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75. 노아와 유리던전
* * *
* * *
불방망이 덕에 나는 반은 인솔하게 되었다.
아니, 정말로 맡기더라고 교관이라는 년이.
저거 진짜 한 번 보벼버릴까? 그래야 정신 차리지. 언젠가가 아니라 그냥 지금 당장 가서 힘으로 눌러버려? 그 불방망이를 뷰지에 처박아버릴까보다.
그러고 보니, 저 음습마리년은 제대로 딜도를 찾는지도 확인해 봐야한다.
던전에 들어가서 질펀하게 놀아야 하니 말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나는 음습마리를 리모컨으로 불렀다.
“왜.왜 또 뭐? 히끗!?”
딜도 리모컨을 조작하자 음습마리가 고개를 비틀었다.
그런 그녀에게 조심히 다가가 다른 생도들이 듣지 못하게 속삭였다.
“제대로 끼고 왔네? 이 음탕한 년.”
밑에서 지이잉.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제대로 낀 것 같다.
“네가 끼고 오라며!”
그러기는 했지만 이렇게 순순히 말을 듣다니, 어머니가 참 소중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따가 가서 보벼야겠다.
이미 자아를 잃은 여자는 저항을 안 하니 따먹는 맛은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음습마리가 하염없이 절망하는 것을 보고 싶다.
“너 오늘 내 파트너야. 유리던전에서 마음껏 따먹어줄게.”
“품위는 조금 지켜야 하는 거 아니야?”
“빌런년한테 그럴 필요가?”
할 말이 없는지 음습마리는 두 손을 불끈 쥐고 떨 뿐이었다.
그때 내가 리모컨으로 진동을 조절하자 다리를 오므리고 안쓰럽게 떨었다.
그렇지. 나한테 개발된 자궁은 쾌락을 쉽게 느끼도록 변하니까.
정작 내가 명령을 내리지 않는 이상, 절정을 하기 힘들다.
“절정하고 싶어?”
“누.누가.”
“유리던전에서 개처럼 따먹어줄게. 음침한 암캐년아.”
“암캐라니. 말이면 단 줄. 히으읏!?”
지이이잉
자기 어머니가 인질로 잡혀있는데, 당당하게 덤비는 것을 보니 아직 혼이 덜 난 모양이지? 던전에서 너는 아주 죽었어.
* * *
아카데미 앞에 있던 백합 문양이 걸린 차량을 타고 유리던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백합길드의 마스터 꽃의 노아를 만났다.
원작에서도 예쁘다는 묘사가 많던 여자.
“네가 유은하?”
“네.”
“나는 노아야. 불방망이는 안 오고 왜 네가?”
꽃의 노아. 유진석 세대의 헌터로, 전작의 캐릭터 중 유일하게 유진석과 함께 행동하지 않는 여성이며 히로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포지션이다. 꽃을 이용한 능력을 사용한다.
꽃을 피워 공격하는데, 꽃의 향기로 공격하는 것이 주능력이다. 그 꽃향기는 마시면 내상을 입히고, 독으로 지속적인 데미지를 주기도 하며 잠을 재운다.
언뜻 보면 서포터 같지만, 이게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꽃의 노아는 그 능력만으로 수많은 빌런들을 고문하고 식물의 영양분으로 만들었다.
향기를 안 맡아도 그만이라는 바보들이 있으나, 무려 피부에 닿는 즉시 상처를 입히는 꽃가루도 뿌린다.
그래. 저 머리에 피어난 꽃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라이벌들은 꽃의 노아를 머리에 꽂꽂은 미친년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보니 존나 예쁘다.
옅은 금발에 긴 속눈썹과 사람을 유혹하는 요망한 도화살을 가진 얼굴은 열심히 핥고 싶다.
머리에 피어난 꽃은 그 종류를 알 수 없는데, 그녀가 입고 있는 백합길드의 하얀색 슈트는 덩굴로 칭칭 감겨있다.
누가 봐도 이 여자가 식물관련 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정하자. 불끈거리는 것도 이 정도면 병이다.
“그 양반 저에게 인솔하더니 자기는 협회에 가야한다고 하고 튀던데요.”
“? 걔 오늘 일정없어?”
“시발년이.”
그 년은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협회는 어제 갔었고, 굳이 일정이 있다면 데이트려나? 뭐 유진석 좋아하는 년이 그럴 리가 없고. 그 외에 굳이 있다면.”
