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31. 흑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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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벽을 넘는데 별로 중요한 것은 없다.
적어도 나한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기가 있다고 해도 김승준 때처럼 대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 약간 예시를 들자면 핵이 터져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방사능과 자연에 있어 적당히 별 영향도 없는 방사능의 차이다.
물론 계속 쐰다면 문제가 되는 건 맞다.
병신이 아니고서야 대놓고 마기를 쪽쪽 빨려고 마기에 있지는 않겠지만.
게다가 마기에 대응하는 장비도 있기는 하다.
가격이 상당히 비싸고 애당초 방벽 너머로 가는 헌터는 거의없다.
일단 정부 자체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아무리 헌터협회의 권력이 높아도 결국 방벽 너머로 가자는 것은 땅을 수복하자는 의미인데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헌터협회 시점의 원작 이야기를 보면 반짝이 최철식은 몇 번이나 대통령 하정석에게 인천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예산 늘려서 마기대응 장비를 갖추자고 했는데. 하정석은 북한땅이 더 중요하다고 안 된다며 일축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다. 가치로만 따지면 게이트가 있는 북한을 먹는 것이 좋다. 당장 인천을 비롯한 다른 지역은 미지의 지역이라도 빌런이나 괴인들, 돈도 안 되는 괴수들과 쌈박질 해야 할 수도 있다.
반면에 북한은 돈을 많이 벌 수도 있다. 북한이 몰락한 이유는 김씨 왕조가 게이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휴전선 이북은 전부 게이트 파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들을 먹고 괴수의 소재와 코어만 쓸어도 상당하지. 그렇기에 협회장 최철식과 의견이 부딪치는 거다.
한쪽은 실익없는 소모전. 다른 한쪽은 큰 피해를 감수할 수도 있는 도박.
뭐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나는 지금 방벽 너머로 나왔다.
“아직은 서울 근처라 그런가. 마기는 정상이로군.”
서울 근처는 딱히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서서히 인천까지 가면서 점차 마기가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야말로 별명 그대로인가.
예전에 넷상에서 마계 인천이라는 말이 자주 나왔던 거 같던데.
나도 인천에 살아서 그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 세상은 정말로 그게 구현되어있다.
“갸르르륵.”
개같이 생긴 야생의 괴수가 나타났다.
근처에 별반응은 없는 것으로 보아 닫힌 게이트에서 잔존한 생물들인 것 같다.
가볍게 불로 지져 죽이고 백염을 퍼트려 마기도 전부 꺼버렸다.
흡수하는 방법도 있으나,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주워먹는 느낌? 길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은 없다.
명색이 악룡이다.
나쁜 의미의 용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용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용이란 말이다.
그런 내가 음식을 주워먹을 수는 없지. 그래서 백염으로 마기 자체를 꺼트리며 날개를 꺼냈다.
“부자연스럽지만 잘 되네.”
하늘을 간만에 날아보니 익숙하지가 않다.
일단 인천까지 날아가면서 백염을 퍼트려 정화를 하기 시작했다.
뭔가 불난 곳에 물뿌리는 헬기가 된 느낌이다.
한참 날아가다 마침내 마기가 진득하게 고인 곳을 찾았다.
미추홀구다.
그 중심지에 한 교회가 보였다.
지금은 완전히 폐쇠되었는데, 한때는 흑신교 아지트로 쓰였고, 지금도 다시 일어설 흑신교 간부들이 있는 곳이다.
결국 전작의 유진석이 작중에서 한 것은 ‘응급처방’이고 이번 작에서는 최시우가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
애초에 후속작까지 생각해서 작가가 최시우라는 캐릭터도 만든 것 같지만,
“대놓고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음습한 것은 아닌 것 같군.”
마기를 몸에 덮어 생도복에서 수녀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나는 교회에 천천히 들어갔다.
