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67. 무신의 편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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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배신과 사람들의 경멸과 손가락질 앞에 붉은 머리의 여자는 절망했다.배신감, 절망, 분노, 혼란 속에서 그녀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 수많은 감정들 속에서 그녀는 점점 정신적으로 내몰렸다.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흑신교의 잔당을 토벌하는 중에 그녀는 우연히 SS코어를 손에 넣은 것이다.괴인이 되면 기존에 인간으로써 윤리관과 도덕적 관념과 신념에서 온전히 해방된다.붉은 머리 여자는 그 코어를 제 가슴에 박아넣었다. 그 순간, 지금까지 죽어있던 그녀의 두 눈에 새로운 불꽃이 깃들었다.그 불꽃은 지금껏 자신을 귀찮게 한 인간들에 대한 절대적인 살의였다. 머리 하나가 터졌네~♪머리 둘이 터졌네~♪다음은 누구 머리가 터질까~♬ 어느 날 부터인가. 서울에서는 물밑으로 연쇄살인이 벌어졌다.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늘 한 여성의 소름 끼치는 노래가 들려온다고 한다.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대의 헌터들은 그녀를 제압하지 못했다.그래. 범인은 적발의 여인이었다. 괴인이 된 이후, 사람들로부터 받은 모든 멸시는 그녀를 악의로 물들였다.사람들을 수호하기 위해 헌터가 되고자 했던 그녀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잔혹한 살인마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타락설정집이었다.
괴인이 된 이후 인맥이나 그녀가 제압당했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음습한 작가 유은하가 그냥 자기 생각대로 써버린 거라 그냥 딱 이런 설정이라는 것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억지로라도 사람을 계속 죽이게 만드니, 그녀가 가지고 있던 내면의 본성이 깨어나고 있는 거다.
때마침 괴인의 제자라며 온갖 비난을 받던 한수지다. 그게 촉매제가 되었겠지.
“내가 살인에 재능이 있다고?”
“그래. 너는 그런 여자야. 정말 구제할 수 없는 범죄자가 될 여자였던 거지.”
한마디로 너는 쓰레기. 원작 설정을 뒤집는 설정을 이 자리에서 만드는 것이다.
“아니,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은하 너.”
“내가 너를 그렇게만들었다고? 아니라니까? 나 중간부터 명령을 내리지 않았어?”
내 말에 그녀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어?”
“너 스스로 좋다고 사람 죽이고 있던 거라고. 자 봐봐. 이게 지금 네 얼굴이야.”
가지고 있던 손거울을 들어 그녀를 비추어줬다.
실제로 그녀의 얼굴은 무척 희열감과 개운함에 잠겨 있었다. 입꼬리는 히죽거리고 있으며 볼이 살짝 붉게 달아오른 것이 흥분한 것 같다.
“말도 안 돼.”
“현실을 인정해야지. 이 편린은 네 본성을 일깨우는 것이기도 해.”
“아냐, 무신님은 그런 일을 바랄 리가 없어.”
아마 무신도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을 거다. 당장 본인만 하더라도 역사에 죄를 지었었으니까. 그것을 후회하는 인간이 한수지가 쾌락살인마로 타락하는 것은 보기 싫겠지.
“그래서 내가 있는 거야.”
“무슨.”
“너 더럽고도 추악하고 잔혹한 본성을 가진 여자를 컨트롤하고, 제어해주며, 지배해줄 존재가 필요하니까.”
그것이 바로 나다.
거짓은 아니니까. 괴인화가 되어 살인을 즐기는 포식자가 되면 내가 그녀의 정신을 뒷받침해줄 것이다.
“설마 그래서 나보고 사람을 죽이라고 한 거야?”
“응.”
그래. 급발진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마음껏 죽일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한수지를 타락시킬 아주 좋은 장소라 할 수 있다.
괴인이 되어 타락한 한수지는 창도 선호하지만 도끼로 사람 머리를 가르는 것을 좋아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와 선호하는 것이 비슷하다.
백염을 두르기에는 검만큼 편한 것도 없지만 역시 머리를 깰 때는 도끼다.
“그럼 앞으로 나는 살인마가 되라고?”
“너는 스스로 뭔가를 못하는 암컷이야. 그러니 나를 따라야지.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나에게 허락받아야 해.”
“으.”
