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33화 (33/331)

〈 33화 〉 32. 흑신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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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 조그마한 아이가 게이트를 여는 아이다.

원작에서 최시우가 고작해야 한줌 밖에 안 되는 흑신교를 상대할 때, 힘들었던 이유가 바로 이 금발 꼬맹이 때문.

매번 흑신교가 일을 저지르고 이 아이를 이용해 튀니 최시우도 답이 없었다.

“너 게이트 여는 조건이 뭐지?”

“한 번 간 곳이라면 언제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한 번 가본 곳이라면 머리에 자동으로 기억되나보네.

참 흑신교가 좋은 걸 키워뒀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흑신교에서 간부들이 남 몰래 키운 실험체라고 한다. 기능은 많지 않고 어디까지나 셔틀로만 쓸 수 있는 차원이동 게이트장치.

이 기능을 사용하면 서울에 괴수들을 풀어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럼 텔레포트가 계속 가능하다고?”

“음, 조금 다릅니다. 마기가 필요해요.”

“이동 거리에 따라 어마어마하게 들겠군.”

매번 같은 마력이 들리는 없을 테니까.

“네.”

“송도랑 한성아카데미의 거리면?”

“하루에 두 번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하루 두 번은 아카데미 왕복용으로 좋은가.

“괴인이지? 너.”

마기를 다룬다면 괴인이라는 뜻인데.

“네. 괴인이 되고 얻은 능력입니다.”

“그렇다면 마석만 있으면 거의 무한히 가능한 건가?”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라고 알려진 마석. 이것을 괴인이 섭취하면 마기를 회복할 수 있다.

애초에 마기와 마력은 종이 한장차이니, 가능한 이론인데. 보통의 사람과 달리 괴인들만 마석을 먹어 마기를 회복할 수 있다.

“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마석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마석은 내가 구해다주지. 그럼 해줄 수 있겠지?”

“네. 아지다하카님.”

그럼 쉽다.

나는 밖으로 나가서 교회 근처에 밀집되어있는 마기들을 끌어모아 결정화시켰다.

그렇게 순도높은 마석들을 만들어냈다.

그것을 보여주자 이 금발꼬맹이는 눈을 반짝였다.

“이 정도면 되나?”

“이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앞으로 너는 내 전속 셔틀이다. 날아가면 그만이지만, 역시 귀찮은 것은 빠르게 처리하고 싶거든.”

유진석이 알게 되면 나는 분명히 방벽을 넘어갈 수 없게 될 것이다.

“네.”

“이름은 그래. 게이트를 여니까. 음. 케이트로 하자.”

서양에서 주워온 애로 보이니까 케이트라는 이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송도에 도착하자마자 마기를 전부 흡수하여 마석으로 만들었다.

전부 흡수해도 되지만 당장 감당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 마석들은 돈을 벌 때도 쓸모가 많다. 물론 코어도 비싸지만, 당장 일반인도 목숨걸면 잡을 수 있는 몬스터들의 코어보다는 마석이 더 비싸다.

최근에는 마석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에 쓰이고 있으니 그만한 수요도 있다.

간부 몇 놈을 불러 마석을 보여주자, 놈들도 제법 놀란 듯 눈을 꿈벅거렸다.

“이거 마석들은 팔 수 있나? 자본이 있어야 뭘 하든 말든 할 거 아냐.”

“그것이 저. 그림의 떡입니다.”

간부 중 한명이 곤란한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세히 말해봐. 그럼 지금까지는 무슨 돈으로?”

“어차피 격리지역은 정부에 버려졌으니, 자본으로 쓸 만한 것은 차고 넘쳤습니다.”

그렇겠지. 그 난리통에 이것저것 가지고 서울로 나를 일은 없으니까.

그래서 인터넷에는 비밀리에 격리지역으로 넘어가 탐사하고 오자는 놈들도 있다.

물론 그 대부분은 돌아오지 못한다.

갔다가 죽은 경우가 허다한 거다. 마기에 쐬여 죽거나, 괴인들이나 괴수들에게 죽거나 둘 중 하나지.

나 같아도 자기들 영역 뜯어먹으려고 오는 놈들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마석들이 있어도 팔 곳이 없다는 뜻이로군.”

