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64화 (64/331)

〈 64화 〉 62. 엘프유적­귀환

* * *

* * *

골렘은 일주일 만에 수백마리가 만들어졌다.

마왕군이 사라졌으니, 남은 엘프들은 골렘들과 함께 제국군에게 보복을 시작했다.

제국군은 인간의 군대고, 마법사도 있으나엘프는 기본 마법스펙이 뛰어난 종족이다. 근력은 제국군이 더 좋아도 골렘을 방패로 멀리서 공격하는 엘프의 마법에는 죽도 밥도 안 되었다.

그 결과 제국은 탈탈 털렸다.

점령한 점령지에서도 때에 맞춰 반란도 일어났으며 제국은 골렘과 엘프들에게 패배해서 모두 토해내야 했다.

황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솔직히 이벤트에서 황제의 존재는 나오지 않는다. 작가 유은하가 스쳐지나가는 이벤트로 만들었기 때문이겠지만. 현실에서 제국의 황제는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쥬인님의 뷰지 최고옷!”

나는 내 아래에서 뷰지를 열심히 핥는 귀티나는 금발의 여인을 쳐다봤다.

이년이 황제다.

금발을 곱게 땋은 머리에 기다란 속눈썹. 전체적으로 완벽한 외모. 이년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용사의 후손이자, 제국의 황제다.

그런데 왜 마왕과 손잡았느냐? 뻔하다.

“하여간 시발. 마왕이 잘생겨서 그리 좋았더냐?”

그래. 한마디로 그 미소년에게 반했던 거다. 제국이 항복할 때 전범으로 지목에서 엘프왕국으로 끌고 왔는데. 처음에는 자신과 마왕의 사랑을 방해한 쓰레기라고 나를 매도하더니 뷰빔 좀 해줬더니 백합타락했다.

아, 그런데 솔직히 나는 황제가 미소년 마왕에게 암컷타락한 것을 기대했는데, 그런 거 같지는 않더라. 순수한 사랑이었다는 듯이다.

애초에 마왕에게 달린 그 실좆으로 뭘했겠냐만. 아무튼 황제가 이 골이다. 정말로 마왕에게 반했던 순애파였다.

­무슨 짓을 하든 나는 마왕님 거야!

­나와 마왕님의 사랑을 방해한 쓰레기! 죽어버려!

처음에는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었으나, 스팽킹 속성이 있었는지몇 대 때리니까 암컷즙을 질질 흘리더라.

“지.지금은 쥬인님의 뷰지가 제일 좋아여엇!”

“이런 여자가 황제였다니.”

“내 꼬리없으면 못사는 몸이 된 마망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아요.”

이상하리 만큼 내 꼬리에 중독된 엘리느 마망은 내 꼬리끝을 핥고 있었다. 박히는 것도 좋아하지만 핥는 것을 유독 좋아한다.

엘리느의 말로는 굉장히 달콤하다고 하다더라.

나는 꼬리는 엘리느에게 내어준 채, 고간을 황제의 얼굴에 문대면서 마망에게 물었다.

“무엇을?”

“배신자에 대해서요. 지금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 그 배신자는 뒤로 빠질 생각인 거죠?”

“그런 거 같은데.”

페르도르 이 새끼. 마왕군이랑 제국군이 줘 털리니 가만히 있다.

그런데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할까.

“네 이년! 지금 우리 여왕님께 무슨 짓이냐!”

페르도르가 찾아온 것이다.

무슨 짓이기는 꼬리 빨게 해주고 있는데. 아, 꼬리 사정할 것 같다.

뭔가 자지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페르도르?”

“에이 시끄러. 제 발로 걸어왔네.”

페르도르란 놈은 내가 제국 황제의 얼굴을 성기로 문지르고 꼬리를 마망이 빨게 하는 것을 보고 말하는 말을 잃었는지 모이 주워 먹다 한 대 얻어터진 비둘기 같은 표정을 지었다.

시발새끼. 감히 내 성스러운 시간을 방해하다니. 심지어 여긴 여왕의 침실이란 말이다.

