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78. 필살기 이름이 어떻게 양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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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타오가 용감무쌍하게 보스방을 향해 진격했다.
아직 5, 6조가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참 어리석은 여자다.
“그래. 그래. 잘해 봐.”
얼마 가지 못해서 그녀는 보스방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5,6조가 오지 않았으니 안 열리거든.
저 정도로 바보같은 여자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중국의 패권을 의심하면서 좀 무시하면 저렇게 들고 일어나는 멍청이가 바로 핑타오라는 여자였다.
예시를 들자면 이거다.
정말로 중국이 대단하다면 심부름도 대국답게 할 수 있겠지? 가서 스무디 5잔 사와
흥! 대국의 인민으로서 내가 얼마나 대단한 지 보여주마!
스무디를 열심히 대국의 인민답게 사 올 거다.
대국으로서 자부심을 가진다면서 그 자존심을 무너트리는 짓을 하는 단순한 바보.
“단순하네요. 저 사람.”
코토네가 기가 찬 표정을지었다.
“원래 좀 바보 같은 구석이 있지.”
최시야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보니 최시아는 최시우가 한참 히로인들 따먹을 때 핑 타오도 따먹는 걸 봤겠지.
“시우군. 아니, 시우양은 핑 타오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아니. 그냥 보면 알 수 있어.”
“아하, 역시 신검입니까.”
최시우가 아닌 최시아라서 그런가 천연덕스럽게 저런 말을 잘도 한다.
아니, 최시우가 지금 나왔으면 앞뒤사정 보지 않고 나와 한바탕 하려 했겠지. 나를 꽤 좋아하는 모양이니까.
“그나저나 코토네짱은 능력이 뭐야?”
한성에 들어 온 이상, 능력은 증명했겠지.
분명 시노하라 유즈키로서의 힘은 천검. 그런데 어떻게 속여 들어 왔을지 궁금하다.
일단 대통령 하정석에게 사과상자정도 는 줬을 테고.
“아, 저는 시노하라 당주님과 비슷해요.”
“시노하라 당주님과 비슷하다면, 천검?”
시노하라 유즈키와 능력은 천검.
천 자루의 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 그 능력 덕에 유즈키는 당주로 오를 수 있었다.
당주가 되지 못 한 시노하라 일족들은 당주의 가신이 된다.
시노하라 마리코도 일족 중 한 명으로서 가신일 것이다.
유즈키는 천검으로 지옥급 게이트를 작살내기 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힘이 다 해서 최시우에게 구해진다.
아마 아직은 그이벤트 전이겠지.
유은하라는 존재가 살아있으니 그 게이트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저는 백검입니다.”
“아, 백검.”
참 가볍게 위장했다. 백자루라도 어마어마한 데. 그것만 사용해도 일본의 어지간한 헌터. 아니, 한국의 유진석세대의 길드 마스터들 보다도 강할 것이다.
“백자루의 검을 조종합니다.”
“그것도 대단하네.”
사실 정체 알고 있다고 협박하고 비빌 수도 있는 데. 그건 곤란하겠지?
협박하는 건 음습마리로 충분하다.
참고로 음습마리는 저 구석에서 탈진한 표정으로 흔들 거리며 뒤따라온다. 꽤 피곤한 모양인 데, 나중에 또 열심히 비벼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남은 5, 6조가 합류하고 보스방 앞에서 발을 굴리고 있던 핑 타오를 선두로 마침내 보스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너라, 유리공작! 대중국의 여장부로서! 그 닭대가리를 잘라주마!”
솔직히 핑 타오는 같이 있기 쪽팔린 친구다.
이름도 그렇고, 저 머리도 그렇고. 외모는 봐 줄 수 있지만 이미 나에게는 많은 꽃이 있다.
콰아아앙!
핑 타오의 창이 그대로 유리공작의 복부를 꿰었다.
“음, 파괴력 하나는 대단하네.”
핑 타오는 노력파다.
성좌로부터 열심히 훈련을 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한수지처럼 무신의 타이틀을 얻을 몸은 아니지만, 최소한 체내의 마력 컨트롤에 한해서 만큼은 대단하다. 그거 하나는 한수지 이상이다.
그 컨트롤 만으로 저런 무력을 키운 거다.
그저 창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레이나의 정령화살급 파괴력을지녔다.
정령의 힘을 빌어 화살을 쓰는 레이나와 다르게 오로지 마력운용만으로 저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구으으아아아아악!”
유리공작이 유리 날개를 펼치더니 유리 조각으로 만들어진 깃털을 흩뿌린다.
저것에 맞으면 살점이 도려내진다고 한다.
정말 위험하면 제어실에서 노아가 막겠으나, 지금 이 정도 전력이면 막을 수 있다.
원작에서는 최시우가 신검을 사용하여 열심히 막아내지만, 여기서는 어떨까?
아마 막을 수는 있을 텐데. 이번에는 시노하라 코토네가 있다.
그녀는 정의로운 성격이다.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위협을 막으려 애를 쓰는 여자.