“예. 격리지역 자체가 약육강식의 세계니까요.”

그야말로 서로 물고 뜯고 약탈하고 사는 고대인들의 삶인가.

그나마 흑신교는 내가 있어서 사정이 나아질 것이다.

당장 송도의 마기들을 정화했으니 이곳만큼은 충분히 일반인들도 살아갈 수 있을 테니 격리지역에서 숨어살던 일반인들을 송도로 모을 수 있다.

“그나마 괴인들이라면 먹지 않아도 살 수는 있으니 사정은 더 나으려나?”

“네.”

“그럼 마석들은 서울로 가져가서 내가 팔지.”

때마침 팔만한 곳을 안다.

천산그룹의 후계자. 이유정의 언니. 이유진. 원작에서는비록 세뇌당해 고대인의 유산을 빌런에게 넘어겨버리지만. 그 인간도 사실 만만치 않은 여자다.

뒤에서 마석관련한 사업을 꾸미고 있으니까.

그 탓에 빌런과도 비밀리에 접촉했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을 일러주십시오. 아지다하카님.”

음, 할 일이 딱히 있나.

아, 내가 하기 귀찮은 것들을 맡기는 것이 좋겠네.

“주변에 살고 있는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송도에 편입시켜야지.”

“네. 아지다하카님. 그럼 빌런들은.”

그래. 빌런들이 문제다. 빌런들은 이왕이면 내 밑에서 굴리고 싶은데.

중국과의 싸움에 밀어넣으려면 최대한 살려서 내 밑에 둬야 한다.

그나마 격리지역 빌런들이 약해서 다행이다.

“가능하면 협상을 해보고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마도기어를 통해 연락해. 다 잡을 테니까.”

“네. 아지다하카님.”

“그리고 너무 기니까. 짧게 줄여.”

“아지님.”

아지라니. 너무한데. 뭔가 애칭같아서 짜증난다.

“뭔가 개 같으니까. 다하카님이 나을 거 같아.”

“네. 다하카님.”

“그럼 마석들은 창고를 만들어 넣어두지.”

“방 하나에 마석들을 채워두겠습니다.”

협회 측에도 내가 다녀와서 무엇을 건져냈는지 알릴 필요가 있을 테니 마석 몇 개를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단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잠시 온수역에 들렀다.

온수역은 현재 흑룡회의 거점이다. 더 커서 서울로 입성하기 전에 잡아야 한다.

고대의 유산을 내가 먹었으나 혹시 모르지 않나.

“그러고 보니 전에 왜 흑룡회에 관해 이야기 안 했어?”

[흑룡회는 마스터가 처음부터 적으로 규정한 단체니, 당연합니다.]

마음에 드는 소리를 잘하는 아카식 레코드다.

흑룡회가 본부로 두고 있는 곳은 흑신교의 교회나 다를 바가 없었다.

컨테이너 몇 채에 주유소 건물을 이용하고 있는 듯하다.

대놓고 정면돌파 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헬로우? 곤니찌와? 니하오?”

“누구냐?”

“너희들을 죽일 저승사자랍니다~.”

내 말에 흑룡회의 잡졸들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겠지. 어떤 수녀가 단신으로 와서 저승사자 노릇을 하고 있으니.

“혼자서 우리를 전부 상대하겠다고?”

“아무리 우리가 이름없다지만 상금타러 온 계집 한 명을 못 잡겠냐? 헌터라도 우리를 상대하기는 힘들걸?”

“상등품인 것이 먼저 한 번 따먹고 팔든 죽이든 하자.”

아무래도 나를 죽이기보다는 생포에 목적을 둔 듯이, 주먹쥐고 천천히 다가온다.

총을 들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아주 잘났다.

백염을 쓸 가치도 없다.

그저 간단히 혼돈 한스푼만 떨어트리면 될 뿐이지.

따악!

손가락을 튕겨 가볍게 흑룡회놈들의 머리에 혼돈을 심었다.

“뭔 개미친년이 어?”

서걱!

보스로 보이는 놈이 자기 부하가 휘두른 검에 목이 잘렸다.

이럴 때 정말 기분이 짜릿하다.