“있다면?”
“그냥 놀고 싶은 거겠지. 너는 모르겠지만 걔 죄악일로 조사단 꾸리고 열심히 알아봤거든.”
그럴 줄 알았다. 개같은 년.
아니, 잠깐만. 조사단에서 써먹었다고? 그 뇌없는 여자를?
“머리 부족한 그 인간을 조사단에 써먹는다구요?”
“김재수 일 때문에 협회 헌터들 아작난 거 알잖아. 그렇다고 길드 마스터들이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김지혜라도 나선 거지.”
길드 마스터들도 각기 죄악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니, 협회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가 가기는 한다.
나 같아도 김지혜를 억지로라도 붙잡으려 했겠지.
“아니, 다 떠나서 힘들든 안 힘들든, 그 인간 아카데미에서 하는 일이 없는데.”
맨날 자율학습에 굳이 한다면 대련신청하는 A반 애들 두들겨 패는 정도다.
연습이 아니라 실제로 두들겨 팬다. 그래도 생도들은 좋다고 대련을 신청하는 것을 보면 생도들도 보통은 아니다.
어쩌면 두들겨 패는 것으로 애들 맷집단련 시키는 거 아닐까?
그래도 그게 또 훈련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두드려 맞다보니 애들이 안 맞으려고 회피 스텟을 마스터했다.
언뜻 보면 그게 정말로 훈련을 위한 것 같지만. 그 멍청한 인간이 애들을 진지하게 패는 것을 훈련프로그램으로 넣을 리 없다.
“뭐 그건 그렇고, 제법 예쁘게 잘 컸구나. 심지어 레즈라면. 혹시 우리 길드에 들어올 생각은 없니?”
“죄송하지만 지금은 없어요.”
“이 사진 속의 여자애들과 잘 수 있는데도?”
노아는 나한테 백합길드의 헌터들 사진을 보여줬다.
무슨 아이돌 그룹이라도 되는 듯양, 몸매를 잘 드러내는 백합길드의 슈트를 입고 표즈를 잡은 5명의 봊…이 아니라 여자들.
심지어 외국인도 있다, 흑보, 백보, 황보. 글로벌 민달팽이.
아니다. 여기서 미치면 곤란하다.
나는 악룡이야. 고작 이런 유혹에 넘어가면 어쩌자는 건가.
그래도 이건 좀 고민이 되는데.
“이건 조금 고민을.”
“지금이라면 나도 함께할 수 있단다.”
꽃의 노아가 내 전용 암컷이 된다고? 이건 못 참는데.
문들 째려보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자 레이나가 나를 노려봤다.
한수지와 최시아는 확실히 내 아래라 나에게 불만은 있을지언정 뭐라고 하지 않는데. 레이나는 다르다.
순간 정신을 차렸다.
아니야. 꽃의 노아는 나중에 따로 만나도 될 일이다. 애초에 백합길드의 하얀 슈트는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거뭇거뭇한 칙칙한 것을 좋아한다고.
“으으음. 죄송해요. 길드는 아직 별생각이 없어서.”
“아쉽구나.”
노아는 진심으로 아쉬운 듯 고개를 떨궜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살짝 그 귀를 깨물었다.
“대신 번호 남겨주시면 단둘이 오붓하게 만나는 건 되는데.”
“어머나. 벌써 나에게 작업치는 거야? 이거 몹쓸 아이네?”
소문이 그렇게 났는데 모를 리가 없겠지.
즉, 한마디로 이 여자는 크싸레다. 크레이지 . 내가 할 말은 아닌데 그냥 예쁜 여자만 보면 비비고 싶어하는. 그래. 뭐 예쁜 여자만 보면 인형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음습한 인형사와 비슷하다.
그게 오히려 좋다.
레이나 한수지와 달리 꼴리면 서로 만나서 엔조이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싫어요?”
“아니, 그건 아니야. 마도기어 주면 통신코드 찍어줄게. 그리고 유리던전에 가야지?”
“네.”
그녀는 유리던전에 대해 나에게 설명했다.
현재 A반 인원은 나, 레이나, 한수지, 최시우, 박지수, 시노하라 코토네, 핑 타오, 로즈마리. 그리고 기타 4명.
로자리아는 영국파고, 교회소속이라 빠져있다.
즉, 12명인데. 유리던전은 총 6개의 통로가 있다.
2인 1조로 한 통로씩 뚫어 중간에서 합류. 보스를 처리하면 된다.
