는 것을 지켜본 것. 회귀해서 이미 여자를 즐길 만큼 즐긴 최시우는 스스로 여자의 몸이 어떤 느낌인지 흥미를 가진 것.

조금 분위기에 타기는 했으나, 신체능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 사실 한다고 해도 훗날 최종결전 이후 여자로 만들어주겠다고.

그런데 정작 신검 자신이 발정나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게 싱크로를 넘어 최시우의 몸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최시우의 몸이 남성의 몸이라고 해도 한낱 인간의 육체가 성좌가 내리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그 몸이 성좌화 하면서 육체가 지금 나랑 말하는 신검성좌가 되어버리는 것.

한마디로 그 성좌의 외관으로 바뀌면 겉모습은 충분히 보빌 만한 외모는 될 것이다.

지금만 봐도 조금은 끌리고, 성좌는 은발의 여신이니까.

“킥킥킥킥…….”

[그만 웃어라. 도마뱀년아. 결국 네가 부활한 덕에 죄악이 더 강한 적이 될지도 모르게 되었으니까. 아니 너 자체가 나중에 우리 뒤통수를 칠지도.]

뭐 이제 와 그건 의미가 없지. 그래도 나라는 존재가 있지 않나. 확실히 뒤통수가 얼얼하긴 할 거다.

그런데 말이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최시우가 바란 건 둘째치고, 네가 나와 한 번 보비고 싶어서 최시우와 싱크로 그 이상의 관계가 되어버리다가 최시우가 네 모습이 되고 있다고?”

[굳이 다시 확인시키지 마라. 나도 네가 아지다하카인 줄 알았으면 안 그랬어.]

거짓말하기는. 내가 이년 성격을 잘 안다.

원작에서 최시우는 심상세계를 통해 성좌와 샤바샤바한다.

본래 레즈인 성좌지만, M속성이 있는 변태라 그대로 밀어붙여 함락시켰다.

웃기게도 그것으로 싱크로는 더욱 극대화되어 강해지는데.

“그래서 더 꼴리지 않냐? 10억을 학살하고 대격변을 일으킨 악룡에게 이 세상을 구하고 싶은 신검인 네가 농락당하는 거 말이야. 악룡 밑에서 개처럼 굴려지고 주인님으로 부르면서 노예처럼 당하고.”

[아냐. 나는…….]

내가 네 속을 다 알고 있다. 변태같은 년.

그래도 흥분하고 있을 거다.

인류최악의 적 악룡. 그리고 그런 악룡과 본래는 맞서야 하는데, 그 악룡에게 지배당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암컷으로써의 자신.

“아니긴 뭐가 아냐. 너 M인거 다 알아. 한 번 하고 싶으면 얘 몸 내 취향으로 확실히 만들던가.”

[…….]

“그렇게 하면 원하는 만큼 가지고 놀아줄게.”

[꿀꺽]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설마하니 최시우의 몸이 단 일주일 만에 완벽한 암컷의 몸이 되어버릴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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