시노하라 막부라고 불리는 시노하라 가문의 당주에 어울리는 여인.
내 예상이 맞아떨어진 걸까. 시노하라 코토네가 앞으로 나섰다.
“제가 막겠습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수백 개의 칼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 칼들은 예리한 빛을 내더니 회전하면서 쏟아지는 유리 깃털을 튕겨냈다.
카가가가가가강!
저 유리로 만들어진 깃털들은 그야말로 웨이브급이었다.
실제 이 유리던전을 백합길드가 최초로 클리어할 때, 백합길드의 길드원 여렀이 죽기도 했다.
문득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음흉하게 웃으면서 코토네가 들을 정도로 크게 말했다.
“와, 시노하라의 가신인 코토네짱이 이 정도라면 천검 시노하라 유즈키는 얼마나 강한 거야?”
까득.
내 말을 듣는 순간 코토네가 컨트롤을 실수했는지 유리깃털이 뚫고 들어 왔다.
유즈키는 이런 점이 귀엽다. 남들의 입에서 자기 얘기가 돌면 귀를 기울이다가 실수한다.
그 잠깐의 사이 떨어지는 깃털을 나와 최시아, 그리고 핑 타오가 쳐냈다.
“허, 막지도 못할 거면서 잘난 척한 거냐? 이래서 일본인들이란! 쯧!”
“여기서 국적이 무슨 상관입니까?”
유즈키는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게 핑타오를 쳐다 보더니 칼을 다시 조정하여 유리깃털들을 전부 막아냈다.
허공에 떠오른 칼날들이 넘실 거리며 깃털들을 다 쳐내자, 다시 핑타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으랴아아아압!”
콰앙!
거친 기합과 공중으로 붕 떠오른 핑 타오는 마치 양꼬치로 찌르는 것처럼 창으로 유리공작의 날개를 쳤다.
순식간에 날개 하나가 절반이 박살 났다.
이로써 깃털 웨이브는 막기 더 쉬워졌다.
“그으으으으윽!”
유리공작이 다친 날개를 펼치며 울부짖었다.
과연, 원래 중국으로 가는 이벤트에서 만나는 히로인 답게 유리공작보다는 강하다는 걸까.
원래 스토리상 유리공작 클리어 이후에 나오는 중국으로 가는 에피소드에서 핑 타오를 만나니까.
“과연. 대단하네요. 순수한 마력 컨트롤로 저 정도라니.”
시노하라 코토네도 순수하게 핑 타오를 칭찬했다.
“우리 쪽에 비슷한 포지션이라면 한수지기는 한 데.”
“나는 쟤만큼 멍청하고 무식하지는 않은 데?”
아니, 그거야 알지. 그런데.
“침대에서는 멍청하잖아.”
“아니, 그건. 음.”
한수지는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혔다.
그래. 한수지는 핑 타오에 비하면 기본지식은 있고, 중국에 대해 악플이라도 달면 개거품을 무는 핑 타오와는 다르다.
“이야아아아압!”
갑자기 핑타오가 울부짖으며 허공에서 투창할 자세를 취했다.
“오, 소문으로만 듣던 유성 필살기인가.”
분명 원래 이름은 ‘유성파괴창’이다.
원작에서는 핑 타오 오피셜로 유성을 파괴할 만큼의 강력한 창인 데. 원작 후반부에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저 기술이 죽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핑 타오가 자꾸 중국 맥주처럼 보이다 보니, 어쩐지 양꼬치가 떠오른다.
유성파괴창이라기보다는 양꼬치 창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유성필살기라면 바로 그.”
“그래. 바로 양꼬치창.”
약간 장난삼아 말했다.
실제로 저거 꼬치같거든. 중국 맥주에 잘 어울리는 양꼬치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공중에 떠오른 핑 타오가 창을 던지는데.
“양꼬치창!”
? 핑타오가 미친 건가. 기술명이 왜 저래? 정말로 양꼬치라고?
콰과광!
핑타오의 양꼬치창은 그대로 유리공작을 부서트렸다.
어째 보스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핑타오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하기야 던전 보스를 쓰러트리는 일격이 양꼬치 창이라니. 웃길 일이지.
“어머, 사람 이름은 핑 타오더니 필살기 이름은 양꼬치?”
코토네가 이 때랍시고 시비를 걸었다.
“아니야! 내 필살기는 유성파괴창이야!”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실수는 자기가 범해놓고는 노발대발이다.
“그런데 왜 양꼬치창이라고 그래요?”
“그거야, 유은하 저년이 갑자기 양꼬치창이라고 해서!”
“아니, 무인이라면 싸울 때, 전투에 집중해야지. 내 이야기 듣다가 실수를 범하다니. 게다가 옆에서 양꼬치라고 했다고 그대로 말한다면 얼마나 단순한 인간입니까? 유치하고 순진하기는.”
"뭐라고? 오늘 중국과 일본의 대표로 붙자!"
시노하라 코토네는 비웃고, 핑 타오는 약이 바짝 올라서는 말대꾸한다.
단순한 여자다. 정말로.
그런데 애초에 기술명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까?
