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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42화 (42/331)

〈 42화 〉 41. 빌런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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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계헌터연합

부산에 설치된 세계헌터연합 한국지부는 폭식의 죄악 일로 각국의 헌터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당시 박준혁이 파편의 힘으로 강해지면서 몸에서 내뿜은 마기는 보통이 아니었다.

최소 A급 괴인이 내뿜는 마기와 비슷한 수준의 마기를 내뿜었으며, 협회를 통해 이 일은 세계 헌터연합에도 알려졌다.

대격변을 일으킨 아지다하카의 참변 이후, 몇 년 전에 세계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괴수를 무찔렀던 헌터들 입장에서는 이번 일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박준혁이란 인물이 폭식의 죄악으로부터 목소리를 듣고 파편을 얻었더니 강해졌다고 합니다.”

“마기를 내뿜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괴인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 죄악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우린 몇 년 전, 황룡을 비롯한 세계를 초토화시킬 힘을 가진 괴수들을 겨우 무찔렀습니다. 그 죄악이 위험한 존재라면 소재파악이 중요할 것입니다.”

“당시 박준혁의 힘이 잠깐이나마 A급 괴인 수준이었다면, 방치할 시 S이상도 봐야 합니다. 파편을 받은 것이라 하였으니, 실제 죄악 본체는 추정 S급에서SS급으로 봐야겠지요.”

그저 단순한 계산이지만, 박준혁의 심장에서 적출한 파편들을 보면 그 크기가 굉장히 작았다.

지금까지 사람을 괴인으로 만드는 방법은 괴수의 코어를 괴인에 박는 방법이 있으나, 괴인을 만들 수 있는 이능력도 있어야 한다.

설사 그렇다해도 A급 이상의 괴인을 만드는 능력은 없다.

파편을 준 본체인 죄악은 그보다 훨씬 강하다는 증거가 아닌가.

한편 과거 ‘혼돈의 오니’로 고생을 했던 일본은 한국에서 오니급이 나와 괜히 일본까지 영향이 올까 전전긍긍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황룡이 나타났으니 한국만 멀쩡할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이번 죄악의 일로 일본의 헌터대표 마에다 히로시는 한국 헌터대표인 이철수를 째려봤다.

“대체 한국은 뭔 짓을 하길래 그런 일이 벌어집니까?”

한국 헌터대표로 참가한 A급 이철수는 최근 아이를 낳자고 유달리 보채는 아내탓에 피곤해죽겠는데, 히로시의 시비로 화가 극에 달했다.

“후쿠시마 근처에서 도깨비 키우시던 분들이 할 말입니까?”

“우리를 지금 조롱하는 거요? 그 도깨비 탓에 수많은 일본인이 죽었는데, 이웃나라의 아픔을 그리 비웃을 수 있나?”

“그럼 씨발. 죄악이 나타난 우리를 조롱하는 건 잘하는 짓이고?”

누가 먼저 시비걸고 저러는지. 죄악은 아직 한국에서 발생한 건지. 다른 나라에서 흘러들어온 건지 밝혀지지도 않았다.

그런 마당에 일본의 저런 시비는 도저히 그냥 들어줄 수는 없었다.

“한국놈들 뒤에서 수작질 부리는 거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뭘. 유진석도 있겠다. 대놓고 힘 키우려고 생체실험으로 죄악인지 뭔지도 만들어낸 거 아닌가?”

“혹시 마루타 731부대라고 들어는 보셨는지?”

이철수의 그 말을 끝으로 순간 장내는 조용해졌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헌터들은 이것이 태풍전야라는 것을 느꼈다.

쾅!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힌 이 조센징이!”

먼저 터진 것은 히로시였다.

“듣자 듣자하니, 이 쪽바리새끼가!”

급기야 서로 무기를 빼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유럽 각국의 대표들은 철수와 히로시를 말리려고 하였으나, 두 헌터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유럽의 한 대표로 참가한 헌터는 이러다 회의는 물 건너갈 것 같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중국 측 헌터대표 타오를 불렀다.

“아니, 뭣들 합니까! 중국 헌터대표는 뭐하시오? 같은 동아시아 헌터면 막으세요!”

“가오리빵즈(고려봉자)와 소일본이 싸우는 건 늘 있던 일. 원래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

마치 격이 다르다는 식으로 내뱉는 타오의 발언은 철수와 히로시의 관심을 이끌기 충분했다.

“이 씨발 문화고 뭐고 카피만 하는 짱개새끼가.”

“소일본? 황룡내서 자국민 정화작업을 끝낸 중국이 할 말?”