“김재수. 그 재수없는 놈이 멋대로 우리들 괴인까지 썼습니다. 우리 흑신교가 부활히기 위해 꼭 필요한 놈들을! 지 혼자 간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김재수. 재수없는 놈’ 와, 라임 미쳤다. 그리고 생각보다 흑신교는 김재수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들은 것만 보면 김재수 혼자 움직인 거 같은데. 뒤에서 흑신교 거를 전부 뺏어 쓰는 거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흑신교도 제법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말이다. 흑신교의 수준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김재수 하나에 의존할 정도라니. 말 다 했지.
그렇다면 그 재력은 내가 사용해도 괜찮지 않은가?
“어차피 너희 작은 게이트를 여는 능력자 있잖냐. 그 능력 사용하면 소수정예로 아카데미 잡는 것도 가능할 텐데.”
그놈만 있어도 흑신교랑 아카데미를 왕복하는 것은 쉽다.
김재수는 아마 자기 파벌의 애들을 쓴 거 같은데. 텔레포트를 할 수 잇는 간부만 잇으면 솔직히 어려울 건 없다.
내가 슬쩍 내뱉은 말에, 내부에서 간부들이 시끄러워졌다.
“누구냐!”
“나? 너희들이 찾는 신.”
그러니 나를 모셔라.
나는 금색의 눈동자를 날카롭게 뜨며 그들을 쳐다봤다.
“그게 무슨. 그 눈은!”
“단순한 인간 따위가 죽지도 않은 나를 부활시키겠다느니. 그릇으로 삼는다더니. 뭐라고 지껄이던데.”
그야말로 병신들이 따로 없다.
그릇을 찾는다치자, 그럼 그 다음에는 무슨 수로 그릇에 내 영혼을 담는다는 말인가?
결국 결과론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저지르고 본다라는 것. 실제로 지금 내 존재가 증명하기 있지 않나?
“감히 우리의 신을 모욕하는 년이다! 저 계집을 죽여라!”
“저 년을 죽이지 않고 뭣들 하냐!”
노망난 노친네의 명령으로 서서히 내게 다가오던 신도들에게 혼돈을 심었다.
이건 언젠가 수녀 아지다하카가 중국에서 학살을 벌이기 위해 사용한 마법이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으.으어어어.”
“끄으으으으.”
나를 포위하던 신도들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무기를 뽑아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봐, 나를 죽이지 마!”
“꺄아아아악!”
서로 죽고 죽이고 난리가 났다.
어차피 저놈들은 소모품일 뿐이고, 괴인들이라면 죽어도 몇 분 이내라면 마기를 넣어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죽지도 않을 것이다.
1분도 되지 않아 자멸한 놈들의 몸에 마기를 불어넣었다.
“자, 이제 다들 정신이 드나?”
내 명령에 몸을 움찔거리며 일어나는 그들은 조금 전과는 눈이 좀 달랐다.
“서.설마. 정말로 우리들의 신이십니까?”
“애초에 신도 뭣도 아니다. 나 역시 누군가의 창조물.”
작가인 진짜 유은하의 창조물. 신이 될 자격같은 건 없다.
“저희에게는 아지다하카님이 신이십니다!”
“내가 신이라. 그럼 너희는 어째서 신이 있는 한성아카데미를 공격하였나?”
조심히 살기를 퍼뜨리자, 흑신교의 간부들이 무릎을 꿇었다.
“설마.”
“중국에서의 일이 있고 나는 다시 태어났다.”
“그렇다면 당시에 핵을 맞고 실제로 승천하셨던 겁니까?”
앞에 내가 말할 때 뭐들었나. 나는 죽지 않는다고.
여기서는 대충 둘러대는 게 좋을 것이다.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이런 광신도들을 설득하려면 보통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
“내 창조주에게 불려갔었지. 그만하면 되었다고. 인류는 충분히 정화되었으니 이제는 인류를 구하라고 하셨지.”
흑신교의 최대 목표는 악룡 아지다하카가 다시 나타나 인류를 쓸어버리고 새롭게 정화된 세상에서 흑신교를 중심으로 새로운 인류가 문명을 일구는 것.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세뇌하면 된다.