여자라고 방심하고 금방 달려들다가 순식간에 서로 뒤통수가 찔리는 모습이란 정말 몇 번을 봐도 재밌다.

“뭐하는 거야 병신아!”

“너 저 년과 한패였나? 컥!?”

“말하지 않았나. 저승사자라고.”

흑룡회가 크지는 않더라도 전력으로 삼으면 도움은 될 놈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밑에서 인신매매를 하고, 강간 살인을 벌이는 놈들을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것으로 원작에서 등장하는 빌런집단 중 하나를 토벌했다.

인과율인지 뭔지 상관없다. 그냥 내 앞을 가로막는 것들은 모두 죽일 뿐이다.

“괴.괴물이다!”

“어머나. 지금까지 인신매매에 강간 살인까지 하신 분들이 할 말씀은 아닌 듯싶은데.”

큰 부상을 입고 살아남은 몇 놈이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한다.

“사.살려줘.”

“킥킥킥.”

간만에 느껴보는 희열감이다. 아무래도 나는 그 시절의 나를 온전히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자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발목을 붙잡고 애원하는 빌런의 머리 위로 빙긋 웃으며 발을 올렸다.

콰직!

* * *

한국헌터협회

협회장 최철식은 정나윤의 보고에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다시 보고해주게. 나 늙어서 뇌가 받아들이는 게 느려.”

정말 뇌가 아니면 귀가 잘못된 것 같다.

그야 그렇지. 방벽을 넘은지 수시간도 안 되어 복귀한 생도출신의 임시 헌터가 순도 높은 마석들을 캐고, 빌런들을 토벌했다니. 아무리 유은하라고 해도 마석의 위치와 흑룡의 위치를 알 수 있는 탐지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미지의 영역이 된지 오래인데. 유은하는 수시간만에 전부 찾아왔다는 건가.

말이 안 된다.

최소 며칠은 잡을 줄 알았고, 허탕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한성아카데미 생도 임시헌터 유은하가 인천으로 가 마석을 캐고, 오는 길에 온수역에 들렀더니 흑룡회가 있어 토벌했다고 합니다.”

“허. 진짜라고 그게?”

“늙어서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나. 그렇다니깐요. 이미 흑룡회가 뿌린 마기도 정화해서 그쪽 좌표까지 찍었습니다.”

정나윤이 매섭게 쏘아붙이자, 최철식은 고개를 떨궜다.

이거 늙은 사람 서러워서 쓰나.

그래도 왕년에는 태양권하나로 괴수들을 토벌했던 불멸의 사나이였는데. 이제는 자기 자리도 위협하는 정나윤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철식은 할 말이 있었다.

“뭐 흑룡회는 그렇다쳐도 아니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나 해서 하는 말이네. 마석이라니.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는데?”

“혹시 압니까. 탐색대가 몰래 꿀꺽하고 협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보고했을지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목숨걸고 밖으로 나갔는데, 마석들을 채취하면 꼼짝없이 협회에 갖다바쳐야 하니 불만이 나올 테고, 몰래 갖다 팔았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해도 지금까지 꼬리도 밟히지 않은 마석이 아닌가.

아니, 찾으면 못 찾을 것도 없다. 마기를 정화하여 응축하면 마석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비용이 상당히 소모된다.

최철식은 늙은 두뇌를 애써 굴려 마침내 생각을 정리했다.

‘유은하라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유은하의 신도가 한명 더 생겼다.

“음. 그래도 이렇게 된 이상, 한정석. 그놈도 격리구역 정화계획에 동조하지 않을까?”

“은하양이 운이 좋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천만이라던가 말이죠. 대통령에게 보고를 해야 하나요?”

“하지 말지. 괜히 또 말다툼할 것 같으니.”

한정석은 최철식에게 라이벌인 동시에 매번 의견이 평행선만 타는 인물이다. 서로 말다툼할 바에는 선을 긋는 것이 최선이다.

“네.”

“유진석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마석 가져와 봐. 확인하고 협회내 마석연구시설에 맡기도록 하지.”

“네.”

자기 여동생이 격리지역에 가서 마석들을 가져오고 빌런들을 토벌했다고 하면 아주 난리가 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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