어차피 죽일 놈이지? 이 즘에서 처리해줄까.

“예?”

“마망. 저 새끼에요. 저 새끼. 저 새끼가 마왕과 내통함.”

“지.진짜?”

온 김에 본격 스포일러를 해줬다. 이 정도는 해줘야지. 도망갈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나는 그런 적이 없어!”

“이미 죽은 마왕이 다 까벌렸거든? 네가 보급로와 요새의 위치 및 병력규모 모두 흘린 것을 내가 다 알아.”

물론 거짓말이다.

그 마왕은 나한테 닭머리 잡히듯 그대로 비틀어져 죽었으니까. 물론 매국노짓을 한 것은 맞지만, 마왕의 입에서 페르도르가 매국노라는 것을 듣지는 않았으니 이건 순전히 페르도르의 지능에 달려있었다.

“크윽. 빌어먹을 마왕. 죽으려면 혼자 죽을 것이지!”

결국 스스로 모든 것을 밝혀버리는 페르도르였다. 그저 떠본 것 뿐인데. 낚여서 스스로 자신이 매국노임을 증명하고 자빠졌다.

“그러고 보니 댁 부하들. 레이나에게 다 죽었던데?”

“내. 내 자식들을 다 죽였다고?”

“님 자식이었음? 엌”

딸을 사지로 보냈네. 쓰레기 같은 놈.

“내. 내 자식들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그 자식들 지금 골렘 되었는데.”

골렘용 코어를 박았더니, 엘프형의 골렘이 되더라. 물론 일반 골렘보다 AI가 더 좋은 수준의 골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이기는 한데. 딸들이 보고 싶은 거 같으니, 나는 페르도르의 앞에 골렘딸들을 소집했다.

“너.너희들?”

페르도르의 딸들은 눈에 생기를 잃은 채 페르도르를 포위했다.

페르도르와 딸들의 부녀관계는 모르지만. 골렘의 코어는 조금이나마 육체의 주인이 가진 기억의 영향을 받는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페르도르를 공격하려는 것을 보면 좋은 아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주인님께서 배신자는 거세하라 하셨다.”

“얌전히 잘려라 페르도르.”

페르도르의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딸들이 아버지를 죽이려 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너무 사악하지 않냐고 하는데. 나는 악룡이다. 심지어 페르도르의 딸들은 이유정과 레이나를 죽이려고 했다.

당연히 복수해야지. 안 그래?

“여.여왕폐하! 저는 아닙니다! 이것은 모함입니다!”

“숙부의 반응이 이미 배신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데요?”

그렇지. 우리 마망은 감정으로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지금까지는 페르도르를 믿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으나, 이제 저 추잡한 모습을 보고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반한 그녀는 내 말을 제법 믿고 있으니까.

“이.이익! 이것들아 이거 놔! 안 된다! 너희들은 내 딸이야!”

페르도르는 그렇게 밖으로 끌려나갔다.

자기 딸들에게 거세 당하는 기분은 어떨까.

서걱!

밖에서 페르도르의 볼품 없는 물건이 잘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끄아아아아아악!”

페르도르는 그렇게 고자가 되었다.

사실 페르도르 앞에서 열심히 보비고 싶었는데, 저 새끼에게 마망과 내 알몸을 보이는 것은 심리적으로 역겹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이후에는 엘프왕국 전국에 매국노에 대해 알려지고, 병사들에 의해 난도질당해 죽었다.

매국노로 죽은 놈과 달리 나와 레이나, 유정은 엘프왕국의 영웅취급을 받았다.

그 덕분인지 우리는 엘프왕국의 가장 중요한 곳이 기록의 서고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보았다.

“미친 새끼가 진짜 책에 박았네!”

“내 아버님은 어머니한테 비오는 날에 먼지나게 맞으면서도 이 책을 썼어!”

“씨발. 대에 걸쳐서 싸지른 책임? 존나 더러워.”

“지 아빠는 천장에 있는 음란한 도마뱀 메이드 외전편에 사정하다 힘빠져서 떨어져 죽은 주제에!”

"500년된 기록으로 클리비비는 기분 최고오옷!"