“그것이 참입니까?”
“그랬는데, 너희들은 감히 나를 신으로 떠받들면서 온갖 테러행위를 해대고 기어이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더군.”
솔직히 웃기는 거지. 나를 떠받든다면서, 내 유지를 잇겠다면서 여기저기 온갖 민폐를 부리다가 유진석에게 정의구현당하고. 그 와중에도 포기는 못하고 다시 일어설 생각에 김재수라는 놈 믿었다가 이꼴을 당한 거다.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을 보십시오. 구할 가치가 있습니까? 괴인들을 차별하고 무조건 빌런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심지어 방벽을 그어서 미처 서울로 피난하지 못한 자들은 마기에 쐬여 괴인들이 되었습니다!”
그건 개짓거리가 맞다.
피난민 수용하기 답없다고 멀쩡한 사람들까지 격리시켜버렸다.
물론 재산 때문에 집두고 떠나기 싫다고 눌러앉다가 정부에 버림받은 사람도 상당수다.
한국의 흑신교들은 그 탓에 정부를 미워하는 자들이 많다. 아니, 지방에 격리되어 정부를 미워하는 자들이 흑신교에 가입하는 거였지.
“내가 왜 그걸 모르겠나. 그러나 너희들은 그들을 이해하려 하였느냐? 대격변 이후 괴인들이 나타나고 혼란을 틈타 범죄자들이 나타나 그들은 빌런이 되었다. 그들 때문에 멀쩡한 괴인들마저 쓰레기들로 일반화되었지.”
“예. 그런데도 저들을 이해하라는 겁니까?”
꼬운 거 알겠다. 나도 사실 딱히 인류에 대한 애정은 없다.
다만 이 세상이 존재하는 것을 바라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 마인드겠지. 그런데 나를 좋아하는 여자들을 버려둘 수는 없다. 이런 몸이 된 이상, 죄악들이 판치는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도 기분더러울 거 같고.
“너희들이 생각하는 이 나라 정부가 쓰레기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전부 괴인들을 인정하지 않는 쓰레기가 단정짓나?”
“아지다하카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괴인들을 통합해서 조직을 만들겠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진짜 범죄만 저지르는 빌런집단들을 토벌하여 국가를 안심시킬 거다. 나를 따르겠느냐. 아니면 나를 부정하고 기반도 없이 헌터와 민간인을 증오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갈 것이냐.”
그렇게 말하면서 오른손에 백염을 켰다.
선택하지 않으면 죽음 뿐이라고 분명히 돌려 말하는 것.
“““…….”””
이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결국 아지다하카라는 존재 자체가 흑신교가 존재하는 이유며 세상에 절망한 이들의 존재 가치니까.
일단 이 교회를 써먹는 것은 꽤 힘들게 되었다.
조금 더 넓은 곳으로 가야지.
아, 송도가 어떤가. 작품 후반부에 송도신도시에 숨어살던 빌런들의 팬트하우스가 있던 것 같은데. 대격변이 터지기 전의 세상은 저쪽세계와 같으니까 남아있을 수도 있다.
“송도는 멀쩡한가?”
“네. 아지다하카님.”
아직 다른 빌런들이 입주하기 전이라는 거네.
“그곳을 본진으로 삼지. 그나마 신도시가 있으니 나을 테니까. 이곳에서 흑신교는 조금 위험해.”
“네.”
사실 이곳에 거점을 두고 인천의 빌런들을 집어삼키고 싶었는데. 지금전작 주인공 유진석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래도 유진석과 싸우는 것은 여동생의 입장에서 좀 최악이라고 생각이 든다.
"음?"
나는 굽신거리며 고개를 숙이는 흑신교의 간부들 속에 한 명의 소녀가 물끄러미 서있는 것을 보았다.
감정이 조금도 담겨져 있지 않은 고요한 얼굴.
나는 저 아이가 누군지 원작을 봐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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