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39. 막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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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이기지 못하는 거지.”
나한테 떡실신하고 이미 죽기 직전 까지 떨어진 박준혁은 신세한탄을 했다.
“븅신. 네가 얼마나 못났으면 무신까지 직접 나섰겠냐?”
“설마.”
설마하니 무신이 자기를 처단하라 할 줄은 몰랐겠지.
“무신이 생전 어떤 인물인지 몰랐냐? 한국사 최고의 무장이 나 하나 이기겠다고 파편의 힘에 의존하는 너를 좋게 생각하겠냐?”
무신도 정치에서 꽝이기는 했지만, 전투력 하나는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인물이 파편의 힘에 의존하는 화신을 좋게 볼 리가 있나.
“크윽.”
“뭐 그래도 고맙다? 네놈이 이렇게 빨리 트롤짓해준 덕에 병신 한 마리 없앨 수 있었으니까.”
“그.게 무슨.”
“그게 너라고 븅신아.”
퍽!
발로 얼굴을 쳐서 기절시켰다.
* * *
단체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우승은 한성아카데미지만, 박준혁이 쓸데없는 짓을 해버려서 한성은 한바탕 망신을 당해야 했다.
애새끼들 관리 어떻게 했길래 저런 일이 발생하냐. 뭐 이런 거 말이다.
나는 협회에서 나오는 헌터들에게 상황을 진술하고 풀려났다.
박준혁은 목숨은 어떻게든 건진 거 같지만, 마력회로와 융합한 파편이 강제로 적출당하면서 인공심장도 이식해야 했고, 헌터짓은 사실상 끝나게 되었다.
게다가 치료되는 그 즉시 협회로 ‘압송’이란다.
인생 다한 거지 뭐. 자기는 젊은 혈기에 그런 일 저질렀어도 파편을 삼키면서 박준혁이 퍼트린 마기는 경기장 한참 밖까지 흘러나가 민간인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문제는 아카데미겠지.”
아카데미가 난리가 났다.
우승은 한성이지만 욕을 먹은 한성은 생도들에게도 불안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민간인들에게는 최악의 말까지 오갔다.
‘한성은 빌런아카데미거나, 괴인들이 생도로 있는 곳은 아닌가.’
물론 아주 극소수다.
일단 한성은 2대 신검인 최시우가 박준혁사건 때 나서서 경기장을 통솔하였으며, 또 백염의 검희인 내가 박준혁을 잡으면서 최악의 평가는 피했다.
그래도 한동안 휴교령이 떨어졌다.
파편의 출처가 어디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아카데미도 철저히 조사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아카데미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아지다하카의 힘을 각성한 이후로, 레이나를 열심히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넘치는 나였다.
이미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그 짭엘프는 오늘 나한테 떨어트릴 생각이다.
이제내가 할 일은 세계수의 활을 받는 일이다.
“꼭 이 상황에서 세계수의 활까지 가져가야겠니?”
“넹.”
학원장 영희가 이때랍시고 세계수의 활을 어떻게든 내놓지 않으려 한 모양인데. 내 앞에서는 의미없다.
어차피 학장보다는 생도회가 더 고생하고 있고, 학원장의 특별감사도 생도회가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원작보다 아카데미가 너무 복잡해졋네.”
[인과율의 조정으로 원작 스토리에 비해 아카데미가 필요없어졌다고 판단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나라는 존재와 최시우의 회귀 탓에 아카데미에서 필요없는 이벤트를 스킵했다. 그 탓에 원작의 주 배경이 되는 아카데미는 서서히 그 비중을 잃어간다. 그러니 인과율의 조정으로 아카데미가 몰락하는 건지도 모른다.
“흠. 그래도 아카데미는 내버려두고 싶은데.”
일단 익명게시판을 보는 건 어떨까.
이럴 때일수록 생도들 민심이 중요하다.
만일 생도들의 불만이 쌓인다면 정말로 생도들을 흑신교로 편입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그리고 뒤엎으면 그만이지.
제목: 박준혁 십새끼. 뒤질 거면 혼자 곱게 뒤지지.
에라이 시발새끼. 저 새끼 때문에 한성 생도복 보면 괴인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꼬마 나타남 ㅅㅂ
엄마도 나보고 너 괴인이냐고 묻더라.
그나마 유은하가 잡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빌런 아카데미 될 뻔.
아ㅋㅋ 여기 이미 빌런아카데미 아니었냐고~
ㄹㅇㅋㅋ 김재수와 한성 조직이라는 빌런끼리 내전 뛴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더라.
그럼 한성 빌런조직 우두머리는 유은하겠네.
헤으응. 은하 눈나 우리를 이끌어죠
에휴 시발. 아이피 색을 보니 2학년인데. 1학년한테 눈나거리는 거 보소.
예쁘면 다 눈나야 시발놈아.
생도들 반응은 과연 갈라파고스답다.
이미 박준혁이 저지른 일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과연 이래야 한성의 생도들이지. 암.
오늘도 평화롭다고 해야 할 거 같은데. 여생도들도 난리가 났다.
제목: 솔직히 유은하랑 보비고 싶다.
당장 엎어뜨리고 푹 젖은 조개로 비비며 자궁떨리는 민달펭이 야스하고 싶어.
박준혁이랑 싸울 때 보니 검을 졸라 잘 쓰던데 그걸로 내 구멍 푹푹해줬으면.
미친년. 이미 주변이 꽃인데 굳이 잡초랑 하겠냐
아 근데 존나 꼴리는 몸이긴 해. 나도 엉덩이 팡팡 해줬음 좋겠다.
아 시발 이 아카데미는 레즈 밖에 없냐.