원래라면 이런 말에 왜 자신이 그런 허락을 받을 상황이 있겠냐는 듯,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어야 할 것이다. 또는 반사적으로 짜증을 부리겠지.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정말로 굉장히
“왜 더 죽이고 싶어? 죽이고 싶다고 하면 허락해줄 수 있어? 솔직해지라니까? 나는 네가 더 너의 본모습을 내게 보여줬으면 좋겠어.”
“실망 안 해?”
“응.”
자, 그녀는 과연 이 악룡이 바라는 대답을 할까?
“죽이고 싶어. 비명을 지르면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 부모 앞에서 자식을 죽이고 싶고, 남편 앞에서 부인을 죽이고 싶어.”
바로 이거다.
그 대답만으로도 나는 팬티에 습기가 차는 것을 느꼈다. 순진했던 여자애가 살인에서 쾌락을 즐기는 쾌락살인마가 되는 장면이다.
물론 생각보다 더 빨리 떨어졌다.
아마 이건 단순히 천천히 점진적으로 떨어지기 보다는 내가 바랬기에 그녀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 것이다.
어느새 나를 주인처럼 여기고 있는 한수지는 내가 흰색이 흑색이라고 하면 그대로 믿어버리게 된 것이다.
내가 자신을 쾌락살인마로 단정지으면 그녀는 쾌락살인마라고 스스로 세뇌하여 살인을 즐기는 변태가 되는 것.
아마 여기서 너는 그냥 바보멍청이라고 하면 그 멍청한 연기를 계속할 것이다.
“귀여워. 처음으로 너한테 흥분해서 젖었어.”
“그럼.”
“가서 있는 대로 싹 다 죽이고 잔뜩 피 냄새 풀풀 풍기면서 오면 비벼줄게. 귀여워해줄게.”
내 말에 한수지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어디로 갈까?”
“완안부에 가면 사람들이 넘쳐날 거야. 특별히 허락해줄게.”
아마 완안부에는 여진족의 척준경 사묘아리가 있을 것이다. 그 자를 죽이고 여진족을 평정하는 것이 척준경의 목표가 되겠지.
한수지가 얼마나 활약할지 참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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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한수지
유은하가 나를 믿어준다고 했다.
나는 구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하고 더럽고 잔인한 인간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성적 쾌락을 느끼는 쓰레기다. 그런 나를 유은하가 믿어준다고 했다. 나를 곁에 있게 해준다고 했다.
설마 나에게 이런 본성이 있을 줄은 몰랐다. 누가 봐도 빌런을 위한 본능.
그녀가 허락만 해주면 나는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김재수 같은 쓰레기 스승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봐주는 유은하. 그녀만 있으면 다 된다.
마침내 완안부에 도착했다.
“네.네 년은 누구냐?”
“아하하. 뭐라고 하는 거야?”
서걱!
창을 휘둘러 목을 베었다.
“갑옷을 보니. 고.고려놈인가? 고려인이 단신으로 이곳까지?”
“다.단체로 덮쳐! 죽여!”
“히히히히. 하나, 둘, 셋, 넷. 죽일 사람이 너무 많아.”
대격변 이후 마력을 보유하고 태어난 이능력자에게 단순한 인간은 그저 하룻강아지나 다름이 없다.
그 인간의 상대가 무기를 잘 다룬다면 더 큰 차이가 있기 마련. 저것들은 그냥 내 성욕을 풀기 위해 존재하는 먹잇감일 뿐이다.
“대충봐도 수십. 아니, 저 뒤에 있는 애들까지 수백마리일까?”
목을 얼마나 자를 수 있을까? 벌써 다리사이가 젖기 시작했다.
은하는 젖은 성기를 좋아한다고 했지. 그렇다면 이것들 다 죽일 즘에는 푹 젖어있겠지?
그러고 보니 무신께서 내려주신 스킬이 있었다.
사방에서 덤벼드는 적들을 단숨에 베어넘길 수 있는 스킬.
[무신난무]
푸슈와아아아아악!
순식간에 수백마리의 목이 떨어지고 사방이 여진족들이란 이름의 짐승들은 목이 잘린 채 피를 뿜어대고 있었다.
“우리, 형제 가족들을 죽인 저 더러운 고려년을 죽여라!”
역시 적의 본진이라는 걸까. 치를 떠는 여진족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완안부로 들어오기 전에 은하가 나에게 도끼까지 주었다. 이것으로 인간들 머리를 내리치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한다.
나는 소매에서 도끼를 꺼냈다.
“죽어라! 고려년! 가족들의 복수다!”
꽈직!
덤벼드는 여진족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터트렸다.