"고대기록으로 가버렷!"

진짜 책박이 깐프들이 존재했다.

그것도 절반이 여자라는 점에서 나는 두 번 경악했다.

책으로 자위하는 것은 그래도 조금 꼴렸다.

그리고 생각대로 괴담같은 안전수칙은 저 개새끼들이 만든 거다. 진짜 이놈들 없었으면 괴담으로 믿을 뻔했다.

그나저나 메이드가 외전편까지 있었어? 그리고 기록의 서고에 천장이 있었다는 점에서 놀랍다.

이때부터 이미 함정의 역할은 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함정이 된 것은 엘프들이 숲으로 밀려난 후에 아무도 접근을 하지 않을 때부터인 것 같다.

­다 알고 있는데, 일부러 모른 척 해주는 거죠. 저들은 무력으로 탄압하면 거품물고 마법테러도 하거든요.

­왜 저런 애들이 있는 거에요?

­그. 우리 엘프들은 정말 지식에 관심이 많아요. 당연히 괴짜들도 존재하죠. 이 서고에 있는 것들은 그들에게는 관심이 많은 것들 뿐이라 딱히 저기 가둬두면 민폐를 끼치지도 않으니까요.

마망도 그렇게 말했었지. 그냥 답없는 놈들이니 방치하고 있다고.

미친놈들. 진짜 내가 저런 놈들과 상종을 하나 봐라.

“야, 책박이 깐프들. 음란한 도마뱀 메이드 전권가져와라.”

일단 이것만 받고 상종하지 말자. 마망의 허락이 떨어져 기록을 들고 갈 수 있는 지금이 기회다.

처음에 책박이들은 나에게 반항했다.

이유는 저 도마뱀 메이드는 상당히 인기있던 탓이다.

그래서 육체적 교류라는 친목회로 얻어낼 수 있었다.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남자 엘프에게는 책 안 내놓으면 거세시킨다며 그럼 책에 못박게 된다고 친절한 설명을.

여성 엘프에게는 보빔강의를 통해 책비빔이 아닌 보비는 것의 즐거움을 알려줬더니, 기록의 서고는 여성엘프들끼리 보비는 성스러운 장소가 되었다.

[보지는 보지와 만나야 한다.­유은하­]

뭔가 명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겉으로만 말하지 않으면 되었지 뭐.

그리고 이번 이벤트의 가장 중요한 것도 잊으면 안 되었다.

나는 레이나를 진정한 깐프로 각성시키기 위해 마망을 찾았다.

“혼혈엘프를 순수한 엘프로 각성시킨다라. 예 불가능한 건 아니죠. 마침 시조께서 남기신 세포가 있어요.”

“시조라면?”

“실버류크 왕조를 여신 초대 실버류크. 플레나 실버류크의 세포라면 각성할 수 있을 거에요.”

원작에서는 마망의 세포를 주는데, 미래가 바뀌면서 주는 것도 달라진 모양이다.

원래 그 초대의 세포라는 것도 엘프왕국이 몰락하면서 처리하거나 사라졌다거나 했는데. 지금은 망하지 않았으니 그걸 준다. 뭐 그런 의미가 아닐까.

“잘 됐네?”

“그런데 그 세포는 저희 왕족들만 통하는 거라. 혼혈이 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기는 한데, 왕족들은 전부 엘프라서요.”

마망은 손을 볼에 올린 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실버류크의 피가 아닌 다른 피라면 안 된다는 뜻이겠지.

“안심하세요. 레이나도 실버류크의 피가 있으니까.”

“네?”

나는 마망에게 나와 레이나가 어디서 왔는지 말했다. 다른 시간대에서 건너왔으며, 본래 실버류크 왕국은 멸망한다는 것까지도.

레이나도 자신이 실버류크인 것에 대해 여전히 얼떨떨해 하였으나, 자세히 보면 레이나에게는 마망의 모습도 조금은 남아있었다.

마망은 세포를 받으러 온 레이나를 아련한 눈으로 쳐다봤다.

“레이나 실버류크?”