“흥! 중화가 세상의 중심이며 황룡도 자랑스러운 중화가 제압했다!”

타오는 가슴을 쭉 피면서 당당하게 외쳤으나, 이철수와 마에다 히로시는 역겹기만 했다.

"아유 그러셔요? 그래서 그 잘난 중국땅에서 그 많은 인구 중 S급 헌터가 한국보다 적은 이유는?"

"우리 일본의 시노하라가문이 아니었으면, 니들 땅에 있는 네임드 괴수들 잡히기는 했을 거 같냐?"

"이 속국새끼들이!"

결국 중화를 모욕당한 타오가 들고 일어나면서 회의장은 동아시아 삼국 헌터의 싸움장이 되었다.

“조용들 하세요. 죄악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폭식의 죄악. 그렇다면 다른 죄악도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

결국 미국의 헌터대표 알렉스가 나서자, 그제야 장내가 정리가 되었다.

이철수, 마에다 히로시, 타오 등도 제 자리에 앉았다.

“한국에 폭식의 죄악이 파편만 뿌렸을 수도 있고, 실제로 죄악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7대 죄악 전부가 한국에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또 유럽에도 있을 수 있죠. 사천왕 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천왕은 악룡 아지다하카, 반역자 랜슬롯, 황룡, 혼돈의 오니를 의미한다.

그 중 아지다하카는 대격변이 일어나고 헌터사회가 확립되던 시절 사라졌으나, 한참 활동할 때만 해도 유럽과 아시아 등을 오갔으며, 황룡은 중국에서 러시아까지 활동했다. 영국의 랜슬롯 역시 유럽을 망가트렸으며, 그나마 혼돈의 오니만이 일본에서 시노하라 가문의 활약으로 잡을 수 있었다.

“아지다하카의 행위라고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헌터들이 멋대로 사천왕이라 지은 거지. 아지다하카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입니다. 토벌되지도 않았으니 어쩌면.”

“일단 한국 말고는 현재 죄악에 대한 단서가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저 ‘죄악’이 존재한다. 그거 하나만 발견되었을 뿐이다.

“각국의 헌터대표들은 게이트나 빌런들 토벌에 나서서 죄악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네. 그리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죄악에 대한 단서를 잡지 못한 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이 회의를 통해 죄악이라는 존재가 전세계에 알려졌다.

"저, 그런데 이철수씨."

"말씀하시죠. 알렉스."

"그 백염의 검희. 유은하에 대해 좀 아시나요?"

"아, 그게."

이철수는 얼마 전 아내인 김영희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흑흑흑. 유은하 나쁜 년.

­왜?

­엉엉. 눈으로 내 온 몸을 시선강간까지 했으면서 신화급 무기를 그대로 털어갔어.

­설마

­진짜라니까? 걔 레즈야.

직접 유은하와 본 것은 아니고, 아내가 한 말이니 조금 과장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유은하는 지금 한국에서도 유명한 헌터생도. 욕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 음. 굉장히 대단한 아이죠. 음. 한국 상위길드가 벌써 다 노리고 있어요."

"호오 그런 소녀라면 내 딸 로즈마리와도 잘 어울리겠군요.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어요."

알렉스는 이때까지만 해도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기게 된 격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 * *

송도에 있는 팬트하우스에서 훌륭하게 레이나라는 거성을 합락시킨 나는 뿌듯하게 기지개를 폈다.

아예 뿌리를 뽑기를 잘했다. 침대로 끌고 와 자빠트리는 전개는 지금의 나도 나름 용기가 필요한 행위였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레이나는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뭐, 뭐야. 내 혀가. 내 눈이! 아랫배애는 문신이!”

“왜?”

“왜라뇨 이건! 헤윽!”

“너는 그게 더 예뻐.”

뭐라고 하길래 슬쩍 음문이 있는 곳을 꾸욱꾸욱 눌러주니 엉덩이를 살짝 떨었다.

이 음문은 그냥 음문이 아니다. 나의 것이라는 상징. 어디든 가서 자랑스럽게 내보여도 좋을 것이다.

“고 고마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뱀같잖아요?”

“용이야.”

“아니 뱀같.”

“용.”

나를 어디 뱀따위와 비교를 해?

억울하다. 나는 자랑스러운 악룡이란 말이다.

“네. 용. 아니, 그보다 이거 어떻게 할 거에요.”

“키스할 때 더 좋잖아? 자.”

어쩔 수 없이 입술을 겹쳐 갈라진 혀의 장점을 손수 느끼게 해줬다.