이제 와 하는 말인데. 일단 한성의 여생도들은 너무 높은 확률로 레즈인 것 같다. 특히 최시우가 여체가 되면서 더 두각을 드러낸 것 같다.
즉, 그거다. 최시우를 좋아했던 애들도 여전히 최시우를 좋아하는 탓에 그쪽으로 갈아탄다거나.
답이 없군.
사실 뭐 세계관적으로 생도들끼리는 백합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일단 헌터 아카데미는 표면적으로 남녀교제가 금지되어있다. 즉 ‘남녀’를 떠난 연애는 가능하다는 의미.
제 아무리 헌터 아카데미의 여생도라고 해도 여자애. 연애에 관심이 많을 나이에 이성교제를 거세당했다.
이 와중에 여자도 반할 만큼 예쁜 내가 아카데미에 있으면 말 다한 셈이지.
“예쁜 것도 죄라니까.”
아무튼 민심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휴교한 탓에 학비벌 시간 늘었다고 좋아하는 애들도 있다.
“자, 그럼 나는 슬슬.”
레이나를 꼬셔볼까?
* * *
나는 레이나를 따로 집으로 불렀다.
나중에는 한수지도 부를 생각이지만 지금은 레이나와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레이나는 내가 자신을 부른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진 표정이었다.
나는 레이나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레이나. 고생 많았어.”
“어, 네? 아니, 저보다는 은하가.”
틀린 말은 아니다.
진짜 나 혼자 다하기는 했다. 히로인들의 능력을 조금이라도 숨기려 했던 시도였다.
실제로 박준혁과 싸우기 전까지 최시우나 레이나, 한수지가 사용한 것은 신체강화를 이용한 검술, 궁술, 창술이 전부였다.
자, 지금부터 레이나를 따먹기 위한 빌드업을 하겠다.
“사실 나 원래 빠지려고 했었거든. 단체전 말이야. 그런데, 학장이 좋은 걸 준데서 하기로 한 거야”
“네?”
“세계수의 활이라고 알아?”
“네. 알고 있죠. 엘프의 후손인 우리가 지구로 흘러들기 전, 한참 과거 엘프왕국에 존재했던 신화급의 활.”
설정은 엘프의 여왕이 용사와 마왕을 죽일 때 사용한 활.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엘프왕국이 쇠퇴하고 멸망한 후, 여러 차원에서 일어난 동시다발적인 대격변으로 인해 엘프왕국이었던 땅도 사라지면서 세계수의 활은 그 존재가 사라졌다.
놀랍게도 그 활은 한국에 흘러들어왔으며 실력 좋은 헌터들에 의해 발견되어 한성 아카데미가 소장 중이었다.
원래라면 원작 후반부에서 겨우 얻는 것이기에 한성아카데미에서 설마 소장중일 거라고 레이나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렇지.”
“그런데 그건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갑자기 그것을 왜?”
“내가 그거 구해다 주면 내 거 되어줄래?”
진지한 눈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 그게 무슨. 설마 그렇고 그런 의미인가요?”
“응.”
“그걸 구하긴 어디서 구한다는거에요? 좋아요. 세계수의 활을 찾아만 오신다면야 못 해드릴 것도.”
레이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렇지. 이게 정상이지.
대격변은 시간과 공간이 왜곡된 공간이다. 엘프왕국의 몰락 후 후손들은 세계수의 활이라도 찾기 위해 멸망한 세계에서 열심히 찾아다녔으나,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모셔진 상자를 들었다.
“자.”
나는 길가다 주운 것처럼 세계수의 활을 레이나에게 건넸다.
“엥?”
레이나가 한 대 얻어터진 비둘기 표정을 짓더니, 상자를 열었다.
눈부신 빛과 함께[ 백금으로 도색된 거대한 활이 레이나를 반겼다.
엘프의 여왕이 쓰기 위해 온갖 귀한 마법들이 부여되었으며 오로지 엘프의 핏줄만 사용이 가능한 활.
신화급 무기이자 사거리는 조준만 하면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전설의 활.
그 활이 이제는 엘프의 후손 레이나의 손에 들어갔다.
“세계수의 활이야. 대격변 때, 엘프왕국의 유적이 흘러들어오면서 한국에 입수되었지. 그게 한성 아카데미 창고로 이동되었고.”
“거.거짓말 가짜죠?”
“엘프의 후손이라면 알겠지?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내 말에 레이나는 잠시 눈을 감고는 마력을 흘러넣었다.
조금 전까지 그저 백금의 반짝이는 색만을 보이던 세계수의 활이 오색찬란하게 빛을 내뿜으며 활의 양 끝에 빛이 머물렀다.
“어. 그렇네. 이. 이걸 어떻게?”
“그야 레이나. 너를 가지고 싶으니까.”
내가 마음에 드는걸 가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내놓을 수 있다고.
물론 스토리 클리어를 위한 것이 더 크지만.
“역시 소문은 사실이었군요. 앙♥”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튕기는 모습이 귀여워 그 말랑하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꽉 잡았다.
“갑자기 내숭은. 이미 나한테 엉덩이는 길들여진지 오래잖아?”
최시우가 암컷이 된 이상, 레이나를 양보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러니 나는 오늘 작정하고 레이나를 따먹기로 했다.
나는야 욕심많은 용가리.
“케이트.”
나는 집구석에서 조용히 인형처럼 앉아있던 케이트를 불렀다.
“네. 다하카님.”
“어?”
"게이트 열어."
파지직
케이트를 이용해서 흑신교의 내 저택. 송도 팬트하우스로 이동했다.
전망이 좋고, 갖출 건 다 갖춘 팬트하우스.
그리고 멍청한 표정의 레이나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자, 이제 레이나를 먹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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