나도 멸망의 백염탄이라는 요상한 기술을 만들기는 했으나, 굳이 기술명을 외쳐야 하는지 최근에는 고민이 든다.
“와, 중국애들도 강하구나.”
“그러게. 나 A반에 있는 거 좀 주눅 들어.”
히로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자괴감에 빠졌다.
확실히 수준높은 해외파 년이 왔으니 단순한 생도입장일 뿐인 애들은 수준 차이를 느끼겠지.
들어오려면 다른 방식으로 들어와야 했다. 음습마리도 본래는 헌터출신이고. 헌터들이 생도아카데미에 오는 건 양민학살을 하겠다는 증거니까.
생각해 보니. 헌터들이 한성에 왜 있을까?
이건 한성의 수준을 끌어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일반 생도들에게 경쟁심을 떨어트릴 뿐인 데. 뭔가 비슷해야 할 맛이 나지.
심지어 저 맥주는 힘숨찐짓도 하지 않고 있다.
죄악때문? 그렇다 해도 정도껏 양민학살해야지.
시노하라 코토네는 정체를 까발리고 협박하여 비비고 싶지만,하정석과 모종의 거래가 있던 것이라면 판이 커진다.
그러지 않고서야 유즈키라는 시노하라 당주가 코토네라는 위장신분을 쓰고 한성에 있을 리가 없다.
그냥 다 때려치고.
‘아 몰랑 멸망의 백염탄~!’
하고 청와대에 던져볼까?
작은 용용이가 핵폭탄을 청와대에 귀엽게 던졌어요!
아니, 안 된다. 어차피 A반은 현재 저 4명을 제외하고는 다 히로인들이니 딱히 상관없지 않은가. B반부터는 인원수도 정상이다.
뭐 알아서 떨어지려나?
어차피 원작에서도 딱히 비중없는 애들이니까. 뭐.
좋아, 그래도 나는 친절한 용이다. 이럴 때는 위로해줄 줄 아는 여자란 말이다.
“너희들. 쟤가 이상한 거니까. 너무 패배감 가지지 말렴.”
“그런 거야?”
“그래. 딱 봐. 쟤는 애초에 중국에서 온 년이야. 이름있는 년이라고. 오히려 너희들은 저런 년들과 한 반에 있는 걸 자랑스러워해야 해. 너희도 그만큼 대단한 년놈들이라는 거니까.”
그런데, 보니까 남2 녀2 조합이네?
가만히 보니까. 조를 짠것도 남자, 여자 디렇게 2조고.
이거 커플각 선 것 같은 데. NTR해 볼까?
“아니, 유은하. 당신이 그런 말 하면 안 된다니깐요?”
“여자애들은 위로할 겸 오늘 모텔에서. 아얏!”
“레이 보기 부끄럽지 않아요?”
한참 꼬시고 있는 데 레이나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니, 레이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와?”
“자식한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어야죠!”
“오해살 말을 하면 어떡해?”
“유은하. 당신은 그야말로 유부녀면서 처녀인 척하고 바람나는 썩은 여자들과 다를 바 없어요. 우리 엄마라는 정실이 있으면서 어떻게!”
“일단 유부녀도 아니고. 아, 귀잡지 마!”
그러니까. 레이는 내 자식이 아닌데,
"끽긱기긱!"
죽었어야 할 유리공작이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를 냈다.
“저거 봐요. 조금은 진지해지라구요. 아직 끝나지 않았다니까요?”
“아, 3페이즈인가.”
던전 클리어 알림이 떠 오르지 않았다.
가만히 보니 유리공작은 3페이즈 까지 있던 걸로 기억은 나는데.
분명히 쓰러트리면 유리공작의 안에서 거미새끼들이 튀어 나오는 것처럼 작은 유리공작들이 튀어 나온다.
원작에서는 불방망이가 주인공 최시우와 히로인들의 수준을 생각해서 유리던전에 집어넣지만, 3페이즈에서 크게 암걸린다.
거미새끼 마냥 튀어 나오는 걸 다 잡아야 하니까.
심지어 날아다니면서 박치기를 해대니 문제였다.
키리리리링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각대로 유리공작의 몸에서 새끼유리공작들이 새끼 거미처럼 혐오스럽게 퍼져나왔다.
“내가 다 불태우면 그만이기는 한 데.”
나는 슬쩍 코토네를 쳐다봤다.
코토네의 백검 정도라면 순식간에 저 작은 공작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나. 은하양. 이번에는 본인실력 좀 보여주면 안 될까요?”
“갑자기삐졌어?”
내가 아까 한 말 때문에?
“아뇨. 한 번 궁금해서요.”
“좋아.”
기대에는 부응해줘야지. 검을 뽑아 백염을 둘러 새끼 유리공작들을 휘둘렀다.
화르르르르륵
검에서 물흐르듯이 흐른 하얀색 불꽃이 서서히 퍼져나가순식간에 보스 룸을 가득 채웠다.
천장에 떠오른 수 많은 새끼 유리공작들은 그 하얀 불길에 삼켜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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