“머리 하나가 터졌네~♪머리 둘이 터졌네~♪다음은 누구 머리가 터질까~♬”
주제도 모르고 감히 나에게 덤비는 녀석들도 있었는데, 머리가 반으로 갈라지니 아무소리도 못한다.
두개골이 갈라져 뇌수가 튀어나오고 눈알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모습은, 나를 척추를 타고 뇌까지 짜릿하게 만들어 아래가 젖고 있었다.
자위를 하고 싶다.
“지금, 조금 해도 괜찮을까?”
어차피 더 덤벼들 짐승들도 없고, 조금. 유두를 만지면서 클리를 문지르는 자위를 했다.
정말 유은하의 말대로다. 나는 제대로 된 사이코에 미친년이다. 어쩌면 나는 빌런이 더 적성에 맞을지도 모른다.
“피묻은 손으로 뇌수가 질질흐르는 시체를 보면서 자위하는 기분 최고옷!”
무신님은 적장의 피로 몸을 씻었다고 했다.
혹시 이런 기분이었을까? 뭐랄까 시체들 앞에서 그런 짓을 했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웃길지도 모른다.
그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대.대체 이것이 무슨 일이. 고.고려년이 여기까지 어떻게? 그보다 이건 전부 다 네 년이 죽인 것이냐?”
“너는 누구?”
엑스트라가 아닌 조금 새롭게 생긴 놈이다.
“나는 사묘아리다! 어떤 미친년이 형제들을 다 죽이고 있다해서 달려왔는데, 너 같이 어린 년일 줄은!”
사묘아리라니. 누군지 모르겠다. 은하가 중요하다고 한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인물인지는 모른다.
아, 대충 여진족에서 가장 강한 자라고 들은 것 같다.
그렇다면 죽여도 되겠지? 그리하면 나도 만족하고 은하도 만족할 거야.
그런데 이 사람 나랑 같은 말하고 있다. 고려말이라도 할 줄 아는 건가.
“으응. 같은 언어할 줄 아네. 너 강해?”
몸집만 보면 우락부락한 것이, 무신님과 비슷하다. 그 기운만 해도 무신님과 비슷하다.
“네년에게 복수할 만큼은 강할 거다!”
“그래? 어차피 나 자위하는 것도 봤을 테고, 살려줄 생각도 없었지만.”
내가 자위한 것을 본 이상, 살려둘 수 없다. 내 알몸도, 내가 자위를 하는 것도 전부 은하가 봐줬으면 한다.
그러니까. 죽인다.
사묘아리라는 놈이 언월도를 휘둘렀다.
그 공격에 맞서 나도 염화의 창을 꺼내 맞섰다.
은하가 항상 그랬다. 상대를 적당히 봐주지 말라고. 자신의 힘을 사용해서 상대를 능욕하다 마지막에 철저하게 절망을 주라고.
까앙!빠지직!
사묘아리의 언월도가 한 번에 박살났다.
사묘아리의 두 눈이 흔들렀다. 조금 전까지 나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면서 자기 스스로 그 말을 부정하게 된 것이다.
“무.무슨. 어디서 이런 힘이.”
그제야 사태파악을 한 사묘아리의 얼굴이 창백하게 식었다.
저 얼굴 마음에 든다. 은하가 늘 적들을 가지고 논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했잖아. 너는 살려줄 생각 없다고. 여기 너희 수장까지 싹 다 죽일 거야.”
“추장님께는 손 하나 대지 못할 거다!”
“진짜로?”
콰지직!
이번에는 어깨를 찍어 내렸다. 베어낸 것이 아니라 창대로 아예 어깨를 박살냈다.
타격감이 좋다. 은하가 허락하면 자주 애용해야겠다.
“끄아아아악!”
박살 난 어깨를 붙들고 고통에 울부짖는 모습은 너무나도 보기 좋았다. 사람이 고통받는 것을 보는 게 어떻게 이리도 즐거운 걸까.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쉽게 어깨가 박살나지 않아?”
“무슨 계집이 이렇게 힘이 세다니! 아 안 된다!”
죽기 직전이 되니 겁이라도 먹은 것일까. 한 손을 바둥거렸다. 그래. 저 모습이 보고 싶었다.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것이 사람을 흥분시킨다.
“네 머리에는 뭐가 틀었을까?”
오른손에 든 도끼를 있는 힘껏 사묘아리의 머리를 내리쳤다.
꽈지지직!
“뭐야, 결국 똑같은 뇌수가 들었을 뿐이잖아.”
사묘아리의 뇌라고 다를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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