“네. 네.”

“이리로 오세요. 다른 세계에서 자신의 뿌리도 모르고 얼마나 괴로웠나요. 하지만 이제 이 나라가 망하는 역사는 바뀌었으니. 이제 당신은 자랑스러운 실버류크의 핏줄임을 당당하게 밝혀도 된답니다.”

“마.마망.”

레이나도 그녀를 마망이라고 불렀다. 레이나는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엘리느 마망의 품에 안겼다.

나라를 지킨 조상과 나라가 멸망한 세계선 후손의 만남이다. 훈훈해서 나는 빠지기로 했다.

“너라면 덮밥으로 덮칠 줄 알았는데.”

이유정이 옆에서 다시 봤다는 듯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니, 제 뇌가 뷰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아니었어?”

“아무래도 괘씸해서 선배는 보빔으로 혼내줘야 할 듯.”

한참 레이나와 마망이 회포를 풀 즈음. 나는 이유정을 뷰빔으로 혼내줬다.

* *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기록보관소에 이계의 틈이 열렸습니다!”

기록보관소의 서기 엘프가 그런 소식을 전했다.

“슬슬 돌아갈 시간이라는 건가.”

적당한 때에 돌아갈 포탈이 열린 것이다.

한참 마망의 호감도를 올리고 있었는데, 아쉽다.

마망도 이제 이별을 직감했는지 기록보관소로 우리를 안내하더니, 새롭게 생긴 붉은 포탈 앞에서 내 손을 잡았다.

“저 유은하. 저는 당신을 따라갈 수 없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여왕으로써 기껏 멸망을 막았는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제가 필요한 때고, 아직 아이는 어려요.”

“알고 있어요. 음 잠시만.”

맞다. 여왕이지.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나는 쿨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는 개뿔.

나는 기록보관소의 구석진 곳으로 가서 혼잣말하는 이상한 사람처럼 아카식 레코드에 말을 걸었다.

“아카식 레코드 여기 게이트로 연결할 수 없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게이트 활성화 능력을 가진 자가 유적에 있는 기록보관소에 새로운 기록을 바탕으로 게이트를 열면 됩니다. 다만.

데리고 올 수는 있다는 거구나.

“다만?”

­마스터가 엘프나라의 멸망을 막아 새로운 세계선이 생겼습니다. 지금 본래 세계와 게이트로 연결한다면 레이첼이 갇힌 기록의 서고와의 세계선에 오차가 생깁니다.

“무슨 오차?”

­레이첼은 엘프왕국이 멸망하고 100년 후의 실버류크입니다. 역사가 바뀐 세계선이 연결된 시점에서 레이첼의 서고와 연결하려면 ‘레이첼이 갇힌 서고’의 시간대를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는 평행세계 이론이 기반이 됩니다. 레이첼이 활동하는 100년 후의 세계에서 과거에 엘프나라가 멸망했을 세계선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니 100년의 오차가 발생합니다. 서고에는 들어갈 수 있으나 세계선 연결까지 100년이 걸립니다.

한마디로 뒷문을 열려면 100년이 걸린다는 소리로군.

“왜 100년 후의 세계가 오차세계와 연결되는 건데?”

­등가교환이라고 생각하세요. 레이첼이 태어나는 세계에서 레이첼이 있는 기록의 서고를 연결해야 합니다.

“역사가 바뀐 이 세계에서는 그때까지 나라가 존속하고 레이첼이 아닌 다른 엘프가 태어날 수 있다는 뜻인가.”

­네.

“답은 간단해. 나는 마망도 가지고 레이첼도 얻겠다. 다만 내가 100년이나 그 안에 있으면 바깥세계는 어떻게 되지?”

­서고와 바깥은 시공간이 비틀어져 서고에 얼마를 있든 밖에서는 시간이 가지 않습니다.

“그 반대로 먼저 레이첼을 데리고 오면?”