무려 두 개의 혀가 더 서로 얽히고 섥히는 이 감각은, 평소의 키스와 달리 더 애달프고 간절한 느낌이었다.

“하아. 하아. 아니, 그런 문제를 떠나서.”

“노오오력을 하면 혀는 하나로 만들 수 있어.”

갈라진 혀를 다시 봉합하는 완벽한 기술. 직접 선보이자, 레이나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곧 잘 따라했다.

“그래. 여기는 대체 어디에요?”

“흑신교의 본거지.”

“네?”

“흑신교의 수장인 내가 머무는 팬트하우스.”

내 말에 한동안 레이나의 얼굴은 한 대 얻어맞은 비둘기마냥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 흑신교였어요!? 심지어 교주? 그럼 김재수의 침입도? 아니, 아닌데 그건. 뭔가 이상한데.”

“그냥 흑신교 털려고 왔다가 얼떨결에 수장이 된 거?”

사실은 내가 두드려 패고 직접 수장이 됐지만 레이나를 괜히 걱정시킬 수는 없다.

“아니, 그게 무슨.”

“내가 있어야 이놈들 통제될 거 아니야.”

내가 아지다하카인 것은 이미 레이나도 알고 있으니까.

명분은 있지. 흑신교는 아지다하카를 받들고, 부활을 꿈꾸는 집단이다.

세간에는 그렇게 알려졌고, 레이나는 내가 아지다하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흑신교는 발견 즉시 척살당해도 할 말이 없는데요?”

“걱정 마. 지금부터 이미지 쇄신할 거니까.”

지금부터 단순한 미친 종교가 아니라 격리구역의 빌런들과 버려진 민간인을 통합한 군벌이 될 것이다.

“이미지 쇄신이고 뭐고 당신 오빠가 무너트린 흑신교를 당신이 되살린다고 선언한 격이라구요?”

“아, 귀찮게 구네.”

이참에 흑신교 이름을 바꾸는 건 어떨까?

흑신교가 척살당할 뿐이지. 아직 다른 빌런들은. 아니, 따지고 보면 말만 없을 뿐이지. 빌런들은 죽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장 흑룡회만 해도 내가 다 죽이지 않았던가.

“아니, 정말 이러다 다 죽을 수도 있어요? 유은하. 지금이라도.”

“음. 레이나. 잘들어.”

나는 흑신교를 이용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레이나에게 분명히 전달했다.

물론 미래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오직, 이 흑신교를 이용해 격리구역을 통합하고 다른 빌런들을 꿇릴 거라고.

내 말에 그녀는 발을 동동 굴리더니 한숨을 쉬었다.

“취지는 좋은데, 그게 과연 어떨지는 알 수 없잖아요. 게다가 유은하. 당신은 대한민국에서 모두의 기대를 한 번에 받는 생도라구요? 빌런일을 하다 들키면 끝장이에요!”

“들키면 이지. 들킬 일이 없도록 하면 될 뿐이야. 원래 반란도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천하의 죽일 놈이 되는 거야.”

“그렇다쳐요. 하지만 외부의 지원없이는 살기 힘들 텐데요?”

격리구역은 말그대로 도시와는 완전히 단절되어있는 곳. 당연히 외부의 지원없이는 송도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다.

하지만 내 뒤에는 천산그룹이 있다.

“천산그룹이 물자는 지원할 거야.”

“정말 본격적인가보네요?”

그건 예상 못했는지, 레이나는 헛숨을 삼켰다.

그런 그녀가 귀여워 입꼬리를 비틀어올리면서 뒤에서 살포시 안았다.

“그러니까. 나를 따라올래?”

“들키지 않을 자신은 있어요?”

“응.”

“하지만 빌런들이든 뭐든 싸워야 하는 이상 우리의 정체가 들킬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해요.”

꼬리가 길면 잡힌다. 당연히 언제든 걸릴 위험이 있다.

“그건 내가 방법을 찾을게.”

“하아. 알겠어요.”

어차피 싫다고 해도 억지로 들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나는 조금 전부터 암컷임을 과시하는 레이나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보다 말이야.”

“네?”

“이 음탕한 몸을 보니 아랫배가 큥큥거리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아주 여자를 화나게 하는 암캐년이다.

“아니, 그렇게 하고 또.”

“용은 성욕이 넘칩니다.”

아침부터 나는 음문을 과시하며 자신이 암캐라고 과시하는 레이나를 덮쳐버렸다.

절정에 달할 때마다 그 갈라진 혀로 매달리는 것이 귀여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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