다만, 6개의 통로를 모두 열지 않으면 보스는 개방되지 않는다. 당연히 보스가 등장하지 않으면 탈출하기도 어려우며 보스를 잡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그러니까 조심해야 해? 유리괴수들은 엄청~강하니까.”
힘으로만 따지면 내가 다닌 던전들 보다는 강하고 물량전이 빡세다.
다만 유리라는 강도라는 단점이 문제.
내가 아는 것과 똑같다. 그렇다면 어려울 것이 없지.
조를 짜기 위해 적당히 생도들을 모아 설명을 하니, 히로인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기어이 저 여자랑 함께 하겠다고?”
“응.”
“그러다 무슨 일 벌어지면?”
이미 저항을 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를 해뒀으니까.
“벌어질 일 없어.”
내가 하라는 대로 아랫입으로 딜도를 물고 온 년이 나한테 뭐하러 덤벼?
굳이 덤빈다면 뷰빔으로 덤비겠지. 그거 말고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다.
나를 인형화하다가는 그 년 스스로가 자폭하는 꼴이라는 뜻이다.
6개의 통로로 들어가기 위해 조를 짰다.
1조유은하, 로즈마리
2조한수지, 레이나
3조최시우, 박지수
4조시노하라 코토네, 핑 타오
이름있는 것들은 이 정도. 일찌감치 히로인들에게는 로즈마리와 팀을 하겠다고 확답을 내렸으니, 불만은 있어도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5조 6조는 이름도 기억할 이유가 없는 엑스트라 모음집이다.
그래도 지금 아카데미 A반에 있는 것을 보면 엑스트라 치고는 실력이 되겠지. 그럼 통로는 뚫을 것이다.
“자, 그럼 차례대로 진입하고, 나는 제어실에서 각 통로에서 어떻게 돌파하는지 보고 팀워크, 전투력, 괴수 토벌수에 따라 성적에 반영할 테니까. 다들 열심히 해라?”
노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나한테 찡긋했다.
저 눈빛은 나한테 멋진 모습을 기대한다는 걸까?
좋다. 그럼 내 불타는 사랑의 마음을 표현해줘야지.
* * *
1조유은하, 로즈마리
첫 번째 길로 진입하자마자 나는 하품을 했다.
“뭐야, 너 왜 그리 태평해? 유리 던전은 나도 알아. 맷집은 약해도 괴수들의 전투력도 강하고 수가 많다고?”
“그래서 인형들 뽑는 거야? 오, 이번에는 목각인형이네?”
가만히 보니 나무로 만든 인형들을 꺼내고 있다.
인간으로 만든 인형은 안 꺼내는구나?
“누구누구 탓에 애들이 맛이 가서 지금 회복 중이야. 대체 무슨 능력이야?”
“궁금해?”
입가에 그윽한 미소를 짓자 로즈마리가 뒷걸음질 쳤다.
“아니, 안 궁금할래. 어차피 괴인이니 이상한 짓했겠지.”
“빌런이면서 나한테 뭐라 할 처지야?”
“괴인도 정상은 아니잖아?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곁에 두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정확히는 괴인이 아니라 악룡이지만.
“그래?”
“그보다 너는 대체 무슨 능력있길래 이렇게 여유로워? 설마 약점잡아놓고 나한테 다 잡으라 할 생각은 아니겠지?”
“글쎄?”
로즈마리는 의외로 강자를 동경하고 좋아한다.
최시우에게 반한 것이 그것 때문이지. 물론 미국에도 그녀보다 강한 사람은 있으나, 또래 중에서는 최시우만큼의 강자가 없다.
내 경우에는 같은 여자고, 협박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계라 얼마나 먹힐지 모르지만, 그래도 보여줄 가치는 충분하다.
쿠르르르
벽과 천장에서 유리로 만들어진 거미들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이 길은 곤충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래봤자 유리로 되어있어서 무섭거나 혐오스럽지도 않다.
콰지지지직!
로즈마리의 목각인형들이 유리거미들을 향해 달려가 각각 칼과 창으로 유리거미들을 부수었다.
인형 중에서는 유리거미의 공격을 받고 쓰러지는 놈들도 있었는데, 로즈마리의 마력으로 금방 회복되었다.
저런 식이었군. 마력이 무한하다면 인형들이 좀비처럼 되살아난다.