­그 경우에는 엘프나라가 멸망한 시대의 인물을 데리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역사가 원역사로 ‘인정’받게 됩니다. 엘리느의 엘프왕국이 멸망한 세계선으로 고정됩니다. 더해서 100년보다는 적겠지만 레이첼을 본래세계로 데려오기 위해 서고에서 얼마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카식레코드 조차 모른다면 99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상관없지. 오히려 100년이 확실하다면 레이첼을 데려오고 마망도 가질 수 있는 것이 더 낫다.

나는 한다면 하는 용이다.

아카식 레코드를 비활성화 시키고 다시 마망을 똑바로, 당당하게 쳐다봤다.

“나는 마망을 포기할 수 없어. 내가 사는 세계와 여기를 이을 거야.”

“유.은하.”

마망이 눈물을 흘리며 나를 껴안았다.

솔직히 나보다 나라를 우선한 것은 괘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기껏 구한 엘프나라가 멸망하는 꼴은 보지 못한다.

“레이나도 여기가 그리울 테고. 맞지?”

“네. 그런데 리스크는.”

“없어.”

레이나는 호의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내가 레이첼을 데려온다고 100년을 그곳에 있겠다고 한다면. 레이나는 싫다고 하겠지. 그렇다고 레이첼을 포기할 수 없다.

모녀덮밥도, 레이첼 자체도.

“그.그럼.”

“기록보관소에 포탈생길 테니 다른 엘프들이 놀라지나 말라고 그래.”

“네!”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포탈을 타고 마침내, 엘프유적이 있는 본래세계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건가?”

“일단 돌아가자. 케이트를 불러와야 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일은 빠를 수록 좋다.

시우네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퍼먹던 케이트를 불러와 엘프유적의 기록보관소와 게이트를 연결하고, 또 엘프왕국과 연결했다.

이것으로 완벽하다. 이제 남은 것은…….

* * *

지금은 활성화되지 않은 채, 침입자를 가두는 역할만 하는 기록의 서고에는 한 여인이 책더미에 앉은 채 한 사진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가지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던 여자가 두고 간 딸의 사진.

사진 속의 딸의 얼굴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같이 찍힌 사내와 연인이 아니라 여자와 연인이라는 것이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본인이 좋다면 상관없다.

그 사진을 한참 쳐다보던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레이첼이라는 여인은 이 자리에 있는 자신이 너무도 미웠다.

“사실 나가고 싶었어. 너무나도.”

“딸을 만나서 껴안고 싶었어. 잘 자라줬구나 하고.”

“남편이 죽었다면 그 아이와, 레이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나는 무리. 이미 죽어 기록이 된 몸. 서고가 파괴될 동안 영겁의 시간을 이곳에서 외롭게 홀로 보내겠지.”

어쩌면 실제 레이첼이라는 본인이 아니라 단순히 죽은 레이첼의 영혼이 윤회의 고리에 들어가기 전에 기억만 기록으로 남은 건지도 모른다. 자신이 진짜 레이첼이 아닐 수도 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이 부조리한 상황을 싫더라도 납득할 수 있을 테니까.

“흐.흐흑.”

“나는 미녀가 우는 거 정말 싫어.”

한참 울고 있는데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반갑고, 그리운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여기서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 자기 딸과 같이 있어야 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혹시나 환청이 들은 것은 아닐까 했는데, 고개를 돌리니 이곳에 없어야 할 백발의 여자가 사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어?”

“그게 내 여자라면 더욱 그래. 침대에서 울리는 건 너무 흥분되지만 그렇게 꼴사납게 우는 건 싫어. 레이나도 슬퍼할 테고.”

한손에는 뭔지 몰라도 불길하게 빛을 내는 구슬을 굴리고 있던 그녀는 그것을 잠시 집어넣더니 당당한 발걸음으로 레이첼에게 다가왔다.

“네가어떻게 이곳에 다시.”

“안녕. 레이첼.”

이미 기록이 되어버린 저를 향해 빙긋 웃던 백발의 여자는 어느새 자신을 껴안으며 진한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레이첼에게 속삭였다.

“100년만 이곳에서 나랑 있자. 내가 책임지고 이 지옥에서 꺼내줄게.”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 속에 희망이라는 불씨가 되살아나고레이첼의 두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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