“야, 근데 넌 왜 아까부터 히죽히죽 웃고 있어? 이거 팀워크 성적반영이잖아? 너도 싸워야지?”
“아, 잘 알고 있지. 그래서 팀워크 중이잖아.”
여기서 내가 힘을 쓰면 이 통로가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나?
아마 로즈마리는 내 힘을 몰라서 저러겠지만. 여기서의 전투경험은 인형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로즈마리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뭐? 아니, 인간적으로 지금은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팀워크라서 너에게 기회를 주는 건데.”
나는 입에 담배를 물면서 태평하게 말했다.
“무슨 말인데? 나 지금 벅차거든?”
아직 통로의 중간도 오지 않았는데. 왜 저럴까.
“아직 중간도 오지 않았는데? 이러면 좀 실망스러운데.”
지이이이잉
나는 로터 리모컨을 마음껏 조작했다.
진동을 위아래로 조절하면서 로즈마리가 추하게 다리를 오므리게 만들었다.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히이익! 아니, 정말로 안 돼. 부탁이야! 나 마력없다니까? 담배피면서 지켜보지 말고 도와달라니까? 읍?”
다리를 오므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녀의 입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그리고 한껏 들이킨 연기를 그녀의 입으로 뱉어냈다.
“이게 바로 담배맛 키스. 어때? 맛있지?”
“콜록콜록진짜 하는 짓이 이건 뭐. 그 유명한 유은하가 담배키스라니. 이거 간접흡연이잖아? 어?”
화를 내던 얼굴없는 빌런 음습마리는 제 몸에 변화가 생긴 것을 느꼈다.
그래. 마력을 회복한 것이다.
“마력 회복되었지?”
“어째서?”
“내가 담배펴서 나오는 연기는 마력을 회복시키거든.”
말도 안 되지만 사실이다.
내 몸은 그 자체가 마력과 마기의 원천이니까.
“잠깐, 나만 이용해먹겠다는 소리잖아?”
“팀~워크. 나는 마력을 보급하고 너는 싸우고. 나쁘지 않잖아?”
이것도 나름 팀워크다.
나는 힐러로서, 음습마리의 마력을 회복하고, 음습마리는 싸운다. 포지션이 확실하지 않은가?
이 정도면 팀워크로서 완벽하다. 오히려 내가 굳이 백염을 썼다가는 음습마리가 나서기도 힘들고.
“이제 적당히 해줘. 나 정말로 힘들다고.”
“그래?”
슬슬 그럼 나서줄까?
“최소한 싸우기 전에 로터를 건드리지 말아달란 거야! 왜 매번 내가 인형 컨트롤 할 때 질을 자극하는 건데? 히끗?”
“알겠어. 그만 할게.”
그만 하는 김에 마지막 딱 한 번 로터를 움직여줬다.
그렇게 다시 한참이 지나고, 기어이 뿔이 난 음습마리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이제 너도 좀 싸워줘! 내 인형들을 무찌를 정도면 강하다는 뜻이잖아!”
나는 통로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마도기어를 쳐다봤다.
이 즘에서 적당히 보여줘도 될까?
“좋아. 놀라지 마?”
“그래!”
화르르르르르륵!
내가 쏘아낸 백염은 거대한 불의 바다가 되어 유리로 만들어진 사마귀와 거미들을 그대로 쓸어버렸다.
순식간에 놈들은 가루도 남기지 않고 그대로 산화되었다.
이런 힘을 노아예게 굳이 보여줘야 했을까 싶지만, 이미 숨기기에 나는 너무 유명인이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힘을 써서 노아가 더 내게 관심가지게 해야지.
노아의 뷰지는 과연 무슨 향기가 날까?
그런데 조금 전부터 음습마리가 조용해졌다.
“응? 뭐야, 놀라지 않는다며? 왜 그런 얼굴을 해?”
“대체 너 얼마나 강한 거야?”
“괴인이 약한 거 본 적이 있어? 나 이래 보여도 한국에서 제일 강할 걸?”
검술한정으로는 내가 유진석보다 약할 거다. 그러나 백염을 두른다면 제 아무리 유진석이라도 무리다.
“그래도 이건 궤가 다르잖아.”
궤고 나발이고.
“자, 그럼 이제 할게 없어졌으니, 다른 애들이 통로 통과할 때까지 질펀한 팀워크를 채워보자고?”
질펀한 팀워크. 그 단어에 안 그래도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던 음습마리는 창백하게 식어버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